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탄이 성벽을 때리는 순간, 콘스탄틴은 계산했다.
각도 18도, 강도 34% 증가, 주기 3분 30초.
그 수치 뒤에 여덟 명의 병사가 짓눌렸다.
5월 12일 새벽, 포위된 콘스탄티노플은 깨어났다. 오스만의 포격은 전날의 신중함을 버렸다. 석조 벽이 흔들렸다. 돌가루가 햇빛을 받아 떴다. 폭음 사이로 병사들의 비명이 섞였다.
콘스탄틴은 성벽 위에서 오스만 진영을 내려다봤다. 포대의 위치, 화포의 크기, 재장전 시간. 그것들을 읽는 것은 엔지니어의 습관이었다. 현대에는 드론과 레이더로 하던 일을 지금은 눈으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수치화된 절망.
그리고 그 순간, 뇌가 깜빡였다.
"각도를... 각도를..."
콘스탄틴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방금 전에 본 수치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려 했지만, 그 자리에는 검은 구멍만 있었다. 손이 떨렸다. 이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어제도 있었다. 어제는 몇 초였다. 오늘은 더 길었다.
"폐하?"
조카 다비드가 그의 옆에 섰다. 어제 그리스 화염의 성공으로 얼굴이 밝아 있던 젊은이는 지금 창백했다.
콘스탄틴은 기억을 붙잡으려 했다. 포대의 각도. 포탄의 궤적. 그 모든 계산이 필요했다. 하지만 뇌는 침묵했다.
"포대가 점진적으로 각도를 낮추고 있다."
말을 이어가는 것이 버거웠다. 마치 진흙 속에서 걷는 것처럼.
"처음엔 성벽 상단을 노렸다. 지금은 중단부를 조준한다. 메흐메드의 포술사가 우리 방어선의 약점을 찾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도 계산해야 한다."
콘스탄틴이 몸을 돌렸을 때, 또 다른 폭음이 울렸다. 성벽의 남쪽 구간이 흔들렸다. 이번엔 포탄이 정확히 석조 벽의 이음새를 때렸다. 균열이 나타났다. 길쭉한 금이 위아래로 갈라졌다.
"저기."
다비드가 손을 가리켰다.
콘스탄틴은 이미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엔지니어의 눈이었다. 그 금은 단순한 손상이 아니었다. 구조적 취약점이었다. 저 위치에서 세 발 더 맞으면 그 구간이 무너질 것이다.
"성벽 강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목재로 내부 지지대를 만들고, 돌을 더 쌓아 두께를 늘린다."
"폐하, 지금 공사를 시작하면 포격 속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알고 있다."
콘스탄틴의 목소리는 차갑다 못해 금속 같았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준호의 목소리였다. 현대의 엔지니어가 최적화된 방안을 제시하는 목소리였다.
"지금 공사를 하지 않으면 사흘 뒤 그 벽이 무너진다. 무너진 벽 뒤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더 비효율적이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다비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또 다른 포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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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강화 공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었다. 목수들과 석공들이 포격 아래서 일했다. 병사들이 방패로 그들을 보호했다. 세 명이 죽었다. 다섯 명이 다쳤다. 하지만 남쪽 구간의 내부 지지대가 세워졌다. 추가 석재가 쌓였다.
오후 2시, 콘스탄틴은 궁전의 무기 저장소에 있었다. 지난 밤 그리스 화염 제조를 위해 수집했던 붕사, 석회, 수은, 석유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바라봤다.
"화약을 개선할 수 있다."
옆에 서 있던 니콜라우스가 놀라 돌아봤다.
"황제 폐하?"
"오스만의 포격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화약 무기도 진화해야 한다. 현재 비잔틴 화약은 중국에서 들어온 기술을 개선한 수준이다. 하지만 역사 기록에는 더 나은 배합이 있다. 질산염과 황, 숯의 비율을 조정하면 폭발력을 40% 증가시킬 수 있다."
