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소피아가 궁정 살롱에서 벨레나 자작부인의 손을 잡을 때, 카르멘은 이미 그 손의 온기를 읽고 있었다.

"리샤르 공작이 왕비와 결렬했다니, 참 흥미로운 소문이군요."

소피아의 목소리는 표면적으로는 한낱 궁정 잡담이었다. 하지만 카르멘이 심어놓은 이 단어들이 지난 3일간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소피아의 입에서 나온 말 하나하나가 벨레나의 눈을 반짝이게 했고, 벨레나의 손이 다른 귀부인들의 팔을 잡아당겼다. 여론은 흐르는 물처럼 가장 약한 지점을 찾아 흘러간다. 카르멘은 이미 그 지점을 알고 있었다.

마르쿠스가 서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공작의 편지들을 모두 수집했습니다."

종이 묶음을 책상 위에 내려놓는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카르멘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3년 동안 마르쿠스는 자신의 곁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갔고, 알아갈수록 더욱 불안해했다. 지금 그의 떨림은 불안이 아니었다.

"왕비께 직접 전해야겠군요."

카르멘이 편지 중 하나를 펼쳤다. 리샤르 공작의 필체는 확고했다. 왕비의 권력이 국왕을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귀족 연합을 통해 왕실을 견제하려는 계획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 이는 반란에 준하는 행위였다.

"이것을 왕비께 드리면 공작은 끝입니다."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선언에 가까웠다.

카르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르쿠스의 얼굴을 보는 것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았다. 그 안에 반영되는 것은 자신의 형상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그림자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르쿠스는 이것을 알고 있었다. 카르멘이 이미 3일 전에 자신이 이 편지들을 찾을 것을 계산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 말을 할 것까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그를 가장 깊이 상처입혔다.

궁정의 공식 응접실에서 왕비 이사벨을 만난 것은 그 다음 날 오후였다. 샹들리에의 빛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는 곳에서, 카르멘은 편지 묶음을 조용히 내밀었다.

"폐하, 궁정의 안정을 위해 이것을 보고드립니다."

왕비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녀가 편지들을 읽는 동안 카르멘은 그 표정의 변화를 읽었다. 처음에는 분노, 그 다음에는 두려움, 마지막에는 감사. 그것이 카르멘이 원한 순서였다.

"백작부인, 당신은 정말..."

왕비가 말을 맺지 못했다. 완성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그것이 카르멘의 의도였다. 말로 완성되지 않는 감정은 더욱 깊게 뿌리를 내린다.

"리샤르 공작은 이제 공작이 아닙니다. 적어도 폐하의 눈에는."

카르멘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왕비는 그 말을 들었을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왕비가 이제 자신에게 빚을 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빚은 금보다 더 단단한 끈이었다.

저녁 무렵, 카르멘은 자신의 서재에서 거울을 마주했다.

"에드몬드도, 소피아도, 벨레나도, 왕비도, 심지어 리샤르도."

손가락을 하나씩 펼쳤다. 마치 인형극의 실을 세는 것처럼.

"모두가 내 손 위에 있다."

그 순간,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흔들렸다. 아니, 흔들린 것이 아니라 다른 얼굴이 겹쳐 보였다. 전생의 악녀. 그 여인의 눈이 자신의 눈 위에 덮여왔다. 그 눈은 비어 있었다. 완전히, 절대적으로 비어 있었다.

카르멘이 소스라치며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떨림은 진동으로 변했다. 침대에 누웠지만 눈은 감기지 않았다. 천장의 어둠이 점점 더 짙어졌다.

전생의 악녀가 저지른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 여인이 독살한 경쟁자의 이름.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던 귀부인을 모함한 방식. 그리고 그로 인해 파멸한 수십 명의 얼굴들. 카르멘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3년 전 빙의 당시 받은 기억이 이제는 자신의 기억처럼 느껴졌다.

밤 2시경,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바닥이 발을 자극했다. 창밖의 궁정은 침묵 속에 잠들어 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런데 왜.

왜 이 공허함이.

서재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동으로 나아갔다. 거기에는 전생의 악녀가 남긴 일기장들이 있었다. 3년 동안 카르멘은 이것들을 읽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억을 사용할 때마다, 특히 누군가를 깊이 조종할 때마다 그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책장의 맨 아래, 먼지가 앉은 가죽 표지의 노트를 집어 들었다.

