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실의 공식 문서에 금 도장이 찍혔을 때
왕실의 공식 문서에 금 도장이 찍혔을 때, 카르멘은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억울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법률 자문관이 양피지를 세 장 더 집었을 때, 카르멘은 이미 그 무게를 계산하고 있었다. 법적 무게가 아니라, 영혼의 무게.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카르멘이 에드몬드의 서재를 떠나며 중얼거렸다. 뒤에서 남편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계획의 일부였다. 남편의 한숨이 커질수록, 궁정의 귀부인들은 더욱 호기심으로 가득 찰 테니까.
현재는 오후 삼시. 공식 만찬은 저녁 여덟시였다. 다섯 시간 동안 왕비의 승인 문서가 궁정 전역에 퍼질 것이다. 소피아가 정식 아내로 승격된다는 소식이.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지도 함께.
카르멘은 거울 앞에서 옷을 다시 정렬했다. 흰색 비단 드레스, 목 위의 진주 목걸이, 왼쪽 귀의 다이아몬드 귀걸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완벽함이 바로 무기였다. 완벽한 백작부인이 상처 입은 여자를 돌보는 모습은, 궁정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거짓말이 된다.
발걸음을 옮기며 카르멘은 3층 동쪽 끝의 소피아 방으로 향했다. 마르쿠스의 지시대로 소피아를 먼 곳에 배치한 것이 옳은 결정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누구도 그 방으로 가는 길을 잘 알지 못할 테니까. 고립은 최고의 통제 수단이었다.
카르멘이 문을 두드렸을 때, 소피아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허공에 떠 있었다. 마치 우물 속에 갇힌 새처럼.
"소피아."
카르멘이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소피아의 등이 쭉 펴졌다. 반사 작용처럼.
"오셨습니까, 백작부인?"
소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전히 자신이 정식 아내가 된 것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그 의심과 기대의 섞임이 카르멘의 입 꼬리를 올렸다.
"오늘 저녁, 공식 만찬에서 당신은 새로운 신분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카르멘이 창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오후의 햇빛이 궁정의 정원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화려한 풍경이었다. 감옥의 철장도 햇빛 아래선 아름답게 보인다.
"네, 백작부인."
"당신은 정식 아내입니다.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하지만 이것을 잊지 마세요."
카르멘이 돌아서며 소피아의 눈을 직시했다. "당신은 내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그 지위를 누립니다. 한 걸음도 그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소피아의 입술이 움직였다. 뭔가를 말하려다가, 결국 침묵을 택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저녁 만찬에서 당신은 내 오른쪽에 앉을 것입니다. 에드몬드는 내 왼쪽. 그 순서는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축하를 건넬 때, 당신은 그들을 보지 말고 나를 봅니다. 이해하셨습니까?"
"네, 백작부인."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그것도 계획대로였다. 목소리가 작아질수록, 카르멘의 권력은 더 크게 들렸다.
카르멘이 나가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소피아, 당신을 정식 아내로 만들어 준 것이 누구인지 절대 잊지 마세요."
문이 닫혔을 때, 소피아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창문 밖의 정원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것은 이제 소피아의 것이 아니었다.
---
## 저녁 여덟시, 궁정의 대응실
크리스탈 샹들리에에서 떨어지는 빛이 대리석 바닥에 수천 개의 별을 만들었다. 길게 펼쳐진 식탁 양옆에는 궁정의 주요 귀족 가문들이 앉아 있었다. 앞쪽 상석에는 국왕과 왕비. 그 아래로 카르멘, 에드몬드, 그리고 소피아.
벨레나 자작부인이 카르멘을 바라봤다. 어제와는 다른 눈이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눈. 카르멘은 그 시선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공식 선언의 시간이었다.
국왕이 손을 들었다. 홀이 울렸다. 모든 대화가 멈췄다.
"루미에르 궁정의 귀부인들과 귀족 여러분, 오늘은 매우 특별한 저녁입니다. 에드몬드 백작 가문에서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왕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왕비의 지시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왕비는 카르멘을 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서 호기심을 읽을 수 있었다. 호기심은 카르멘의 가장 좋은 무기였다. 호기심 있는 권력자는 금방 통제된다.
"소피아는 이제 에드몬드 백작의 정식 아내로서의 모든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탁자 위에서 숟가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낮은 비명을 질렀다. 귀부인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번져나갔다.
카르멘은 소피아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얼음처럼 찬 손이었다. 떨리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보고 있었다. 정식 아내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카르멘이 일어섰다. 모든 눈이 그녀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카르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꿀처럼 달콤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강철이 있었다.
