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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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의 형광등이 일렬로 켜졌다. 오후 3시, 한준호는 박수진 코치의 지시에 따라 미세 감각 훈련에 들어갔다.

장민준은 코트 끝에서 그를 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떨림이었다. 지난주 이맘때까지만 해도 한준호는 공을 제대로 집지 못했다. 손가락 감각 40% 상태였을 때의 그였다. 떨어지는 공, 잘못된 그립, 라켓면의 각도 오류—장민준은 그 모든 걸 기억했다. 그래서 확신했다. 저 정도면 회복 불가능하다고. 신경 손상은 돌이킬 수 없는 거고, 한준호는 3개월 안에 탈락할 거라고.

그런데 지금.

한준호의 손가락 끝이 공을 집어 올렸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간격을 정확히 3센티미터. 공이 손가락 위에서 안정적으로 굴러갔다. 떨어지지 않았다. 미세한 회전에 반응하는 손가락.

박수진이 옆에서 스톱워치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한준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각 회복 50% 달성. 좋아요."

그 말이 장민준의 가슴을 내려찍었다. 50%. 일주일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치가 현실이 되었다. 심장이 빨라졌다. 호흡이 얕아졌다. 손가락 떨림이 심해졌다.

장민준의 발이 움직였다. 자기도 모르게.

박수진이 그를 발견했다. "장민준, 뭐 하고 있어? 너도 훈련 시간 아닌가?"

"아, 네. 지나가다가..."

장민준은 그 문장을 끝내지 못했다. 한준호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눈이 만났다. 한준호는 웃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 끄덕임이 장민준의 가슴을 쳤다.

"감각 50%면 이제 기초 드릴로 복귀할 수 있겠네요?" 한준호가 박수진에게 물었다.

"일주일 더 이 강도로 가자. 그 다음에 실전 훈련 들어갈 거야."

"네, 알겠습니다."

장민준은 그 대화를 전부 들었다. 입술이 움직였다가 멈췄다.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돌아섰다.

---

훈련장을 나오면서 장민준은 휴대폰을 켰다. 3시 45분. 회의 시간이었다. 경영진실에서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대표팀 회의, 4시 시작.'

경영진실은 훈련센터 2층에 있었다. 장민준이 올라가자 김태호 감독, 정유진, 그리고 연맹 담당자 이상호가 앉아 있었다.

"장민준, 들어와. 너한테 중요한 얘기야."

김태호 감독이 장민준을 바라봤다. 침묵이 흘렀다. 감독의 눈이 장민준을 꿰뚫고 있었다.

"한준호의 감각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박수진 보고에 따르면 50% 회복 상태다."

이상호가 덧붙였다. "6개월 재심사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 국제 대회 출전권을 재획득할 수 있게 된다."

장민준의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집었다.

"그게 우리 팀에 미칠 영향은?" 정유진이 물었다.

김태호는 모니터를 켰다. 한국 팀의 세계 랭킹 전력 그래프가 나타났다.

"현재 한국 팀 상위 4명의 포인트는 400. 만약 한준호가 70위까지 복귀한다면, 팀 포인트는 420까지 올라간다."

감독이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손가락이 장민준을 향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유럽을 앞지를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이건 가정일 뿐이다. 실제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김태호가 장민준을 직시했다. 눈맞춤이 끝나지 않았다.

"장민준, 넌 지난 3개월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만약 한준호가 돌아온다면, 넌 어떻게 할 건가?"

"제가 계속 이기면 됩니다."

감독의 눈이 더 깊어졌다.

"그렇다면 국제 대회에서도?"

장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감독의 눈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다음 달 아시안 투어에 참가한다. 거기서 현재 상위 10위권 선수들과 경기한다. 특히 왕리펑과의 매칭도 있을 거다."

감독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때가 너의 실력을 증명할 기회다. 그리고..."

감독이 잠시 멈췄다. 그 침묵 속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한준호도 함께 간다."

장민준의 목이 움직였다. 손이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감독의 시선이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아직 회복 중이지만,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넌 한준호를 마주칠 거다."

장민준의 호흡이 가빠졌다. 테이블 아래 무릎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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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나고 나갈 때, 장민준은 정유진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한준호가 정말 돌아올 거 같아?"

"몰라요."

"거짓말. 너는 알고 있다. 한준호가 돌아온다는 걸."

"그렇다고 해도 제가 질 이유는 없습니다."

정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넌 좋은 선수야, 장민준. 노력도 많고, 멘탈도 강하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뭔데요?"

