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절망의 깊이
성벽 위의 바람은 차갑고 지독했다.
콘스탄틴의 손가락들이 돌 위에서 떨렸다. 5월 18일의 햇빛은 피부를 태웠지만, 손가락 끝은 얼음처럼 차갑다. 앞으로 펼쳐진 것은 금각만의 수평선이 아니라 21만의 오스만군이었다. 진지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고, 포의 주둥이들이 햇빛을 반사했다.
어제 밤, 그는 침실에서 팔뚝을 손가락으로 그었다. 피가 흘렀고, 그 피 줄기를 따라가며 '아,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확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왜 살아 있어야 하는지도 점점 희미해진다.
"황제 폐하."
다비드가 등 뒤에서 나타났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는 단정하지만 떨렸다. 콘스탄틴은 돌아서지 않았다.
"설계도를 완성했습니다. 동쪽 성벽의 함정 시스템과 화약 축적고입니다."
"좋다."
한 단어. 그것이 전부였다. 다비드는 그 짧은 대답 속에서 무언가를 감지했을 것이다. 콘스탄틴의 음성에서 열정이 사라져 있었으니까. 그것은 더 이상 명령이 아니라 확인일 뿐이었다.
"황제 폐하,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콘스탄틴은 천천히 돌아섰다. 다비드의 얼굴을 봤을 때 그 청년의 눈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감정을 읽는 능력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성벽 남쪽이 손상되고 있다. 포격이 점점 강해진다."
"예, 알고 있습니다."
"3일 전보다 30퍼센트 더 깊은 균열이 생겼다. 그 패턴을 보면 다음 공격은 동남쪽 모서리에 집중될 것이다."
콘스탄틴은 말을 멈췄다. 자신이 방금 한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 성벽의 균열을 읽을 수 없었다. 포격의 패턴을 분석할 수 없었다.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능력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포격이 어디에 집중될 것인지, 다음 공격이 어느 지점의 구조를 무너뜨릴 것인지—그런 계산들이 더 이상 명확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다비드가 물었다.
콘스탄틴은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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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경, 콘스탄틴은 성 로마노스 교회의 지하실에서 루카스 노타라를 만났다.
교회의 돌 벽면은 습기로 축축했고, 촛불의 불빛이 흔들렸다. 루카스 노타라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자세는 기도의 자세였다. 콘스탄틴이 들어서자 천천히 일어섰다.
"황제 폐하."
노타라의 얼굴은 창백했다. 귀족으로서의 위엄은 남아 있었지만, 그 아래는 깊은 절망이 흐르고 있었다.
"전황을 보고받고 싶다."
"보고할 것이 있다면 좋겠지만, 황제 폐하." 노타라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보고할 것이 없습니다."
콘스탄틴은 침묵했다.
"포격이 계속되고 있고,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식량은 매일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신의 기술들은 훌륭했습니다. 그리스 화염은 정말로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노타라가 정지했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노타라는 그 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황제 폐하, 저는 오스만의 사절단과 접촉했습니다. 무함마드 2세는 항복하는 자들에게 목숨을 보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콘스탄틴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배신인가?"
"생존입니다." 노타라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 노타라 가문은 신앙 안에서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백성은 다릅니다. 그들에게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콘스탄틴은 노타라를 바라봤다. 그 말이 항복의 권유인지, 아니면 단순한 고백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타라가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항복할 것인가?"
"나는 신앙을 택하겠습니다." 노타라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도시 전체를 신앙의 제단에 바칠 수는 없습니다. 신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항복이든 저항이든."
콘스탄틴은 노타라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막을 힘이 없었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콘스탄틴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이기는 것만이 승리가 아닙니다."
노타라는 그 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그 말 속에는 수 세기의 신앙이 담겨 있었다. 콘스탄틴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하지 않으려 할수록, 그 말들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콘스탄틴은 돌아서서 나갔다. 뒤에서 노타라의 기도 소리가 들렸다. 라틴어 기독교의 기도문이 아니라, 정교회의 기도문이었다. 그 음성은 성벽의 포격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지하실을 나오며 콘스탄틴은 도시의 분열을 생각했다. 노타라가 항복을 권유한다면, 얼마나 많은 귀족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시의 결속력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지만 그 질문도 중간에 흐릿해졌다. 그는 노타라의 말이 귀족층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었고, 그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명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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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성벽 위의 의료실에서 제노바의 마리아를 만났다.