"소피아는 내 모든 지시에 절대 항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모든 행동, 모든 말, 모든 외출은 나의 승인 아래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녀는 백작 가문의 아내가 아니라, 나의 지휘 아래 있는 백작 가문의 직원입니다."
침묵이 깔렸다. 진짜 침묵이었다. 숟가락 소리도, 물 마시는 소리도 없었다. 오직 카르멘의 목소리만 울렸다.
벨레나 자작부인의 입이 벌어졌다. 리샤르 공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왕비의 표정이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 미동하지 않음 자체가 모든 것을 말했다.
카르멘은 소피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명령했다.
"소피아, 저 귀부인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현명한 백작부인인지 말해보세요."
소피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모든 눈이 그녀에게 쏠렸다. 식탁 위에서 포크가 떨어지는 소리가 또 났다.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백작부인은... 백작부인은 가장 현명하신 분입니다. 나를 정식 아내로 만들어 주신 것도, 나의 지위를 정해주신 것도... 모두 당신의 지혜로 인한 것입니다. 나는... 나는 당신의 결정에 감사합니다."
소피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마지막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워졌다.
그 순간, 카르멘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그렇습니다. 완벽합니다."
카르멘이 다시 앉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 신호와 함께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화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낮은 목소리의 대화였다. 계속해서 카르멘을 향했다.
벨레나 자작부인이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카르멘에게 접근했다. 왕비의 눈이 그것을 따라갔다.
"백작부인, 제가 감히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벨레나의 목소리는 꿀을 짜낸 듯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 아래에는 계산이 있었다.
"당신의 편이 되고 싶습니다."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권력은 이제 움직였고, 그 움직임의 중심에는 카르멘이 있었다.
카르멘은 벨레나를 바라봤다. 그 표정에는 만족이 가득했다.
"감사합니다, 자작부인. 당신의 충성은 기억될 것입니다."
벨레나가 물러났다. 다른 귀부인들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리샤르 공작의 진영에 있던 귀부인들이 이제 카르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리샤르 공작은 식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카르멘을 따라갔다. 그것은 포식자가 먹이를 보는 눈이었다. 또는 포식자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또 다른 포식자를 보는 눈.
---
만찬이 끝났을 때, 카르멘은 완벽한 피로를 연기했다. 우아한 백작부인은 많은 손님들과의 대화로 지쳐야 했다. 그것이 신뢰를 만든다. 권력 있는 자가 피로를 보이면, 다른 이들은 그것을 인정으로 해석한다.
카르멘이 복도로 나갔을 때, 마르쿠스가 뒤를 따라왔다. 개인 비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척하며.
하지만 복도의 모서리,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마르쿠스가 카르멘의 팔을 잡아당겼다.
"백작부인."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이게 정말 옳은 일입니까? 소피아가 당신을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식탁에서 본 그 표정... 그건 축복이 아닙니다. 그건 공포입니다."
카르멘이 천천히 돌아서며 마르쿠스를 직시했다. 그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예리했다. 아까 공식 만찬에서 보여주던 우아함은 사라졌다.
"두려움이 최고의 충성입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마르쿠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고, 이번엔 말이 나왔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도 두렵게 만들려는 건가요? 제가 당신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싶어 했는데?"
그의 목소리에는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질문이 있었다. 카르멘의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
카르멘은 마르쿠스의 손을 풀어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복도의 끝에서 창밖의 밤하늘이 보였다. 별들이 떠 있었다. 그것들도 어둠 속에서 빛나기 위해 스스로를 태우고 있었다.
뒤에서 마르쿠스의 한숨이 들렸다. 그것은 포기의 한숨이었다.
---
## 자신의 서재로
복도를 빠져나온 카르멘은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발걸음은 우아했지만,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신경증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문을 닫는 순간, 완벽한 가면이 떨어져 내렸다.
카르멘은 벽에 기대어 앉았다. 한숨이 나왔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3년간 빙의 생활을 하면서, 전생의 악녀 기억으로 궁정을 조종해온 이 3년간, 자신이 '피로'를 느낀 적은 없었다. 쾌감만 있었다. 계획이 성공했을 때의 쾌감,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할 때의 쾌감.
하지만 지금은 다른 뭔가가 있었다.
마르쿠스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제가 당신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싶어 했는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그게 바로 계획이었다.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승격시키되, 카르멘 자신의 손 위에 완전히 속박시키는 것.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카르멘은 손가락을 펴 봤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것을 공중에서 그려보며 생각했다.