"너는 한준호를 이기려고 생각하는데, 한준호는 자신을 이기려고 생각한다. 그 차이가 결국 우승을 가르는 거야."

장민준은 그 말을 씹었다. 복도를 내려가면서. 가슴 한구석에 불안이 자리 잡았다. 그건 단순한 불안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미 졌다는 확신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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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으로 내려가자, 한준호는 이미 기초 드릴을 시작하고 있었다. 포어핸드 루프. 백핸드 톱스핀. 같은 기술을 반복했다. 50번, 100번, 200번.

손가락이 공과 접촉할 때마다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50% 회복된 감각이 정보를 전달했다. 공의 회전, 라켓면의 각도, 임팩트의 정확도. 모든 게 느껴졌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한준호는 공 하나를 잡고 멈췄다. 숨을 가다듬었다.

"열심히 하네."

장민준이 코트로 들어왔다.

한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감각이 50%까지 돌아왔다고? 박수진 코치한테 들었어."

"네,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도 대단하네. 3개월 전만 해도 넌 공을 제대로 집지도 못했잖아."

한준호는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언제쯤 경기 복귀할 거야? 대회에서 말이야."

"6개월 안에요. 국제 대회 출전권을 다시 따야 하니까."

"그럼 가능할 거 같아? 회복이."

한준호는 공을 손가락 위에 올렸다. 공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올려져 있었다.

"네, 가능할 거 같습니다."

장민준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 공을 바라봤다. 50%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안정성. 자신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뭔가.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언젠가 다시 경기하자."

"좋습니다."

장민준은 돌아섰다. 코트를 나가면서. 뒤에서 한준호의 시선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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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실에서 장민준은 혼자 있었다. 자신의 라켓을 들었다. 검은색 손잡이, 빨간 러버. 이 라켓으로 자신은 지난 3개월 동안 12승을 거두었다. 세계 랭킹도 5위에서 4위로 올라갔다.

한 발 더 올라가면 3위다.

그리고 한 발 더 올라가면 2위다.

그리고 한 발 더 올라가면 1위다.

그런데 한준호가 돌아온다.

장민준은 라켓을 내려놨다.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심장은 빨라졌다. 손가락이 라켓 그립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포어핸드 폼을 확인했다. 라켓을 올렸다. 임팩트 포인트를 체크했다. 고개를 저었다. 뭔가 부족했다.

항상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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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전, 박수진은 한준호에게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감각 50% 회복 달성했으니까, 이제 실전 훈련으로 넘어간다. 상대 선수와의 경기 시뮬레이션이다."

"누구랑 하나요?"

"이석우. 넌 그와의 경기에서 감각 손실의 영향을 직접 받을 거야. 그 과정에서 불완전한 감각을 어떻게 다룰지 배우게 될 거다."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박수진이 말했다. "지금 넌 50%의 감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한다. 그건 착각이야. 50%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진정한 강함이다."

한준호는 그 말을 되새겼다. 완벽함이 아닌, 최선. 그 차이를 이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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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 이석우가 들어왔다. 라켓을 들고.

"한준호, 이제 실전 시뮬레이션하자."

"좋습니다."

두 사람은 코트에 마주섰다.

한준호가 공을 던졌다. 포어핸드 루프. 손가락이 공과 접촉하는 순간, 50%의 감각이 전달되었다. 불완전했지만, 정보는 명확했다. 공의 회전, 라켓면의 각도, 임팩트 포인트.

이석우가 공을 받아쳤다.

한준호는 백핸드로 응수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50%의 감각만으로는 회전을 완벽하게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미래의 기억을 믿었다. 이석우의 백핸드 공은 언제나 약간의 사이드스핀을 포함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라켓을 기울였다.

탁!

공이 정확하게 돌아왔다.

랠리가 계속되었다. 5회, 10회, 15회. 한준호의 공은 점점 안정적이 되었다. 이석우의 공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한준호는 따라갔다. 50%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정확함으로.

이석우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한준호, 감각이 돌아오고 있네?"

"네, 천천히요."

"그럼 언제쯤 완전히 돌아올 거야?"

"3개월 더면 80% 정도?"

이석우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럼 6개월 후엔 완전히 돌아오는 건가?"

"박수진 코치 말론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대요. 대신 90%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90%면 충분한데? 너 그 정도면 세계 1위도 이길 수 있잖아."

한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을 던졌다. 다시 랠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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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끝나고, 박수진은 한준호를 불렀다.

"한준호, 왕리펑 분석 자료 봤어?"

"네, 확인했습니다."

"그 선수의 약점이 뭘까?"

