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소피아가 일어선 순간, 루미에르 궁정의 대응실은 완벽한 침묵으로 변했다.
에드몬드 백작의 식탁 앞에 놓인 은빛 포크가 떨어지는 소리. 그것이 유일한 음성이었다. 카르멘은 자신의 와인잔을 입술에 댄 채 소피아를 관찰했다.
"나는 더 이상 백작부인의 종이 아닙니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카르멘은 그 눈을 오래 봐왔다. 그리고 방금 처음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무언가를 그 눈에서 발견했다.
"나는 정식 아내입니다. 법적으로 인정된 아내입니다."
소피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침대에서 흘러나오던 절망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뭔가 단단한 것이 차지했다. 카르멘은 그것을 이름 지었다. 절망이 응고된 것. 분노.
에드몬드가 일어섰다.
카르멘의 미간이 스친다. 에드몬드가 일어나다니. 그가 자신의 명령 없이. 백작은 소피아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아닌 손 전체를. 카르멘이 보기에 그것은 명백한 도전이었다.
"백작부인의 조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에드몬드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단호했다. 아, 카르멘은 생각했다. 그가 이렇게도 단단할 수 있는 남자였나. 3년을 함께했는데 처음 알았다. 아니다. 알고 있었다. 다만 필요 없었을 뿐이다.
"법적 아내에게는 법적 권리가 따릅니다. 우리는 그것을 요구합니다."
대응실 안의 숨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벨레나 자작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리샤르 공작의 측근들이 서로 눈을 맞췄다. 왕비 이사벨의 손이 냅킨 위에서 멈췄다.
이 순간, 이 정확한 순간, 루미에르 궁정의 권력 지형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카르멘은 와인을 마셨다. 천천히. 입술에 묻은 와인을 닦으며 미소했다. 그 미소는 완벽했다. 외부인의 눈에는 우아하고 여유로운 그것. 하지만 테이블에 앉은 자들은 느꼈다. 그 미소 뒤의 얼음.
"그렇군요."
카르멘의 목소리는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웠다.
"정식 아내의 권리를 요구하신다는 것이죠, 에드몬드. 흥미로운데요.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아내가 궁정 내에서 어떤 평판을 얻게 될지 이미 계산했을 겁니다."
소피아의 얼굴이 굳었다. 에드몬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백작부인의 명령을 거부한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요? 법적으로는 아내지만, 도덕적으로는? 사회적으로는?"
카르멘이 천천히 일어섰다. 수십 쌍의 눈이 그녀를 따랐다.
"제가 3년간 당신에게 베풀었던 것들을 기억하시나요, 소피아? 당신의 형 문제, 당신의 아버지 빚. 모두 제가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지위를 얻었다."
카르멘이 테이블을 돌아 소피아 앞에 섰다. 가까운 거리. 숨이 닿을 정도의 거리.
"이제 당신은 법적 아내가 되었으니, 그 모든 것이 공개되어야 할 차례입니다. 당신의 과거, 당신의 빚, 당신의 가족의 추문. 정식 아내라면 그 정도는 견뎌낼 수 있겠죠?"
"카르멘..."
에드몬드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이미 항복이 있었다.
카르멘은 소피아의 뺨에 손을 갖다 댔다. 부드럽게. 정말 부드럽게. 마치 딸을 어루만지는 어머니처럼.
"당신의 선택입니다, 소피아. 당신이 저항하고 싶다면 저항해봐요. 하지만 그 댓가는?"
카르멘의 손가락이 소피아의 턱을 따라 내려왔다.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닐 겁니다."
침묵이 흘렀다. 소피아의 눈빛이 변했다. 분노가 사라지고, 절망이 돌아왔다. 더 깊은 절망. 탈출 불가능해 보이는 절망.
하지만 그것은 보이는 것일 뿐이었다.
소피아는 카르멘의 손을 밀어냈다. 천천히, 하지만 명확하게. 그 순간 에드몬드의 눈빛이 변했다. 카르멘도 느꼈다. 뭔가 계산이 틀렸다는 것을.
"당신이 공개한다면, 나도 공개하겠습니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3년간 당신이 나에게 한 모든 것. 당신이 내 가족을 협박한 모든 것을."
소피아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통해 수집한 정보들이 누구를 해쳤는지도. 법정에서 증언하겠습니다."
카르멘의 얼굴이 굳었다.
"법적 아내는 남편의 재산 관리, 가정 내 행동, 모든 것을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보세요. 저는 당신의 협박에 쓰인 모든 정보와 그것을 수집한 자의 이름을 밝히겠습니다."
에드몬드가 소피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엔 다르게. 마치 동맹처럼.
"그 정보들은 제 아내의 것입니다. 법적으로도 제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제가 결정합니다."
