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한수진의 목소리는 준호의 휴대폰을 통해 떨리며 흘러나왔다.

"지금 어디 있어요?"

준호는 강남역 지하주차장의 벽에 기대어 있었다. 박준영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지 정확히 2시간 47분이 경과했다. 시간을 세는 것은 습관이었다. 범죄심리분석가는 시간의 간격 속에서 의도를 읽는다. 하지만 지금 준호가 읽는 것은 의도가 아니었다. 체계적인 붕괴였다.

"집에 가고 있다."

거짓이었다.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짓말 하지 마요. 당신의 위치 신호는 강남역 주차장을 가리키고 있어요. 경찰청 시스템에서 확인했어요."

침묵. 준호는 한수진이 왜 경찰청 시스템에 접근했는지 묻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수진은 15년간 그의 옆에서 모든 증거를 취급해온 법의학 담당관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자신이 감시 대상임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만나고 싶어요. 지금."

"안 된다."

"반드시 만나야 해요."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화면에 한수진의 거절 음성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대신 주차장의 천장을 바라봤다. CCTV는 네 개였다. 모두 작동 중이었다. 빨간 불이 깜박이고 있었다.

30분 후, 준호는 강남구청 인근의 카페에 앉아 있었다. 한수진이 지정한 장소였다. 공공장소. 목격자가 많은 곳. 누구도 뭔가를 할 수 없는 장소. 그것이 한수진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검은 코트를 입고 들어섰다. 15년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조용했고, 여전히 신중했고,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그 눈빛은 준호가 처음 본 것이었다.

"15년 동안 침묵했어요."

한수진은 커피를 주문하지 않았다. 앉자마자 말을 시작했다.

"내 데이터가 조작되었고, 나는 그것을 알았어요. 정확히 언제인지 알아요. 2009년 7월 14일 오후 3시 22분. 내가 제출한 법의학 보고서에 누군가 손을 댔어요. 혈액형이 바뀌었어요. AB형이 O형으로. DNA 마커 중 세 개가 삭제되었어요. 타임스탐프가 조정되었어요. 모두 박준영을 지목하도록."

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그것을 팀장에게 보고했어요. 오재훈 팀장에게. 그리고 팀장은 내게 말했어요. '한수진, 너는 뛰어난 법의학자다. 하지만 때로 좋은 법의학자가 되려면, 보는 것을 보지 않아야 한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어요. 박준영은 범인이고, 당신의 프로파일은 완벽하다고. 만약 내가 이를 지적하면, 내 경력이 끝날 것이라고. 내 가족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한수진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더 무서웠다. 떨림은 감정이고, 감정은 인간의 신호다. 하지만 한수진의 목소리는 이미 감정을 초월한 상태였다. 기계적이었다. 시스템화되었다.

"그리고 15년 동안 나는 침묵했어요. 매년. 매월. 매일. 박준영이 감옥에 있을 때마다, 나는 내 침묵의 무게를 느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당신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준호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들었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고백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있었어요. 매일 내 옆에서. 당신은 완벽했어요. 당신의 분석은 정확했어요. 당신이 말한 것은 모두 맞았어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요. 내가 본 것이 잘못된 거라고. 내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은 거라고. 내 눈이 속은 거라고."

카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클래식이었다. 모차르트였다. 준호는 그것을 인식했지만, 듣지 않았다. 한수진의 목소리만이 세상의 모든 음파를 대체했다.

"어제 박준영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깨달았어요. 나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걸. 당신도 깨달았을 거예요. 당신은 자신이 조종당했다는 걸. 그리고 당신은 지금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 있어요.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말할 것인가."

한수진은 가방을 열었다. USB를 꺼냈다. 준호의 손 위에 놓았다.

"이것이 원본 데이터예요. 2009년 7월 14일 오전 10시 52분, 내가 채집한 원본 법의학 데이터. 혈액형, DNA, 타임스탐프. 모두 박준영을 지목하지 않아요. 대신 다른 사람을 지목해요. 당신도 알 거예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준호는 USB를 집지 않았다.

"당신은 과학자가 아니었어요. 당신은 신앙의 도구였어요. 완벽한 분석도 거짓 증거 위에서는 거짓이 돼요. 당신은 그걸 모르고 있었어요. 아니, 모르고 싶었어요. 당신의 능력이 의문받는 것이 두려워서."

한수진은 일어났다. 카페의 다른 손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무도 방금 전 대화를 듣지 못했다. 그것이 이 세상의 방식이었다. 진실은 항상 공적 장소에서 속삭여지고, 사람들은 항상 그것을 무시한다.

"이제 당신이 선택해야 해요."

한수진이 문 앞에서 멈췄다. 그녀의 등이 준호를 향했다. 그 등은 15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말할 것인가. 하지만 진실을 말하면, 당신은 무너질 거예요. 당신의 명성은 무너질 거고, 당신의 경력은 끝날 거예요. 그리고..."

한수진은 돌아섰다. 그 얼굴은 눈물로 흥건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정확했다.