니콜라우스는 콘스탄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어제의 황제와 오늘의 황제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어제는 희망이 있었다. 오늘은 계산만 있었다.
"그리고 포탄의 무게를 줄이되 강도는 유지하는 야금 기술도 있다. 청동과 철의 합금 비율을 조정하면..."
콘스탄틴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손이 떨렸다.
"폐하?"
"괜찮다."
콘스탄틴이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이 기술들을 모두 재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끝낼 수 없었다. 그 '그리고'의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계속 잊어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깨어나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스만의 포격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니콜라우스, 화약 제조를 시작해라. 오후 4시까지 첫 배치를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야금 공장의 장인들을 모아라. 내가 직접 지시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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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0분, 총대주교 그레고리우스의 사제가 궁전으로 콘스탄틴을 소환했다.
하기아소피아 대성당의 내부는 촛불로 가득했다. 황금빛 모자이크 벽면이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위대한 돔이 그 위에 떠 있었다.
현대의 엔지니어 이준호는 그 돔을 보며 구조 하중과 비잔틴 건축학을 생각했다. 콘스탄틴 11세는 그것을 보며 신의 영광을 느껴야 했다.
총대주교는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하얀 수염이 촛불에 비쳤다. 그는 콘스탄틴을 보며 천천히 일어났다.
"황제 폐하."
"총대주교께서 나를 부르셨습니다."
"어제의 신의 불을 보았습니다. 도시의 주민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습니다. 황제 폐하, 그것이 정말 기적입니까? 아니면 기술입니까?"
콘스탄틴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차이가 있습니까, 총대주교?"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레고리우스는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충만했다.
"기적은 신의 뜻입니다. 기술은 인간의 자만입니다. 우리가 신의 불을 받았다면, 그것은 신이 우리를 아직 버리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그것이 화학의 배합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신을 대체하려 한다는 뜻입니다."
"신과 기술이 모순되는 것입니까? 신이 인간에게 지능을 주셨다면, 그 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능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것은 신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기술이 영혼을 구하지는 못합니다, 황제 폐하.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신의 뜻입니다. 기술이 그 희망을 흐릿하게 만든다면, 우리는 절망할 것입니다."
콘스탄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성당의 천장을 보았다. 거대한 돔이 촛불 아래서 불안정해 보였다. 그것도 기술의 산물이다. 그것도 인간의 계산과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황제 폐하, 당신은 기술로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기술이 모든 것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없으면 우리는 더 빨리 죽을 것입니다."
그레고리우스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의 눈이 콘스탄틴을 정조준했다.
"그렇다면 기술이 부족할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의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없을 때, 황제 폐하는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 질문은 콘스탄틴의 목을 졸랐다.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상황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부족해지고 있었다. 기억이 사라지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성당의 촛불을 바라봤다. 그 불들이 모두 아래로 타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기억처럼. 아버지의 얼굴이 먼저 흐릿해졌다. 그 다음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 다음 함께 있던 날들의 온도가 희미해졌다.
"나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콘스탄틴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하면 더 많은 기술을 만들 것입니다. 기억이 사라지면 더 많은 기억을 소비할 것입니다. 도시가 함락될 때까지."
그레고리우스는 오래도록 콘스탄틴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슬픔이 있었다.
"그렇군요."
총대주교는 돌아섰다. 그의 발걸음은 느렸다.
"기도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당신의 기술이 당신을 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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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이 궁전을 나갈 때, 루카스 노타라가 회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노타라 가문의 수장은 나이가 많아 보였다. 어제와 비교해 하루가 십 년처럼 그를 늙게 만들었다.
"황제 폐하."
루카스는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경배의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적 의례였다.
"노타라 공작께서 나를 기다리셨습니까?"
"노타라 가문은 당신의 기술을 존경합니다. 어제의 신의 불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습니다. 황제 폐하, 희망이 충분합니까?"
콘스탄틴의 눈이 좁혀졌다.
"무슨 뜻입니까?"
