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조종의 심화, 소피아의 각성

소피아가 울음을 멈췄다. 정확히는 울 힘이 남지 않았다. 눈물은 여전히 뺨을 타고 내려갔지만 얼굴 근육은 경직되어 있었다. 카르멘은 침대 끝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이 편지를 아세요?"

카르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너무 차분해서 더 무서웠다.

소피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편지가 무엇인지 알았다. 자신이 이틀 전 쓴 편지였다. 에드몬드에게 '카르멘을 없애면 더 많은 재산을 주겠다'는 내용의 편지. 지금은 그런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 그 편지는 여전히 존재했다.

"당신은 이제 정식 아내입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그리고 법에 따르면 아내는 남편에 대한 음모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살인 음모는요."

소피아의 몸이 경직되었다.

"하지만 나는 너그럽습니다. 이 편지를 불태우고,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카르멘은 편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침실 가득 메워졌다.

"당신은 내 말에 항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억하시죠?"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

아침이 되었다.

카르멘은 침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3층 거실은 금빛 조명이 가득했고, 커튼 사이로 궁정의 정원이 보였다. 마르쿠스가 차를 들고 나타났다.

"밤새 잠을 주무셨습니까?"

"충분히."

거짓이었다. 카르멘은 밤새 깬 채로 있었다. 전생의 기억이 자꾸만 밀려왔다. 독살로 죽인 사람의 푸른 입술이 시야에 겹쳐 보였다. 뒤틀린 표정, 죽음 직전의 경련. 카르멘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편두통이 심했다.

"오늘 귀부인님께서 궁정 살롱에 참석하실 예정입니까?"

"예. 벨레나 자작부인이 오후 초대했습니다."

"그렇군요. 소피아 부인도 함께 가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르멘은 웃음을 흘렸다. 작고 우아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나오는 순간, 뒤통수에서 뭔가 터질 듯한 통증이 흘러내렸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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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은 궁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 중 하나였다. 크림색 벽과 장미 무늬 카펫, 벨레나 자작부인의 수집품들로 장식된 방. 창밖으로는 분수가 보였고, 실내에는 샹들리에가 무수히 달려 있었다.

귀부인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벨레나, 그리고 다섯 명의 귀부인들. 모두 루미에르 궁정의 중요한 가문 출신이었다.

카르멘이 들어섰을 때, 모두 일어났다.

"백작부인님, 어서 오세요."

벨레나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3주 전만 해도 그녀는 카르멘을 비웃었었다. '저 미친 여자가 정부를 아내로 만들다니.'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벨레나의 눈에는 존경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소피아가 뒤에서 따라왔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어제 밤을 지나면서 더 창백해진 것 같았다.

"소피아 부인도 오셨군요."

벨레나가 인사했다. 하지만 그 인사는 지난주의 인사와 달랐다. 지난주에는 '백작의 정부'라는 뉘앙스가 있었다면, 이제는 '카르멘의 그림자'라는 뉘앙스였다.

카르멘은 소파에 앉았다.

"소피아, 당신은 저기 앉으세요."

카르멘은 손가락으로 소피아를 가리켰다. 살롱의 한구석, 카르멘에서 가장 먼 자리였다.

소피아는 그곳으로 갔다. 다른 귀부인들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갔다.

"그런데 말입니다, 백작부인님."

루이즈라는 이름의 귀부인이 입을 열었다.

"최근 리샤르 공작께서 궁정의 여론을 좌우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르멘은 웃음을 흘렸다.

"리샤르 공작은 늘 궁정의 여론을 좌우하려 하셨어요. 그게 그분의 방식이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더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대항하려는 듯이요."

벨레나가 덧붙였다. 그 말은 모두가 이해했다. 리샤르 공작이 카르멘에 대항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카르멘은 차를 마셨다. 먼저 입에 대고, 천천히 음미하듯. 손이 떨렸다. 잔을 내려놓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렇다면 그에 대항해야겠네요."

"어떻게 말입니까?"

루이즈가 물었다.

"소피아."

카르멘이 손을 들었다. 소피아가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그 순간 카르멘의 눈이 흔들렸다. 너무 빠른 반응이었다. 마치 목줄에 이끌리는 개처럼. 소피아는 이미 자신의 명령에 조건반사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소피아, 당신은 어제 리샤르 공작의 부인과 대화했다고 했죠?"

