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국제 대회 출전권 재획득

경기 중 손가락이 끊겼다.

결승전 무대에서 마쓰시타의 강한 탑스핀을 받아내던 순간, 한준호의 손끝 감각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신경이 끊긴 듯한 그 0.5초, 공의 회전을 읽지 못했다. 라켓 면이 틀어졌다.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고 떨어졌다.

"아웃, 마쓰시타 포인트!"

심판의 목소리가 울렸다.

준비실로 돌아온 한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라켓의 그립 표면, 공의 미세한 요철, 공기 중 진동음—모든 감각이 신경 말단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있었다. 박수진 코치가 정확히 측정한 수치는 90% 회복이었다.

그런데 왜 끊겼을까.

"준호."

정유진 코치가 준비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눈빛은 예리했다. 한준호의 손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완벽함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한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100% 회복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야. 그런데 의사가 뭐라고 했지? 90%가 한계라고."

정유진은 벤치에 앉았다. 그녀는 한준호와 같은 높이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넌 20년을 알고 있어. 마쓰시타의 모든 움직임, 그의 약점, 경기의 흐름. 근데 손가락이 끊기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모르겠어요."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야. 100%의 감각을 기다리면서. 하지만 넌 이미 충분해. 90%면 충분해. 왜냐하면 나머지 10%는 기억이 채우니까."

한준호는 손가락을 다시 펼쳤다.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경기장에 나가면 손가락이 멈춰. 내가 보장할 게 아니라, 넌 알고 있을 거야. 그게 항상 그렇지 않았어?"

정유진의 말이 맞았다. 경기 중에는 떨림이 멈췄다. 신경이 공과 라켓과 상대방에게만 집중되면, 손가락은 완벽한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경기 중에 감각이 끊긴 것은 처음이었다.

"세계 선수권에서 왕리펑을 만날 때, 그 모든 두려움을 버려야 해. 왜냐하면 그 순간, 넌 불완전한 선수가 아니라 미래를 아는 선수니까."

정유진이 일어섰다. 준비실의 문을 향해 가던 그녀가 돌아서서 말했다.

"마쓰시타를 이기고 나올 때, 손가락이 멈춰 있을 거야. 그때 넌 알 거야. 완벽함이 뭔지."

문이 닫혔다. 한준호는 다시 손가락을 펼쳤다.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의 의미가 달랐다. 두려움이 아니라, 준비 완료의 신호였다. 신경이 깨어난 손가락의 신호였다.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

경기장의 조명이 한준호의 얼굴을 비추었다. 결승전 무대. 국제 탁구 오픈 토너먼트의 최고 봉우리. 관중석에는 300명이 넘는 관객들이 앉아 있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마쓰시타 준이치. 일본의 현재 세계 랭킹 8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였지만, 그의 기술은 매우 완성도 높았다. 한준호는 미래 기억에서 그의 경기를 수십 번 봤다. 마쓰시타는 포어 사이드의 탑스핀이 무기였고, 백핸드 블록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약점이 있었다. 장시간 랠리가 이어질 때, 그의 집중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특히 2세트 중반과 3세트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

첫 세트가 시작됐다.

탁탁.

한준호의 서브가 마쓰시타의 포어 쪽 코너로 들어갔다. 공은 네트를 살짝 스쳐 나갔고, 마쓰시타는 빠르게 움직여 포어 드라이브로 응수했다. 공이 날아왔다.

슈웅.

한준호는 백핸드 블록으로 받아냈다. 손가락의 감각이 공의 회전을 정확히 감지했다. 공의 아래쪽 회전량, 각도, 속도—모든 정보가 손끝에 들어왔다. 뇌는 그 정보를 분석했고, 몸은 즉각 반응했다. 백핸드 블록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탁.

공이 마쓰시타의 백핸드로 돌아갔다. 마쓰시타는 백핸드 루프 드라이브로 강공을 시도했다. 공이 호를 그리며 날아왔다. 공의 궤적은 한준호의 미래 기억 속 궤적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는 이미 이 공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팍.

한준호의 포어 드라이브가 터져 나왔다. 공은 마쓰시타의 백핸드 코너를 정확히 노렸고, 마쓰시타는 그 공에 닿지 못했다.

