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천마의 인(天魔之刃) 10화

검은색으로 변한 손가락이 검의 자루를 잡고 있었다. 더 이상 손가락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검 자체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처럼. 한운은 그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혈천검이 하늘을 향했다. 이재옥과 수백 명의 천정파 검객들이 검을 거두기를 기다리며 포위를 유지했다. 한운의 팔이 떨렸다. 저주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한 번은 세게, 한 번은 약하게. 마치 심장이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세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시야 끝이 흐려졌다 맑아졌다를 반복했다. 검은색은 이미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귀가 먹먹했다. 강바람이 들려오지 않았다.

한운은 검을 바라봤다.

십 년 전 천혼굴의 어둠 속에서 운혼자가 건넨 것. 그 손에서 받은 것. 혈천검. 정파의 거짓을 깨뜨릴 도구가 되길이라던 유언이 담긴 것.

그렇지만 이 검은 도구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검은 한운 자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손가락들이 천천히 검의 자루에서 떨어져 나갔다. 한 손가락씩.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모두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다.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의 명령을 받는 것처럼.

혈천검이 한운의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검이 땅에 닿는 순간, 강 위에 띄운 돌 위에서 금속음이 울렸다. 그 소리는 강을 따라 멀리 퍼져나갔다. 수백 명의 천정파 검객들이 일제히 몸을 굳혔다. 검을 내려놓다니. 혈천검을 땅에 버리다니.

이재옥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멈췄다. 한운의 눈이 자신을 향했기 때문이다. 검은색으로 변한 눈동자. 그 안에 담긴 것은 분노도 절망도 아니었다.

"이제 나는 너와 같은 것이 될 수 없다."

한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그럼에도 말을 이었다.

"내가 이 검을 들었을 때, 나는 이미 복수의 검객이 아니라 또 다른 천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너처럼. 정파의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이재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한운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한운의 뒤에서.

최호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문서가 들려 있었다. 천정파의 공식 기록. 그 옆에는 서아가 있었고, 그 옆에는 백애림이 있었다. 백애림의 손에는 이재옥의 명령서가 들려 있었다.

"천혼굴의 모든 기록이 강호 전역에 퍼졌습니다."

최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선고였다.

"십 년 전 한운을 강호에서 지운 것이 구파일방의 음모였다는 것. 운혼자가 선인이었다는 것. 그리고 천마공이 정파를 심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것. 모두."

강안 객잔의 지붕에서 신호탄이 또 다시 올라갔다. 파란색 신호탄. 증거 공개의 신호였다.

강남의 주막들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누군가 큰 목소리로 읽어내렸다. "천마의 마두 운혼자는 선인이었다고? 구파일방이 거짓말을 했다고?"

변경 시장의 철혈방 검객들이 움직였다. 더 이상 천정파의 명령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장안의 관아에서 관리들이 급히 움직였다. 천정파의 문서들을 확인하기 위해. 정파의 거짓을 증명할 기록들을 찾기 위해.

강호 전역이 진동했다. 십 년 동안 유지되어온 강호의 도의가 한순간에 흔들렸다.

이재옥이 무릎을 꿇었다. 아니, 꿇을 수밖에 없었다. 천정파 검객들의 눈빛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재옥을 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이 지켜온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눈으로.

최호가 이재옥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손목을 잡았다. 천정파 검객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주인은 바뀌어 있었다.

한운이 입을 열었다.

"운혼자의 명예를 회복한다. 천마 종파의 모든 오명을 씻는다. 천마공은 악의 공법이 아니라, 부정한 자들을 심판하기 위한 천벌이었다. 이 진실을 강호 전역에 알린다."

서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천마의 마두 운혼자, 선인으로 추모된다. 천마 종파, 명예회복된다. 강호의 도의는 거짓이 아니라 진실 위에서만 성립한다."

백애림이 손에 들린 문서를 높이 들었다. "이것이 이재옥의 명령서다. 한운을 완전히 제거하라는 명령. 십 년 전 그를 강호에서 지웠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 그 거짓은 끝났다."

한운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매 발걸음마다 저주가 더 빨리 진행되었다. 심장이 더 불규칙해졌다. 시야가 더 흐려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제 나는 강호를 떠난다."