그곳은 부상자들의 신음으로 가득했다. 팔을 잃은 병사, 얼굴에 화상을 입은 젊은이, 가슴에 포격 파편이 박힌 노인. 마리아는 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붕대를 감고, 물을 먹이고,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콘스탄틴이 들어서자 마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황제 폐하."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무릎을 꿇지 않았다. 대신 한 명의 부상자에게 물을 먹이는 것을 계속했다.
"상황이 어떠한가?"
"어제보다 5명이 더 왔습니다. 포격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대답했다. "음식도 부족합니다. 어제는 물 위에 떠 있는 보리를 죽처럼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녀는 한 부상자의 붕대를 풀었다. 다리 아래가 깨끗이 잘려 있었다. 상처는 감염되고 있었다.
"이 남자는 내일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마리아가 물었다. "마취약이 남아 있나요? 통증을 줄여줄 약이 있나요?"
콘스탄틴은 그 상처를 봤다. 이전이라면, 그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취약을 만들거나, 감염을 막는 약물을 개발하거나. 그는 현대의 화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의료실의 구석으로 갔다. 몇 개의 약재 항아리가 있었다. 양귀비, 포도주, 소금, 생강. 그는 마취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양귀비를 포도주에 우려내고, 열을 가해서 농축시키고, 정확한 농도로 희석하면 된다. 그 과정은 명확했다.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일 것 같았다.
그는 항아리를 집어 들었다. 양귀비의 무게를 느껴봤다. 하지만 정확한 양을 계산할 수 없었다. 100그램인가? 150그램인가? 그 차이가 약효를 결정한다. 하지만 그 숫자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포도주의 양은? 가열 온도는? 농축 시간은? 모든 것이 흐릿했다. 한때 손가락이 기억하던 것들이 이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약을 만들 수 없었다.
그는 항아리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약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마리아가 다시 물었다.
콘스탄틴은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약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엔지니어인 자신이, 황제인 자신이.
"당신의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없다면," 마리아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그 질문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우리는 여전히—"
"여전히 무엇입니까?" 마리아의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지만, 단호했다. "황제 폐하, 이 남자는 내일 죽을 것입니다. 그 다음날은 저입니다. 그 다음날은 당신입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다시 부상자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손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기술이 구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손으로 다른 인간을 돌본다. 그것이 마리아가 하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다.
콘스탄틴은 그 장면을 바라봤다. 부상자의 신음, 마리아의 한숨, 의료실의 악취. 모든 것이 실패의 증거였다.
그는 마리아 곁에 앉았다. 한 부상자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마리아가 하던 일을 따라했다. 물을 먹이고, 붕대를 다시 감고, 손을 쓸어내렸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았다. 기술이 아닌 다른 무언가.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가락이 움직이는 동안만큼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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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성벽 감시 초소에서 유스티니아니 롱고를 만났다.
용병 지휘관은 성벽의 손상 지도를 펼쳐 놓고 있었다. 그 위에는 붉은 선으로 표시된 균열들이 거미줄처럼 그려져 있었다. 지도 위의 숫자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30퍼센트가 넘었습니다, 황제 폐하." 유스티니아니가 말했다. "남쪽 구간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다음 포격이 집중되면, 그 부분이 붕괴될 것입니다."
"보강할 수 있는가?"
"자재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시간도 부족합니다." 유스티니아니가 간단히 대답했다. "황제 폐하, 당신은 기술로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스 화염, 화약, 성벽 강화. 모두 훌륭한 기술들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이것은 정해진 역사입니다."
유스티니아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군인의 목소리였다. 감정 없는 진실의 목소리.
"당신이 뭘 하든, 이 도시는 함락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콘스탄틴이 물었다. 그 질문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유스티니아니는 지도를 말아 올렸다. "명예롭게 죽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입니다."
그 말 속에는 절망이 아니라 결연함이 있었다. 하지만 콘스탄틴에게는 그것이 구분되지 않았다.
"당신이 정말 우리 황제인가요?" 유스티니아니가 물었다.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요?"
그것은 다비드가 한 질문과 같은 질문이었다. 콘스탄틴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잊어버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모든 것이 흐릿했다.