첫 페이지를 펼쳤다.

"오늘 또 누군가를 파멸시켰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알 수 없다."

악녀의 필체였다. 그것은 동시에 카르멘 자신의 필체이기도 했다.

"내가 얻은 것은 왕좌인가, 감옥인가. 아무도 내 곁에 있지 않다. 모두가 나를 두려워한다. 그것이 권력인가?"

페이지를 더 넘겼다.

"나는 외롭다."

단 세 글자.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카르멘이 노트를 내려놓았다. 손이 다시 떨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불안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었다.

새벽 3시, 복도.

누군가 카르멘의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들렸다. 마르쿠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그 발걸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전생의 악녀의 기억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에드몬드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손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카르멘."

그는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친밀함이 없었다. 단지 두려움만 있었다.

"이것을 받았습니다."

에드몬드가 편지를 들어 보였다. 손글씨는 정교했고, 봉인에는 왕실의 문장이 찍혀 있었다. 왕비의 편지였다. 카르멘의 정보망이 포착하지 못한 것. 누군가 왕비와 에드몬드 사이에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뜻이었다.

"무엇이라고?"

카르멘이 물었다.

"나를... 떠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에드몬드의 목소리는 떨렸다.

"당신을 떠날 생각이 있는지. 그리고 혹시 그렇다면 왕비께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카르멘은 순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마주했다. 에드몬드가 이렇게 말하다니. 자신의 계획 속에 이런 변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에드몬드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는가. 왕비인가. 리샤르와의 접촉이 있었는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카르멘의 예측 범위가 실제로 좁혀지고 있었다.

"그렇군요."

카르멘이 천천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예전처럼 확고하지 않았다.

"나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도, 소피아도, 그리고 궁정의 모든 것도 나를 떠날 수 없을 것입니다."

에드몬드가 물러섰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유령처럼 보였다.

카르멘은 다시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손이 떨렸다. 이번에는 불안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었다. 공포인가. 아니면 절망인가.

새벽 4시, 마르쿠스는 카르멘의 방 앞에 서 있었다.

문을 두드렸을 때, 카르멘의 목소리는 이미 깨어 있었다.

"들어와."

마르쿠스가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캔들만으로 밝혀져 있었고, 카르멘은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의 실루엣은 마치 초상화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백작부인."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3년 동안 그는 이 여인을 경배했다. 그녀의 정교함에, 그녀의 냉철함에. 하지만 지난 며칠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저를 신뢰하십니까?"

카르멘이 돌아섰다. 그녀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있었다.

"신뢰는 약함입니다."

그 대답이 나올 때, 마르쿠스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카르멘이 그렇게 대답해야만 했다. 신뢰는 약함이었다. 전생의 악녀 기억이 그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신뢰했던 사람들이 모두 배신했고, 그래서 그들을 파멸시켰다. 독살로, 모함으로, 고문으로. 기억 속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검은 눈동자, 처음엔 충성적이었다가 결국 배신의 빛이 떠오르던 눈동자들.

특히 그 날이 떠올랐다. 편지들을 수집하라고 마르쿠스에게 지시했을 때. 그의 손이 떨렸었다. 그 떨림을 무시하고 카르멘은 계속 명령했다. 마르쿠스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계속 도구처럼 다루었다.

그것이 신뢰를 깨뜨린 순간이었다.

"그렇군요."

마르쿠스가 한 발 물러섰다. 이미 결정되어 있던 발걸음이었다. 그 발걸음 뒤에는 3년이 있었다. 3년의 충성, 3년의 희망, 그리고 3년의 절망.

"저는 더 이상 이것을 견딜 수 없습니다."

카르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마르쿠스를 더욱 깊이 밀어냈다.

"당신을 떠나겠습니다."

"마르쿠스."

카르멘이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한 최선입니다."

마르쿠스는 돌아섰다. 그의 손이 문고리를 잡았다.

"백작부인."

그것이 마지막 호칭이었다.

"안녕히."

문이 닫혔다.