"포인트, 준호!"

심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준호는 페이스를 유지했다. 마쓰시타와의 경기는 대부분 일방통행이 될 것 같았다. 미래 기억은 한준호에게 절대적 우위를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5-2로 한준호가 앞서간 시점, 마쓰시타는 세 번 연속 언포스드 에러를 범했다. 공을 쳤는데 네트에 걸렸고, 다음 공은 사이드라인을 넘어갔고, 그 다음 공은 엔드라인을 넘어갔다. 모두 마쓰시타 자신의 실수였다. 한준호가 강제한 에러가 아니라, 마쓰시타 스스로 범한 실수였다.

한준호는 그 순간을 감지했다. 상대 선수의 심리가 흔들리는 순간. 이것이 바로 미래 기억이 주지 못하는 정보였다. 미래 기억은 경기 결과와 기술을 알려줬지만, 그 과정 속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심리 변화는 예측할 수 없었다. 마쓰시타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심정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지, 그의 불안감이 언제 최고조에 이를지는 오직 현장에서만 알 수 있었다.

한준호는 그 변화를 활용했다. 마쓰시타의 심리가 흔들렸을 때, 한준호는 보수적인 플레이로 전환했다. 강공을 자제하고, 대신 안정적인 블록과 미세한 스핀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마쓰시타는 점점 더 주도권을 잃었고, 결국 더 강한 공을 치려다 에러를 범했다.

11-6. 첫 세트가 한준호의 손으로 떨어졌다.

관중석의 박수가 폭발했다. 한준호는 라켓을 내려놨다. 손가락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되자, 마쓰시타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첫 세트의 패배를 만회하려는 듯, 그는 초반부터 강한 탑스핀을 퍼붓기 시작했다.

8-4로 한준호가 앞서간 중반, 강력한 랠리가 벌어졌다.

탁탁탁탁.

양쪽 선수가 포어 드라이브를 주고받았다. 공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회전량도 증가했다. 한준호는 공의 궤적을 미리 읽고 있었다. 마쓰시타의 다음 샷이 백핸드 대각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웅.

마쓰시타의 샷이 날아왔다. 정확히 백핸드 대각선이었다. 한준호는 한 발 물러나 포지션을 잡았고, 포어 핸드 루프 드라이브를 준비했다.

그 순간이었다.

손가락이 또 끊겼다.

공의 회전이 읽히지 않았다. 신경이 순간적으로 끊긴 듯한 그 느낌. 한준호는 본능적으로 라켓을 휘었지만, 각도가 틀어졌다.

팍!

공이 나갔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 공은 마쓰시타의 포어 쪽이 아닌 센터 근처로 날아갔다. 마쓰시타는 몸을 날려 그 공을 받아냈다. 백핸드 블록으로 정확하게.

탁.

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준호의 포어 쪽 엔드라인 근처였다. 한준호는 발을 빠르게 움직여 포지션을 잡았고, 포어 드라이브로 응수했다.

팍!

공이 다시 날아갔다. 마쓰시타는 이번엔 루프 드라이브를 시도했다. 공의 궤적이 높아졌다. 한준호는 그 공을 기다렸다. 미래 기억에서 본 이 공을 알고 있었다.

탁.

스매시였다. 한준호의 강한 스매시가 마쓰시타의 포어 쪽 코너로 날아갔다. 마쓰시타는 그 공에 닿지 못했다.

"포인트, 준호!"

심판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한준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손가락이 끊긴 그 순간이 자꾸만 떠올랐다. 미래 기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에서의 순간적인 감각이 필요했다. 90%의 감각이 필요했다.

9-4. 경기는 계속됐다.

한준호는 더욱 집중했다. 손가락의 감각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공이 손에 닿는 그 순간의 진동을 감지했다. 회전량, 속도, 각도—모든 것을 손끝으로 읽으려고 했다.

10-5. 10-6. 10-7.

마쓰시타가 점수를 따라잡고 있었다. 그의 탑스핀이 점점 더 정확해지고 있었다. 한준호의 집중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11-8. 두 번째 세트가 끝났다. 한준호가 이겼지만, 마쓰시타는 이제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

세 번째 세트는 처음부터 달랐다.