"네... 맞습니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분이 무엇을 말씀하셨나요?"

"그... 리샤르 공작께서 곧 궁정의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실 예정이라고..."

카르멘은 다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음이 끝나갈 때 관자놀이가 철렁했다. 손이 또다시 떨렸다.

"그렇다면 소피아, 당신은 리샤르 공작의 부인께 이렇게 말씀해주세요. '최근 백작부인님께서 리샤르 공작의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신다고 들었습니다'라고요."

소피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입술이 움직였다. 거부하려는 말이 목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있습니까?"

카르멘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흐르고 있었다.

소피아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녀는 말을 거부하려 했다. 진심으로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아니... 아닙니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리고 벨레나님, 당신도 도움을 주실 수 있겠죠?"

벨레나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백작부인님. 제가 살롱의 다른 분들께 소문을 내리겠습니다. '리샤르 공작께서 최근 백작부인님과 협력하신다'고요."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카르멘은 다시 차를 마셨다. 이 말은 모두에게 명확했다. 벨레나는 이제 완전히 카르멘 진영이었다.

---

며칠 뒤, 궁정의 카페에서 한 귀부인이 다른 귀부인에게 속삭였다.

"들었어? 리샤르 공작이 백작부인님과 손을 잡았대."

"정말? 그럼 리샤르 공작의 새로운 정책도 백작부인님이 지원하는 건가?"

"그래. 그래서 왕실에서도 긍정적으로 본대."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카르멘이 의도한 대로. 리샤르 공작이 카르멘과 손을 잡았다는 거짓 소문이 궁정 전역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리샤르 공작의 대항 계획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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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었을 때, 카르멘은 서재에서 소피아를 만났다.

소피아는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이제 충분하지 않습니까?"

소피아의 목소리는 부러진 현처럼 울렸다.

"내가 정식 아내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감옥 같습니까? 왜 계속 명령하십니까?"

카르멘은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빨간 가죽 표지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을 천천히 펼쳤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내가... 미쳤었습니다. 지금은..."

"지금은 뭐죠?"

카르멘이 물었다.

"지금은 당신의 말에 따릅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합니다. 제발... 제발 이제 그만해주세요."

소피아가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은 목에서 나오지 않았다. 몸 전체가 떨리며 흘러나왔다.

카르멘은 책을 덮었다.

"충분함이란 없습니다."

그 말은 검처럼 떨어졌다. 소피아의 몸이 움찔했다.

"당신이 깨달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소피아."

카르멘이 소피아에게 가까워졌다.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죠?"

"... 당신이 제 남편을 빼앗았으니까요."

"그뿐입니까?"

"당신이 저를 무시했으니까요. 당신이 저를 짓밟았으니까요."

소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그 떨림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분노? 절망? 아니면 그것도 아닌 것?

"그렇습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약했으니까요. 약한 자는 강한 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카르멘이 소피아의 얼굴을 들었다.

"하지만 당신이 이해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죽이려고 했던 그 편지. 그것이 당신을 법적으로 묶는 족쇠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나를 고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 자신이 살인 음모의 공범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법입니다. 그것이 이 궁정의 규칙입니다."

소피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철저하게 갇혔는지를. 카르멘이 자신을 어떻게 조종했는지를. 그 편지는 단순한 증거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었다.

"소피아, 당신을 정식 아내로 만들어준 것이 제 호의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맞습니다. 그건 호의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이제 법적으로 제 손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는 것입니다."

소피아는 더 이상 울 수 없었다. 그저 떨기만 했다. 손가락이 경련했다. 입술에서 음성 없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신은 정식 아내입니다. 하지만 나도 백작부인입니다. 그리고 백작부인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당신의 법적 의무입니다."

카르멘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소피아는 무너졌다. 그 단어가 정확하다. 무너진 것이다. 마치 축이 빠져나가는 인형처럼.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얼굴의 근육은 이완되었다. 무언가 본질적인 것이 그 몸에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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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을 때, 소피아는 에드몬드의 침실을 찾았다.

에드몬드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왜 나를 구해주지 않습니까?"

소피아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당신의 아내입니다. 정식 아내입니다."

에드몬드가 소피아를 보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를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팔은 중간에 멈췄다.

