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추적자의 정체

한강대교의 난간에 기대선 이준호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미행 차량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것이 더 소름이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이 그것을 인지하도록 허락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오후 2시 34분. 햇빛이 한강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고, 준호의 손가락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핸드폰 화면을 끄고 다시 켰다. 메시지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당신도 우리 편입니다. 당신이 아직 모를 뿐.'*

발신자는 번호 표시 없음이었다. 준호는 번호 추적을 시도했지만 프록시 서버를 통한 위장 신호였다. 경찰청의 추적 시스템으로도 역추적이 불가능한 수준의 암호화.

준호는 한강대교를 내려갔다. 강남역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기사는 50대 남자였고, 라디오에서는 경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준호는 뒷좌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경찰청 기록 시스템에 접속했다. 공식 채널이 아닌 자신의 개인 계정. 감찰실의 감시 범위 밖이었다.

"강남역 근처 어디로요?"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을 때, 준호는 백미러에 맞춰진 기사의 눈을 봤다. 기사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다.

"기사님, 몇 년 일하셨어요?"

"20년 넘게요. 왜요?"

"차에 카메라가 있나?"

기사의 손이 핸들 위에서 경직됐다.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 기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뒤쪽 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그제야 기사가 속도를 냈다.

"카메라는... 없습니다."

"그럼 뒤에 승객을 태운 지는 얼마나 됐어요?"

기사는 답하지 않았다. 준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명재였다.

"준호 님, 지금 어디세요?"

"이동 중입니다."

"경찰청 기록 시스템에 접속하지 마세요. 감찰실이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준호는 이미 접속한 상태였다. 화면에는 박준영 사건 파일이 떠 있었다. 2009년 강남구 은행 인근 강도살인 사건. 피해자: 김태식(남, 72). 체포자: 박준영(남, 28). 사건 담당 수사관: 오재훈(경감).

"기록이 조작되었나요?"

"그 이상입니다. 박준영을 현장에 있게 한 것은 조작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그를 그곳에 배치한 거예요."

"증거가 있습니까?"

"CCTV 타임스탐프, 증인 진술, 혈액형 데이터. 모두 위조됐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제 프로파일링이 무엇이었습니까?"

핸드폰이 떨렸다. 택시 기사가 차선을 변경했다. 준호는 뒤를 봤다. 검은 색상의 차가 2대, 사이에 차 하나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당신은 범인의 심리 패턴이 정확하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 정확성이 문제예요. 범인이 박준영처럼 행동하도록 설계된 거거든요. 당신의 프로파일이 없었다면, 법정에서 그 누명을 벗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명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박준영은 현장에 있었지만 살인자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그를 거기에 놓고, 당신의 프로파일링으로 법적 정당성을 획득한 거죠. 완벽한 누명. 그 설계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으신가요?"

"누구입니까?"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당신이 15년 전 제출한 프로파일링 보고서 원본이 기록 시스템에 남아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준호는 즉시 검색을 시작했다. 2009년 3월 박준영 사건 프로파일링 보고서. 결과는 0건이었다. 그다음 메타데이터 로그에 접근했다. 관리자 권한이 필요했지만, 준호는 15년 동안 쌓인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로그가 떴다.

2009년 3월 14일 02:47 — 박준영 프로파일링 보고서 생성 (권한: 프로파일러 이준호) 2009년 3월 16일 09:15 — 박준영 프로파일링 보고서 삭제 (권한: 특수범죄수사과 팀장)

삭제 기록의 권한 레벨을 따라 올라갔다. 팀장. 이석준. 그런데 그 위에 또 다른 접근 기록이 있었다.

2009년 3월 16일 09:18 — 기록 삭제 승인 (권한: 서울경찰청 부청장)

부청장. 경찰청 조직도에서 이석준보다 세 단계 위의 인물이었다. 개인의 범죄 은폐 권한을 넘어선 조직적 결정.

"당신의 보고서가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특정 인물이 있었어요."

이명재가 말했다.

"그 인물은 기록에서 완전히 삭제됐습니다. 참고인 조사 기록, 진술서, 모든 것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를 지웠어요. 그리고 그 뒤에는..."

"이석준과 부청장이 있습니까?"

"네. 하지만 그것도 빙산의 일각입니다."

택시가 갑자기 속도를 냈다.

"기사님,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아직 목적지가 아닙니다."

"여기서 내립니다."

준호가 앞으로 몸을 숙였을 때, 기사가 핸들을 꺾었다. 택시는 한 차선을 옆으로 미끄러졌다. 뒤의 검은 차 두 대가 급제동했다. 준호는 차 밖으로 몸을 날렸다. 콘크리트 위에 떨어진 순간, 택시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준호는 일어났다. 무릎이 깨져 있었다. 혈액이 흘렀다. 검은 차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준호는 옆의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상업용 빌딩. 로비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준호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10층. 20층. 30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준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는 오재훈이었다.

"안녕하세요, 프로파일러님."

"당신은 누구입니까?"

"누구냐고요? 15년 전 박준영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입니다."

준호의 숨이 가빠졌다.

"당신이 김태식을 죽였습니까?"

"네."

단 한 마디. 확인. 오재훈은 더 이상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왜?"

"돈 때문입니다. 간단합니다. 김태식이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그것을 완벽하게 숨겨주었습니다. 당신이 박준영을 범인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15년을 자유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자유가 끝나고 있습니다."

오재훈의 목소리에 긴장이 흘렀다.

"그들이 나를 버리기로 결정했어요. 이석준과 부청장이. 나는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당신 뒤에 누가 있습니까?"

