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위의 의무실. 5월 15일 오후 3시.
유스티니아니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화살촉이 어깨 뼈를 파고 들었고, 군의관이 절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침상 옆에 서서 용병의 얼굴을 바라봤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 표정도, 눈가의 주름도, 입술을 깨물고 있는 모습도—모두가 너무 선명했다.
"더 빨리 해야 합니다."
콘스탄틴의 목소리는 차갑고 다급했다.
"성벽 남쪽 구간이 또 무너질 겁니다. 포격의 각도를 보면 내일 새벽 6시에서 8시 사이에 동쪽 성문 근처가 함락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유스티니아니가 눈을 떴다. 약한 웃음이 입가에 맺혔다.
"폐하... 나는 여기 누워 있는데... 당신은 계속 계산만 하시는군요."
"그래야 우리가 산다."
콘스탄틴은 돌아섰다. 의무실의 벽에는 그가 손으로 그린 성벽 도면이 붙어 있었다. 검은 선으로 표시된 취약점들, 빨간 색으로 칠해진 보강 계획, 그리고 녹색으로 표시된 포격 각도 예측도. 모든 것이 수학이었다. 모든 것이 계산이었다.
"마리아는 어디 있습니까?"
군의관이 대답했다.
"의약품을 찾으러 궁전 창고로 갔습니다. 상처 감염이 늘고 있어서..."
콘스탄틴은 이미 듣지 않았다. 그는 의무실을 나갔다. 복도를 걸으며 손가락으로 계산을 했다. 화약 무기 개선에 필요한 재료, 성벽 강화에 필요한 석회와 목재, 해전 전술을 위한 함선 개수.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서 숫자로 변환되었다.
5월 9일 그리스 화염 재현 이후 오스만의 공격은 더욱 맹렬해졌다. 메흐메드는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이 도시가 단순한 죽음의 무더기가 아니라는 것을. 어떤 기술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포격은 더 빈번해졌고, 더 정확해졌고, 더 파괴적이 되었다.
콘스탄틴이 성벽 강화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일꾼들은 이미 새로운 흙과 돌을 쌓고 있었다. 다비드가 그의 설계도를 들고 있었다.
"황제 폐하. 남쪽 구간의 포격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습니다."
다비드의 목소리에 불안이 있었다.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콘스탄틴은 돌을 들었다. 손가락이 흙을 집었다. 그의 눈은 각도를 계산했다. 포격의 충격 방향, 성벽의 재료 강도, 필요한 보강의 두께. 엔지니어의 직관이 움직였다. 그는 손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손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파란 빛이 아니라 붉은 빛이었다. 화약의 배합식이 그의 뇌에 직접 새겨졌다. 질산칼륨, 목재 숯, 유황의 비율. 1 대 2 대 0.5. 아니다, 1 대 1.5 대 0.7이 더 나을 것 같다. 그 화약은 돌의 관통력을 높일 것이고, 돌 자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고, 성벽을 더 견고하게...
두통이 왔다.
콘스탄틴은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뭔가가 뇌 속에서 흐릿해지고 있었다. 어디서 그 화약 배합식을 알고 있었던가? 누가 가르쳐줬었나? 아, 맞다. 어떤 사람이 있었다. 내 아버지? 아니다. 내 선생님? 아니다. 누군가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황제 폐하!"
다비드가 그를 부축했다. 콘스탄틴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콘스탄틴이 일어섰다. 떨리는 손으로 다비드의 어깨를 짚었다.
"내 직업이 무엇이었더라? 내가... 전에 뭘 했었지?"
"폐하?"
"아니다. 잊어버렸다. 그냥... 계속하세요. 설계도를 다시 그리세요."
다비드의 눈이 흔들렸다. 어떤 두려움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콘스탄틴은 이미 돌아서고 있었다. 다음 작업장으로 가야 했다. 해전 전술을 정리해야 했다. 항구의 방어 구조를 재설계해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정말로 없었다.
해가 질 무렵, 콘스탄틴은 대궁전의 침실에 도착했다. 거울 속의 남자는 콘스탄틴 11세였다. 회색 눈, 길게 뻗은 콧등, 턱 아래의 주름. 모든 것이 역사 교재에서 본 황제의 초상화와 같았다. 하지만 눈이 다르고 있었다.