마쓰시타는 더 이상 위축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한준호의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한준호의 손가락 감각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감지한 듯, 마쓰시타는 더욱 변칙적인 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3-3. 경기는 팽팽했다.

5-4로 한준호가 앞서간 상황, 마쓰시타의 강한 탑스핀이 날아왔다. 한준호는 백핸드 루프 드라이브로 응수했다. 공이 마쓰시타에게 돌아갔다. 마쓰시타는 즉시 포어 드라이브로 강공을 시도했다.

탁탁탁.

양쪽이 강공을 주고받았다. 한준호는 미래 기억으로 이 랠리의 끝을 알고 있었다. 마쓰시타의 다음 공이 백핸드 대각선이 될 것이고, 그 공을 강하게 스매시하면 된다.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슈웅.

마쓰시타의 공이 날아왔다. 정확히 백핸드 대각선이었다. 한준호는 스매시를 준비했다.

그 순간, 손가락이 또 끊겼다.

이번엔 더 오래 끊겼다. 1초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준호는 공의 회전을 감지하지 못했다. 신경이 완전히 끊긴 듯한 그 느낌. 공의 정확한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

한준호는 그 순간, 정유진의 말을 떠올렸다. '완벽함이 아니라 현재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석우의 말도. '미래를 알고 있는 것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손가락이 끊겼지만, 한준호는 스매시를 멈추지 않았다.

팍!

라켓이 공을 쳤다. 방향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준호는 미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순간을 선택했다.

공은 마쓰시타의 포어 쪽 코너로 날아갔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했다. 마쓰시타는 그 공에 닿지 못했다.

"포인트, 준호!"

심판의 목소리가 울렸다.

6-5. 한준호가 앞서갔다.

경기는 계속됐다. 손가락이 끊기는 순간들이 반복됐다. 5-4 상황에서 마쓰시타가 강한 탑스핀을 날렸을 때, 한준호는 백핸드로 응수하려다 감각이 끊겼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대응했다. 스매시 대신 보수적인 블록으로 전환해 마쓰시타의 공격 리듬을 깨뜨렸다. 마쓰시타는 다음 공을 네트에 걸렸다.

6-5에서 7-5로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손가락이 끊겼다. 이번엔 한준호가 선제 공격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한준호는 즉시 다른 선택을 했다. 포어 드라이브 대신 백핸드 루프로 변경했고, 마쓰시타는 그 예상 밖의 공에 반응하지 못했다.

8-6에서 8-7로 줄어드는 상황. 마쓰시타의 집중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또 끊겼을 때, 한준호는 완벽한 감각을 기다리지 않았다. 불완전한 감각 속에서 선택했다. 공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지만, 마쓰시타의 심리 변화는 감지했다. 그는 이 순간 자신의 기술을 과신하고 있었다. 한준호는 보수적으로 플레이했고, 마쓰시타는 욕심을 내다 에러를 범했다.

9-7. 10-8. 10-9.

경기는 극도로 팽팽했다.

마지막 포인트. 10-9. 한준호의 서브. 마쓰시타는 포어 드라이브로 강하게 응수했다. 한준호는 그 공을 받으려 했다. 손가락이 또 끊겼다. 하지만 이제 한준호는 끊김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선택의 시작이었다.

한준호는 미래 기억을 버렸다. 현재의 감각만으로 라켓을 휘었다. 완벽하지 않은 그 스윙이 정확히 공을 맞췄다. 공은 마쓰시타의 백핸드로 날아갔다.

마쓰시타는 루프 드라이브를 시도했다. 공의 궤적이 높아졌다. 한준호는 그 공을 기다렸다. 이번엔 미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직관이 그를 이끌었다.

탁.

스매시였다. 공은 마쓰시타의 포어 쪽 엔드라인을 정확히 노렸다.

마쓰시타는 그 공에 닿지 못했다.

"포인트, 준호! 세트 포인트!"

심판의 목소리가 울렸다.

11-9. 세 번째 세트가 끝났다.