카르멘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계산했다. 소피아가 정말 증언할 것인지, 아니면 허세인지. 에드몬드가 정말 아내를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명령에 다시 복종할 것인지.
하지만 소피아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에드몬드의 손도.
"흥미롭군요."
카르멘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아래에는 뭔가 날카로운 것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정말로 그 댓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카르멘이 대응실을 나갔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긴장한 침묵이었다. 벨레나 자작부인이 리샤르 공작 쪽으로 눈을 돌렸다. 리샤르 공작의 측근들이 서로 눈을 맞췄다. 왕비 이사벨은 냅킨을 내려놓으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마르쿠스를 만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대응실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봤을 것이다. 아, 마르쿠스. 그 충성스러운 개. 카르멘은 그의 옷깃을 쓸어내렸다.
"당신이 수집한 정보가 정말 도움이 됩니다."
"백작부인..."
마르쿠스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그 정보가 어디에 쓰였는지 아시나요?"
카르멘은 마르쿠스의 눈을 봤다. 그 눈에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소피아의 형. 당신이 수집한 그의 빚 기록이 없었다면, 저는 그것을 협박에 사용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추문도. 당신의 정보 덕분에 저는 그녀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쿠스가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지금 그 정보들이 법정에 제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당신이 수집한 정보가. 당신의 이름과 함께."
"백작부인, 저는..."
"당신은 무엇이었나요, 마르쿠스?"
카르멘이 한 발 더 다가섰다.
"정보 수집가? 아니면 협박자? 아니면 그 가족들을 파괴한 자?"
마르쿠스의 눈이 변했다. 그 속에서 뭔가가 꺼져갔다. 카르멘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협박이 그를 어디로 몰아가고 있는지.
"나는..."
마르쿠스가 입을 떴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당신의 정보가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되면, 당신도 함께 법정에 서게 될 겁니다."
카르멘이 계속했다.
"협박자로. 그 가족들을 파괴한 자로. 당신이 수집한 그 모든 정보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될 때,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마르쿠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나는... 충성스러운 종이 되겠습니다."
그 말은 나왔지만, 그것은 더 이상 순종이 아니었다. 카르멘은 그것을 느꼈다. 마르쿠스의 눈이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의 영혼이 이미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협박이 만든 것이었다. 자신이 그를 몰아낸 것이었다.
카르멘은 그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고 떠났다. 뒤에 남겨진 것은 숨만 쉬는 껍데기였다.
침실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을 넘겼다. 카르멘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을 봤다. 완벽한 용모. 완벽한 자태. 완벽한 미소.
그리고 그 미소 뒤에서 뭔가가 계속 움직였다.
카르멘은 악의적으로 웃음 지었다. 소피아의 반란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는지, 에드몬드의 항거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마르쿠스의 항복이 얼마나 당연했는지. 모두 자신의 손 위에서 벌어진 완벽한 쇼.
그 순간, 거울 속의 손이 떨렸다.
가늘게. 하지만 명확하게.
카르멘은 손을 움켜잡았다. 손이 떨리면 안 된다. 손이 떨린다는 것은 약함을 의미했다. 약함은 통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통제는 결국 파괴로 끝났다.
악몽은 자정 반을 지났을 때 시작됐다.
카르멘은 침대에서 몸을 날렸다.
침실이 흔들렸다. 아니다. 침실이 아니라 뭔가 다른 곳이었다. 화려한 침실이 아니라 어둠 속의 침실. 손에 들린 것은 잔이 아니라 독약이었다.
'벨라 공작부인을 봤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목소리인지 다른 목소리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목소리.
'그녀는 당신의 남편을 욕망했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인이 보였다. 벨라.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 죽음의 창백함.
'마셔. 누군가는 죽어야 해.'
카르멘의 손이 움직였다. 독잔을 들었다. 벨라의 입에 갖다 댔다. 벨라가 거부했다. 하지만 카르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에요. 제발...'
벨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가르쳐준 대로 저도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카르멘의 손에 든 독잔이 벨라의 입으로 들어갔다. 벨라가 거부했다. 하지만 카르멘의 손은 더 강해졌다.
침대가 피로 물들었다. 아니다. 피가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었다. 기억. 죄책감. 그것들이 침대를 적시고 있었다.
'아이도 함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도 당신의 위협이었나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아이의 울음. 그리고 그 울음을 끊는 소리. 카르멘 자신의 손이 그것을 했다.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갔다. 구토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음식이 아니었다. 기억이었다. 죽인 것들. 파괴한 것들.
새벽 2시. 카르멘은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완벽했다. 하지만 그 얼굴 뒤에 다른 얼굴이 보였다. 전생의 악녀. 현생의 자신. 그 둘이 겹쳐있었다.
