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균열

감찰실 수사관의 신분증이 준호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플라스틱 케이스 안의 얼굴은 표정이 없었고,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준호 경감. 증거 위조 혐의로 소환합니다."

준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손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손이 떨고 있었다. 15년간 떨지 않던 손이다.

경찰청 복도는 여느 날과 같았다. 누군가는 계단을 오르고,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준호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보고 싶지 않았다. 15년 동안 신화로 여겨진 남자가 감찰실 수사관과 나란히 걷는 모습은 그들의 신앙을 깨뜨리는 것과 같았다.

법의학실. 준호는 감찰실 수사관들을 뒤로하고 문을 밀었다. 허가 없이.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다.

한수진은 현미경을 들고 있었다. 15년을 함께 일해온 손가락. 그 손가락이 현미경을 내려놓자, 준호는 입을 열었다.

"CCTV 타임스탐프. 검증해줄 수 있나."

한수진이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뭔가가 있었다. 동정도, 연민도 아닌 더 깊은 것.

"들어와."

형광등의 차가운 빛 아래, 한수진이 노트북을 켜면서 말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돌렸다. 정혜경이 준 파일 말이야. CCTV 타임스탐프는 사건 발생 2주 뒤에 수정됐어. 메타데이터에 그대로 남아 있어."

"2주."

준호가 중얼거렸다. 사건 발생은 2009년 5월 23일. 박준영이 체포된 날도 같은 날이었다. 2주 뒤면 6월 6일.

한수진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에 메타데이터의 시간 정보가 떠올랐다.

"2009년 6월 6일 오전 11시 23분. 누군가가 타임스탐프 메타데이터에 접근했어. 원본 영상은 5월 23일 오후 4시 47분이었는데, 기록상으로는 5월 22일 오후 2시 15분으로 변조됐다. 범행 시간을 12시간 전으로 당긴 거야."

준호의 호흡이 얕아졌다. 그는 현미경을 집어 들었다. 혈액형 데이터가 들어 있는 법의학 검사 보고서. 원본과 제출본을 나란히 놓았다. 미묘하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혈액형."

한수진이 디지털 현미경을 조작했다. 화면에 혈액형 항목이 확대되었다. 'A형'이 'O형'으로 쓰인 흔적. 손으로 지운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손으로 썼어. 직접. A형을 지우고 O형을 썼어."

한수진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박준영의 혈액형은 A형이야.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혈액의 혈액형은 O형이었어. 너는 그 불일치를 프로파일링으로 설명했어. 범인이 자신의 혈액형을 몰랐을 가능성, 또는 다른 혈액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라고."

준호가 되물었다. 목소리는 낮았다.

"내가?"

"너는 검토한 게 아니라 확인했어.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고, 증거는 그 결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해석했어."

한수진의 말이 끝났을 때, 준호는 침을 삼켰다. 목이 말랐다. 손가락이 현미경 초점을 조정했다. 더 확대. 더 선명하게. 그 흔적은 도망칠 수 없었다. 종이 위의 검은 자국. 누군가의 손이 쓴 거짓.

두통이 시작되었다. 미세한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커지는 박동감. 준호는 현미경에서 눈을 떼었다. 시각이 한 순간 왜곡되었다.

"누군가가 증거를 만들었다."

준호가 중얼거렸다. 15년 동안 유지해온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작성한 프로파일이 자신을 설명했다는 깨달음. 범인의 심리 패턴으로 분석한 것들이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는 깨달음.

한수진이 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그 손이 준호를 돌려 자신을 마주보게 했다.

"이 법의학 검사 보고서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봤어?"

준호는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수진의 눈빛이 그를 강제했다. 준호가 파일을 들었다. 보고서의 맨 아래. 작성자 이름.

'한수진'

15년 전 그녀도 이 사건에 참여했다.

"너는... 알았어?"

한수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금방 다시 차가워졌다.

"알았다고 해봤자 뭐가 되겠어. 나는 당시 그 보고서를 썼고, 누군가가 그것을 손으로 수정했다. 내가 쓴 건 아니야. 하지만 내 이름은 그 위에 있어. 15년 동안 내 이름은 거짓의 일부였어."