한운이 최호, 서아, 백애림을 바라봤다. 그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슬픔도, 안도감도, 혼란도 함께 담겨 있었다.

"내 이름은 더 이상 '지워진 자'가 아니다. 내가 스스로 사라지기로 선택했으니까. 강호에서 내 이름은 '스스로 사라진 자'로 기억되길. 그것이 내 복수의 완성이다."

한운의 몸이 흔들렸다. 저주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손가락은 물론 팔 전체가, 가슴이, 심장이 검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최호. 서아. 백애림. 너희는 강호에 남아라. 너희가 만들 새로운 질서를 내가 믿는다."

한운이 돌아섰다. 강 건너편으로. 강호의 경계 너머로.

최호가 손을 뻗었다. "한운!"

하지만 한운은 멈추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검은색으로 변한 다리가 강의 돌 위를 디디며 나아갔다. 강 위를 걷는 것처럼.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강 건너편에 도달했을 때, 한운의 몸은 이미 반 이상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으로만 나아갔다. 강호의 경계를 넘어서. 안개 속으로.

점점 멀어지는 그의 모습. 마침내 안개에 완전히 잠겼다.

강 위의 돌 위에는 혈천검만 남겨져 있었다. 검은 빛을 내며. 마치 여전히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것처럼.

최호, 서아, 백애림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강 건너편. 그곳은 이미 강호가 아니었다. 강호의 경계 너머였다.

"그렇게 사라졌군요."

서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새로운 이름으로."

최호가 말했다. 아무 감정 없이. 하지만 그의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백애림이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호는 변했다. 십 년 동안 유지되어온 거짓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구파일방의 검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정파의 도의를 믿고 따랐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철혈방이 반란을 선언했다. 변경의 시장들이 정파의 명령을 거부했다. 강남의 주막들에서는 천마의 전설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강호의 밤하늘 아래, 세 명의 검객이 서 있었다. 이제 그들이 만들어야 할 강호의 새로운 질서. 그들이 지켜야 할 진실의 도의.

한운은 강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강호에 각인되었다. 혈천검의 전설로. 정파의 거짓을 깨뜨린 자로. 그리고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한 자로.

그것이 그가 원했던 복수의 완성이었고, 그의 해방이었다.

# 본문

강 건너편에 도달했을 때, 한운의 몸은 이미 반 이상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으로만 나아갔다. 강호의 경계를 넘어서. 안개 속으로.

점점 멀어지는 그의 모습. 마침내 안개에 완전히 잠겼다.

강 위의 돌 위에는 혈천검만 남겨져 있었다. 검은 빛을 내며. 마치 여전히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것처럼.

최호, 서아, 백애림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강 건너편. 그곳은 이미 강호가 아니었다. 강호의 경계 너머였다.

"그렇게 사라졌군요."

서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의료자로서 수십 년을 죽음 곁에서 지내온 그녀도 이런 선택을 본 적이 없었다. 복수도, 죽음도 아닌—스스로의 소멸을 택한 자.

"새로운 이름으로."

최호가 말했다. 철혈방의 암살자였던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강변의 돌 위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그의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도구에서 선택하는 자로 변한 그도, 이제 선택받은 자의 가중함을 안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백애림이 말했다. 운몽파의 검객이었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파의 규칙 안에서만 살아온 그녀가 처음으로 규칙 밖의 길을 택했다. 그 길은 가파르고 불확실했지만, 적어도 거짓으로 지어진 길은 아니었다.

최호가 혈천검을 집어 들었다. 검은 빛이 그의 손가락을 스쳤다. 한순간 그의 손끝도 검은색으로 변하려 했지만, 그는 즉시 검을 내려놓았다. 이 검은 더 이상 누구의 손에도 들려서는 안 될 것이었다. 한운이 버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증거 문서들이 모두 퍼져나갔나?"

백애림이 물었다.

"이미 열 시간 전부터."

최호가 답했다. "변경의 모든 시장, 강남의 모든 주막, 장안의 모든 객잔. 이재옥의 명령서, 운혼자의 유언장, 십 년 전 추방 사건의 위조된 기록들. 강호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구파일방이 무엇이었는지."