한준호는 미래의 기억을 더듬었다. 왕리펑과의 경기들. 수십 번의 대면. 그 모든 정보가 뇌에 저장되어 있었다.

"포어핸드 루프 후의 백핸드 전환이 약합니다. 0.3초의 타이밍 공백이 있어요. 그 사이에 강한 공을 날리면 반응 시간이 부족합니다."

박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실제 경기에서 구현할 수 있겠어?"

"50% 감각으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80%까지 회복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그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훈련을 시작하자."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의 기억이 현재의 훈련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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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정유진이 장민준을 불렀다.

"장민준, 왕리펑 대전을 준비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왕리펑을 이기려면 뭐가 필요한 줄 알아?"

"완벽한 방어?"

"틀렸다. 불완전한 공격이다."

"무슨 말이에요?"

"왕리펑은 모든 걸 계산하는 선수야. 완벽한 기술, 완벽한 멘탈, 완벽한 체력. 그래서 너는 그의 계산을 깨뜨려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공격으로."

장민준은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한준호를 향했다. 여전히 훈련하고 있는 한준호를. 박수진과 뭔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는 한준호를. 손가락이 떨렸다.

정유진이 장민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알았다. 장민준의 불안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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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훈련장은 거의 비었다. 한준호는 혼자 남아 있었다. 공 하나를 계속 치고 있었다.

포어핸드, 백핸드, 미들. 같은 기술을 반복했다. 손가락은 50%의 감각으로 공과 접촉했다. 불완전했지만, 랠리는 계속되었다.

장민준이 조용히 들어왔다. 한준호는 그를 보지 못했다.

장민준은 한준호가 치는 공들을 봤다. 정확한 공들. 불완전한 감각으로 만들어진 정확함.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장민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준호는 돌아올 거다. 완전히.

그렇다면 자신은?

장민준은 라켓을 들었다. 한준호 옆 코트에서.

"너도 훈련 중이야?"

한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네, 감각이 안정될 때까지."

"감각이 50%면 충분한 거 아닌가?"

"불충분합니다. 아직 부족하니까요."

장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긴장이 담겨 있었다. "그런 넌 절대 완벽해질 수 없어."

한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다시 공을 쳤다. 손가락이 공과 만나는 순간, 미세한 진동이 그의 몸을 타고 흘렀다. 불완전한 감각이 만들어낸 정확함.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장민준도 공을 쳤다. 같은 훈련장에서, 다른 코트에서, 두 라이벌이 밤 11시에 혼자씩 훈련하고 있었다.

장민준의 공은 한준호의 공보다 빨랐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았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공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떨림이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

밤 11시 30분, 박수진은 CCTV를 통해 훈련장을 봤다. 두 선수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른 코트에서, 서로를 의식하면서.

그녀는 기록을 켰다.

"한준호: 감각 회복 50% 달성. 왕리펑의 약점 분석 완료. 미래 기억 활용 시작. 심리 안정성 증가. 목표 명확화."

"장민준: 한준호의 회복 속도에 대한 불안 심화. 왕리펑 대전 준비 중이나 집중도 저하. 자기 의심 심화. 훈련 강도 상향하나 효율성 감소. 손가락 떨림 관찰됨. 신체 제어 능력 감소."

박수진은 모니터를 껐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 한 선수는 위로 향하고 있었고, 다른 선수는 자신의 그림자에 잡혀 있었다.

라켓실의 거울 앞에서 장민준은 라켓을 집어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라켓 그립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포어핸드 폼을 확인했다. 라켓을 올렸다. 임팩트 포인트를 체크했다.

부족했다. 항상 부족했다.

손가락 끝이 라켓을 놨다. 손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라켓의 무게가 느껴졌다. 평소처럼 가볍던 라켓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팔 전체가 무거워졌다. 몸 전체가 무거워졌다.

거울 속의 자신을 봤다. 그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것 같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호흡이 가빠졌다. 라켓을 집어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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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훈련장이 텅 비었다.

한준호는 마지막 공을 쳤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공은 정확하게 돌아왔다. 50%의 감각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졌다. 불완전한 감각으로 만들어진 완벽함. 그것이 자신의 길이었다.

장민준은 라켓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건 피로 때문이 아니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두려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두려움. 자신이 이미 졌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느끼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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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훈련장이 다시 켜졌다.

한준호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손가락을 펼쳐 감각을 확인했다. 50%. 불완전하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미래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자신은 살아가고 있었다.

장민준은 나중에 들어왔다. 얼굴이 피곤했다. 새벽 1시까지 훈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밤새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피로였다.

