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넷째 날, 손의 온도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준호는 은을 손으로 이끌었다. 말 없이. 카페의 문을 닫고 나온 지 삼십 분 정도 지났을 때, 둘은 해변 등대 근처에 닿았다. 백사장은 오후의 북적거림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였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빠져나갔다. 그 리듬이 반복되었다.

"앉자."

준호가 모래 위에 먼저 앉았다. 은도 그의 옆에 내려앉았다. 신발을 벗지 않은 채로. 양쪽 다 그렇게 했다.

저 멀리 등대의 불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해는 수평선 아래로 넘어가고 있었고, 하늘은 주황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 구름들이 검은 테두리를 입고 떠다녔다.

"은."

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마치 그 말이 바람에 날아갈까봐 조심스럽게.

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잡아도 돼?"

침묵이 흘렀다. 파도가 모래를 핥고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시 밀려왔다. 은의 숨이 정지했다. 흉곽이 멈춘 채로. 준호는 기다렸다. 거절을 기다린 게 아니라, 은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것이 무엇이든.

은이 손을 들었다. 모래 위에 내려놨다. 손바닥이 하늘을 향했다.

준호의 손이 그것을 덮었다.

처음에는 온기였다. 그것은 맞았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만나는 순간, 온기가 흘러 들어왔다. 여름 햇빛처럼 뜨겁지 않고, 밥상에서 받은 국그릇의 따뜻함처럼 즉각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천천히, 손가락 끝에서 시작해서 손등으로, 손목으로 흘러가는 종류의 온기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손가락들이 은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졌다. 준호의 엄지손가락이 은의 손등을 누르고 있었다. 그 압력은 아주 약했다. 확인하는 정도. '여기 있니?'라는 무음의 질문. 은의 손가락들이 준호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답했다. '여기 있어.'

그것은 촉각의 문제가 아니었다.

은이 눈을 감았다.

준호의 손에는 맥박이 있었다. 은은 그것을 느꼈다. 손가락 아래에서 떨리는 리듬.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했다. 준호의 심장이 은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리고 은의 손가락 아래에서도 자신의 맥박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은은 알았다. 준호가 지금 은의 맥박을 손가락 끝에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의 심장이 모래 위에서 만나고 있다는 것을.

두려움이 올라왔다. 갑자기. 그것은 손을 놓고 싶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손을 놓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다. 만약 이 손을 놓으면, 준호의 심장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열흘 전처럼.

은의 손가락들이 준호의 손을 더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미안해."

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마치 그 말 하나가 모든 것을 드러낼까봐 두려워하는 듯이. 음성의 끝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은은 그 떨림을 귀로 감지했다. 준호의 성대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을 이어가기가 힘든 상태라는 것을.

"뭐가?"

"모르겠어. 그냥... 미안해."

은이 눈을 떴다. 준호를 봤다. 준호는 여전히 해를 보고 있었다. 해는 거의 완전히 내려갔다. 수평선 위로는 남은 게 거의 없었다.

"왜?"

"내가 너한테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 게 맞나 싶어. 너는 혼자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닌가."

은은 답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카페를 했어. 알고 있나?"

"아니."

"삼 년을 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내 이름으로 뭔가를 기대했어. 특별해야 한다고 나도 생각했고, 그래서 계속 뭔가를 만들려고 했어. 메뉴도, 분위기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준호의 손이 은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이번엔 준호가 먼저였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어느 날 깨달았어. 내가 지쳤다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었어. 그래서 그만뒀어. 고향으로 돌아왔어.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작은 카페를 시작했어."

"준호..."

"넌 감정을 못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감정을 느껴도 자꾸 만들려고만 했어. 그래서 피폐해진 거야. 그래서 너한테 손을 잡자고 한 거야. 너를 도우려고 한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 거야. 함께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싶었어. 그게 미안해."

해는 이제 완전히 내려갔다. 하늘은 진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은이 준호를 봤다. 준호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은은 준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잡았다.

"계속 함께 있어도 돼?"

"열흘은 약속이잖아."

"열흘 후에는?"

준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은의 손을 더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준호도 모르는 대답.

둘은 해변을 떠났다. 하늘이 검어질 때쯤. 카페로 돌아가는 길에, 준호가 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손잡음이 지금 더 이상 제안이 아니라 절박함이 되어 있었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서영준이었다. 은의 아버지.

그는 카운터에 앉아 있었고, 준호의 할머니와 무언가를 나누고 있었다. 은을 본 순간, 서영준은 일어섰다.

"은아."

할머니가 먼저 나섰다.

"아버지가 찾아오셨어. 딸이 어떻게 지나나 해서."

