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세계선수권 준결승 — 왕리펑과의 대면

경기장의 조명이 무대를 비추는 순간, 한준호의 심장이 정지했다. 왕리펑이 라켓을 들고 코트로 나타났다. 20년의 미래 기억 속에서 수백 번 보았던 그 얼굴이 이제 현실의 공기를 가르며 다가왔다.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에이스, 완벽함의 화신. 그런데 지금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준호는 라켓을 집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감각 회복 90%. 거의 완벽한 신체였다. 그러나 완벽함을 버려야 한다는 정유진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 말의 의미를 이제 이해했다. 완벽함은 환상이고, 불완전함 속에서 선택하는 것만이 진정한 강함이라는 뜻이었다.

경기 시작. 심판의 손이 내려왔다.

**첫 번째 세트**

왕리펑의 첫 서브는 킹스핀이었다. 보우 스핀으로 강한 다운 스핀을 먹였다. 한준호는 미래 기억에서 본 대로 상단 플리크로 대응했다. 공이 네트를 넘어 상대 코트에 떨어졌다. 득점. 1-0.

하지만 왕리펑은 경험이 다르다. 다음 볼에서 포핸드 드라이브로 응수했다. 한준호의 백핸드 루프드라이브가 막혔다. 1-1.

경기는 박진감 있게 흘러갔다. 한준호는 미래 기억으로 왕리펑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했다. 그녀가 포핸드 공격을 할 시점, 백핸드 방어로 전환할 시점, 심지어 네 번째 공에서 루프 드라이브를 날릴 시점까지. 하지만 예측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손가락이 반응해야 했다. 신체가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3-5. 왕리펑이 앞섰다.

한준호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은 미래를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재를 선택해야 한다. 다음 공에서 왕리펑은 백핸드 숏을 칠 것이다. 미래 기억에서 봤다. 하지만 그것이 함정이 될 수 있다. 한준호는 기억을 버리고 네트 앞으로 나갔다. 불완전한 움직임, 예측 가능한 움직임. 왕리펑이 그것을 보고 포핸드 루프를 날렸다. 한준호는 백핸드 블록으로 막아냈다. 공이 높이 떴다. 왕리펑이 스매시를 준비했다. 한준호는 이미 움직였다. 포핸드 카운터. 공이 왕리펑의 왼쪽으로 날아갔다. 도달 불가능한 코스. 득점.

4-5.

세트는 계속됐다. 한준호가 추격했다. 6-5, 7-6, 8-8. 그러나 왕리펑도 세계 1위다. 9-8에서 그녀의 포핸드 드라이브가 한준호의 백핸드를 꿰뚫었다. 9-9. 10-9. 왕리펑의 서브 하나가 결정적이었다. 킹스핀 매직, 한준호의 라켓 끝이 공을 스쳐갔다. 10-11. 첫 번째 세트, 한준호의 패배.

관중석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기숙소 방에서 이석우가 화면을 노려봤다.

**두 번째 세트**

한준호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기고 있었는데. 미래를 알고 있었는데. 왜 졌을까? 왕리펑은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2-0 리드를 잡았다. 그 다음 3-0. 한준호는 집중력을 되찾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6-3, 8-4, 9-6. 세트 포인트가 왕리펑에게 갔다. 한준호의 백핸드 루프드라이브가 약해졌다. 공이 네트 테이프에 맞고 뒤로 떨어졌다. 9-11.

두 번째 세트도 왕리펑의 것이었다.

0-2. 한준호는 라켓을 내려놨다. 타올을 집어 얼굴을 닦았다. 손가락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었다. 완벽함을 추구했던 전생에서 한준호는 이런 순간에 자포자기했다. 0-2가 되면 이기기 어렵다. 확률적으로, 통계적으로, 모든 것이 불리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그래서 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준호가 코트로 돌아왔다. 눈이 달라졌다. 더 이상 미래를 보는 눈이 아니었다. 현재를 선택하는 눈이었다.