마르쿠스는 여전히 자신을 '도구'로 보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도 자신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또는 믿고 싶어 한다는 뜻.
그것도 계획 안에 있었다. 마르쿠스는 이 모든 것이 끝날 때 자신을 떠날 것이다. 그것은 확정된 미래였다.
서재의 책장 옆, 거울 앞에 서 있던 카르멘은 자신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완벽했다. 화장도, 머리도, 드레스도. 궁정의 어떤 귀부인도 이 정도의 우아함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뭔가 있었다. 텅 빈 것. 또는 너무 많은 것이 들어찬 나머지 겹겹이 겹쳐져 있는 것.
카르멘은 손가락을 거울에 대고 있다가 천천히 내렸다. 그 손가락이 떨렸다. 전생의 악녀로서 자신이 경험해본 적 없는 떨림.
---
## 왕비의 소환
다음날 아침, 왕비 이사벨의 소환이 들어왔다. 궁정의 규칙에 따르면, 왕비의 소환은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카르멘은 서둘지 않았다. 오전 10시의 소환에, 11시 45분이 되어서야 왕비의 방에 도착했다. 지각이 아니라 '늦은 도착'. 미묘하지만 명확한 차이.
왕비 이사벨은 창가에 서 있었다. 아래로 펼쳐진 궁정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등은 곧았고, 목은 길었다. 마치 자신이 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것을 몸으로 증명하는 듯.
"백작부인. 어제는 충분히 즐거우셨을 모양입니다."
왕비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제 만찬이 왕비 폐하께 기쁨을 드렸다니 영광입니다."
카르멘이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정확한 각도. 정확한 깊이. 전생의 악녀 기억이 알려주는 대로.
"기쁨이라고 하셨는가?"
이사벨이 이제야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예리했다. 검열하는 눈.
"당신의 만찬은 기쁨이 아니라 경고였습니다. 귀부인들이 한 명씩 당신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셨을 테니까요."
"왕비 폐하, 제 의도는 단지—"
"당신의 의도는 이미 명확합니다."
이사벨이 카르멘의 말을 끊었다.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승격시킨 것도, 그렇게 하면서도 자신은 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모두 계산된 움직임입니다. 당신은 권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궁정의 권력을."
카르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왕비 앞에서는 오직 진실만이 유리했다.
"왕비 폐하, 저는 단지 제 남편의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리샤르 공작과 충돌할 것입니다."
왕비가 다시 정원을 바라봤다.
"그 남자는 이 궁정에서 30년을 통치해왔습니다. 당신이 그와 싸우려 든다면, 나는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왕실의 중립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왕비 폐하."
"감사할 게 아닙니다."
이사벨이 돌아섰다. 그 눈빛은 여전히 예리했다.
"내 경고를 듣지 마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리샤르 공작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대입니다."
카르멘이 왕비 앞에서 물러났다. 문을 나서는 순간, 이사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백작부인. 당신은 왜 그렇게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카르멘은 멈췄다. 그것은 경고가 아니라 질문이었다. 마치 카르멘이 스스로 답을 찾아내기를 기다리는 질문.
"당신의 완벽함은 결국 당신을 고독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것이 권력의 진정한 대가입니다."
카르멘은 돌아서지 않고 나갔다. 하지만 그 말은 깊숙이 박혔다. 마치 거울이 깨지는 소리처럼. 그 말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정확히 명명했다. 완벽함과 고독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복도에 나온 카르멘은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기억을 사용할 때의 대가가 아니었다. 전생의 악녀 기억을 끌어다 쓸 때는 편두통이 오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것은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이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
---
## 마르쿠스의 보고
복도에서 마르쿠스를 만났다. 그는 벽에 기대어 있었고, 카르멘을 보자마자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백작부인, 리샤르 공작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말해보십시오."
"그가 벨레나 자작부인을 접촉했습니다. 어제 만찬 이후로. 당신의 편으로 넘어간 벨레나를 다시 끌어들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마르쿠스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리고 소피아가 찾고 있습니다. 당신을."
카르멘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디서?"
"3층 동쪽 끝. 당신이 배치하신 그 방에서. 하루 종일 나가지 않았습니다.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카르멘은 계단 방향으로 향했다. 마르쿠스가 뒤를 따랐다.
3층은 조용했다. 창밖으로 정오의 햇빛이 쏟아져 내렸고, 복도의 카펫 위에 창살 무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감옥의 격자처럼.
