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절망의 경계

변경 시장의 객잔을 나선 한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거리의 모서리마다 천정파의 검객들이 포진했고, 강남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는 이재옥의 명령이 떨어져 있었다. 한운의 손가락은 이미 손목까지 검게 물들었고, 목 양쪽에서 검은 줄이 타고올라 턱까지 닿아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눈동자마저 검어져가고 있었다.

객잔을 떠나는 길에 만난 철혈방의 세 검객은 한운의 검 앞에서 일 호흡도 버티지 못했다. 혈천검은 그들의 내공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한운의 수명은 또 깎여나갔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심장의 박동이 불규칙해졌다. 한두 박 건너뛰고 갑자기 빨라졌다가, 다시 느려졌다. 이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강남 의료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

천정파의 검객들이 삼층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최호와 백애림이 의료소 입구에 서 있었고, 그들 뒤로 서아가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최호의 검이 가슴팍까지 올라와 있었다. 백애림의 옷깃이 찢어져 있었다. 주변 지붕 위에는 활을 당긴 궁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려놓아라."

천정파 대장의 목소리였다. 무릎을 꿇고 항복하라는 뜻이었다. 아니, 죽으라는 뜻이었다.

한운이 지붕 위에서 내려왔다. 서서히, 천천히. 한 발짝씩.

검객들의 창이 모두 그를 향했다.

"한운!"

최호가 외쳤다. 그 음성에는 절망이 들어 있었다. 한운이 아직 멀리 있는데, 이미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한운은 답하지 않고 그저 걸어갔다. 그의 검이 스르르 나왔다. 빛을 반사하지 않는 검. 마치 검은 공허 자체가 형태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천정파 검객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여섯 명이 한 호흡에 한운을 포위했다.

혈천검이 공기를 가르며 올라왔다.

한 검에 여섯 개의 몸이 동시에 무너졌다. 그들의 비명조차 겹쳐져 하나의 비명이 되어 밤거리를 울렸다. 내공이 역행하며 심장을 관통했다. 그들은 검객으로서 죽지 않았다. 단순히 무너진 것이었다.

한운의 호흡이 끊겼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장이 건너뛰고, 다시 뛰고, 또 건너뛰었다. 손가락이 아니라 이제는 팔 전체가 검어져 있었다. 목에서 얼굴로 번지는 검은색이 더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피부가 마치 타들어가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최호가 달려왔다.

"한운! 한운!"

한운이 무릎을 구부렸다. 한 손으로 최호를 지탱했다. 그 손은 이미 검었다.

"내 얼굴을 봐라, 최호."

최호의 눈이 흔들렸다.

"내가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 봐라."

백애림과 서아가 의료소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극도의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운의 모습이 그들에게 보였다.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얼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무언가.

"내가 이재옥을 죽이면..."

한운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었다.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를 죽이면, 나는 그와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정파를 무너뜨리려다가, 나 자신이 정파가 되어갈 것이다."

서아가 한 발짝 내딛었다.

"당신이 그 검을 한 번 더 사용하면, 당신은 우리를 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한운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이제 반 이상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십 년 전 나는 강호에서 지워졌다. 이름도, 자취도, 존재 자체도. 그때 나는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천마공을 받았을 때, 나는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강호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내 이름을 다시 가질 수 있다고."

한운의 손이 떨었다. 호흡이 더 가빠졌다.

"하지만 나는 내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입은 것은 저주였다. 저주가 내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저주를 확산시키는 것뿐이다."

그 순간, 강안 천정파 본산에서 목로(木鑼)가 울렸다. 세 번. 전투 개시 신호.

검객들이 밀려왔다. 이전과는 다른 규모였다. 수십 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었다. 천정파의 모든 검객이 동원된 것 같았다. 그 중앙에서 이재옥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극도의 공포와 분노가 섞여 있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십 년 전 그 밤, 운혼자를 죽인 이후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한운!"

이재옥의 목소리가 강을 울렸다.

"이번에는 반드시 너를 완전히 없애겠다!"

그의 손가락이 내려졌다.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검객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최호와 백애림이 검을 들었다. 서아가 의료소 뒤로 몸을 날렸다.

한운이 일어섰다. 검을 들었다. 혈천검.

그 순간, 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료소 창문에서.

"한운! 당신이 그 검을 사용하면, 당신은 정파와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이 악순환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운의 손이 멈췄다.

검을 들려는 손이 떨렸다. 한운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봤다. 그 검은 이제 자신의 손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팔이 저주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 검도 더 이상 도구가 아닌 저주 자체였다.

