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빛이 서재의 창을 통해 흘러들었다. 카르멘은 에드몬드의 얼굴을 바라봤다. 백작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맺혀 있었다.
"협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카르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에드몬드는 그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것을 알았다. 세 년을 한 지붕 아래 있으면서, 남편은 아내의 말투를 읽는 법을 배웠다. 부드러울수록 위험했다.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등록하겠습니다."
침묵. 에드몬드의 입술이 움직였다가 멈췄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카르멘은 창밖을 바라봤다. 궁정의 정원이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분수대의 물이 햇빛에 반짝였다.
"그녀는 내 말에 항거하지 않을 것. 절대로."
"카르멘, 이건 미친 소리다—"
"미치지 않았습니다. 매우 합리적입니다."
카르멘은 에드몬드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정원의 분수대만큼 차갑고 투명했다.
"소피아의 정부 신분으로 당신과 나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면, 결국 누군가는 죽습니다. 보통은 정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수 없지요. 그렇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다."
에드몬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정식 아내가 되면, 법적으로 내 동등자입니다. 하지만 법이 모든 것을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가정 내 질서는 다릅니다."
카르멘은 서재의 서책장 앞으로 걸어갔다. 손가락으로 가죽 표지를 훑었다.
"당신이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카르멘—"
"소피아가 당신에게 보낸 편지들. 당신의 귀족 문장이 찍힌 편지지에 그녀가 쓴 조건들. '만약 당신이 아내로 삼지 않으면 궁정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들이 말입니다."
에드몬드의 손이 떨렸다.
"그런 편지는 없다—"
"당신의 방 서랍 아래 숨겨진 상자에 있습니다. 마르쿠스가 찾았거든요."
거짓이 아니었다. 마르쿠스는 이미 그곳을 뒤졌고, 편지는 정확히 그 자리에 있었다. 전생의 악녀 카르멘이 남겨놓은 정보 네트워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에드몬드의 얼굴은 회색이 되었다.
"당신이 거부하면, 그 편지들이 왕비 폐하의 손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소피아는 단순한 정부가 아닌 협박자가 됩니다. 당신의 아내는 아니지만, 당신의 파멸자가 되겠지요."
카르멘은 에드몬드의 앞에 섰다.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삼고, 내 조건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그녀가 당신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든지."
에드몬드는 침묵했다. 카르멘의 말이 정확했다. 그는 선택지가 없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입술이 움직였다가 멈췄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에 서명하시겠습니까?"
에드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었다. 카르멘이 펜을 건넸다. 에드몬드의 손은 종이 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펜촉이 닿지 않았다. 그의 눈은 계약서의 글자들을 따라갔다. 각 조항이 그의 목숨을 조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서명했다. 펜은 종이를 긁으며 자국을 남겼다. 에드몬드 백작의 이름이 적혔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감사합니다."
카르멘은 계약서를 거두었다.
"법무 고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
침실은 어두웠다. 카르멘은 침대 가에 앉았고, 마르쿠스는 문가에 서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계약서 한 장이 있었다.
"정말 이렇게 하실 건가요?"
마르쿠스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비서로서 이십 년을 일한 남자가, 처음으로 의문을 품었다.
카르멘은 계약서의 한 조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제이 조항: 제2의 아내는 제1의 아내의 모든 지시에 따를 것이며, 이에 항거할 경우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
"백작부인—"
"신뢰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마르쿠스."
카르멘은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충성? 아니면 다른 것? 전생의 악녀 기억이 속삭였다. 이 남자는 결국 배반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당신도 신뢰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왜 저를 곁에 두십니까?"
마르쿠스의 질문은 예리했다.
"유용하니까요."
카르멘은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보였다. 천사들이 황금 구름 위에서 웃고 있었다.
"내일 오후, 소피아에게 계약서를 보여주십시오."
마르쿠스가 나가려 했다.
"마르쿠스."
"네, 백작부인."
"당신은 나를 배반할 거예요."
마르쿠스는 멈췄다. 등을 구부렸다.
"당신이 아니라, 나를 먼저 배반하고 싶어 하니까요. 결국 그렇게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하는 거고요."
"백작부인, 저는—"
"괜찮습니다. 모두 그래요.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침실의 어둠 속에서 카르멘의 목소리는 정확히 들렸다. 마르쿠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부인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었다. 카르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
소피아는 카르멘의 다과실에 불려갔다. 창문을 통해 궁정의 중정이 보였다. 귀부인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그들의 옷자락이 대리석 위에서 흔들렸다.
카르멘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백자 찻잔이 섬세하게 울렸다.
"앉으세요, 소피아."
소피아는 주저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앉았다.
"축하합니다."
카르멘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미소였다.
"당신의 꿈이 이루어졌거든요."