"정혜경이 파일을 건넸어?"

"그리고 오재훈이 움직이고 있어. 이 파일이 나가기 전에 너를 제거하려고 생각 중일 거야. 감찰실 소환도 그의 지시일 거고. 넌 피의자가 아니라 증인 제거의 대상이 되는 거야."

---

경찰청을 나간 것은 오후 3시 42분이었다. 감찰실 수사관들이 준호를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증거 부족.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증거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였다.

준호는 경찰청 뒤의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섰다. 누구도 오지 않는 골목.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다가오는 발소리. 준호는 돌아서지 않았다.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남자였다. 50대 중반쯤. 깊은 원한이 담긴 눈빛이 준호를 향했다.

"박준영의 형이에요?"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내 동생을 15년 동안 죽인 사람이군요."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동생이 감옥에 있을 때, 나는 밖에서 뭘 했는지 알아요? 당신이 쓴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읽었어요. 몇 번이나. 당신의 분석이 얼마나 정확한지,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이해하려고."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어. 당신은 거짓을 진실처럼 만드는 능력이 있었어. 그리고 그 능력으로 내 동생의 인생을 부숴버렸어."

남자의 손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준호의 뇌에 전기가 흘렀다. 자신이 15년 동안 추적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상이었다. 범인의 심리로 분석한 모든 것이 자신의 심리였다.

박준영의 형의 손이 주머니에서 나왔다.

그것은 총이 아니었다.

그것은 준호가 15년 전에 작성한 프로파일링 보고서의 사본이었다.

"이걸 봐요. 당신의 분석. 너무 완벽해서 이상할 정도로 완벽해."

남자가 보고서를 준호의 얼굴 앞에 들었다.

"범인의 심리 패턴이 이렇게 정확하게 일치할 수는 없어요. 이건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만든 거예요. 당신이 찾기를 원했던 대로 만든 거예요."

준호는 보고서를 바라봤다. 자신이 쓴 글자. 자신이 분석한 범인의 심리. 범인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 범인의 통제 욕구. 범인의 자기기만.

그것은 박준영의 심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심리였다.

남자가 돌아섰다. 골목의 어둠 속으로. 준호는 그의 발소리를 들었다.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

준호가 보고서를 들었다. 손가락이 글자를 따라갔다. 15년간 자신이 만들어온 세상이 한 장의 종이처럼 무너져 내렸다. 무릎이 구부러졌다. 골목의 벽을 짚고 일어났다. 손끝이 차가운 벽돌을 훑으며 미끄러웠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오재훈'이었다.

준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지난 3시간 동안 오재훈으로부터 온 전화는 12통. 문자 메시지는 47개.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만나자. 우리 만나야 한다.'

---

준호는 경찰청으로 다시 돌아갔다.

법의학실. 한수진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현미경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준호가 들어서자 그녀의 손이 멈췄다.

"혈액형 데이터를 다시 봐야 해."

준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한수진이 노트북 화면을 켰다.

"벌써 다 확인했어. 손 수정의 흔적이 명확해. 1년에 약 15~20회 정도의 반복적인 수정이 있었어. 이건 우발적 실수가 아니야. 계획된 거야."

"누가 했어?"

"기록 담당자는 정혜경. 하지만 그녀는 도구일 뿐이야. 그 위에 누군가 있어. 지시를 내린 누군가."

한수진이 현미경을 내려놨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맴돌았다.

준호는 그 손가락을 봤다. 그 손가락이 15년 전에도 이 같은 결과를 보았을 것이다.

"당신은 알고 있었어. 그때 말이야."

준호가 물었다.

"알았어."

한 단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수진이 일어섰다. 그녀의 키는 준호보다 작았지만, 지금 그녀의 시선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는 그 파일을 받았을 때 뭘 했니? 혈액형이 맞지 않는다는 걸 봤을 때?"