이재옥이 한 발짝 내디뎠다. 천정파 검객들이 포위를 좁혀왔다. 최호의 칼이 흙을 치며 세 명을 보호하는 선을 그었다. 백애림은 화살을 튕겨내며 한운의 옆에 섰다.

"너는 이미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천마여!"

한운의 심장이 또 건너뛰었다. 이번에는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팍이 으깨지는 듯했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 전체가, 목 전체가, 이제는 얼굴까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남은 수명이 몇 분 단위가 아니라 초 단위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이재옥이 검을 들었다. 천정파의 최고 경지(經地)에 이른 검객의 기운이 방출되었다. 십 년을 축적한 내공이 강의 물결까지 밀어냈다. 뒤따르는 검객들의 기운이 포개졌다. 이것이 구파일방이 만든 최후의 방어 체계였다.

"내가 너를 죽이겠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운이 검을 내려놨다.

아니다.

최호의 눈이 움찔했다. 백애림의 호흡이 짧아졌다. 서아가 창틀을 꼭 잡았다.

"내가 나를 죽이겠다."

한운이 검을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혈천검의 검은 빛이 마지막으로 타올랐다. 그의 눈이 감겼다. 검은색으로 변한 눈이 완전히 감겼다.

이재옥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멈춰!"

이재옥이 외쳤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한운의 손이—

멈췄다.

검이 가슴에 닿은 채로, 손이 멈췄다. 근육이 경직되었다. 마치 누군가 한운의 팔을 얼음처럼 얼려버린 것처럼.

한운의 눈이 떠졌다. 그의 몸이 극심한 고통에 빠져 경련했다. 가슴팍부터 시작된 검은색이 이제는 온몸을 덮었다. 피부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변색되는 것 같았다.

"으악—"

한운의 입에서 나온 것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침묵이 뒤따랐다. 입을 벌리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 침묵. 마치 존재 자체가 무언가에 집어삼켜지는 순간처럼.

이재옥이 한 발짝 물러섰다. 천정파 검객들도 물러섰다.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한운의 몸에서 나오는 것은 더 이상 내공의 파동이 아니었다. 저주 자체가 육체의 한계를 초월하는 순간이었다.

최호가 앞으로 나갔다.

"한운!"

하지만 한운은 더 이상 최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떠 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빈 껍질만 남겨진 것처럼.

서아가 의료소에서 뛰어나왔다.

"한운, 다시 돌아와!"

그녀의 목소리에만 반응이 있었다. 한운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검이 손에서 떨어졌다. 혈천검은 지면에 닿으며 검은 빛을 한 번 더 방출했다. 그 빛이 지면을 그을렸다. 돌이 검게 타들어갔다.

한운이 무릎을 꿇었다.

"내... 내가..."

그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다시 한 명의 목소리로. 하지만 극도로 약했다.

"내가 뭘 했지?"

최호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한운의 몸은 너무 뜨거웠다. 접촉할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저주 자체가 물질화하여 그의 피부를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한운. 봐. 나야. 최호야."

최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은 계속 떨렸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절망이었다. 자신이 지킬 수 없는 것을 보는 자의 떨림이었다.

한운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최호를 찾았다. 검은색으로 변한 눈이 최호를 응시했다.

"날 봐봐. 넌 아직도..."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경련이 그의 몸을 휩쓸었다. 입을 벌리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 침묵.

이재옥이 한 발짝 더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서 확신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공포뿐이었다. 십 년 전 운혼자를 죽였을 때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가 죽인 자의 원한이 현현(現現)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 이재옥은 깨달았다. 운혼자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선인이었다는 것을. 천마공은 정파의 거짓을 깨뜨릴 도구로 설계되었으나, 결국 한운을 파괴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뿐이었다. 진실을 지우는 것. 모든 증거를 없애는 것.

"물러나. 모두 물러나!"

천정파 검객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포위를 풀지 않았다. 한운을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백애림이 서아의 옆에 섰다.

"그의 수명이..."

"끝났습니다."

서아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의료자의 목소리였다. 감정을 배제한 진단. 하지만 그녀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진단이 아니라 고백이었다. 자신이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혈천검을 한 번 더 사용했으니까요. 이번엔... 정말로 끝입니다."

한운의 호흡이 더 얕아졌다.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마치 그의 심장이 이미 멈춰가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그 순간, 한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작은,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웃음. 하지만 분명한 웃음이었다.

"좋아. 좋아."

그가 중얼거렸다.

"이제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최호가 그의 얼굴을 더 가깝게 들었다.

"뭘 알았어?"