"나도 함께 무너질 거예요."

카페의 문이 닫혔다. 한수진은 거리로 사라졌다. 준호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USB는 테이블 위에 남겨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지 않았다. 대신 손을 떨렸다. 처음으로, 15년 만에, 준호의 손이 떨렸다.

카페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밝고 명확한 선율. 하지만 이제 그것은 준호에게 다르게 들렸다. 완벽함의 가면 뒤에 숨겨진 거짓처럼.

준호는 휴대폰을 꺼냈다. 3개의 미확인 전화. 모두 이석준 팀장으로부터였다. 메시지도 있었다.

'준호, 너는 어디 있는가. 내일 공판에 출석해야 한다. 검사의 신문에 답변하라. 박준영은 범인이고, 너의 분석은 정확하다. 이 모든 것이 명확히 되어야 한다. 내일 법정에서 만나자.'

준호는 메시지를 읽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메시지 뒤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재훈의 얼굴. 검은 코트의 남자의 얼굴. 그리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

준호는 USB를 집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이것을 켜면, 모든 것이 끝난다. 자신의 15년. 자신의 명성. 자신의 정체성. 모두 끝난다.

그는 USB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카페를 나가며, 준호는 거울을 마주했다. 카페 입구의 전신거울. 그 속의 자신의 얼굴은 낯설었다. 피곤했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 자신의 얼굴이었다. 15년 동안 숨겨온 얼굴.

거리는 저녁으로 물들고 있었다. 강남역 인근의 지하철 입구에서 퇴근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준호는 그들 사이를 헤치고 걸었다. 편의점 앞을 지났다. 편의점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변하고 있었다.

차들이 흘러다니고,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세상은 계속 돌아갔다. 하지만 준호는 정지되어 있지 않았다. 움직이고 있었다. 선택 속으로.

내일 법정이 열린다.

내일, 박준영의 무죄 혹은 유죄가 결정된다.

내일, 이준호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리고 준호는 이미 선택했다. USB는 주머니 안에서 무거웠다.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준호는 받았다.

"이준호."

상대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준호는 그 목소리를 알았다.

"내일 법정에서 당신의 증언이 필요하다. 박준영은 범인이다. 당신의 프로파일은 정확하다. 이 모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오재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한수진의 데이터는 조작되지 않았다. 당신도 알 것이다."

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내일 법정에서 만나자, 이준호. 그리고 우리의 15년이 완성되는 것을 함께 보자."

전화가 끊겼다.

준호는 거리 한가운데 서 있었다. 주머니 속의 USB가 계속 무거워졌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자신을 죽이고, 한수진을 죽이고, 모든 것을 죽일 것이었다.

내일,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선택도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닐까.

---

준호는 택시를 탔다. 목적지는 경찰청이 아니었다. 집도 아니었다.

"분당 어디로 가시겠어요?"

기사가 물었다.

"판교 신도시."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가지요."

준호는 창밖을 봤다. 도시의 불빛이 흘러다녔다. 그 불빛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진실인가, 아니면 또 다른 거짓인가.

핸드폰이 울렸다. 이명재였다.

"준호님, 내일 공판이 시작됩니다. 검사 신문은 오전 10시부터입니다."

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준호님?"

"알겠습니다."

이명재는 잠시 침묵했다. "당신이 준비가 되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택시는 강남역을 지나 분당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수는 라디오를 켜놓았다.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경찰청 범죄심리분석가 이준호 수석 분석관이 박준영 재심 사건과 관련하여 감찰실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법인 정의의 이명재 변호사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15년 전 강도살인 사건의 모든 증거가 의도적으로 조작되었으며, 박준영은 완전한 피해자'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라디오가 꺼졌다. 기사가 채널을 돌렸다.

"저 사건이네요. 요즘 핫하던데."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25분 후, 택시는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멈췄다. 분당 신도시의 고급 아파트. 오재훈의 집이었다.

준호는 내렸다. 기사에게 돈을 건넸다. 거슬러주는 돈은 받지 않았다.

아파트 로비에는 경비원이 서 있었다. 준호는 이름을 말했다.

"이준호입니다. 오재훈 팀장님 댁을 찾아왔습니다."

경비원은 준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준호의 얼굴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경찰청 최고의 분석가. 뉴스에 나오는 얼굴.

"확인하고 올리겠습니다."

경비원이 전화를 걸었다. 짧은 대화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셔도 됩니다. 32층입니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올라갔다. 준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32층의 문이 열렸을 때, 오재훈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정장. 차가운 미소.

"늦게 찾아왔네. 무언가 결정했나?"

준호는 들어갔다. 아파트 내부는 매우 넓고 고급스러웠다. 강남의 야경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USB를 받았나?"

"받았습니다."

"열어봤나?"

"아직입니다."

오재훈은 소파에 앉았다. 준호에게 마주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준호는 앉지 않았다. 소파 팔걸이를 부러뜨릴 듯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당신이 왜 나를 여기로 부르셨는지 압니다."