소피아의 방 문 앞에서 카르멘은 멈췄다. 노크를 하지 않고 그냥 문을 열었다.
소피아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통해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르멘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소피아."
카르멘이 말했다.
소피아가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울었다는 뜻. 하지만 지금 그 눈에는 눈물이 아니라 다른 것이 있었다.
"카르멘... 내 이름으로 날 부르셨나요?"
그 목소리는 어제와 달랐다. 어제의 두려움이 아니라 뭔가 다른 감정. 카르멘은 그것을 인식하는 데 0.3초가 걸렸다.
절망. 하지만 그 절망 속에는 분노가 있었다.
소피아가 천천히 일어났다.
"나는 정식 아내가 되었습니다.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감옥에 있습니다. 아니, 감옥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감옥에는 최소한 탈출의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소피아가 한 발 나아갔다.
"어제 모든 귀부인 앞에서 당신을 찬양했습니다. 내 자존심을 버리고, 내 자유를 버리고. 그리고 오늘 아침, 에드몬드는 나를 보지도 않습니다. 당신의 손 위에 있는 나는, 그에게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카르멘이 소피아를 바라봤다. 전생의 악녀 기억이 소피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간단했다. 이 여자는 야심가였다. 권력을 원했다. 그래서 에드몬드의 정부가 되었고, 정식 아내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카르멘은 그 야심을 이루어주었다. 법적으로.
하지만 야심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야심이 아니라 감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소피아는 그것을 깨달았다.
"당신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셨습니다."
소피아가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원하던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날 정식 아내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날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무엇인가요? 아내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그냥... 당신의 도구입니다."
소피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절망에서 피어오른 분노.
"나는 당신을 증오합니다, 카르멘. 당신이 나를 죽인 것보다 더 끔찍한 방식으로."
카르멘의 얼굴에 표정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뭔가 요동쳤다. 마치 거울이 깨지는 소리처럼. 그 말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정확히 명명했다.
소피아의 울음소리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카르멘의 계획에 실제로 균열을 만드는 사건이었다. 정식 아내라는 신분 아래에서, 소피아는 더 이상 복종하는 피해자가 아니라 저항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카르멘은 그 변화를 명확히 인식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설계에 얼마나 큰 균열을 만들었는지도.
하지만 무엇이 자신을 더 흔들었는지는 명확했다. 소피아의 증오가 아니라, 그 증오가 정당해 보인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반박할 수 없다는 사실.
카르멘은 손가락을 살펴봤다. 왕비의 방에서 돌아온 이후로 계속 떨리고 있었다. 신체 증상. 심리적 동요의 물리적 증거. 전생의 악녀로서 자신이 경험해본 적 없는 것.
"감정은 사치입니다, 소피아."
카르멘이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전처럼 단호하지 않았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흔들림이 있었다.
"당신은 이미 정식 아내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감정을 버리세요."
"감정을 버릴 수 없습니다!"
소피아가 외쳤다.
"저는 인간입니다! 당신의 게임판 위의 말이 아닙니다!"
카르멘이 문으로 향했다. 더 이상 들을 것이 없었다. 아니, 들을 수 없었다. 소피아의 목소리가 자신의 내부 어딘가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곳은 3년간 얼어붙어 있던 곳이었다.
"당신은 이미 말입니다, 소피아. 그것이 계약입니다."
뒤에서 소피아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절망적인 울음. 그것은 새장에 갇힌 새가 내는 울음이었다. 처음엔 도망치려는 울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약해져, 결국엔 체념의 울음이 될 것이다.
카르멘은 그 울음소리를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울음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고, 카르멘의 등을 따라다니며 계속 울렸다.
복도의 모서리에서 카르멘은 잠시 멈췄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왕비의 경고가 되풀이되었다. *'당신의 완벽함은 결국 당신을 고독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 고독함이 지금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마르쿠스의 신뢰. 소피아의 인간성. 자신의 모든 선택지가 자신의 손 위에서 깨져 내리고 있었다.
다시 복도에서 마르쿠스를 만났다. 그는 카르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뭔가를 찾으려는 듯. 그리고 그것을 찾은 것 같았다. 처음으로 카르멘의 완벽한 가면에 균열이 보였기 때문이다.
"백작부인, 소피아는?"
"계약을 준수하도록 하세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마르쿠스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더 깊은 것이 있었다. 당신은 정말 그렇게 할 거냐는 질문. 그리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
"당신이 알 필요 없습니다."