카르멘은 다시 창가로 향했다. 궁정의 밤은 여전히 깊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손 위에 있었다. 에드몬드도, 소피아도, 왕비도, 리샤르도, 그리고 모든 귀부인들도.

그런데 마르쿠스는 떠나갔다.

마르쿠스가 떠난다.

그것은 계획에 없었다. 카르멘의 모든 계획에는 마르쿠스가 있었다. 궁정의 정보망, 리샤르의 움직임, 왕비의 지시—모든 것을 마르쿠스를 통해 인지했다. 그는 자신의 눈이자 귀였다. 그리고 지금 그 눈과 귀가 자신을 떠나가고 있었다.

카르멘의 손이 창틀을 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현실이었다. 그것만이 현실이었다.

새벽 5시. 살롱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다. 벨레나 자작부인이 주최하는 오후 차 시간.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불면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지난 3일간 제대로 잔 시간이 6시간을 넘지 않았다. 그 대신 악몽이 깊어지고 있었다. 독살당한 여인의 얼굴, 모함으로 유배된 남작의 절망, 그리고 항상 같은 음성으로 끝나는 것들. *당신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거울 앞에서 카르멘은 자신의 얼굴에 색을 입혔다. 분홍색 볼연지, 진주색 아이섀도. 모든 것이 정확했다. 마치 초상화를 그리는 것처럼. 살아 있는 여인이 아니라 화폭 위의 이미지처럼.

오후 2시, 살롱.

벨레나 자작부인이 카르멘을 맞이했을 때의 그 표정. 환영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카르멘은 그것을 정확히 읽었다.

"백작부인님, 오셨군요."

벨레나가 손을 내밀었다. 카르멘은 그것을 손가락 끝으로만 스쳤다. 이전의 따뜻한 악수는 없었다.

살롱에는 궁정의 주요 귀부인들이 모여 있었다. 리샤르 공작의 아내, 왕비의 시녀들, 그리고 여러 백작 가문의 여인들. 모두가 카르멘을 주시했다. 마치 포식자를 보듯이.

"오늘은 특별한 소식이 있습니다."

카르멘이 앉자마자 벨레나가 말을 꺼냈다. 그 목소리에는 설렘이 있었다.

"리샤르 공작께서... 왕실 후원금 위원회에서 물러나신다고 하십니다."

방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사직이 아니었다. 리샤르 공작이 왕실 권력에서 한 발 물러선다는 뜻이었다. 그의 영향력의 범위가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정말이십니까?"

누군가 물었다.

"네, 공작께서 개인적인 사유로..."

벨레나가 말을 흐렸다. 그 사유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카르멘이 왕비에게 리샤르의 음모를 먼저 고변했고, 그 결과 리샤르는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졌음을 깨달았다. 후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였다.

카르멘은 차를 마셨다. 향기로운 백차. 입술이 찬 잔에 닿았을 때, 그녀의 눈동자 뒤에서 뭔가 반짝였다. 성취감. 그런데 그 성취감은 너무 빠르게 식어버렸다. 마치 손 위의 눈이 녹아버리듯이.

"백작부인, 제 딸이 에드몬드 백작과 친하다고 들었습니다."

누군가 다가왔다. 한 백작 부인이었다. 카르멘은 그 여인의 이름을 알았다. 그녀의 딸은 에드몬드의 첩 목록에 있었던 여인 중 하나였다. 3년 전에.

"그렇군요."

카르멘이 대답했다.

"혹시 좋은 소개를... 혹은 중매를..."

"아직은 아닙니다."

카르멘이 웃었다. 그 웃음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은 얼굴의 근육만 움직인 것이었다.

"백작께서 지금 매우 바쁘시거든요."

그 말 속의 의미는 명확했다. *당신의 딸은 백작과 가질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한.*

백작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살롱에서의 모든 대화가 그렇게 진행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찻잔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카르멘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무게를 달아서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 순간, 카르멘의 손이 떨렸다. 찻잔이 그릇에 부딪혔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살롱의 모든 여인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

벨레나가 재빨리 다가왔다.

"백작부인,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카르멘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이 간 도자기처럼 들렸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살롱의 조명이 갑자기 너무 밝아 보였다. 모든 여인들의 눈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 아까까지의 두려움이 경멸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들은 느꼈다. 카르멘 안에 무언가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카르멘은 벨레나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에서 자신이 읽던 감정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벨레나는 더 이상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 눈에는 연민이 있었다. 그것이 더 끔찍했다.

