릴로

# 7화 「역공의 시작, 왕비의 칼날」

오후 2시,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밤 악몽으로 깬 뒤 천장만 바라본 채 밤을 새웠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녀가 편지를 놓고 나갔다. 왕실의 금 봉인이 찍혀 있었다.

카르멘은 왼손으로 집어 들었다. 오른손은 계속 떨렸다.

'백작부인 카르멘 귀하. 본 왕비는 오늘 오후 4시에 당신을 알현하기를 원합니다. 궁정의 안정을 위해 몇 가지 사항을 협의하고자 합니다.'

왕비 이사벨이 움직였다. 3일 전 리샤르 공작이 체포되었을 때 왕비의 침묵은 전략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더 과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카르멘은 침대에서 내려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이 창백했다. 눈 아래 검은 자국이 선명했고,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였다. 분장으로 덮기엔 피로가 너무 깊었다.

드레스를 갈아입으며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침착함이 아니었다. 공포를 억누르는 행동일 뿐이었다. 이 침착함이라는 껍질 안에서 무언가가 미친 듯이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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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접견실은 대리석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천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차가운 빛을 뿌렸다. 왕비 이사벨은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깊은 자주색 드레스에 다이아몬드가 반짝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카르멘은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백작부인, 일어나세요."

카르멘은 일어났다.

"지난 주간의 사건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왕비가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고, 그렇기에 더 위험했다. "리샤르 공작의 반란 음모가 적발된 일 말입니다."

"궁정의 안정을 위해 다행인 일입니다, 폐하."

"그렇습니까." 왕비의 눈이 카르멘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그런데 이 일에 당신의 손가락이 닿아있다는 고발이 있습니다."

카르멘의 숨이 한 박자 멈췄다. 하지만 얼굴은 그대로였다.

"리샤르 공작의 편지를 누가 본궁에 전달했을까요?" 왕비가 손을 들었다. 시종이 나와 금박이 된 봉투를 꺼냈다. 카르멘은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의 숨이 정지된 것을 느꼈다. 자신이 마르쿠스에게 넘겼던 편지였다. "당신의 비서 마르쿠스가 제출했습니다. 그는 이 편지를 당신의 지시로 수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마르쿠스.

그 이름이 카르멘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혔다. 마르쿠스는 사흘 전 떠났다. 자신이 신뢰를 거부했을 때. 그는 자신을 배신했고, 자신도 그를 배신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왕비의 편에 있었다.

"마르쿠스를 도구라고 생각하셨나요?" 왕비가 계속했다. "흥미로운 착각입니다. 도구도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는 당신을 떠났을 때 이미 본궁에 접촉했습니다. 당신의 신뢰 거부가 그를 자유롭게 만들었던 것이죠."

카르멘의 입술이 일어났다가 다시 닫혔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하여, 소피아 백작부인이 증언했습니다." 왕비가 말했다. "당신이 그녀를 협박했다는 것을. 그녀는 법적 아내의 지위를 얻었으나, 실제로는 당신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편지, 협박, 협력 강요. 당신은 궁정의 귀부인으로서 그 어떤 귀족 여성도 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카르멘의 손이 떨렸다. 이번엔 감추지 않았다.

"본궁은 당신을 궁정에서 추방하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오래된 침묵. 시간이 점성을 띠는 침묵.

"폐하." 카르멘이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저는 단지 궁정의 안정을 위해..."

"안정?" 왕비가 웃음을 터뜨렸다. 칼날 같은 웃음이었다. "당신은 한 귀족 가문의 통제권을 장악했고, 리샤르 공작을 몰락시켰으며, 궁정의 귀부인들을 자신의 파벌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안정이라고 부르는 것입니까?"

카르멘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악녀입니다, 백작부인." 왕비가 말했다. 카르멘의 눈이 확 떠졌다. "전생에서 궁정을 지배했던 그 악녀가 다시 깨어났습니다. 본궁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의 무게가 카르멘을 내려쳤다. 왕비는 자신의 전생을 알고 있었다. 마르쿠스와 소피아의 증언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뜻이었다. 왕비의 정보망이 그곳까지 미친다는 뜻이었다.

"당신은 3일 내에 백작 저택을 떠나야 합니다." 왕비가 말했다. "에드몬드 백작이 동의하였습니다. 만약 떠나지 않으면, 본궁은 당신을 궁정 범죄법 제12조 위반으로 처벌하겠습니다. 귀족 여성의 협박 및 인신 속박죄입니다."

"폐하, 그것은 오해입니다..."

"물론, 당신이 백작 저택 내의 모든 기록을 폐기하고, 궁정의 어떤 귀부인과도 접촉하지 않는다면 그 외의 처벌은 없을 것입니다." 왕비가 손을 들었다. 시종이 종이뭉치를 건넸다. "이것은 당신의 추방 문서입니다. 서명하세요."