서영준은 은을 자세히 봤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보듯이.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많이 변했네."

그리고 준호를 봤다. 더 정확히는, 은과 준호가 여전히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봤다. 서영준의 눈빛이 변했다.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미세하게 축소되었다. 마치 무언가 위협적인 것을 감지한 동물처럼.

"좋은 친구네."

서영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음성이 낮아졌다. 마치 누군가를 경고하는 톤. 각 음절이 명확하게 끊어졌다. 은은 그 목소리의 결이 읽혔다. 표면 아래 흐르는 불안감. 질문 같은 단정. 은은 그의 얼굴을 더 자세히 읽으려 했다. 눈 밑의 미세한 긴장, 입가의 경직된 선. 그것은 질투도, 불안도 아닌 다른 것이었다. 마치 과거가 현재를 침범하는 순간 같은.

준호의 몸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그의 손이 은의 손을 더 강하게 조였다. 마치 그 말의 의미를 감지한 것처럼. 그의 호흡이 얕아졌다.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할머니는 서영준에게 커피를 권했다. 그는 받아들였다. 컵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마시지 않았다. 그저 들고만 있었다. 마치 그것이 어떤 무게를 견디고 있다는 듯이.

"은아, 할머니가 밥을 차렸다. 올라와."

할머니가 은의 손을 잡으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은은 준호를 봤다. 준호도 은을 봤다. 그들의 손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준호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것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공포. 은은 그 공포를 읽었다.

서영준이 준호에게 말했다.

"넌 은이 엄마를 알고 있니?"

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그 질문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 같은 움직임.

"많이 닮았지. 은이가."

서영준은 더 말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은과 준호를 따라가고 있었다. 손을 놓지 않은 둘을 보며, 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후회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를 알 수 없는 표정.

계단 위에서 은은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가 여전히 준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준호의 손을 잡고 있는 은을 보고 있었다.

"은아."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내려와."

은이 마지막으로 아래를 본 것은, 서영준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이었다.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그 손을 받아들였다. 마치 그것도 또 다른 형태의 손잡음인 것처럼. 하지만 준호의 얼굴에는 분명한 공포가 떠올라 있었다. 입이 다물어졌다. 마치 무언가 말하려다 멈춘 것처럼.

밥상에 앉은 은은 밥을 집지 않았다. 손에 아직도 준호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것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듯이,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가 국을 담았다.

"서두르지 마."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은은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의 눈에는 뭔가가 담겨 있었다. 그것도 말하지 않는 언어였다.

"감정이라는 게 말이야, 한번 깨어나면 자꾸 자꾸 깨어나려고 해. 그게 무서워. 왜냐하면 깨어난 감정은 다시 자지 않으니까."

할머니가 은의 손을 잡았다. 은의 손을 움직여서 숟가락을 쥐게 했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

할머니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깨어난 감정은 다시 자지 않는다. 그 말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었다. 준호의 손을 놓아도, 그 온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가슴이 조여 오는 것처럼.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래층에서 무언가 소리가 났다. 서영준이 떠나가는 소리였다. 문이 닫히는 소리. 준호가 문을 바라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은은 알았다. 준호가 지금 문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손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밥을 한 수저 떠먹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하지만 손의 온기가 더 따뜻했다.

밥을 삼킨 은은 젓가락을 내려놨다. 할머니가 국을 한 숟가락 떠주려던 손이 멈췄다.

"내려가도 돼?"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은의 손을 놓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은은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전 같았으면 그것을 무시했을 것이다. 감정이라는 신호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심박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계단을 내려갈수록 더 빨라졌다.

카페는 조용했다.

준호가 창가에 서 있었다. 서영준이 떠난 방향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창밖의 어두운 거리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어깨가 약간 굽어 있었다. 마치 무언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준호."

그가 돌아섰다. 은을 보는 순간, 그의 얼굴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불안감. 그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약한 미소가 올라왔지만, 은은 이미 본 것이다. 그 미소 뒤의 공포를.

"할머니가 밥을 먹으라고—"

"내가 미안해."

준호가 말했다. 은이 입을 다물었다.

"뭐가?"

"모든 게."

준호가 창가에서 돌아섰다. 카페의 불을 껐다. 카운터 위의 조명만 남았다. 그 아래서 준호의 얼굴은 더 어두워 보였다.

"이 카페. 여기서 너를 만난 것도, 손을 잡은 것도. 모두."

"이상한 소리하고 있어."