카르멘은 차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피곤하군요. 실례하겠습니다."

오후 4시, 카르멘은 살롱을 떠났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며 그녀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었다. 화장은 완벽했다. 드레스는 우아했다. 걸음걸이는 고귀했다. 하지만 눈은 비어 있었다. 마치 초상화의 눈처럼.

3층 동쪽 끝. 소피아의 방.

카르멘은 문을 열지 않고 밖에서 서 있었다. 소피아는 이제 정식 아내였다. 법적으로는. 하지만 실제로는 카르멘이 그려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호흡도, 말도, 생각도 모두 카르멘의 허가 아래서만.

카르멘이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것은 기계음처럼 들렸다.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카르멘이 문을 열었다. 소피아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정식 아내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족쇄였다.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카르멘이 물었다.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공명음이 없었다.

"거짓입니다."

카르멘이 다가갔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거짓이든 진실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피아가 카르멘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제 저항이 없었다. 단지 깊은 절망만 있었다.

"나는 누구입니까, 소피아?"

카르멘이 물었다.

"...당신은 제 주인입니다."

"그렇습니다."

카르멘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끝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두통이 밀려왔다. 편두통이었다. 관자놀이 뒤에서 맥박처럼 고동치는 통증. 전생의 기억들이 한 번에 떠올랐다. 독살로 죽은 여인의 얼굴, 모함으로 유배된 남작의 절망한 목소리, 그리고 끝없는 것들.

*"당신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 목소리는 누구인가. 죽은 자들인가. 아니면 자신인가.

카르멘이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땀이 흐르고 있었다. 추운 밤인데 땀이.

"괜찮습니다."

카르멘이 방을 나갔다.

밤 10시, 카르멘의 침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악몽이 밀려왔다. 눈을 뜨면 천장의 어둠이 자신을 짓눌렀다. 3년 동안 그래왔다. 하지만 최근 3일간은 더 심했다. 시간 감각이 흐릿했다. 밤이 몇 시간인지, 며칠이 몇 주인지 구분이 안 됐다. 마치 어둠 속을 헤매는 것처럼.

새벽 1시, 서재.

카르멘은 다시 악녀의 일기장을 펼쳤다. 이번에는 마지막 페이지였다.

"나는 죽어간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내가 파멸시킨 모든 사람들의 절망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그들의 눈동자가 나를 따라다닌다. 나는 왕좌에 앉아 있지만, 나는 감옥에 갇혀 있다. 절대 권력의 감옥에. 그리고 가장 끔찍한 것은,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나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 이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죽음까지."

마지막 줄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전생의 악녀가 죽기 정확히 사흘 전.

카르멘은 그 날짜를 바라봤다. 손가락이 그 위를 따라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것은 깨달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마치 중력처럼, 마치 죽음처럼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검은 하늘이 조금씩 회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치 카르멘의 영혼처럼.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서재로 향했다. 책장에서 악녀의 일기장을 꺼냈다. 손가락이 표지에 닿았다. 불을 지르려고 했다. 양초를 들었다. 하지만 불을 붙이지 못했다.

대신 펼쳤다.

"나는 외롭다."

그 세 글자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 아래 무언가를 쓰려고 펜을 들었다. 마르쿠스에게 편지를 쓰려고. 돌아와 달라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지만 펜을 멈췄다.

돌아올 수 없었다. 마르쿠스는 이미 떠났다. 그리고 자신의 정보망은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마르쿠스 없이 리샤르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없었다. 왕비의 지시를 미리 알 수 없었다. 에드몬드의 밤 방문도 예측하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마르쿠스를 떠나보낼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이제 명확히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의 불안한 손을 무시했다. 그의 감정을 도구처럼 다뤘다. 신뢰는 약함이라며 그를 절단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절단한 것이었다.

카르멘은 펜을 내려놓았다. 편지는 쓰여지지 않았다. 말이 없었다. 자신이 그를 도구로 본 순간, 그 죄책감 앞에서는 어떤 말도 불가능했다.

권력의 기반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창밖으로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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