카르멘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이 저항한다면, 당신의 영지는 왕실에 몰수될 것입니다.'

에드몬드의 손이 내려갔다.

소피아가 보았다. 그 손이 내려가는 것을.

그 순간, 침실의 문이 열렸다.

카르멘이 나타났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촛불처럼 밝은 눈으로.

"소피아, 밤 늦게 남편을 방해하면 안 됩니다."

카르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당신의 방으로 돌아가세요."

소피아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돌아섰다.

침실 밖의 복도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소피아는 그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도착했을 때,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얼굴은 소피아의 얼굴이 아니었다. 카르멘이 만든 인형의 얼굴이었다. 소피아는 손을 들었다. 거울 속의 손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손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인지 알 수 없었다.

거울 속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자신의 미소가 아니었다.

소피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소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카르멘의 말, 카르멘의 명령, 카르멘의 욕망으로만 움직이는 그림자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더 이상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되찾을 수 없다면, 저항할 이유도 없었다.

소피아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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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궁정의 다른 곳에서 리샤르 공작은 정보 담당자와 만나고 있었다.

"벨레나 자작부인이 카르멘으로 완전히 전향했습니까?"

"예, 공작님.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늘 살롱에서 벨레나는 명백하게 카르멘을 지지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귀부인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리샤르 공작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렇다면 궁정 여론은?"

"급속도로 카르멘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벨레나가 움직이니까요. 그리고..."

정보 담당자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소피아 부인이 카르멘의 완벽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살롱에서도 카르멘의 명령을 거짓 소문으로 전했습니다. 마치 자신이 직접 생각한 것처럼요. 그 소문은 지금 궁정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리샤르 공작은 창밖을 바라봤다. 밤의 궁정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는 움직임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카르멘이... 자신의 손으로 궁정 전체를 움직이려고 합니까?"

리샤르 공작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 안에는 확신과 의심이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보입니다, 공작님."

리샤르 공작은 손을 깥다. 그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결연했다.

"대항 계획을 세우세요.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어떤 계획입니까, 공작님?"

"먼저 에드몬드 백작을 포섭하세요. 그는 카르멘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있지만, 아직 선택의 기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카르멘이 어떻게 소피아를 조종하는지, 그 증거를 모으세요. 법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편지, 증인,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정보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공작님."

"그리고 왕실에 보고하세요. 카르멘이 궁정의 여론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왕은 이를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리샤르 공작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결연함 속에는 무언가 흔들리는 것이 있었다. 카르멘의 손아귀가 생각보다 깊다는 깨달음. 자신의 대항이 충분할지 모른다는 의심.

---

자정 무렵, 카르멘은 침실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깨어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생의 악녀 기억이 밀려왔다. 그 기억들은 항상 밤이 되면 나타났다. 독살로 죽인 사람의 푸른 입술. 뒤틀린 표정, 죽음 직전의 비명. 모함으로 파멸시킨 가문의 가장이 목을 맸던 방. 고문실에서 들려오던 끊임없는 비명들...

카르멘의 눈이 떨렸다. 편두통이 심해졌다. 관자놀이에서 뭔가 터질 듯한 통증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다. 그건 전생의 기억이었다. 현생에서 자신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피아는? 소피아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은 누구였을까.

그 얼굴은 아름다웠다. 완벽하게 계산된 우아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눈은...

눈은 비어 있었다. 아니,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뭔가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카르멘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카르멘은 거울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창밖을 봤다. 궁정의 밤. 그 어딘가에서 소피아는 깨어 있을 것이고, 에드몬드는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고, 리샤르 공작은 대항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카르멘의 손 위에서 움직였다.

그렇다면 충분한가?

카르멘은 물었다. 자신에게.

충분함이란 없습니다.

자신이 대답했다.

그 순간, 뒤통수에서 뭔가 터질 듯한 통증이 폭발했다. 마치 누군가 철망치로 내려치는 것처럼. 카르멘은 침대에 쓰러졌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신음을 흘렸다.

전생의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독살의 맛. 고문실의 냄새. 비명의 음정.

아니다. 이건 기억이 아니었다. 이건 현실이었다.

카르멘의 눈이 떨렸다. 공포가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자신이 카르멘이 되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오직 편두통과 악몽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아침이 올 때까지, 카르멘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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