오재훈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그래? 말해봐."

"박준영을 죽이고, 한수진을 협박하고,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그리고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침묵하게 만들기 위해."

준호의 대답이 오재훈의 예상을 벗어났다. 오재훈의 표정이 변했다. 미소가 사라졌다.

"15년 동안 당신은 나를 통제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손 안에 있었고,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증거들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것을. 내가 분석한 것이 거짓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것을."

오재훈이 일어섰다. 창문으로 다가갔다. 강남의 야경을 내려다봤다.

"그래. 나는 박준영을 범인으로 만들었다. 김태식이라는 은행장이 내 비자금 증거를 경찰청에 넘기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죽였다. 하지만 현장에 증거를 남길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박준영을 현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나는 너를 부르고 너의 프로파일을 받았다. 그리고 박준영은 범인이 되었다."

오재훈은 천천히 돌아섰다.

"너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리고 내일 법정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준호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오재훈을 향해 한 발 나아갔다. 하지만 멈췄다. 주먹을 내려놨다.

"우리는 같은 손으로 같은 일을 했습니다."

오재훈의 눈빛이 변했다. 준호의 말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당신은 살인을 저질렀고, 나는 그 거짓을 증명했습니다. 당신은 증거를 조작했고, 나는 그 조작을 정당화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죄를 지었습니다. 다만 방식이 달랐을 뿐입니다."

준호는 USB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내일 법정에서 이 데이터를 제출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오판을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을 고발하겠습니다."

오재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이전과 달랐다. 절망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되면, 너도 끝난다."

"알고 있습니다."

"너의 명성도 끝나고, 너의 경력도 끝난다."

"알고 있습니다."

오재훈은 준호를 오래도록 봤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다른 감정이 떠올랐다. 경멸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혹은 인정.

"그렇다면 가거라. 그리고 내일 법정에서 만나자."

준호는 돌아섰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오재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너는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내려갔다. 32층에서 로비까지의 길은 길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손가락은 안정적이었다. 마치 자신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로비를 나간 준호는 택시를 탔다.

"어디로 가실래요?"

"법무법인 정의. 강남역 근처."

밤의 서울을 통과하며, 준호는 자신의 결정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법무법인 정의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밤 11시였지만, 이명재는 여전히 사무실에 있었다. 책상 위에는 박준영 사건의 파일이 흩어져 있었다.

준호가 들어갔을 때, 이명재는 고개를 들었다.

"준호님. 이렇게 늦게?"

준호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그것을 테이블 위에 놨다.

"이것이 증거입니다."

이명재는 USB를 집었다. 준호의 눈을 봤다.

"당신이 제공하는 건가요?"

"내일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이명재는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파일이 열렸다. 15년 전의 법의학 데이터. 모두 박준영을 지목하지 않고 있었다.

이명재는 화면을 보다가 천천히 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경이와 경계가 섞여 있었다.

"이것이 원본 데이터라면..."

"그렇습니다. 한수진이 채집한 원본입니다. 조작되지 않은."

이명재는 준호의 얼굴을 오래도록 봤다. 그는 전문 변호사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준호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당신이 이것을 제출하면, 당신은 법정에서 증언해야 합니다. 자신의 오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적 책임을 질 것입니다."

이명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 조작 혐의. 거짓 증언.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 예상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명재는 USB를 손에 들었다. 무게를 재는 듯했다.

"박준영이 무죄 판정을 받으면, 국가배상 소송이 진행될 것입니다. 15년의 억울함에 대한 보상. 그리고 당신은 그 증거의 중심에 있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것을 제출하시겠습니까?"

준호는 창밖을 봤다. 강남의 야경. 그 야경 속에는 경찰청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의 창문 중 하나는 밝혀 있었을 것이다. 오재훈의 사무실.

"내일 법정에서 증언하겠습니다."

준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마치 판사의 선고처럼.

이명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준영에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검사에게도."

준호는 법무법인을 나갔다. 밤의 거리는 여전히 밝았다. 하지만 이제 그 밝음이 다르게 보였다.

거짓을 가리는 불빛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불빛으로.

그는 핸드폰을 켰다. 이석준 팀장으로부터의 메시지가 있었다.

'내일 법정에서 만나자. 그리고 우리의 15년을 완성하자.'

준호는 그 메시지를 읽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른 메시지를 썼다. 박준영에게.

'내일 법정에서 만납시다. 그리고 진실을 함께 말합시다.'

메시지를 보낸 후, 준호는 밤의 거리를 걸었다. 강남역 지하철 입구를 지났다. 편의점 앞을 지났다. 편의점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경찰청 건물 앞에 섰다. 밤 11시 30분. 건물의 대부분의 창문은 어두웠지만, 몇 개는 여전히 밝혀 있었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봤다. 안정적이었다. 마치 자신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그는 걸었다. 거리를 따라. 밤의 서울을 따라.

이 순간, 준호는 자신이 더 이상 거울 속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울 밖으로 나왔다.

내일, 법정에서.

내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