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2화 그리스 화염의 부활

침실의 창밖으로 5월의 창백한 해가 떠올랐다. 이준호는 눈을 떴다. 아니, 콘스탄틴 11세로 깨어났다.

어제 밤은 무엇이었나.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모으고, 다비드와 유스티니아니를 만나고, 총대주교를 만났던 기억들이 선명했다. 그런데.

그 기억들이 정말 어제의 것인가?

침대에서 일어난 콘스탄틴이 창밖을 바라봤다. 금각만이 잔잔했다. 오스만의 진영에서는 아직 움직임이 없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그가 손을 펼쳤을 때, 손가락 끝에서 어제처럼 불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 능력은 기술을 재현할 때만 작동한다. 어제는 그리스 화염의 배합을 떠올렸을 뿐 재현하지는 않았다. 아직.

침대 옆 작은 책상 위에 어젯밤 손으로 휘갈긴 메모가 있었다. 현대인 이준호의 손글씨였다. 화학식들, 온도 기록, 재료 목록. 황제의 침실에서 나올 법한 글씨가 아니었다. 엔지니어의 필기였다.

*그리스 화염. 비잔틴의 마지막 무기.*

메모를 집어 든 콘스탄틴이 다시 읽었다. 붕사, 석회, 석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혼합 비율. 역사 기록 속에서 단편적으로 남겨진 정보들을 현대 화학으로 복원한 것이었다. 불 위에 물을 부으면 더 타오르는 그 신비한 불. 비잔틴이 천 년 동안 지켜온 비밀.

그가 그 비밀을 풀 수 있다면?

침실을 나간 콘스탄틴은 궁전의 복도를 걸었다. 노예들이 촛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황제를 본 그들은 몸을 굽혔다. 그는 그들을 보지 않고 지나쳤다.

도시의 약재실은 항구 근처에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의료용이었지만, 실제로는 화약 제조를 위한 물질들도 보관되고 있었다. 의료 담당자 니콜라우스를 찾은 콘스탄틴은 팔십 대의 늙은 그리스인을 마주했다.

"폐하께서 어찌 이런 곳에?"

"필요한 것이 있다. 붕사가 있는가?"

니콜라우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황제가 갑자기 붕사를 구한다니.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왕의 명령은 질문의 대상이 아니었다.

"있습니다. 다만... 많은 양은 아닙니다. 전쟁 중이라 의료용도 부족합니다."

"얼마나 있는가?"

"대략 열 근 정도."

충분했다. 콘스탄틴은 석회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한 종류의 석회. 니콜라우스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결국 창고로 데려갔다. 좁은 창고 안에는 각종 약초와 화학 물질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이것도?"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수은이었다. 매독 치료용이라고 니콜라우스가 설명했다. 콘스탄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 기록 속 그리스 화염의 배합에는 수은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확한 비율만 맞추면 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석유였다. 시리아에서 들어오는 희귀한 물질. 포위 상태에서 어디서 구할 것인가?

"상인들의 창고는?"

니콜라우스가 항구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제노바 상인들이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 거래를 꺼립니다."

항구의 제노바 무역소는 이미 반쯤 요새화되어 있었다. 상인들도 곧 오스만군에 항복할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벽에는 창문이 낮게 만들어져 있었고, 지붕에는 화살 방어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안에는 제노바의 마리아가 있었다.

서른 정도의 나이였지만, 그 눈빛은 훨씬 늙어 보였다. 포위된 도시 속에서 주민들의 음식과 의료를 담당하며 지낸 몇 주일이 그 눈을 짙게 만들었다. 그녀는 황제를 보고 몸을 굽혔다.

"폐하."

"석유가 있는가?"

마리아는 의아했지만 대답했다. "몇 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팔아야 음식을 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양도하겠다. 가격의 두 배를 지불하겠다."

마리아의 눈이 흔들렸다. "폐하... 그것이 무엇에 쓰일 것인가요?"

콘스탄틴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했다. 마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무기입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마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시의 사람들이 그것을 다루다 다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석유는 매우 위험합니다. 화염이 튈 수 있고, 바람에 흩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수도..."

"도시를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폐하." 마리아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것은 도시 전체에 미칠 일입니다. 한 번 잘못되면 우리 사람들이 당신이 만든 불에 타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로부터 지켜지는 것입니까? 오스만으로부터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기술로부터입니까?"

콘스탄틴은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마리아의 우려는 단순한 걱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질문이었다. 도시를 구하는 것과 도시의 사람들을 해치는 것 사이의 경계를 묻는 질문.

"그것이..."

콘스탄틴이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리아의 말이 맞았다. 석유로 만든 불은 통제 불가능할 수도 있다. 바람 한 줄기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도시 자체가 불타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도시를 지키는 무기인가, 아니면 도시를 파괴하는 재앙인가?

"폐하... 제발. 다른 방법을 생각해 주십시오."

