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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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기둥 사이로 새어드는 월광이 복도를 은빛으로 물들였다. 카르멘은 벨벳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앞의 다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편 에드몬드와 소피아의 것이었다.

"이제 때입니다, 에드몬드."

소피아의 목소리는 꿀처럼 흘렀다. 그리고 위험했다.

"그 여자가 없어지면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당신의 영지도, 당신의 이름도, 모두 우리 것이 될 거예요."

카르멘의 눈이 차갑게 떨어졌다. 손이 떨렸다. 분노로.

아, 정말이지. 이 천박한 작은 것들.

전생의 악녀로서의 기억이 한순간에 뇌를 파고들었다. 독살, 모함, 협박으로 수십 명을 파멸시킨 손. 그 손이 지금 떨리고 있었다. 벽을 치고 싶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을 원했다.

소피아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카르멘은 움직이지 않았다. 커튼 뒤에서, 그대로 기다렸다.

"하지만 어떻게..."

에드몬드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나약했다. 늘 그랬다.

"카르멘은 그런 여자가 아닙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왕실의..."

"당신은 왜 항상 그녀를 두려워하나요?"

소피아가 웃음을 섞어 말했다. 그 웃음이 가장 역겨웠다.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의 웃음이었다.

"독살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그녀의 포도주에. 잠자기 전에. 아무도 모를 거예요."

카르멘의 입가가 굳어졌다.

침실로 돌아온 것은 자정이 한참 넘었을 때였다. 카르멘은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났다. 다시 누웠다. 또 일어났다. 천장을 노려봤다. 옆구리를 밟으며 뒹굴었다. 손가락으로 침대보의 레이스 무늬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백 개. 다시.

눈이 감기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가 젊은 시절, 남작의 딸을 제거했을 때. 포도주에 탄 독약이 그 여자의 입술을 검게 물들였고, 비명이 방 전체를 울렸다. 카르멘은 옆에 앉아 그것을 봤다. 그저 봤다. 여자의 손가락이 침대보를 할퀴며 경련했다. 그 손가락 자국이 남겨진 흰 천을 보며 카르멘은 입가를 올렸었다.

다시 뤼센 백작을 떠올렸다. 모함으로 영지를 빼앗고, 자살에 이르게 한 것. 그의 아내와 세 자녀도 함께 죽었다. 공개 처형 전야, 백작이 감옥에서 목을 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카르멘은 무도회장에서 춤을 췄다. 음악이 더 크게 울려 퍼졌고, 샹들리에의 빛이 더 환하게 반짝였고, 그녀의 발은 그 리듬을 놓지 않았다.

카르멘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갔다. 밤빛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정확히 누구의 얼굴이었을까. 현생의 카르멘인가. 아니면 전생의 악녀인가.

입가가 올라갔다.

"독살은 너무 뻔하잖아."

혼잣말이 입술을 타고 나왔다. 거울 속 자신이 악의적으로 웃고 있었다.

"차라리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만들어주면 어떨까?"

손가락이 거울을 그었다. 위에서 아래로. 목을 자르는 동작처럼.

"그러면 모두가 나를 바라볼 텐데. 그녀를 정식 아내로 만들어주는 자비로운 여자로. 그리고 동시에..."

거울 속 입술이 더 크게 벌어졌다.

"그녀는 내 손 안에서 영원히 움직이지 못할 거야."

아침 햇빛이 침실을 가득 채웠을 때, 카르멘은 이미 화장을 마쳤다. 연핑크의 루주, 진주빛 아이섀도, 검은색 라인. 완벽했다. 언제나 완벽해야 했다.

그녀는 서재로 향했다. 에드몬드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카르멘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에드몬드."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그 안에는 철이 숨어 있었다.

에드몬드의 얼굴이 경직됐다. 그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카르멘이 원하는 것이었다.

"당신의 소피아를 정식 아내로 만들어주겠습니다."

카르멘이 침착하게 말했다. 마치 날씨 좋은 것을 언급하듯이.