"노타라 가문은 천 년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로마 제국의 영광도 보았고, 제국의 쇠퇴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 도시가 함락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루카스는 한 발 물러섰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결연했다.
"따라서 우리는 신앙 안에서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가문의 모든 재산을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이 자금으로 도시 방어를 강화하되, 우리가 항복하거나 도시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천 년을 신과 함께 살았고, 신과 함께 죽을 것입니다."
콘스탄틴의 입술이 움직였다. 노타라의 재산 기부는 즉시 자금 조달 계획을 바꿀 것이었다. 추가 포대 구축, 더 많은 화약 생산, 성벽 강화 공사의 확대.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노타라 가문이 더 이상 항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도시와 함께 죽기로 결정했다는 뜻이었다.
"다른 귀족들은?"
콘스탄틴이 물었다.
"노타라 가문의 결정을 따를 것입니까?"
"일부는 따를 것입니다. 일부는 항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결정은 변하지 않습니다."
루카스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눈이 콘스탄틴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슬픔이 있었다. 하지만 결연함도 있었다.
"당신의 기술이 우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제 폐하.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노타라 가문은 신앙 안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것입니다."
루카스는 무릎을 한 번 더 꿇었다. 그것은 이별의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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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화약 제조가 완성되었다.
니콜라우스는 새로운 배합으로 만든 화약을 콘스탄틴에게 보였다. 검은 가루는 이전의 것보다 더 촘촘했다. 더 무거웠다. 더 위험해 보였다.
"폭발력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콘스탄틴이 말했다.
"저녁 포격이 시작되기 전에."
궁전의 뒤뜰에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새로운 화약으로 채운 포탄을 대포에 장전했다. 콘스탄틴은 거리를 재었다. 각도를 조정했다. 모든 변수를 계산했다.
포격음이 울렸다.
포탄은 목표 지점에서 정확히 폭발했다. 토지가 갈라졌다. 먼지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폭발력은 예상을 초과했다.
"40%가 아니라 52% 증가했습니다, 폐하."
니콜라우스가 말했다.
콘스탄틴은 폭발 지점을 보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기억이 흔들렸다. 이 테스트의 결과를 어디에 기록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 자리에는 검은 구멍이 있었다. 엔지니어로서의 직업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화약의 정확한 배합, 야금 공정의 세부사항, 현대 기술의 원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야간 포격 대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콘스탄틴이 말했다.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포탄 500개를 제조하되, 절반은 야간 포격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한다. 야간에는 시야가 제한되므로, 폭발의 섬광을 신호로 사용해 포대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 위치에 집중 포격을 가한다."
니콜라우스는 콘스탄틴을 보고 있었다. 황제의 얼굴에 이상한 창백함이 떠올랐다.
"폐하, 당신은..."
"괜찮다."
콘스탄틴이 손을 들었다.
"야금 공장에서는 포탄의 강도를 테스트해야 한다. 무게를 줄이면서도 폭발 시 파편의 살상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우리는 같은 무게의 포탄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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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성벽의 야전 의료소에서 제노바의 마리아를 만났다. 그녀는 포격으로 다친 병사들을 돌보고 있었다. 피와 진흙, 그리고 죽음의 냄새가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황제 폐하."
마리아는 한 병사의 팔의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이 남자는 포탄이 떨어질 때 옆에 있던 세 명의 친구를 잃었습니다. 그는 살아있지만, 그의 영혼은 죽었습니다. 이것이 기술이 우리를 구하는 방식입니까?"
콘스탄틴은 그 병사를 보았다. 젊은이의 눈은 멀었다. 그는 살아 있지만 현재의 순간에 없었다.
콘스탄틴은 무릎을 꿇었다. 병사의 앞에. 마리아의 앞에. 그는 그 젊은이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살아있는 손이었다. 하지만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내가 살리겠습니다."
콘스탄틴이 말했다.
"당신을 살리겠습니다."