카르멘은 펜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왼손으로 서명했다.

'Car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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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저택으로 돌아온 카르멘은 서재로 직진했다. 마르쿠스의 방은 이미 비어있었다. 짐도 옷도 모두 사라져 있었고, 책상 위에 한 장의 편지만 남아있었다.

카르멘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백작부인께,

저는 도구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당신은 이것을 배신이라고 부르겠지만, 저는 이것을 자유라고 부릅니다. 당신이 주신 유일한 교훈은 신뢰는 약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약함을 받아들이고 떠납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무엇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저주입니다.

—마르쿠스'

편지를 읽은 카르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손가락이 더 심하게 떨렸고, 종이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편지를 찢었다.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침실로 들어갔을 때, 소피아는 없었다. 드레스, 보석, 편지. 모든 물건이 사라졌다. 어제 밤 저택을 떠났던 것이다. 첫 남편과의 아이들을 데리고.

카르멘의 시야가 흔들렸다. 악몽이 깨어난 상태로 침습해 들어왔다. 벨라 공작부인의 죽음. 리샤르의 정부와 아이. 전생에서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것들. 그것들이 현실과 겹쳤다.

카르멘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얼굴은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생의 악녀의 얼굴이었다. 차갑고, 공허하고, 죽어있었다.

"충분하지 않다." 카르멘이 중얼거렸다. "절대 충분하지 않다."

양손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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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을 때, 카르멘은 침실에서 깨어났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깨어나는 순간도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물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악몽이었나, 현실이었나. 그 구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밤의 궁정이 보였다. 황금빛 가로등들이 켜져 있었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카르멘은 거울을 보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제는 전신이 떨렸다. 입술도, 눈도. 거울 속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 창백함 속에서 다른 얼굴이 떠올랐다. 전생의 악녀의 얼굴. 20년간 궁정을 지배했던 그 얼굴.

'당신은 악녀입니다.'

왕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문이 열렸다.

에드몬드였다. 그는 침실로 들어와 카르멘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이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것도 있었다.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카르멘." 에드몬드가 말했다. 목소리는 조용했다. "당신은 이미 떠났습니다. 3년 전부터."

카르멘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떠났습니다. 마르쿠스도 떠났습니다. 궁정도 당신을 떠날 것입니다." 에드몬드가 계속했다. "당신이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카르멘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거친 숨소리였다.

"왕비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악녀라고." 에드몬드가 말했다. "전생의 악녀가 다시 깨어났다고. 그리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한 발 다가섰다. 그의 눈은 카르멘의 얼굴을 직시했다.

"정말로, 당신이 정말로 그것인지를. 아니면 당신이 그것이 되려고 노력했을 뿐인지를."

침묵이 흘렀다.

"당신은 악녀가 아닙니다." 에드몬드가 말했다. 그 말은 단정이 아니라 질문처럼 들렸다. "당신은 악녀가 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을 더 외로워하게 만들었습니다."

에드몬드는 돌아섰다. 문 쪽으로 향했다.

"에드몬드."

카르멘이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에드몬드는 멈추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카르멘은 혼자 남겨졌다. 거울 속의 얼굴도 사라졌다. 단지 어두운 유리 너머로, 자신의 창백한 윤곽만 남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떨림 속에서, 카르멘은 깨달았다. 왕비의 경고, 마르쿠스의 배신, 소피아의 이탈.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조종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자신이 가진 권력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었다.

카르멘은 침대 아래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몇 년간 모아둔 증거들이 있었다. 왕비의 비밀, 궁정의 어둠, 자신이 알아낸 모든 것들. 이것들이 자신의 마지막 무기였다.

현관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발걸음. 빠르고 결연한 움직임.

카르멘은 상자를 들고 창문 쪽으로 향했다. 손이 떨렸고, 시야가 흔들렸다. 하지만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침실 문이 열리기 직전,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

"백작부인 카르멘을 체포하라. 왕비의 명령이다."

왕실 시종들의 목소리가 복도에서 터져 나왔다. 발걸음 소리가 계단을 올라왔다.

카르멘은 상자를 가슴에 안았다. 창문 아래로는 정원의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3층 높이.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잡히면 더 확실하게 죽는다.

침실 문이 열렸다. 시종들이 들어섰다.

카르멘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광기 어린 웃음이었고, 동시에 해방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창문 틀에 올라탔다.

"백작부인!"

시종들이 달려왔다.

카르멘은 뛰어내렸다.

바람이 그녀를 감싸고, 어둠이 그녀를 삼켰다.

도주는 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반격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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