마리아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그녀는 주민들의 음식을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매일 봤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녀의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콘스탄틴은 침묵했다. 오래도록. 마리아는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

"당신이 이 도시의 황제라는 것을 압니다. 당신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마리아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제발... 그 불을 다룰 때, 우리 사람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당신이 만든 불이 우리를 구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를 죽이지 않기를."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손짓으로 석유 통들을 꺼내게 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깊은 우려로 가득했고, 그 우려는 콘스탄틴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혔다.

이제 모든 재료가 모였다.

다비드를 찾은 것은 정오였다. 그는 성벽 남동쪽 격납고에서 화약탄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했지만, 콘스탄틴을 본 순간 밝아졌다.

"황제 폐하!"

"우리는 여기서 작업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콘스탄틴은 수집한 재료들을 보여주었다. 다비드의 눈이 커졌다.

"이것은... 그리스 화염입니까?"

"그렇다. 역사 기록 속에서 찾아낸 비율이다. 너는 화학을 알고 있지 않은가?"

"조금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알케미 서적들을 모았거든요."

완벽했다. 콘스탄틴과 다비드는 격납고 한구석에 작은 작업대를 만들었다. 그들은 화염을 만들기 시작했다.

붕사를 불에 달굼. 수은을 섞음. 석회를 분말로 만들어 조금씩 더함. 그리고 석유.

손으로 직접 섞으며, 콘스탄틴은 각 단계마다 생각했다. 현대의 과학으로 본다면 이것은 불완전한 배합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이것이 작동했다고 기록했다. 비잔틴이 7세기부터 사용했고, 몇 세기 동안 적들을 격퇴했다고 기록했다.

그 기록을 믿고 재현하는 것. 그것이 능력이었다.

"이제입니까?"

다비드가 물었다. 콘스탄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다."

그의 손가락이 혼합액에 닿았을 때, 불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손가락 끝의 작은 불이 아니었다. 냄비 안의 액체가 갑자기 하늘색으로 타올랐다. 푸른 불. 거의 자주빛에 가까운 푸른 불.

"신이시여!"

다비드가 비명을 질렀다. 그 불은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타올랐다. 불의 강도가 점점 높아져, 격납고의 벽까지 밝혔다.

콘스탄틴이 손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불이 꺼졌다. 다비드는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전설의 그리스 화염입니까?"

"그렇다."

콘스탄틴도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불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진 손. 그것만으로는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이다. 진정한 재현은 아직이다.

이틀을 더 준비했다. 격납고에서 그리스 화염을 다시 만들었다. 이번에는 더 큰 양. 항아리에 담아서 방수 처리를 했다. 심지를 만들어 점화 장치로 삼았다. 그것은 무기였다.

5월 9일 새벽, 오스만의 함대가 나타났다.

전날 밤 정찰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메흐메드가 해상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금각만을 통해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하려는 계획이었다. 함선 열 척이 항구 방향으로 노를 저었다.

콘스탄틴과 다비드, 그리고 유스티니아니가 성벽 위에 섰다. 유스티니아니는 의아했다.

"황제 폐하께서 해전 지휘를 하십니까?"

콘스탄틴이 그를 바라봤다. 유스티니아니의 질문은 단순한 놀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문이었다. 황제가 직접 전투를 지휘한다는 것은 비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비상함이 정당성을 필요로 했다.

"오늘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황제께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병사들이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콘스탄틴은 대답하지 않았다. 함선들이 가까워졌다. 그들은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비잔틴의 함대는 작았지만 숨어 있었다. 항구의 내측 방어진지에서 화살로 응사했다.

유스티니아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지휘관으로서 저는 당신의 의도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군의 기본입니다."

"지휘관으로서 너는 내 명령을 따르면 된다."

"명령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순간에는."

콘스탄틴과 유스티니아니의 눈이 마주쳤다. 그 사이에는 권위와 의문이 충돌했다.

오스만 함선 중 선두의 것이 항구에 닿으려 했을 때, 콘스탄틴이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이다!"

다비드가 횃불을 던졌다. 불이 격납고에서 준비된 그리스 화염 항아리에 닿았다. 그 순간, 항구의 수면이 불타올랐다.

푸른 불. 거의 자주빛에 가까운 그 불이 오스만 함선들을 감싸 버렸다. 목재로 만든 배는 순식간에 불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의 불이 아니었다.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았다.

항구는 악마의 불이 내려온 것처럼 보였다. 비명이 울렸다. 오스만 선원들이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물도 이미 불에 젖어 있었다.

함선 세 척이 침몰했다.

성벽 위에서 비잔틴 병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수십 배의 적군에 포위된 약한 수비대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승리를 맛보았다. 불이 타오르는 항구를 보며, 그들은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외쳤다.

유스티니아니도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창백했다. 그리고 그 놀라움 아래에는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경외심도 있었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있었다. 이것이 기술인가, 아니면 마술인가?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황제는 정말 그들의 황제인가?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성벽으로 몰려왔다. 주민들이 그 푸른 불을 봤다. 전설 속에서만 들었던 그리스 화염을.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물었다.

"저 불이 뭐예요?"