그는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떨렸다. 기억이 흔들렸다. 이 병사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생각해보려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검은 구멍이 있었다.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콘스탄틴이 물었다.
"당신의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병사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멀었다.
"폐하, 그는 아직 충격 상태입니다."
마리아가 말했다.
콘스탄틴은 계속 그 병사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무엇이든 좋았다. 한 글자라도. 하지만 뇌는 침묵했다. 그 병사의 존재는 콘스탄틴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제 이름은... 제 이름은..."
콘스탄틴이 중얼거렸다.
"미안합니다. 제가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살리겠습니다. 내 기술로, 내 계산으로, 내 모든 것으로 당신을 살리겠습니다."
마리아는 콘스탄틴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황제 폐하?"
콘스탄틴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러웠다.
"마리아,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하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황제 폐하. 그것은 사람입니다. 살아남은 사람의 정신, 그들의 영혼, 그들이 왜 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기술이 그것을 빼앗아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까?"
콘스탄틴은 마리아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는 동정이 있었지만 단호함도 있었다. 그것은 질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박한 호소였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기술의 목적입니다."
콘스탄틴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신체를 살리고, 정신을 살리고, 영혼을 살리기 위해 기술을 사용합니다."
"그렇기를 바랍니다, 황제 폐하."
마리아는 오래도록 그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어제의 황제와 오늘의 황제의 차이를 보고 있었다. 어제는 희망했다. 오늘은 집착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스스로를 잃는다면, 누가 우리를 구할 것입니까?"
그 질문은 콘스탄틴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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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 또 다른 포격이 울렸다.
이번엔 동쪽 성벽이었다. 콘스탄틴이 강화한 구간이었다. 포탄이 벽을 때렸다.
돌이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또 다른 포탄이 같은 지점을 때렸다.
균열이 생겼지만 벽은 버텼다.
콘스탄틴은 성벽 위에서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기술이 작동했다. 강화된 구간은 예상대로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아직도 취약했다.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스 화염의 투사 범위를 확대하고, 화약의 폭발력을 증가시키고, 성벽의 모든 구간을 강화하고, 포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해전 전술을 개선하고..."
손이 떨렸다. 다시 시작되었다.
뇌 속 회로가 끊어지는 감각. 기억의 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느낌. 이번엔 더 깊었다. 더 광범위했다. 엔지니어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화약의 정확한 배합, 포대의 각도 계산, 현대 기술의 원리들. 모든 것이 동시에 사라지고 있었다.
콘스탄틴은 무릎을 꿇었다. 성벽 위에서, 병사들 앞에서.
"폐하!"
다비드가 달려왔다.
콘스탄틴은 눈을 감았다. 그 속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얼굴은 흐릿했다. 아버지가 웃던 표정이 먼저 사라졌다. 그 다음 목소리가. 그 다음 함께 있던 날들의 온기가 희미해졌다.
아버지의 이름을 말하려 했다. 혀가 굳었다.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이름의 자리에는 검은 구멍이 있었다.
"아... 아버..."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폐하! 폐하!"
다비드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콘스탄틴은 자신의 이름을 중얼거리려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절박한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도 입 끝에서 흩어졌다.
"나는... 나는..."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콘스탄틴이라는 이름도 사라지고 있었다. 이준호라는 정체성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아무도 아닌 누군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또 다른 포탄이 성벽을 때렸다. 폭음이 울렸다.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 속에서 콘스탄틴은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어제보다 강하게. 어제보다 오래.
성벽 위에서 그는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손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역사를 바꾸기 위한 불이 아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태워버리는 불이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지워버리는 불이었다.
그 불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이준호가 아니었다. 그리고 곧 콘스탄틴도 아닐 것이었다.
성벽 아래에서는 오스만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포탄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여전히 서 있어야 했다. 방어선을 지켜야 했다. 계속 싸워야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잃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잃었다. 하지만 성벽은 여전히 지켜져야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죽고 있었다. 성벽 아래에서. 포격 속에서. 이름 없는 누군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