은이 가까워졌다. 준호는 뒷걸음질을 치지 않았다. 은이 그의 팔을 잡을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서울에서 사업에 실패했어. 투자받은 돈도 많았고, 할머니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망했어. 2년 전이야. 그 다음에 여기로 왔고, 이 카페를 시작했는데..."

준호가 멈췄다. 은의 손이 더 강하게 그의 팔을 조였다.

"나는 그냥...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었어. 그게 다였어. 계획 짜는 것,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 그런 건 원래 못 했어."

"그래서?"

"그래서 너한테 연락했어. 열흘이라고 제안했어. 너도 힘들어하는 거 알았으니까.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준호가 은을 봤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너를 도우려고 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어. 나도 혼자가 싫었던 거야.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랐던 거야. 그게 너였을 뿐이야."

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준호의 손을 찾아 잡았다. 저녁 해변에서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손이었다. 준호의 왼손을 은의 오른손으로.

"아버지는?"

"뭐?"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

준호가 한숨을 쉬었다.

"너 엄마 얘기했어. 내가 너 엄마를 알고 있냐고. 그리고 너한테 닮았다고."

"그래서?"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

준호가 다시 은을 봤다. 이번에는 눈빛이 더 복잡했다.

"아버지가 어깨에 손을 얹으셨어. 마치 뭔가를 전해 주려는 것처럼. 아니면 뭔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말씀하셨어. 좋은 친구네, 라고."

은이 준호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아버지도 상처가 있으신 거 같아. 어떤 상처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와 관련된 상처."

"엄마."

준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아, 너 엄마."

은이 준호의 얼굴을 봤다. 준호도 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대신 손이 말했다. 준호의 손과 은의 손이, 손가락 사이에서 흐르는 온기로 말했다.

"열흘이 남았어."

은이 말했다.

"6일이 남았어."

준호가 고쳐 말했다.

"그 다음은?"

은이 묻지 않은 질문을 입으로 말했다. 그것은 가장 위험한 질문이었다.

준호가 은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손가락이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마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모르겠어."

준호가 말했다.

"난 모르겠어. 너는?"

은이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여러 번. 마치 말을 찾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 말은 아직 없었다.

"모르겠어."

은이 결국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었다. 은은 알고 있었다. 알고 싶지 않지만, 알고 있었다. 열흘 후에는 이 온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준호가 다시 서울로 가야 할 수도 있고, 자신도 서울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카페, 이 고향, 이 손의 온기가 모두 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카페의 조명이 꺼졌다. 아니, 준호가 껐다. 남은 것은 창밖의 거리 불빛뿐이었다.

"가자."

준호가 말했다.

"어디로?"

"해변."

준호가 은의 손을 잡은 채로 카페 문을 열었다. 밤바람이 들어왔다. 선선한 바람. 그 속에서 은은 무언가를 느꼈다. 해수의 냄새. 소나무의 향기. 그리고 준호의 손의 온기.

해변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하지만 은은 길을 잃지 않았다. 준호의 손이 이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손의 온기 때문에, 은은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이 열흘이 무엇인지를.

바다에 도착했을 때, 달이 떠 있었다. 어제와 같은 달이었다. 하지만 다른 달처럼 느껴졌다. 마치 새로운 달인 것처럼. 또는 처음 보는 달인 것처럼.

준호가 은을 백사장 위에 앉혔다. 둘 다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은은 준호를 봤다. 준호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열흘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준호가 중얼거렸다.

은의 숨이 멈췄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동시에 밀려왔다.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마치 그 질문이 자신의 몸을 관통한 것처럼. 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이 조여 오는 듯했다.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은은 준호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손가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더 파고들었다. 마치 절대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마치 이 온기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처럼.

하지만 은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라는 것을. 온기는 사라진다. 언제나 사라진다. 손을 놓으면 온기는 사라진다. 그리고 열흘은 반드시 끝난다. 할머니의 말처럼, 깨어난 감정은 다시 자지 않는다. 그것은 은을 영원히 따라다닐 것이다. 이 손의 온기를 잃은 후로도.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인 음률. 마치 심장 박동처럼. 마치 누군가의 맥박처럼.

은은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주 천천히. 마치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이것은 3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때는 감정이 깨어나는 순간의 눈물이었다면, 지금은 그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의 눈물이었다. 절박함의 눈물. 이 온기가 사라지지 않기를, 이 손잡음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절박한 기도 같은 눈물.

준호가 은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말 대신.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직은.

하지만 서영준이 떠나가며 남긴 말이, 준호의 어깨에 얹은 손이, 그 모든 것이 다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과거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엄마와 관련된 무언가가, 준호와 서영준 사이의 무언가가 이 열흘을 흔들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 손잡음을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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