'나는 악녀다.'
그 말이 처음으로 사실처럼 들렸다.
'나는 벨라를 죽였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리고 그 아이도. 그리고 수십 명이 더.'
손이 떨렸다.
'모두 내 손으로.'
카르멘은 거울에 주먹을 날렸다. 거울이 깨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피를 흘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소피아를 죽이고 있다. 마르쿠스를 죽이고 있다. 에드몬드도.'
새벽 4시. 침실의 불이 켜졌다.
카르멘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자지 않았다. 기억이 계속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전생의 악녀의 기억. 현생의 자신의 기억. 그것이 뒤섞여서 누가 누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벨라를 죽인 것이 누구인지. 아이를 죽인 것이 누구인지. 소피아를 협박한 것이 누구인지.
모두가 자신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다른 누군가였다.
아침이 올 때까지 카르멘은 그렇게 누워있었다. 눈을 뜬 채. 손을 움켜진 채. 떨리는 몸 위에 완벽한 얼굴을 유지한 채.
새벽 6시. 마르쿠스가 문을 두드렸다.
"백작부인."
"들어와."
카르멘의 목소리는 완벽했다. 아무 흠도 없었다.
마르쿠스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죽어있었다. 하지만 그 죽음 속에 뭔가 다른 것이 숨어있었다. 결의. 아니면 절망. 카르멘은 구분할 수 없었다.
"소피아가..."
"뭐라고?"
"소피아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백작 저택을 나가려 합니다."
카르멘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은 유연했다. 어제 밤의 공포는 사라졌다. 아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이었다.
"혼자인가?"
"아이들도 함께입니다."
마르쿠스의 목소리에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정보 전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아이들?"
카르멘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신을 흔들었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것이 있다는 것. 자신의 조종 범위 밖에 있던 것이 있다는 것.
"소피아의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자녀들입니다. 백작이 법적으로 인정했던 아이들입니다."
마르쿠스가 계속했다.
"그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고 있습니다."
카르멘의 손가락이 떨렸다. 아이들. 자신이 놓친 변수. 자신이 계산하지 않은 것.
"소피아를 불러와."
"이미 저택을 떠났습니다."
마르쿠스의 목소리에 뭔가가 있었다. 카르멘은 그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마르쿠스가 떠났다. 아직 물리적으로는 자신의 곁에 있지만, 영혼으로는 이미 떠난 마르쿠스.
카르멘은 침실의 창으로 나갔다. 아래쪽 거리에서 마차가 보였다. 소피아의 마차.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마차. 그 마차 옆에 말을 탄 사람들이 있었다. 에드몬드의 기사들. 그들은 소피아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카르멘은 거기 서있었다.
그리고 손이 떨렸다. 계속 떨렸다.
오전 9시. 카르멘이 소피아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방은 비어있었다. 모든 것이. 의류, 보석, 편지. 소피아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책상 위에 한 장의 편지만 있었다.
'당신이 저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하지만 감옥의 문은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신이 제게 가르쳐준 대로, 저는 그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함께 나갔습니다. 당신이 존재하는 것도 모르던 아이들을.'
카르멘은 편지를 태웠다. 불 속에서 글씨가 검게 변했다.
소피아가 나갔다. 자신의 손에서 벗어났다. 에드몬드도, 마르쿠스도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카르멘이 손에 넣으려던 것들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빠져나갈 때마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것들이 드러났다. 아이들. 에드몬드의 충성심. 마르쿠스의 죄책감.
카르멘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완벽했다. 하지만 그 완벽함 뒤에서, 손가락이 계속 떨렸다.
그리고 카르멘은 깨달았다.
자신이 손에 넣은 것은 왕좌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소피아가 나갔을 때, 마르쿠스가 죽었을 때, 에드몬드가 항복했을 때, 자신이 얻은 것은—
절대 권력이 아니라 절대 고독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고독이 깨지고 있었다. 자신이 조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이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나고 있었다.
소피아는 나갔고, 에드몬드는 아내 편이 되었고, 마르쿠스는 죽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카르멘이 창밖을 봤다. 궁정의 거리. 그 거리 어딘가에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리샤르 공작의 측근들. 벨레나 자작부인. 그리고 왕비 이사벨.
리샤르 공작은 대응실에서 벌어진 소피아의 반란을 목격했을 것이다. 에드몬드의 이탈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정적을 견제하기 위해. 아니면 새로운 동맹을 만들기 위해.
카르멘이 자신의 조종을 벗어난 것들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왕비 이사벨의 특사가 도착했다.
"백작부인을 뵙고 싶으시다고 하십니다."
"누가?"
"리샤르 공작께서."
카르멘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엔 다른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