박수진이 클립보드를 들고 나타났다.

"오늘부터 강화 훈련. 감각 50% 상태에서 국제 선수들과의 시뮬레이션 경기를 진행한다."

"국제 선수들이요?" 한준호가 물었다.

"영상으로. 지난 국제 대회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그 상대를 상정해 훈련하는 거다."

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대상은?"

박수진이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 한 여성 선수가 나타났다. 중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정확한 자세로 공을 치는 선수.

"왕리펑. 현재 세계 2위. 너의 최종 목표다."

한준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미래의 기억 속 왕리펑과의 수십 번의 경기. 그 모든 정보가 현재의 감각과 만나고 있었다. 불완전한 감각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장민준도 화면을 봤다. 왕리펑. 자신이 이겨야 할 상대.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상대.

그리고 한준호는 그 상대를 이길 거다.

장민준의 손가락이 라켓을 더 세게 쥐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손가락이 계속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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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김태호 감독 사무실.

이상호 연맹 담당자가 보고서를 내렸다.

"한준호의 감각 회복 속도가 예상치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현재 50% 회복 상태이고, 실전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왕리펑의 약점 분석까지 완료했습니다."

"그렇다면 6개월 재심사 통과 가능성은?"

"85% 이상입니다."

김태호는 의자에 기댔다. "그렇다면 국제 대회 출전권도?"

"충분합니다. 특히 한준호가 복귀하면 팀 전력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태호는 모니터를 켰다. 다음 달 아시안 투어 스케줄이 떴다. 그 아래에는 참가 선수 명단이 있었다.

"다음 달 투어에 한준호를 참가시킨다."

"6개월 남았는데요?"

"상관없다.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준호가 아직 회복 중인데, 국제 경기에 나가도 괜찮습니까?"

김태호가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장민준의 이름이 있었다.

"장민준과 한준호가 같은 투어에 참가한다. 현장에서 두 선수의 실력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장민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봐야 한다."

"감독님 의도가?"

"한준호가 돌아오면 팀 내 긴장이 생긴다. 그 긴장 속에서 장민준이 성장하는지, 아니면 무너지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한준호도 현장에서 뭘 배우는지. 두 선수를 같은 무대에 올려놓는 것. 그것이 진정한 시험이 될 거다."

이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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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훈련장.

한준호는 여전히 왕리펑의 영상을 분석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공을 치면서, 동시에 영상 속 왕리펑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왕리펑의 포어핸드는 언제나 같은 궤적이었다. 30도 각도, 임팩트 포인트는 신체 정면에서 15센티미터 앞. 공의 회전은 언제나 같은 강도의 탑스핀.

미래의 기억이 모든 걸 알려줬다.

그리고 박수진이 지시한 약점도. 포어핸드 루프 후의 백핸드 전환. 0.3초의 타이밍 공백.

한준호는 공을 집어 들었다. 50%의 감각으로.

그리고 쳤다. 불완전하지만 강력한 공으로.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 최선이 충분했다.

박수진이 옆에서 스톱워치를 눌렀다. 0.3초. 정확히 그 타이밍에 다음 공을 날렸다.

탁!

공이 정확하게 왕리펑의 약점을 노렸다.

"좋아. 계속해."

박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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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라켓실.

장민준은 혼자 라켓을 닦고 있었다. 검은색 손잡이, 빨간 러버.

이 라켓으로 자신은 한준호를 이겨야 한다.

하지만 한준호는 회복될 것이고, 자신은 현재 위치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장민준은 라켓을 집어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라켓 그립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포어핸드 폼을 확인했다. 라켓을 올렸다. 임팩트 포인트를 체크했다. 고개를 저었다. 뭔가 부족했다. 항상 부족했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한준호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를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자신은 현재만 보고 있었다. 미래를 모르는 채로. 미래를 통제할 수 없는 채로.

장민준은 라켓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공포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것 같았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라켓의 무게감이 변했다. 손에서 라켓이 미끄러질 것 같았다. 몸 전체가 무거워졌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거울을 향해 날리고 싶었다. 하지만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손가락이 계속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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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이 떴다.

"감각 회복 50% 달성. 훈련 시작 7주차."

"아시안 투어 개최까지 D-15."

훈련장의 불이 꺼졌다.

두 라이벌의 그림자가 코트 위에서 교차했다. 한 그림자는 위로 향했고, 다른 그림자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새로운 이름이 나타났다.

"왕리펑. 세계 2위."

다음 화로의 강제력이 명확했다. 아시안 투어에서 세 선수가 만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게 결정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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