카르멘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마르쿠스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3층 복도에 서 있었고, 소피아의 방에서 계속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그 울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
## 벨레나와의 대면
저녁이 되었을 때, 궁정의 살롱에서 벨레나 자작부인을 만났다. 그녀는 카르멘을 보자마자 다가왔다. 하지만 그 다가옴에는 어제와 다른 뉘앙스가 있었다. 조심스러움. 망설임.
"백작부인, 리샤르 공작이 저에게 접촉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는 당신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직접적인 방식은 아니겠지만, 궁정의 여론을 이용해서. 그리고..."
벨레나가 말을 멈췄다. 카르멘은 침묵으로 그녀를 재촉했다.
"그리고 당신을 지지하는 것이 저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한..."
벨레나가 다시 말을 멈췄다. 이번엔 더 길게.
"하지만 그는 또한 당신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자신감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카르멘이 벨레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차가웠지만, 이전의 절대적인 냉정함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곳에는 계산이 있었다. 위험을 계산하는 눈.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벨레나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권력의 향기는 여전히 카르멘 쪽에서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향기 아래에는 뭔가 불안정한 것이 있었다. 벨레나는 그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동요. 흔들림. 인간적 약점.
"저는 당신 편입니다, 백작부인."
벨레나의 대답은 신중했다. 충성이 아니라 도박이었다. 하지만 도박의 본질은 불확실성이고, 벨레나는 지금 불확실한 것에 거는 것을 택했다.
"좋습니다."
카르멘이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미소.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뭔가 비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또는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중처럼.
"당신의 선택을 기억하겠습니다."
벨레나가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카르멘을 계속 따라갔다. 마치 무언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목격한 사람처럼.
---
## 밤의 서재
밤이 되었을 때, 카르멘은 자신의 서재에서 혼자였다. 책장 앞의 거울을 다시 바라봤다. 여전히 완벽했다. 화장도, 옷도, 자세도.
하지만 눈동자 깊숙한 곳의 텅 빈 것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그 공허함 속에는 구체적인 형태가 생기고 있었다. 마르쿠스의 신뢰. 소피아의 인간성. 자신의 선택지. 왕비의 경고. 모든 것이 자신의 손 위에서 깨져 내리고 있었다.
카르멘은 손가락으로 거울의 표면을 터치했다. 유리는 차갑고 단단했다. 마치 얼음처럼. 마치 자신의 심장처럼.
손가락이 떨렸다. 그 떨림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그때 서재의 문이 노크 없이 열렸다.
"백작부인."
마르쿠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충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결단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얘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카르멘이 돌아섰다.
마르쿠스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밀봉된 편지. 그리고 그 편지의 인장은 루미에르 궁정의 공식 인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리샤르 공작의 인장이었다.
카르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손이 떨렸다. 그리고 그 떨림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마르쿠스, 그것은—"
"당신의 게임이 끝났습니다, 백작부인."
마르쿠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리샤르 공작은 당신의 모든 움직임을 알고 있습니다. 소피아의 승격도, 벨레나의 영입도, 왕비와의 면담도. 그리고 그는..."
마르쿠스가 편지를 들어올렸다.
"그는 당신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열고 그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마르쿠스가 말을 멈췄다. 하지만 그 '아니면'은 충분히 명확했다.
카르멘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완벽함은 여전했지만, 그 아래의 공허함은 이제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르쿠스, 당신은 누구의 편입니까?"
"저는 당신의 편이었습니다, 백작부인."
마르쿠스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저를 도구로 보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소피아를 다루는 방식을 봤을 때, 저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버려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르쿠스가 편지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리샤르 공작은 최소한 제게 선택지를 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신뢰를 받는 대신, 당신은 저에게 두려움만 요구했습니다."
카르멘은 말할 수 없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당신의 완벽함은 결국 모두를 밀어내게 될 것입니다, 백작부인. 왕비가 경고했지 않습니까?"
마르쿠스는 편지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저는 이것을 당신에게 전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당신의 결정입니다."
마르쿠스가 문 쪽으로 향했다.
"마르쿠스, 잠깐—"
하지만 마르쿠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카르멘은 깨달았다.
자신의 완벽한 계획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는 것을.
손가락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거울 위에도 비쳤다. 완벽한 백작부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카르멘은 책상 위의 편지를 바라봤다. 밀봉된 편지. 그 안에는 자신의 미래가 들어 있을 것이다. 또는 자신의 종말이.
손을 뻗어 편지를 집으려 했지만,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