유스티니아니는 콘스탄틴의 침묵을 보고 나갔다. 성벽 위에서 포격음이 울렸다. 오후 6시 30분. 포격의 강도가 전날보다 20퍼센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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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30분, 총대주교 그레고리우스가 나타났다.
그는 콘스탄틴이 성벽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을 때 도착했다. 무릎을 꿇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기도를 하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서 있을 힘이 없었던 것인지.
"황제 폐하."
그레고리우스의 목소리는 깊었다. 수십 년의 신앙이 그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콘스탄틴은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의 먼지를 떨어냈다.
"기술이 우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레고리우스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것은 선포였고, 심판이었다.
"당신은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영혼을 구하지는 못합니다. 기술이 신앙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를 지킬 수 있습니다. 아직—"
"육체적 함락도 영혼의 함락은 아닙니다."
그레고리우스는 콘스탄틴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고, 굳건했다. 반면 콘스탄틴의 손은 차갑고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모두 봅니다. 당신은 화약의 배합을 잊고 있습니다. 성벽의 균열을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습니다."
그레고리우스는 콘스탄틴의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황제 폐하, 기억을 잃는다고 해서 우리가 당신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여전히 우리의 황제입니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입니다."
그 말 속에는 모순이 있었다. 기술이 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황제를 믿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콘스탄틴은 그 모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없다면," 콘스탄틴이 천천히 말했다. "무엇이 우리를 구할 수 있는가?"
"죽음 속에서의 존엄입니다."
그레고리우스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콘스탄틴의 손을 놓고 떠났다.
성벽에서 또 다른 포격음이 울렸다. 오후 7시 45분. 포격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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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성벽 위에서 혼자 서 있었다.
콘스탄틴은 성벽의 가장자리에 서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술을 재현했던 손이다. 그리스 화염을 만들었던 손이다. 화약을 배합했던 손이다. 성벽을 강화했던 손이다.
하지만 지금 그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는 화약의 배합을 생각해보려 했다. 질산염, 목탄, 황. 그 비율은? 정확한 온도는? 혼합 순서는? 모든 것이 흐릿했다. 한때 그 손이 자동으로 기억하던 것들이 이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이 성벽을 흔들었고, 콘스탄틴은 거의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서 도시 전체가 보였다.
금각만의 항구, 하기아소피아 대성당의 금빛 돔, 좁은 거리들, 그 거리들 위의 집들, 집들 안의 사람들. 모두 작아 보였다. 모두 무력해 보였다. 모두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콘스탄틴은 자신이 정말로 무력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대의 기술 지식도, 엔지니어로서의 경험도, 황제의 권력도—모두 이 순간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그 순간,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기억. 현대의 기술자. 빙의된 영혼. 하지만 그 기억도 금방 사라졌다. 마치 물 위의 거품처럼.
"5월 29일."
그 숫자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 날짜는 자신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마치 역사 기록이 뇌에 새겨지는 것처럼.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날짜가 가져오는 공포감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5월 29일. 5월 29일. 5월 29일.
그 숫자가 반복되었다. 마치 죽음의 시계처럼.
바람이 다시 불었을 때, 유스티니아니 롱고가 나타났다. 그의 어깨는 여전히 부상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의 눈은 명확했다.
"황제 폐하, 5월 29일이 우리의 마지막입니다."
콘스탄틴은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의 의미가 이제 이전보다 훨씬 더 깊게 들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과거의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콘스탄틴이 물었다. 그 질문은 절박했다. 그것은 더 이상 수사적 질문이 아니라, 진정한 물음이었다.
유스티니아니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황제 폐하. 하지만 우리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그는 성벽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콘스탄틴은 혼자 남겨졌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기억은 계속 사라지고 있었고, 5월 29일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밤 11시가 되어도 오스만의 포격음은 계속되었다. 포격의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오전 6시에는 성벽의 40퍼센트가 손상될 것이다. 오전 10시에는 50퍼센트가 될 것이다.
5월 29일. 그 날은 이제 11일 남았다.
콘스탄틴은 성벽 위에 서서 자신의 팔을 다시 그었다. 피가 흘렀다. 그 감각만이 자신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증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다비드가 한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싸우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단지 당신이 괜찮은지만 물었다. 그 질문의 단순함이, 그 질문의 따뜻함이 콘스탄틴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밀어냈다.
성벽 아래에서 또 다른 포격음이 울렸다. 밤 11시 30분. 포격의 강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