강호는 변했다. 십 년 동안 유지되어온 거짓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구파일방의 검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정파의 도의를 믿고 따랐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정파 본산의 어둠 속에서 이재옥이 무릎을 꿇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한 그는 더 이상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강호의 검객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검은 이제 그를 향하고 있었다. 정파의 명령이 아닌, 진실을 향한 검으로.

변경에서는 철혈방이 반란을 선언했다. 한철이 이끄는 수백 명의 검객들이 천정파의 군대를 저지했다. 그들은 더 이상 구파일방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강호의 하층민들을 대표하는 철혈방이 처음으로 정파의 권력에 맞섰다.

강남에서는 운몽파가 내부 분열했다. 백애림을 따르는 검객들이 정파의 명령을 거부했고, 파주는 이를 제지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검객들이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안의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토론했다. "정파의 도의가 거짓이었다면, 우리가 따르던 것은 무엇이었나?"

"권력의 명분이었다."

"그렇다면 강호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거짓이 아닌 진실 위에 세워진 강호를."

최호, 서아, 백애림은 강변을 떠났다. 천정파 본산을 향해.

이재옥은 그들의 모습을 봤다. 세 명의 검객. 그들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대신 그를 법정으로 이끌었다. 강호의 새로운 법정으로.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죄를 마주해야 했다.

"십 년 전, 왜 한운을 강호에서 지웠는가?"

최호의 질문이 법정을 울렸다.

이재옥은 입을 열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모든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운혼자가 우리의 음모를 폭로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운을 죽이려 했다. 그것이 정파의 도의였다."

이재옥이 스스로 자백했다. 더 이상 저항할 이유가 없었다. 권력은 이미 손을 떠났고, 거짓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강호의 밤하늘 아래, 강호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호의 경계 너머, 산골짜기의 깊숙한 곳에서 한 명의 검객이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검은색이 아니었다. 저주가 멈춘 것이 아니라, 그가 강호를 떠남으로써 저주의 효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한운은 눈을 감았다. 천마공도, 혈천검도, 복수도 모두 내려놓았다. 남은 것은 오직 한 명의 검객. 이름도 없는, 강호에서 스스로 사라진 자.

그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떠올랐다. 처음으로, 자유로운 미소였다.

강호에는 전설만 남았다. 혈천검의 전설. 정파의 거짓을 깨뜨린 자의 전설. 그리고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한 자의 전설.

하지만 그 전설의 주인공은 이미 강호에 없었다.

최호, 서아, 백애림은 강호에 남았다. 그들이 만들어야 할 새로운 질서를 위해. 거짓이 아닌 진실 위에 세워진 강호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많겠네요."

서아가 말했다. 천정파 본산의 방에서, 이제 법정이 된 그곳에서.

"그렇다."

최호가 답했다. "한운이 남겨준 길을 따라, 우리는 강호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그를 위한 최선의 헌사일 것 같습니다."

백애림이 덧붙였다. 그녀의 눈빛은 이제 정파의 명령을 따르는 검객의 눈빛이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는 자의 눈빛이었다.

강호의 밤거리에서 밤새 토론이 이어졌다. 정파의 검객들과 비정파 출신들이 함께 앉아 강호의 미래를 논했다. 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었다.

"강호의 질서는 정파의 독점이 아니어야 한다."

한 명의 검객이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어야 하는가?"

"진실에 기반한 질서. 그것뿐이다."

강호는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한운이 떠난 후에.

그리고 강호의 경계 너머, 먼 산골짜기에서는 한 명의 검객이 여전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미 강호에서 지워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지워질 수 없었다.

한운은 강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강호에 각인되었다. 혈천검의 전설로. 정파의 거짓을 깨뜨린 자로. 그리고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한 자로.

그것이 그가 원했던 복수의 완성이었고, 그의 해방이었다.

강호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의 밑거름이 된 자는 이제 강호에 없었다. 오직 그가 남긴 검, 혈천검만이 강의 돌 위에 놓여 있었고, 그것도 곧 누군가에 의해 강 깊숙이 던져질 것이었다.

저주의 검이 아닌, 진실의 검으로 강호를 다시 세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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