에드몬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류가 손에서 떨어졌다.

"카르멘, 당신이 무슨..."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카르멘이 계속했다. 그녀는 서재의 벨벳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우아하게 포개며.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에드몬드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조... 조건?"

"당신도, 소피아도, 그리고 이 저택의 모든 사람도."

카르멘의 눈이 반짝였다. 그것은 마치 사냥꾼의 눈이었다.

"내 말에 항거하지 말 것입니다."

서재가 침묵으로 가득 찼다. 창밖에서는 아침 새들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 방 안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에드몬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게 무슨..."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어요?"

카르멘이 기울어진 고개로 물었다. 그녀의 미소는 사탕처럼 달콤했다.

"당신이 독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소피아가 당신을 그렇게 부추겼으니까요."

에드몬드의 얼굴에서 모든 색이 빠져나갔다.

"어... 어떻게..."

"하지만 나는 너무 착한 아내입니다."

카르멘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는 에드몬드의 책상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이 그의 어깨에 닿았다.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소피아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어요. 정식 아내가 되는 꿈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 당신은 이제 내 손 위에서만 숨을 쉴 수 있을 거예요."

"카르멘..."

"네?"

그녀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마치 천사처럼 들렸다.

"당신이 내 말을 거스르려고 하나요?"

에드몬드는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좋아요."

카르멘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처럼 들렸다.

"그럼 오늘 중에 법무 고문을 불러주세요.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오후 2시, 마르쿠스가 복도에서 나타났다.

"법무 고문을 오후 3시에 초대해주세요. 서재에서."

"네, 부인."

마르쿠스가 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있었다. 의심이 아니라, 무언가 더 복잡한 것. 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무언가 말씀하시려고요?"

카르멘이 물었다.

"아니, 부인. 다만..."

마르쿠스는 눈을 내려깔았다.

"당신이 정말 이 일을 진행하실 생각이신지요.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의 호소에 가까운 톤이 있었다. 마르쿠스는 수십 년간 이 가문을 섬겨온 사람이었다. 그가 저항한다는 것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었다.

"법적으로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카르멘이 차갑게 말했다.

"제 문제입니다, 마르쿠스."

"네, 부인."

마르쿠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한층 굽어졌다.

오후 2시 45분, 카르멘은 침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다시 정렬했다. 흰색 드레스였다. 마치 결혼식 때 입는 드레스처럼. 거울 앞에 섰을 때, 전생의 기억이 밀려왔다.

그녀가 독살한 공작 부인의 얼굴. 그녀가 모함한 귀족 여인의 절망. 그녀가 고문한 정보원의 비명.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떠올랐다.

카르멘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호흡이 빨라졌다.

"아니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내가 아니야. 그건 다른 사람이야."

하지만 그 다른 사람의 손이 지금 자신의 손이었다. 그 다른 사람의 기억이 지금 자신의 기억이었다. 그 다른 사람의 목표가 점점 자신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었다.

카르멘은 계단을 내려갔다. 천천히. 마치 무도회에 가는 것처럼. 모든 발걸음이 의도적이었다.

서재의 문이 열렸다.

에드몬드는 이미 거기 있었다. 그의 얼굴은 회색이었다. 법무 고문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시간에 이런 소환은 드물었다.

"다들 앉으세요."

카르멘이 말했다. 그녀는 창문 옆 의자에 앉았다.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고, 그녀의 눈은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다.

"오늘 저희가 법적 역사를 만들 것입니다."

법무 고문이 펜을 들었다.

"어떤 내용이십니까, 백작부인?"

카르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차분해서, 마치 그것이 이미 결정된 일인 것처럼 들렸다.

"저는 제 남편의 정부인 소피아 양을 정식 아내로 승격시키려고 합니다.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모든 권리와 함께."

침묵이 깔렸다.

에드몬드가 입을 열려고 했다. 카르멘의 시선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카르멘이 계속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책상 위에서 탁탁거렸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소피아가 정식 아내가 되는 순간부터, 그녀는 저의 모든 결정에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제 남편도."