준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너는 그걸 무시했어. 아니, 재해석했어. 그리고 자신의 분석으로 덮었어. 너의 프로파일링이 너무 명확했으니까, 증거의 모순은 사소한 기술적 오류로만 보였던 거지."

한수진의 목소리에 억눌러온 감정이 터져 나왔다.

"나는 너에게 말할 수도 없었고, 말하면 너도 나도 다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침묵했어. 그리고 그 침묵이 박준영을 15년 더 죽였어."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자신의 팔뚝을 더 강하게 누눌렀다. 신체의 긴장이 그 손가락에 모여 있었다.

"오재훈이 너를 만나려고 한다. 피할 수 없어. 그리고 박준영도.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넌 이 사건의 진실에 도달할 수 없어."

준호가 한수진을 바라봤다.

"상위 조직은?"

"아직 모르지. 하지만 오재훈 혼자가 이 모든 걸 했을 리 없어. 누군가가 그에게 지시했을 거야."

한수진이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파일을 열었다. 15년 전의 법의학 보고서였다. 원본 버전. 그 옆에 제출본 버전이 떠올랐다.

둘은 완전히 달랐다.

원본에는 '혈액형 불일치, 박준영의 혈액형과 현장 증거 혈액형 일치하지 않음'이라는 기록이 명확했다.

제출본에는 '혈액형 일치 확인됨'이라고 수정되어 있었다.

준호가 화면에 손을 댔다.

"보고서 결재란을 봐."

한수진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원본 결재란에는 여러 명의 서명이 있었다. 한수진, 그리고 그 위에 다른 서명이 세 개 더 있었다. 하지만 제출본의 결재란에는 서명이 두 개만 있었다. 한수진과 또 다른 사람.

그 다른 사람의 이름은 '오재훈'이었다.

"이 파일은 2009년 4월 15일에 생성됐어. 하지만 수정 기록은 2009년 5월 1일이야. 정확히 16일 후. 그리고 수정 이력을 따라가보면 모두 오재훈의 PC에서 접근한 기록이 남아 있어."

한수진이 모니터를 끄지 않고 돌아섰다.

"너는 이제 뭘 할 거야?"

준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 사이,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이명재'였다.

준호가 받았다.

"이준호,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명재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법의학실입니다."

"증거가 나왔습니다. 당신이 제출한 프로파일링 보고서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신을 소환하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준호는 휴대전화를 내려놨다.

한수진이 물었다.

"뭐라고 했어?"

"증거가 나왔다고. 지금 소환하겠다고."

"그럼 지금 넌 뭘 할 거야?"

준호가 법의학실의 벽을 바라봤다. 15년 동안 자신의 분석이 이곳에 쌓여 있었다. 수백 개의 사건. 수백 개의 프로파일.

"전부 다시 봐야 해. 모든 사건을."

준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한수진이 준호의 팔을 잡았다.

"넌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 넌 알아야 해. 이 사건을 파고들수록, 넌 더 많은 사람들의 적이 될 거야. 오재훈만이 아니야."

그녀의 눈빛이 준호를 마주쳤다. 차갑고, 정확하고, 거짓으로 물든 눈빛.

"오재훈이 너를 만나려고 한다. 피할 수 없어."

법의학실의 형광등이 울렸다. 그 소리는 경고음처럼 들렸다.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오재훈이었다. 이번엔 준호가 받지 않았다. 통화 기록에 13번째 전화가 추가되었다.

문자가 들어왔다. 오재훈의 메시지였다.

'준호. 박준영을 만나야 한다. 면회 신청을 해줄 수 없을까? 내일 오후 2시. 그 전에 우리 한 번 만나자. 중요한 게 있어.'

준호는 화면을 끄지 않고 바라봤다. 한수진이 그의 어깨 너머로 메시지를 읽고 있었다.

"박준영 면회 신청이 내일부터 거부될 거야. 이명재가 이미 지시했을 거고."

한수진이 말했다.

"그럼 이미 정해진 거네."

준호가 중얼거렸다.

"뭐가?"

"모든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법의학실의 형광등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더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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