**세 번째 세트**

한준호의 첫 서브는 킹스핀이 아니었다. 단순한 톱스핀이었다. 예측 가능한 서브. 왕리펑은 그것을 쉽게 받아냈다. 1-0 왕리펑. 그러나 한준호의 다음 움직임은 불완전했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약했다. 공이 테이프를 스쳤다. 1-1.

왕리펑의 눈이 좁혀졌다. 뭔가 이상했다. 한준호가 미래를 아는 것처럼 정확했던 움직임이 갑자기 불규칙해졌다. 그녀는 그것을 약점으로 봤다. 즉각 공격을 강화했다. 포핸드 루프드라이브, 백핸드 루프드라이브, 강한 탑스핀. 왕리펑의 기술은 완벽했다. 거의 인간이 해낼 수 있는 한계까지 도달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한준호는 그것을 받아냈다. 불완전하게, 어설프게, 그러나 꾸준히.

4-4. 5-5. 6-6.

세트는 길어졌다. 왕리펑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완벽함을 추구해온 그녀는 이런 경험이 드물었다.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8-7 한준호 리드. 왕리펑이 포핸드를 날렸다. 공이 사이드라인 근처로 향했다. 한준호는 몸을 날렸다. 라켓이 공을 스쳤다. 공이 네트를 넘었다. 왕리펑이 움직였다. 거의 닿을 뻔했지만, 공은 이미 테이블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9-7.

그 순간 왕리펑의 얼굴이 경직됐다. 미세한 불안감이 흘러나왔다. 극도로 자제된 표정이지만, 한준호는 미래 기억에서 본 그 신호를 알고 있었다. 왕리펑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전조였다.

다음 랠리. 왕리펑이 강한 포핸드를 날렸다. 한준호는 백핸드 블록으로 막아냈다. 공이 낮게 돌아왔다. 왕리펑이 재빨리 움직였지만 공은 이미 테이블 너머였다. 10-8.

세트 포인트. 왕리펑의 서브. 한준호의 리시브. 공이 오갔다. 5번의 래리 후, 왕리펑이 공격을 시도했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한준호의 백핸드를 노렸다. 한준호는 블록했다. 공이 높이 떴다. 왕리펑이 스매시를 준비했지만, 공은 이미 떨어지고 있었다. 11-8.

세 번째 세트, 한준호의 승리.

관중석이 터져나갔다.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 경기장을 흔들었다.

**네 번째 세트**

왕리펑은 더 이상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공격성을 높였다. 더 강한 볼, 더 빠른 스윙, 더 날카로운 각도. 그것이 완벽함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준호의 불완전함 앞에서는 무너졌다.

1-2, 2-4, 3-6, 4-8, 5-10.

마지막 공. 왕리펑의 포핸드 드라이브가 한준호의 백핸드를 노렸다. 강력했다. 거의 막을 수 없는 강도였다. 하지만 한준호는 블록을 선택했다. 완벽한 각도는 아니었다. 공이 네트 너머로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에 도달한 것이다. 왕리펑이 무리하게 움직였다. 라켓이 공을 스쳤다. 공은 사이드라인을 넘어 나갔다. 아웃.

11-8. 한준호의 승리.

**한준호 vs 왕리펑. 최종 스코어 3:1. 한준호의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

경기가 끝나고 왕리펑이 네트 앞으로 나왔다. 한준호와 악수했다. 그런데 그녀의 손가락이 한준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넌 정말 다르다."

왕리펑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감정이 없는 기계 같은 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농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한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왕리펑의 눈이 한준호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뭔가를 찾으려는 눈. 진실을 파악하려는 눈.

한준호는 답할 수 없었다.

왕리펑은 웃음을 지었다. 아주 미세한 미소.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의 표정이었다.

"다음 결승에서 만나자. 한준호."

그녀는 한준호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코트를 떠났다. 중국 팀의 다른 코치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들은 뭔가를 속닥거렸다. 왕리펑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눈은 한준호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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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의 한구석에서 한준호는 혼자 손가락을 펼쳤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다섯 개의 손가락이 완벽하게 반응했다. 미세한 떨림도 없었다.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다. 90%를 넘어 95%, 아니 그 이상으로.