"이석준입니다. 하지만 그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부청장. 그리고 그 위에는 더 높은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당신이 있으면, 그들은 언제든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이 살인자인데, 왜 경찰청 과장으로 활동했습니까?"

"누군가 나를 보호했습니다. 내 정체를 알고 있던 누군가가. 나는 그들의 도구였습니다. 당신처럼."

준호가 뒤로 물러섰다. 복도의 창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지금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계속 도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증거가 될 것인가. 하지만 그 선택도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오재훈이 한 발 가까워졌다.

"박준영은 감옥에 있습니다. 당신이 협력한다면 계속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거부한다면 당신이 공범자가 됩니다. 당신의 모든 사건이 재조사될 것이고, 당신이 만든 모든 범인들이 석방될 것입니다."

"또는?"

"또는 당신이 사라질 것입니다."

통화가 끊겼다. 동시에 준호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신은 이제 선택할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도 우리가 정해놓은 것입니다.'*

준호는 빌딩의 창문으로 아래를 봤다. 거리에는 검은 차들이 여러 대 정차해 있었다. 그들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그들은 처음부터 그가 도망칠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를 이곳으로 몰아왔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핸드폰을 들었다. 이명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공범입니까?"

"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범이었습니다."

"몇 년입니까?"

"15년입니다. 박준영을 범인으로 만든 그 순간부터."

준호는 핸드폰을 내렸다. 30층 복도의 창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같은 자리에서 15년을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기록 관리실의 정혜경을 찾으세요. 그녀는 조작되지 않은 원본 기록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명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준호 님, 나도 공범자입니다. 나는 당신이 기록을 조작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권 변호사라는 이름 아래 침묵했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지하 3층.

준호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30층에서 1층까지. 1층에서 지하 1층까지.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까지. 지하 2층에서 지하 3층까지.

문이 열렸다.

지하 3층 주차장은 형광등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준호의 발소리만 들렸다. 콘크리트 위의 검은 신발. 자신의 발소리를 따라가는 에코.

주차 구획 B-37. 검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준호는 그 차에 다가갔다. 운전석 창문은 내려가 있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좌석에 놓인 것은 파일 한 권이었다.

준호가 파일을 집어 들었을 때, 주차장의 형광등이 모두 꺼졌다. 어둠이 내려왔다. 준호는 파일을 가슴에 안았다. 그것은 15년 전 자신이 제출한 프로파일링 보고서였다. 원본이었다.

"당신을 찾고 계셨습니까?"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준호가 돌아섰을 때, 형광등이 다시 켜졌다. 그곳에는 오재훈이 서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오재훈. 그의 얼굴은 15년 전과 같았다. 아니, 15년 전보다 더 선명했다. 마치 준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인물이 현실로 걸어 나온 것처럼.

"당신은 정말 누구입니까?"

준호가 물었다.

"나는 당신이 만든 유령입니다. 당신의 프로파일링으로 인해 기록에서 지워진 증거.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오재훈이 한 발 가까워졌다.

"15년 전, 나는 실제로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나를 지웠어요. 당신이 박준영의 심리 프로필을 만들 때, 나는 동시에 지워졌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완벽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내 존재 자체가 모순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이 살인자입니까?"

"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없었다면, 나는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갔을 것입니다.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감옥에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완벽하게 박준영을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준호가 뒤로 물러섰다. 자동차에 등이 닿았다.

"누가 당신을 보호했습니까?"

"이석준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부청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있으면, 우리는 언제든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이 증거를 보고, 당신이 프로필을 만들고, 당신이 법정에서 증언하면, 그것이 진실이 됩니다. 당신의 능력은 그렇게 완벽합니다."

오재훈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나를 버렸습니다. 나는 더 이상 쓸모가 없거든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당신이 협력한다면, 박준영은 평생 감옥에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명성도, 당신의 경력도, 당신의 가족도 안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거부한다면?"

"그러면 당신이 공범자가 됩니다. 경찰청 내 기록들이 공개될 것이고,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조작의 도구였다는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당신의 모든 사건이 재조사될 것입니다. 당신이 만든 모든 범인들이 석방될 것입니다."

오재훈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파일이 또 하나 있었다.

"이것은 당신의 다른 사건들입니다. 15년간 당신이 만든 모든 범인들의 기록입니다. 당신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것들이 공개될 것입니다."

"또는?"

"또는 당신이 사라질 것입니다. 영원히."

오재훈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선택하십시오. 당신은 15년 더 자유로울 것인가, 아니면 지금 모든 것을 잃을 것인가."

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파일이 바닥에 떨어졌다. 종이가 흩어졌다. 15년 전의 증거들. 혈액형 데이터. CCTV 타임스탐프. 증인 증언. 모두 거짓이었다. 모두 준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이었다.

주차장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오재훈의 실루엣이 흔들렸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은 우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오재훈이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형광등이 켜졌을 때, 주차장에는 준호만 남았다. 바닥에 흩어진 파일들. 그리고 자동차의 번호판 아래 비친 자신의 얼굴.

준호는 파일들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그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준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박준영.

"내일 법정에서 만나겠습니다, 프로파일러님."

박준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당신의 선택을 보겠습니다. 나는 15년을 감옥에서 당신을 관찰했습니다.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나를 만들었던 것처럼, 나도 당신을 읽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겁니까?"

"당신이 올라갈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계속 올라갈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내려갈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통화가 끝났다.

준호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1층. 로비.

로비의 대형 기둥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여러 개로 분열되어 보였다. 모두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준호는 로비의 유리문으로 나갔다. 밖에는 검은 차들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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