소피아의 손이 식탁 위에서 떨렸다.
"정식 아내로서의 모든 법적 권리를 얻게 됩니다. 재산, 지위, 상속권. 모두요."
"백작부인, 저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카르멘은 계약서를 꺼냈다. 종이는 새것이고, 잉크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이것을 읽어보세요."
소피아의 눈이 계약서를 따라갔다. 첫 번째 조항. 두 번째 조항. 그리고 세 번째.
'제3 조항: 제2의 아내는 제1의 아내의 가정 내 모든 결정에 따를 것이며, 이는 의식주, 사교, 재산 운영을 포함한다.'
"당신은 이제 공식적으로 에드몬드의 아내입니다."
카르멘의 목소리는 꿀같이 부드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종입니다."
소피아의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졌다.
"이건—이건 불공정합니다. 당신은—"
"법적으로 완벽하게 공정합니다. 법무 고문이 확인했거든요."
카르멘은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당신이 이 계약서에 서명하면, 당신은 에드몬드의 아내가 됩니다. 당신의 아이들은 정통 자녀로 인정받고, 당신의 재산은 법적 보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만약 거부하면?"
소피아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그러면 에드몬드는 당신을 버릴 것입니다. 당신의 편지들이 왕비 폐하께 전달되기 전에요. 당신은 단순한 정부가 아니라 협박자가 되겠지요."
소피아의 손이 계약서를 집으려 했다가 멈췄다. 그녀는 글자를 다시 읽었다. 같은 글자들이 반복되었다. 같은 조건들이 반복되었다. 그녀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펜을 집으려 했지만, 손이 거부했다. 카르멘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당신이 서명하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날 거예요, 소피아."
카르멘은 펜을 건넸다.
"대신 내 말에 항거하지 않는다면요."
소피아는 펜을 집었다. 손이 떨렸다. 펜촉이 종이에 닿으려 했다가 다시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법적 지위, 정통성, 안정. 모든 것이 이 서명 너머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뒤에는 카르멘이 있었다.
마침내 펜촉이 종이에 닿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썼다. 소피아. 글자가 잉크로 물들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그녀는 이제 에드몬드의 아내였다. 그리고 동시에, 카르멘의 종이 되었다.
카르멘은 계약서를 거두었다.
"환영합니다. 이제 당신은 가족입니다."
---
궁정의 살롱은 오후 햇빛으로 가득했다. 벨레나 자작부인이 소파 위에 누워 있었고, 주변에는 다섯 명의 귀부인들이 모여 있었다.
"정말인가요? 카르멘이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만든다니?"
"백작 가문의 변호사가 법무부에 서류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어요."
벨레나가 일어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그런데 이건 이상합니다. 카르멘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리가요."
"당신은 무슨 뜻입니까?"
"정부를 아내로 만드는 것 자체가 스캔들입니다. 하지만 카르멘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닐 겁니다."
벨레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궁정의 정원이 보였다.
"아마도 소피아를 조종하려는 것일 테죠. 법적 지위를 주되, 실질적으로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카르멘이 이미 충분히 강력한데?"
벨레나는 미소 지었다.
"강력함과 절대 권력은 다릅니다. 카르멘은 더 높이 올라가려는 것 같습니다."
궁정 내 다른 구역에서, 리샤르 공작의 서재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벨레나가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짧았다.
'백작부인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릅니다. 관찰이 필요합니다.'
리샤르는 편지를 불에 태웠다. 그의 눈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서재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카르멘. 그 여자가 또 움직였다. 이번에는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리샤르는 결정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카르멘을 제거해야 한다. 그 전에.
---
카르멘은 왕궁의 복도를 걸었다. 벽에는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과거의 왕들과 왕비들. 모두 죽었다. 모두 사라졌다.
마르쿠스가 뒤를 따랐다.
"왕비 폐하께서 당신을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나요?"
"십오 분."
"좋습니다. 이제 더 기다리실 겁니다."
카르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회랑의 창을 통해 궁정 중정이 보였다. 저녁이 오고 있었다. 하늘이 주황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
이사벨 왕비의 방은 화려했다. 벽은 금색 비단으로 덮여 있었고, 천장에는 수백 개의 초를 밝힌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왕비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차갑고, 눈은 반짝였다.
"백작부인, 당신을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영광입니다, 폐하."
카르멘은 절을 했다. 절의 각도는 완벽했다.
"당신의 최근 결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떤 결정을 말씀하시는지요, 폐하?"
"당신의 남편의 정부를 정식 아내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왕비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카르멘은 조용히 앉았다. 그녀의 자세는 우아했다.
"가문의 안정을 위한 결정입니다, 폐하."
"가문의 안정이요?"
"네. 정부의 존재가 가문 내 분열을 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정식 아내로 승격시키면, 법적 지위가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지위가 명확하면, 질서도 명확해집니다."