그런데 왜 불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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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회견장은 카메라 플래시로 가득했다. 한준호는 단상 위에 섰다. 마이크가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한준호 선수, 세계 1위를 꺾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기자의 질문이 날아왔다. 한준호는 한 호흡을 길게 쉬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결승이 남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단순한 대답. 기자들의 펜이 움직였다. 그들은 더 깊은 답변을 원했지만, 한준호는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승리가 정말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미래 기억의 주인인 누군가의 것인지.

기자 회견은 짧게 끝났다. 한준호는 단상을 내려왔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왕리펑의 마지막 말.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그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지했다. 왕리펑의 눈은 거짓을 허락하지 않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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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박수진 코치였다.

"준결승 잘했어. 특히 5세트 중반의 판단이 뛰어났어."

박수진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만족감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코치."

"손가락 감각 모니터링 결과가 나왔어. 95% 이상 회복됐어. 의학적으로 거의 완전한 수준이야."

한준호는 침묵했다. 완벽한 신체. 그런데 왜 마음은 여전히 불안한가?

"그런데 코치, 신체는 회복됐는데 왜 자꾸만..."

한준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박수진이 한숨을 쉬었다. "왜 자꾸만 뭔가 빠진 것처럼 느껴져?"

정확했다.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신체의 문제가 아니야, 한준호. 그건 마음의 문제야. 손가락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마음은 거짓말을 잘해. 내일 오전 10시에 재활실로 와. 마지막 체크를 하자."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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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 기숙소 2층 복도.

한준호가 방 문을 열었다. 정유진이 앉아 있었다. 어두운 복도에서 방만 밝혀져 있었고, 정유진은 그 불 아래에 있었다.

"들어와."

정유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한준호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았다.

정유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심각했다.

"준결승 경기 다 봤어. 5세트가 인상적이었어. 어떻게 그런 판단을 했어?"

"그냥... 직감입니다."

"한준호, 난 너를 알아. 넌 완벽주의자야. 그런데 오늘은 달랐어. 5세트에서 넌 불완전함을 받아들였어. 왕리펑이 공격할 때 넌 필요한 방어를 선택했어. 그 순간부터 왕리펑이 무너졌어."

정유진이 일어났다.

"그게 뭐냐고 물으면, 그건 진정한 최고가 되는 방법이야. 완벽함을 버리고 현재를 선택하는 것. 그게 바로 그거야."

한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정유진의 말이 맞았다. 5세트 중반, 자신은 뭔가를 깨달았다. 완벽주의가 자신을 어떻게 죽였는지를.

"결승은 어때요, 코치?"

"결승은 완벽함을 버린 너와 완벽함을 추구하는 마쓰시타의 싸움이야."

정유진이 마쓰시타를 설명했다. 백핸드 루프의 안정성, 포어핸드의 일관성. 세계 4위 선수의 특징이 명확했다. 하지만 그 안정성 뒤에는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결정적 순간에 약해지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마쓰시타는 안정성으로 이기려고 할 거야. 그 안정성이 무너지는 순간이 올 거야. 그 순간이 올 때 넌 선택해야 해. 완벽한 공격이 아니라 필요한 공격을. 그게 이기는 방법이야."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이미 그걸 알았어. 5세트에서 말이야. 그러니까 결승도 이길 수 있어."

정유진이 침대 옆에 앉았다.

"넌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어. 미래 기억의 주인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선택자로 살 것인가. 그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거야. 미래를 알고 있는 너는 왕리펑을 이길 수 있었어. 하지만 현재를 선택하는 너도 왕리펑을 이길 수 있어. 차이는 뭐냐? 첫 번째는 기억의 승리고, 두 번째는 선택의 승리야. 결승에선 선택의 승리를 만들어야 해."

정유진이 일어났다. 방 문으로 향했다.

"내일 경기 전 한 시간 전에 만나자. 마지막 대화를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정유진이 방을 나갔다. 한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 95% 이상의 감각. 완벽에 가까운 신체. 그런데 왜 마음은 여전히 불완전한가?