눈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손을 거울에 대었다. 차가운 유리가 손가락을 반사시켰다. 이 손이 무엇을 설계했었나? 건물? 무기? 뭔가 더 큰 것들? 기억이 흐릿했다. 마치 손가락으로 모래를 쥐려는 것 같았다. 쥐면 쥘수록 더 빠져나갔다.
"나는 누구인가?"
중얼거림이 거울에 반사되었다.
"이준호? 콘스탄틴? 누구지?"
그 순간, 콘스탄틴의 눈이 거울 속 이미지를 정확히 인식했다. 콘스탄틴 11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눈은—그 눈은 낯선 눈이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눈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거울을 부쳤다. 유리가 깨졌다.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 조각들 속에서 콘스탄틴의 얼굴이 여러 개로 나뉘어 보였다. 모두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밤 10시, 성벽 위.
콘스탄틴이 동쪽 성문 근처에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21만의 오스만군이 진지를 정비하고 있었다. 횃불이 밤하늘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하나, 둘, 셋. 불의 개수를 세었다. 얼마나 많은 불이 필요했나? 대략 1만 개? 2만 개? 계산이 안 됐다.
"이것을 왜 하고 있지?"
콘스탄틴이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처럼. 그의 뇌가 명령을 내리지만, 그 명령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누가 이 성벽에 서 있게 했나? 누가 이 도시를 지키라고 했나?
"황제 폐하, 괜찮으신가요?"
유스티니아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로 말이었다. 의무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용병이 성벽으로 올라와 있었다.
"괜찮습니다."
콘스탄틴이 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당신은?"
"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어깨가 아프고, 팔이 움직이지 않고, 내일 이 성벽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괜찮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계속 설 수 있으니까요."
유스티니아니가 콘스탄틴의 옆에 섰다.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폐하."
"뭐라고?"
"당신의 그리스 화염, 당신의 화약, 당신의 설계도. 모두 훌륭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글쎄요. 나도 모릅니다. 신앙? 운명? 아니면 그냥 죽음?"
콘스탄틴이 용병을 바라봤다. 유스티니아니의 얼굴은 어두웠다. 하지만 눈은 밝았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콘스탄틴이 지금 깨닫고 있는 것들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의 눈이었다.
유스티니아니가 성벽 아래의 오스만군을 가리켰다.
"저 21만이 우리의 7천을 이기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해진 것입니다."
정해진 것.
그 말이 콘스탄틴의 뇌를 관통했다. 5월 29일. 함락. 죽음. 패배. 모두 정해진 것. 그리고 자신은 그 정해진 길을 걸어가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 매일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고, 매일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고, 매일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는 것.
콘스탄틴은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순간, 그의 뇌에서 또 다른 조각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뭔가가 사라졌다. 또 다시.
유스티니아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 목소리가 멀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귀가 닫혀가는 것 같았다.
"당신도 그걸 알 것입니다. 이제 말입니다."
용병은 성벽 아래를 바라봤다. 밤 10시 반, 오스만군의 진지에는 1만 개 이상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콘스탄틴이 세려던 불들. 하지만 이제 그 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포격 예정? 야간 공격? 아니면 그냥... 불?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글쎄요. 나도 모릅니다. 신앙? 운명? 아니면 그냥 죽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포격음이 울렸다. 건물이 흔들렸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침실로 돌아간 것은 자정이 넘었을 때였다. 콘스탄틴은 누웠다. 천장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으로 팔뚝을 그었다. 피가 흘렀다. 신체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그를 물속에 천천히 빠뜨리는 것처럼.
그리고 아침이 왔다.
5월 16일 새벽, 성벽 남동쪽.
포격음으로 깨어난 콘스탄틴은 성벽 위에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기억이 안 났다. 누군가 그를 끌고 온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걸어온 것인가? 다비드가 옆에 서 있었다.
"황제 폐하, 남쪽 구간이 위험합니다. 포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다비드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황족의 그 젊은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내가... 뭘 해야 하지?"
콘스탄틴이 물었다.
다비드가 멈췄다. 황제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명령이 없었다. 계획도 없었다. 단지 공허함만 있었다.
"황제 폐하, 당신이 정말 우리 황제인가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된 건 아닐까요?"
그것은 3화에서 했던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답이 달랐다.
"나는... 콘스탄틴이다."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다. 마치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잊은 것을 억지로 상기시키는 목소리였다.
다비드의 얼굴이 굳었다.