"복수는... 답이 아니었다는 것."

한운의 눈이 다시 한 번 최호를 찾았다. 그 눈 속에는 십 년의 분노가 아니라 해방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죽었다는 것. 십 년 전부터.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정파가 죽인 것이지만... 이제 나는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인다.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다."

최호의 손이 더 가까워졌다. 여전히 닿을 수 없는 거리였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 그래서 이제 새로 살아야 해."

최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평정했지만, 그 아래로는 무언가가 터져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한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이 올라왔다. 최호의 손을 잡으려 했다. 검은색으로 변한 손이. 하지만 그것은 극도로 차가웠다. 마치 죽음 그 자체를 만지는 것 같았다. 최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넌 살아야 해. 넌 아직 도구가 아닐 수 있어. 아직 선택할 수 있어. 천마공은 정파의 거짓을 깨뜨릴 도구였는데, 그것이 나를 파괴했다. 하지만 넌 다를 수 있어. 넌 이 검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넌?"

한운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더 선명한 웃음이었다.

"나는... 스스로 사라지겠어. 하지만 그것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야. 선택하는 것이야. 내 이름을 기억해줄래?"

"한운."

최호가 말했다.

"한운이 아니라... 스스로 사라진 자로. 지워진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사라진 자로."

한운의 눈이 감겼다. 이번엔 다시 뜨지 않을 눈이었다.

강이 조용해졌다. 바람도 멈췄다.

그 정지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강 건너편에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다. 다르다. 강남의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소리가 났다. 천정파뿐만 아니라 다른 파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호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은 한운의 시신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다. 도구로서의 최호는 죽었다. 이제 그는 선택하는 자였다.

"한운. 미안해."

그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아직 도구가 아니야."

최호가 검을 들었다. 그리고 서아의 손을 잡았다.

백애림이 의료소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단단했다. 철혈방의 화살을 받으며 한운을 지켰던 그 결연함이 남아 있었다. 이제 그것은 다른 대상을 향했다.

"가자. 서아. 백애림. 강을 건너자."

"어디로?"

"강호의 끝으로."

최호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한운이 우리를 버렸으니까, 이제 우린 그를 버릴 차례야."

백애림이 고개를 들었다.

"한운을 남겨두고?"

"그래. 그를 기억하면서. 스스로 사라진 자로."

이재옥이 손을 들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에서 결연함으로 변했다. 한운의 죽음 앞에서 그는 깨달았다. 정파의 거짓이 더 이상 숨겨질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진실을 지우는 것뿐이었다.

"나머지 자들을 잡아라. 최호, 서아, 백애림. 그들을 살아서 잡아라. 한운의 공범자들을..."

천정파 검객들이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강 건너편에서 철혈방의 검객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천정파 앞을 가로막았다.

"길을 비켜."

천정파의 대장이 외쳤다.

"한철 방주의 명령이다. 우린 이 길을 가야 한다."

철혈방의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은 한운의 시신을 향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혈천검을 향했다.

"철혈방은 한운의 죽음이 보여준 진실을 받들기로 결정했다. 운혼자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선인이었고, 천마공은 정파의 거짓을 깨뜨릴 도구였다. 그리고 한운은 그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했다. 우리는 그의 공범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이제 구파일방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새로운 강호를 원한다."

천정파 대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뭐지?"

"반란이다."

철혈방 대장이 검을 들었다.

"정파의 시대는 끝이고, 비정파의 시대가 시작된다. 한운이 죽음으로써 보여준 그 진실 말이다."

강이 또 다시 검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최호, 서아, 백애림이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철혈방의 검객들이 그들을 호위했다.

한운의 시신은 강의 돌 위에 누워 있었다. 검은색으로 완전히 변한 그의 몸. 그 옆에는 혈천검이 놓여 있었다.

이재옥이 한운의 시신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뭔가가 맺혔다. 눈물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공포일까.

"한운... 넌 정말로..."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강 저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재옥."

그것은 백애림의 목소리였다.

"한운이 죽었어.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어. 그리고 우리가 강호를 바꿀 거야."

최호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한운의 검이 아직도 여기 있어. 이제 이 검은 누구의 것일까?"

강 위에 혈천검이 여전히 놓여 있었다. 검은 빛을 내며.

그 순간, 강 건너편 철혈방의 진영에서 신호탄이 올라갔다. 이번엔 빨간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 그것은 한운을 기억하는 신호였다. 스스로 사라진 자를 기억하는 신호였다. 동시에 그것은 새로운 강호의 선언이었다.

이재옥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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