한준호는 라켓을 들어 올렸다. 관중석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처음 두 세트와 달랐다. 일방통행이 아니었다. 투쟁이었다. 불완전한 감각으로 벌인 투쟁이었다.

한준호는 경기장의 중앙으로 나갔고, 마쓰시타와 악수를 했다. 마쓰시타의 표정은 아팠지만, 그의 눈빛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경기였어. 다음엔 이기겠어."

마쓰시타의 영어 발음이 어색했지만, 그 다짐은 명확했다.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기장을 떠났다.

---

준비실의 문이 열렸다. 박수진은 한준호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돌아왔다, 준호."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넌 정말 돌아왔다."

한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수진은 한준호를 껴안았다. 그녀의 눈물이 한준호의 어깨에 떨어졌다.

1년 전, 손가락 감각 70% 손실 진단을 받았을 때의 그 절망감이 떠올랐다. 신경학적 검사 결과를 받던 날, 의사는 회복 가능성이 50%라고 말했었다.

그 이후의 날들이 떠올랐다. 매일 밤 훈련장에서의 미세 감각 훈련. 신경 자극 치료. 손가락을 움직이는 기초 운동을 반복하던 밤들. 감각이 돌아오던 첫 번째 날, 손끝에 따뜻함이 전해졌을 때의 그 희미한 기쁨. 그 다음 날 다시 감각이 사라졌을 때의 절망. 포기하고 싶었던 수없이 많은 순간들. 손가락이 반응하지 않아 라켓을 내팽개치던 밤들. 박수진이 옆에서 계속 말해주던 것들—"넌 할 수 있어. 감각은 돌아올 거야."

3개월 차 재검사에서 감각이 30%에서 50%로 올랐을 때의 그 작은 희망. 6개월 차에 75%까지 회복됐을 때 느낀 확신. 그리고 9개월 차에 90%에 도달했을 때의 그 감정. 완벽함을 기다리며 느낀 불안감.

그 모든 과정이 이 순간에 응축되었다.

"손가락 완벽해? 떨리지 않아?"

박수진이 물었다.

한준호는 손을 펼쳤다.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의료진 재검사 결과 90% 정도 회복됐어요. 가끔 끊기기도 합니다."

한준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박수진의 어깨에 닿아 있었다. 박수진의 어깨가 느끼는 감각—따뜻함, 습기, 떨림—모든 것이 신경 말단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있었다.

"그래도 충분해. 넌 충분히 잘했어."

박수진이 한준호의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그럼 이제 세계선수권이야. 왕리펑을 이길 준비가 됐어?"

박수진이 물었다.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준비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확신이 아니라, 결연함이었다.

---

시상식 무대는 밝은 조명으로 가득했다. 한준호는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트로피의 표면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한준호는 그 감각을 명확히 느꼈다. 금속의 매끄러움, 미세한 요철, 온기—모든 것이 전달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기자들이 물음을 퍼붓기 시작했다.

"한준호 선수! 축하합니다! 어떤 기분입니까?"

"너무 기쁩니다."

한준호의 대답은 간단했다.

"한 해 전 부상에서 회복하셨네요. 이제 세계선수권이 앞으로 4주 남았는데,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십니까?"

기자의 질문이 들어왔다. 한준호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계 챔피언이 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다시 터져 나왔다. 관중석의 박수가 들렸다. 하지만 한준호의 귀에는 다른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심판의 휘슬 소리. 다음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그 소리.

---

경기장을 떠나기 전에, 한준호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저녁 6시. 국제 오픈 토너먼트는 끝났지만, 한준호의 훈련은 계속되어야 했다. 세계선수권까지 정확히 4주. 그 기간 동안 손가락 감각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했다.

훈련장의 문을 열었을 때, 누군가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석우였다.

"우승했네. 축하해."

이석우의 말투는 담담했다.

한준호는 라켓을 집어 들었다.

"고맙습니다."

"세 번째 세트에서 손가락이 끊겼지? 봤어. 마쓰시타도 감지했고. 그런데 넌 선택했어."

이석우가 말했다. 그의 눈빛은 예리했다.

"미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을 선택했어. 그게 맞는 길이야."

한준호는 라켓을 들었다.