오후 2시, 의무실.
제노바의 마리아는 콘스탄틴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그의 변화를. 어제와는 다른 무언가. 눈빛이 다르고, 호흡이 다르고, 심지어 서 있는 자세도 다르다. 마치 같은 사람의 다른 버전을 보는 것처럼.
"황제 폐하, 당신이 우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리아가 직접 물었다. 손에는 붕대가 들려 있었다. 포격으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 손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떨림은 피로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
"잃고 있다고?"
"네. 우리를. 기억 속에서."
마리아가 콘스탄틴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당신의 눈이 매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의 눈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황제의 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의 눈인지 모르겠습니다."
콘스탄틴은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이준호도 아니고, 콘스탄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도 아닌. 그저 이름 없는 무언가.
마리아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당신이 무엇이든, 당신은 여전히 이 도시의 황제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당신을 따르고 있습니다. 기술이 우리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계속 설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포격음이 울렸다. 건물이 흔들렸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마리아는 즉시 움직였다. 콘스탄틴을 남겨두고.
오후 4시, 콘스탄틴의 침실.
혼자 남겨진 콘스탄틴은 의약품을 정리하려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무엇을 하려던 건지 잊어버렸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흔들렸다. 어떤 병사의 이름을 부르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름이 없었다. 얼굴은 있는데 이름이 없었다. 누군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무엇이 중요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콘스탄틴은 침상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어둠만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아침 나는 누가 될까?"
밤 11시, 성벽 위.
콘스탄틴이 동쪽 성문 근처에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21만의 오스만군이 진지를 정비하고 있었다. 횃불이 밤하늘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하나, 둘, 셋. 불의 개수를 세었다. 얼마나 많은 불이 필요했나? 계산이 안 됐다.
"이것을 왜 하고 있지?"
콘스탄틴이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그의 뇌가 명령을 내리지만, 그 명령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누가 이 성벽에 서 있게 했나? 누가 이 도시를 지키라고 했나? 누가?
"황제 폐하, 괜찮으신가요?"
유스티니아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로 말이었다. 그의 얼굴도 콘스탄틴에게는 낯설었다. 누구인가? 누가 이 사람인가?
"괜찮습니다."
콘스탄틴이 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당신은?"
"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어깨가 아프고, 팔이 움직이지 않고, 내일 이 성벽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괜찮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계속 설 수 있으니까요."
유스티니아니가 콘스탄틴의 옆에 섰다. 그 용병의 눈은 밝았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폐하."
"뭐라고?"
"당신의 그리스 화염, 당신의 화약, 당신의 설계도. 모두 훌륭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유스티니아니가 성벽 아래를 가리켰다. 21만의 불빛이 도시를 포위하고 있었다.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글쎄요. 나도 모릅니다. 신앙? 운명? 아니면 그냥 죽음?"
콘스탄틴은 용병을 바라봤다. 유스티니아니의 얼굴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눈은 알았다. 그 눈은 자신이 지금 깨닫고 있는 것들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의 눈이었다.
"역사는 바꿀 수 없습니다, 폐하. 저 21만이 우리의 7천을 이기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해진 것입니다."
정해진 것.
그 말이 콘스탄틴의 뇌를 관통했다. 정해진 것. 5월 29일. 함락. 죽음. 패배. 모두 정해진 것.
콘스탄틴은 그 말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모든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저 성벽이 있고, 오스만군이 있고, 자신이 서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당신도 그걸 알 것입니다. 이제 말입니다."
유스티니아니가 콘스탄틴의 어깨를 짚었다. 그 손의 온기가 전해졌다. 따뜻했다. 하지만 그 온기도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죽을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저 병사들도, 이 도시의 모든 사람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죽는가는... 그것은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콘스탄틴은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 속에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밤 11시 반, 침실로 돌아간 콘스탄틴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피가 흘렀다. 신체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기술이 역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술은 단지 연기일 뿐이라는 것을. 화려한 연기 속에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5월 29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가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콘스탄틴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검은 화면 속에서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성벽. 불. 얼굴. 이름. 모두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마치 사진이 바래가는 것처럼.
그리고 아침이 올 것이었다. 5월 17일. 또 다른 날. 또 다른 기억 소실. 또 다른 자신의 변화.
성벽에서 내려오며 콘스탄틴은 중얼거렸다.
"내일 아침 나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