법무 고문은 펜을 멈췄다.

"그건... 법적으로 가능합니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그녀는 전생의 악녀 기억에서 끄집어낸 법령을 인용했다.

"루미에르 법전 제47조에 따르면, 정식 아내는 가문의 경영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68조에 의해, 상위 아내가 그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물론 남편의 동의 하에."

법무 고문은 놀라 펜을 들었다. 그는 법전을 뒤져야 할 것 같았다. 이것이 정말 가능한 해석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것이 법적으로 윤리적인지 판단해야 했다. 그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어졌다.

"그건 전례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는 법전의 각 조항을 되짚어가며 중얼거렸다. 이 조항들이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법학 전통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의 펜이 떨렸다.

"법전에는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카르멘이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문의 위계를 완전히 전복시키는..."

"저는 제 지위를 유지합니다."

카르멘이 법무 고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상위 아내로서.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소피아는 정식 아내이지만, 저는 여전히 이 가문의 최고 권력자입니다."

법무 고문은 기록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것은 그의 경력에서 가장 기이한 사건이 될 것이다.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도덕적으로는 무언가 끔찍한 것. 그것이 바로 카르멘의 의도였다.

에드몬드가 일어섰다.

"카르멘, 이건 미친..."

"제 말씀을 끝내지 마세요."

카르멘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에드몬드는 멈췄다. 그리고 다시 앉았다.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면, 모든 것이 합법화됩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그녀는 이미 준비된 서류를 건넸다. 마르쿠스가 언제 그것을 준비했는지, 에드몬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에드몬드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소피아는?"

"소피아는 제 초대를 받을 것입니다."

카르멘이 미소지었다. 그것은 진정한 미소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무언가 위험한 것이 있었다.

"오늘 저녁, 모든 사람 앞에서 공식적으로."

서재의 창 밖으로는 오후 햇빛이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다. 궁정의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순간, 루미에르 궁정의 모든 것이 바뀌려고 하고 있었다.

에드몬드는 펜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서명했다. 그 이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법무 고문은 서류를 정리했다.

"모든 것이 합법적입니다, 백작부인."

"감사합니다."

카르멘이 말했다. 그녀는 일어섰다.

복도로 나가는 길, 그녀는 벽에 걸린 거울 앞에서 멈췄다. 밤새 깨어 있던 눈이 거울에 비쳤다. 손가락이 거울 위에서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그 순간, 침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소피아가 얼굴을 내밀었다. 눈은 불안으로 가득했다.

카르멘과 소피아의 눈이 마주쳤다. 단 1초.

소피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녀가 제안한 독살은 너무 뻔한 것이었다. 카르멘은 더 정교한 방식을 택했다. 정식 아내의 지위를 주되, 그것을 족쇄로 만드는 것. 소피아는 침실 문틀을 움켜잡았다. 손가락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당신은..."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카르멘은 이미 지나가고 있었다.

"진정한 권력은 남편이 아내를 두려워하는 순간 시작된다."

카르멘은 계단을 내려갔다. 그 발걸음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궁정의 홀에서 시종들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이 따라왔다. 무언가가 바뀌었다.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카르멘은 창을 통해 정원을 내려다봤다. 저 멀리 분수대 주변에서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녁 파티를 위한 준비였다.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오늘 밤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흰 드레스, 완벽한 화장, 그리고 그 눈. 그 눈에는 뭔가 깨진 것이 있었다. 뭔가 밤새 깨어 있으면서 생긴 것. 뭔가 전생의 악녀가 남겨놓은 것.

카르멘은 거울을 등지고 돌아섰다. 계단 아래에서 마르쿠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준비가 되었습니까, 부인?"

"네, 마르쿠스."

카르멘이 답했다.

"소피아를 초대해주세요. 그리고 모든 손님들에게 공지하세요. 오늘 밤, 특별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마르쿠스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이 가문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카르멘은 정원으로 향했다. 저녁 햇빛이 그녀의 실루엣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 그림자는 마치 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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