"20년을 안다. 근데 그 20년이 너를 감옥에 가둘 수도 있다는 걸 알아? 미래를 완벽하게 알고 있으면, 현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그럼 넌 자동 기계가 되는 거야."

이석우가 일어섰다.

"세계선수권에서 왕리펑을 만날 때, 넌 그 여자의 모든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지식이 너를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더욱 억압할 수도 있다는 거야. 왜냐하면 넌 완벽함을 추구하니까."

이석우는 한준호의 얼굴을 마주했다.

"미래를 알고 있는 것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잊지 마."

이석우는 훈련장을 떠났다. 한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그는 공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공의 표면을 감촉했다. 요철, 온기, 무게. 모든 감각이 명확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감각이 항상 이렇게 명확할까?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렇게 감지될까?

90% 회복.

그것이 현실이었다. 완벽함은 없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한준호는 뭔가 다른 것을 배우고 있었다. 미래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현재의 순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한준호는 공을 던졌다.

탁.

라켓이 공을 쳤다.

경기장의 벽에 공이 부딪쳤다.

다시 손가락으로 감촉한다.

요철, 온기, 무게.

그리고 다시 던진다.

탁.

---

밤 11시. 훈련장은 한준호 혼자만의 공간이 되었다. 조명 아래 그는 계속 공을 쳤다. 손가락의 감각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세계선수권까지 정확히 4주. 그 시간 동안, 한준호는 왕리펑이라는 벽을 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해야 했다.

박수진 코치가 훈련장에 나타났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한준호의 모습을 보면서도 놀라지 않았다.

"손가락 감각은?"

박수진이 물었다.

"90% 회복된 상태입니다."

한준호가 대답했다.

"그 10%를 어떻게 채울 거야?"

박수진이 물었다.

한준호는 공을 던졌다. 그리고 라켓으로 쳤다.

탁.

"기억으로 채우겠습니다. 미래 기억으로 나머지를 완성하겠습니다."

한준호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무언가가 더해져 있었다. 확신이 아니라, 투쟁의 의지였다.

박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왕리펑은?"

박수진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한준호는 손을 멈추고 박수진을 마주했다.

"그 여자는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그게 그녀의 약점입니다."

한준호의 눈빛이 변했다.

"저는 불완전함 속에서 완벽함을 찾겠습니다. 현재를 선택하겠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승리의 길입니다."

박수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처음으로, 한준호가 미래 기억을 넘어서는 것을 봤다.

"좋아. 그럼 가자. 세계선수권으로."

---

다음 날 아침, 세계탁구선수권 조별 편성이 발표되었다. 한준호는 왕리펑과 같은 조에 배치되었다. 같은 조에는 스웨덴의 슈베르트와 태국의 수타라도도 포함되었다.

한준호는 편성표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미래 기억이 정확했다. 이 편성은 그가 20년 전 기억에서 본 그대로였다.

"왕리펑이구나."

한준호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제 그의 표정은 달랐다. 확신이 아니라, 준비된 투사의 표정이었다.

손가락을 펼쳤다.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것이 자신이었다.

한준호는 왕리펑의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 봤다. 20년 전 기억 속에서 본 그녀의 모습. 완벽한 기술,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하지만 그 완벽함 뒤에 숨겨진 약점. 그녀도 불완전했다. 그녀도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4주 후, 그 여자를 만나겠지."

한준호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지금은 현재를 준비해야 한다."

한준호는 라켓을 집어 들었다.

세계선수권까지 정확히 4주.

그 시간 동안, 한준호는 불완전한 감각으로 완벽한 경기를 펼칠 준비를 해야 했다.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선택하면서.

이석우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미래를 알고 있는 것과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한준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미래 기억은 그에게 우위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족쇄였다. 진정한 우위는 현재의 순간 속에 있었다. 불완전한 감각으로 선택하는 그 순간 속에.

심판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한준호는 계속 선택해야 했다.

탁.

라켓이 공을 쳤다.

경기장의 벽에 공이 부딪쳤다.

공이 튕겨 돌아온다.

다시 손가락으로 감촉한다.

요철, 온기, 무게.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탁.

다음 경기장은 세계선수권. 그곳에서 왕리펑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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