휴대폰을 들었다.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미디어는 이미 한준호의 승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한준호, 기적의 회복. 세계 1위 격파.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

**'한준호 vs 마쓰시타, 결승 대전 확정'**

한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대신 5세트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왕리펑의 포어핸드. 자신의 백핸드 블록. 왕리펑의 미세한 표정 변화. 자신의 판단. 그리고 마지막 포인트.

그 순간, 왕리펑의 눈.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한준호는 일어났다. 창문을 열었다. 서울의 밤이 보였다. 밤하늘은 여전히 검었다. 별들은 멀었다.

손가락을 펼쳤다. 공을 들었다. 던졌다. 잡았다. 던졌다. 잡았다. 반복했다.

완벽한 감각. 완벽한 신체. 하지만 불완전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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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박수진의 재활실.

한준호는 다양한 기구들 사이에 앉았다. 박수진은 한준호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감각이 완벽하게 돌아왔어. 신경 반응 속도도 정상이야. 물리적으로는 더 이상의 회복이 필요 없어."

"그럼 정신적으로는요?"

박수진이 한준호의 눈을 봤다.

"정신적으로? 그건 내 영역이 아니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손가락이 완벽해졌다고 해서 경기가 완벽해지는 건 아니야. 손가락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손가락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결승 전에 한 가지 조언해 줄게. 미래를 안다는 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야. 왜냐하면 미래를 알면 현재를 잃어버리거든. 그래서 넌 지금부터 미래를 버려야 해. 오직 현재의 감각만으로 경기해. 그게 진정한 최고가 되는 길이야."

한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박수진이 그것을 봤다.

"떨려? 왜?"

"미래를 버린다는 게... 정말 가능한가요?"

박수진이 웃음을 지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가능하지. 왜냐하면 넌 이미 한 번 했거든. 5세트 중반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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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경기 한 시간 전.

정유진이 한준호를 찾았다. 둘은 기숙소의 한 구석에 앉았다.

"긴장해?"

"네."

"당연하지. 세계 4위니까. 하지만 기억해. 경기장에 나갔을 때, 넌 한 명이 아니야. 너 뒤에는 한국의 모든 탁구인이 있어. 그리고 너 앞에는 현재만 있어. 미래는 없어. 오직 지금의 선택만 있어."

한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쓰시타는 안정성으로 이기려고 할 거야. 그 안정성이 무너지는 순간이 올 거야. 그 순간이 올 때 넌 필요한 공격을 선택해야 해. 그게 이기는 방법이야."

정유진이 한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넌 이미 이겼어. 왕리펑을 상대로 말이야. 그건 넌 이길 수 있다는 증명이야. 마쓰시타는 왕리펑보다 약해. 따라서 넌 반드시 이길 수 있어. 가자. 경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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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경기장.

한준호는 라커룸을 나갔다. 경기장의 조명이 그를 비췄다. 관중들의 박수가 들렸다. 한국 국기가 흔들렸다.

코트에 올라갔다. 마쓰시타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다. 세계 4위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준호는 그 차분함 속에 뭔가를 봤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의 긴장. 그것은 왕리펑의 것과 같았다.

심판이 동전을 던졌다. 마쓰시타가 먼저 서브를 했다.

첫 포인트. 마쓰시타의 서브. 한준호가 리시브했다. 공이 테이블을 넘었다. 마쓰시타의 포어핸드. 한준호의 백핸드. 다시 마쓰시타의 포어핸드.

한준호가 블록했다. 공이 네트에 걸렸다.

0-1. 마쓰시타의 포인트.

한준호는 숨을 쉬었다. 손가락을 펼쳤다. 완벽했다. 그런데 마음은?

마음은 여전히 불완전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선택의 자유였다.

두 번째 포인트. 한준호의 서브. 마쓰시타의 리시브. 한준호의 공격. 마쓰시타의 수비. 공이 계속 오갔다. 5번의 래리 후, 한준호의 포어핸드가 결정했다.

1-1.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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