어머니들은 대답했다.

"신의 불이야, 아들아."

그 말이 성벽을 타고 퍼져 나갔다. 신의 불.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 도시 곳곳의 교회에서 종이 울려 퍼졌다. 주민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신이 콘스탄틴 황제와 함께 있다고.

하지만 성벽의 한구석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이것은 신의 뜻이 아니다!"

총대주교의 측근 사제들이 성벽에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 중 나이 많은 사제가 손을 들어 외쳤다.

"기술을 신성시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우리는 기계의 불을 신의 불이라 부를 수 없다!"

다른 사제들이 그의 목소리에 응했다. "맞습니다! 이것은 악마의 짓입니다! 황제께서 악마와 계약하신 것 아닙니까?"

"신은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신은 기도와 믿음을 원하십니다!"

군중이 흔들렸다. 그들의 환호는 잠시 멈췄다. 신의 불이라고 믿었던 그 불이 갑자기 악마의 불로 보이기 시작했다.

성벽 아래, 귀족들의 진영에서도 소란이 일었다. 루카스 노타라의 측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제께서 무엇을 하신 것인가?"

"기술로 도시를 지킨다니, 이것이 신을 믿는 길인가?"

"총대주교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것은 신성모독이 아닌가?"

루카스 노타라 자신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더욱 위험했다. 그것은 승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관찰이었다. 황제가 얼마나 빨리 무너질지를 보는 것이었다.

목소리들이 겹쳤다. 성벽 위의 환호는 의심으로 변했다. 신의 불은 악마의 불이 되었고, 구원은 저주가 되었다.

성벽 위에서 콘스탄틴은 그 불을 바라봤다. 다비드도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유스티니아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 우리는...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까?"

다비드의 목소리는 희망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콘스탄틴이 대답하려 했을 때, 갑자기 그의 머리가 쪽쪽 울렸다. 순간적인 고통이 뇌를 관통했다.

"황제 폐하!"

다비드가 손을 잡아 주었지만, 콘스탄틴의 의식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 있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 시절의 기억. 엄마가 자신을 안고 있다. 따뜻한 온기. 그리고 특별한 냄새. 엄마만의 냄새—장미와 올리브 향.*

*"내 사랑"이라고 부르던 목소리. 부드럽고 낮은 톤의 목소리.*

*"조심해야 한단다"라고 말하던 특별한 말투.*

*그 모든 것이 점점 희미해졌다.*

*온기가 차가워졌다. 냄새가 사라졌다. 목소리가 멀어졌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형태뿐이었다. 얼굴의 윤곽. 머리카락의 길이. 하지만 눈빛이 없었다. 표정이 없었다. 목소리가 없었다. 냄새도 없었다. 그저 형태만 남은 영상. 이름도 없었다.*

콘스탄틴이 눈을 떴다. 다비드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황제 폐하? 괜찮으신가요?"

콘스탄틴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열이 나 있었다. 아니, 열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제 어머니..."

그는 중얼거렸다.

"제 어머니의 이름이 뭐였죠?"

다비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황제 폐하... 그것은..."

콘스탄틴은 눈을 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형태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름이 없었다. 목소리도 없었다. 냄새도 없었다. 온기도 없었다. 그저 빈 형태만 남아 있었다.

다비드가 입을 열려 했을 때, 성벽 아래에서 울음소리가 났다. 오스만군이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선의 침몰에 분노한 메흐메드가 지상군을 움직이기로 한 것이었다.

포 소리가 울렸다. 오스만의 거포 '바시리카'가 성벽을 향해 포탄을 쏘아 올렸다. 성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다비드가 콘스탄틴의 어깨를 잡았다.

"황제 폐하! 더 이상 기술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당신이... 당신이 변하고 있습니다."

콘스탄틴이 다비드를 바라봤다. 그의 조카의 눈에는 경외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의문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두려움.

"당신은... 정말 우리 황제인가요?"

다비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자신이 따르는 사람이 여전히 자신의 황제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간절한 목소리였다.

콘스탄틴은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또 다른 포탄이 성벽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포탄 너머로, 오스만 진영에서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흐메드의 군대가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선 세 척의 손실은 그들의 결정을 더욱 가열시켰다. 21만의 병력이 성벽을 향해 움직였다. 그 거대한 물결 앞에서, 함선 세 척의 침몰은 무의미했다. 상징적 승리일 뿐이었다.

성벽 위에 선 콘스탄틴은 그 움직임을 봤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떠올리려고 해도, 그 형태만 남아 있었다. 이름도, 목소리도, 냄새도 없이.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할 수 없다면, 어떻게 황제로 남을 수 있을까.

기술로 도시를 지킬 수 있어도, 자신의 기억을 지킬 수는 없었다.

유스티니아니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이 황제가 정말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 아니면 기술이 황제를 통제하고 있는가?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는 여전히 목소리들이 겹쳤다. 신의 불인가, 악마의 불인가. 구원인가, 저주인가.

콘스탄틴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가 만든 불은 누구를 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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