왕비의 눈이 좁혀졌다.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백작부인?"
카르멘은 왕비를 바라봤다. 왕비의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카르멘은 그것을 읽었다.
"가문의 번영입니다, 폐하."
"그것만인가요?"
왕비는 다시 물었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심이 담겨 있었다.
"그것만입니다."
카르멘의 대답은 너무 빨랐다. 너무 명확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왕비는 일어났다.
"당신은 매우 똑똑한 여성입니다, 백작부인. 그래서 더욱 위험합니다."
"폐하?"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가정사라고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당신이 정부를 아내로 만드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가정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법의 문제이고, 궁정의 문제이고, 왕실의 문제가 됩니다."
카르멘은 침묵했다.
"당신의 다음 움직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왕비는 창밖을 바라봤다. 궁정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소피아가 정식 아내가 되면, 그 다음은 무엇입니까?"
왕비는 카르멘을 돌아봤다.
"자식입니까? 소피아의 아이를 에드몬드의 정통 자녀로 만들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까?"
왕비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당신이 소피아를 조종한다면, 결국 에드몬드도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드몬드를 조종할 수 있다면, 궁정의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폐하."
카르멘의 목소리는 낮았다.
"저는 단지 제 가문을 지키려 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소피아에게 내린 조건은 무엇입니까?"
왕비의 질문은 정확했다.
"법적 조항입니다, 폐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법적 조항만으로 충분합니까?"
카르멘은 잠시 침묵했다. 왕비의 눈이 그녀를 관통했다. 그 순간, 카르멘의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전생의 기억이 밀려왔다. 이 왕비. 그녀는 권력 싸움에서 졌다. 그리고 졌을 때, 그녀는 독을 마셨다. 아니, 독을 마신 게 아니라 강제되었다. 왕실의 명령으로. 그 왕비는 침실에서 죽었다. 혼자였다. 그리고 아무도 그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다.
카르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백작부인?"
왕비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카르멘은 초상화들이 보이는 복도를 떠올렸다. 그 중 한 명의 왕비가 있었다. 그 왕비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 왕비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경계심으로 가득 찬 눈. 그 눈은 결국 닫혔다.
"네, 폐하. 충분합니다."
카르멘은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왕비는 카르멘을 오래 바라봤다. 두 여인의 눈이 마주쳤다. 한쪽은 왕실의 권위를 등에 지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무언가 훨씬 더 어둡고 깊은 것을 등에 지고 있었다.
"돌아가십시오, 백작부인. 그리고 조심하십시오."
"조심하겠습니다, 폐하."
카르멘은 절을 했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
왕궁의 복도에서, 카르멘은 멈춰 섰다. 벽 위의 초상화들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 중 한 명의 왕비가 특히 오래 보였다. 마리아 왕비. 그 왕비의 표정은 무섭고, 외로웠다.
전생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리아는 왕실의 권력 싸움에 말려들었다. 그녀는 왕의 첫 번째 아내였고, 왕은 그녀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았다. 새로운 왕비가 필요했다. 젊은 왕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왕비. 마리아는 저항했다. 하지만 저항은 무의미했다. 왕실은 그녀를 제거했다. 침실에서. 독잔을 마시도록 강요했다. 그리고 그 죽음은 병사로 기록되었다.
카르멘의 머리가 아팠다. 관자놀이에 박자를 맞춰 통증이 찾아왔다. 그것은 단순한 두통이 아니었다. 전생의 기억이 현재를 경고하는 신호였다.
마르쿠스가 그녀를 붙잡았다.
"백작부인, 괜찮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카르멘은 다시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은 이전보다 빨랐다. 마리아의 죽음이 자신의 죽음처럼 느껴졌다. 왕비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그 눈은 경고였다. 그리고 위협이었다.
"내일 아침, 소피아를 저택으로 이사시키세요. 그리고 그녀의 방을 3층 동쪽 끝에."
"3층 동쪽 끝이면... 백작부인의 침실에서 가장 먼 곳입니다."
"정확합니다."
카르멘은 궁궁의 밤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마르쿠스, 벨레나가 보낸 편지를 리샤르 공작이 받았습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나는 안다. 그리고 리샤르는 이제 움직일 것입니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 나도 움직여야 합니다."
카르멘의 얼굴은 창백했다. 관자놀이의 통증은 계속되었다.
"내게 알리지 마세요. 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밤의 궁정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아래에는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권력의 소용돌이가. 그리고 그 중심에는 카르멘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춤은 끝난다. 마리아처럼, 그녀도 언젠가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아니면 그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 왕비를 제거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지키거나.
카르멘은 초상화를 다시 바라봤다. 마리아의 죽은 눈이 자신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