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 회복의 두 번째 날
새벽 다섯 시. 은은 눈을 떴다.
창 밖으로 하늘이 옅은 회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제 준호와 함께 본 지평선의 빨강이 아직도 망막에 남아있는 듯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은은 손목을 비틀었다. 어제 준호가 잡았던 손가락 사이의 공간이 여전히 따뜻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침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자 부엌에서 국 끓는 냄새가 올라왔다. 은은 발걸음을 멈췄다. 향기는 코로 들어왔지만, 그것이 뇌로 전달되는 순간 신체 곳곳에 신호를 보냈다. 저것은 무엇인가? 기억인가, 아니면 현재인가? 은은 계단을 내려갔다.
준호의 할머니 정의숙은 이미 부엌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작고 구부정한 허리로 냄비 앞에 서서, 손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저었다. 은이 들어서자 할머니는 돌아보지 않고 중얼거렸다.
"일어났네. 밥 먹자."
그것이 인사였다. 은은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이 놓여 있었다. 계란말이, 김, 미역. 모두 간단했다. 하지만 간단함이 정갈했다.
"준호가 다녀갔어. 아침 운동이라고."
할머니가 국을 한 그릇 더 건넸다. 은은 숟가락을 집었다. 손이 떨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밥 한 숟가락을 떴다. 국에 담갔다.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그 순간, 세상이 멈췄다.
염분. 그것이 먼저 왔다. 혀 끝에 닿은 소금의 결정이 녹으면서 미뢰를 자극했다. 그 다음은 국물의 깊이였다. 단순한 짠맛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무언가—아마도 다시마와 멸치의 정제된 감칠맛—이 혀 전체에 퍼졌다. 밥알이 이빨 사이에서 부서지는 순간, 고소함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다.
은은 숟가락을 내려놨다. 눈이 맑아졌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열 살 때 먹던 할머니의 밥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음식이 혀에 닿으면 자동으로 뭔가가 느껴졌고, 그것을 '맛있다'고 부르기만 하면 됐었다. 그 다음은 무엇이었는가? 몇 년이 지나면서 혀는 둔해졌다. 도시의 밥은 모두 같은 맛이었다. 회사 근처 편의점의 김밥, 야근 중에 먹는 라면,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는 회식의 음식—모두 입에 들어갔다가 나갔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은은 다시 숟가락을 집었다. 이번엔 계란말이를 떴다. 그것을 입에 넣었다.
계란의 부드러움. 그 안에 숨어있는 간장과 설탕의 은은한 단맛. 혀가 그것을 감싸 안으면서, 은은은 거의 신음할 뻔했다. 눈이 감겼다. 다시 떠졌다. 눈물이 맺혔지만, 은은은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정의숙 할머니가 말했다.
"밥이 식기 전에 먹어. 국도 따뜻할 때가 다야."
할머니는 은을 보지 않았다. 자신의 밥그릇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침묵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은은 그것을 느꼈다. 할머니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본척하지 않는 것이 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은은 밥을 집었다. 그리고 또 집었다. 숟가락이 밥그릇과 입을 반복했다. 할머니와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얼마나 복잡한 행위인지, 은은 이제야 깨달았다.
밥을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놨을 때, 문이 열렸다. 준호였다.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반팔 셔츠의 팔뚝에는 햇빛이 맺혀 있었다. 준호는 은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평범한 웃음이 아니었다. 은이 밥그릇을 비워냈다는 것을 본 후의 웃음이었다.
"잘 먹었어?"
준호의 질문에 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은은은 자신의 움직임을 인식했다.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신체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응이었다. 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자신이 준호를 기쁘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은은은 그 사실에 혼란스러워했다.
그동안 자신은 반응하지 않는 것이 강함이라고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흔들리지 않고, 아무도 자신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준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그렇게 쉬웠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웠다. 은은은 밥그릇을 내려다봤다.
준호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와 뭔가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후, 준호가 돌아왔다.
"오늘은 소나무 숲에서 먹을까? 날씨도 좋고."
은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준호는 그것을 거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미 밥을 담은 도시락 두 개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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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뒤로 나가는 길.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었다. 그 중 가장 해가 잘 드는 곳에 준호가 앉았고, 은도 그 옆에 앉았다. 사이에 3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준호가 도시락을 열었다. 밥, 국, 계란말이, 김. 어제와 같은 구성이었지만, 어제와는 다른 음식이었다. 햇빛이 밥 위에 떨어졌다. 밥알이 반짝였다.
"할머니가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셨어. 은이를 위해."
은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침묵이 다른 의미였다. 이전의 침묵은 회피였다면, 지금의 침묵은 무언의 감사였다. 준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은은 숟가락을 집었다. 그리고 밥을 떴다. 국에 담갔다. 입에 넣었다.
어제와 같은 맛이 왔다. 염분, 깊이, 따뜻함.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햇빛이 있었다. 소나무의 향이 있었다. 그리고 준호가 있었다.
은은 천천히 씹었다. 밥알이 부서지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만 들렸다. 침과 섞인 밥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가슴팍에 따뜻함이 퍼졌다. 그것은 음식의 온기가 아니었다. 뭔가 더 깊은 것이었다.
"좋아?"
준호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기대가 섞여 있었다. 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준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그것은 거대한 미소가 아니었다. 아주 작은,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의 미소였다. 하지만 은은은 그것을 명확히 봤다. 그리고 자신이 그 미소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밥을 먹었다. 소나무 숲에서는 새들이 울었다. 먼 곳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하늘은 맑았고, 햇빛은 따뜻했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었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만 있어야 할 것처럼.
밥을 다 먹고 도시락을 정리하던 중, 카페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
정의숙이 소나무 숲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따뜻한 물이 든 수건이 들려 있었다. 할머니는 은을 보고 말했다.
"손 닦아. 밥풀 남아 있어."
은은 수건을 받았다. 손을 닦았다. 따뜻한 수건의 온기가 손가락 사이에 전달됐다. 또 다른 감각이 깨어났다.
할머니가 은의 손을 자세히 살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감정의 떨림이었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뭔가 더 복잡한 감정이 그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은의 밥그릇을 들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준호는 도시락을 챙겼다.
"너 은이 위해 특별히 뭘 했어?"
할머니가 준호에게 물었다.
준호가 웃었다.
"뭘 하지 않았어요."
"그럼 은이가 왜 이렇게 많이 먹어?"
할머니는 은과 준호 사이의 거리를 본다. 아직 30센티미터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거리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할머니는 알고 있었다.
은은 할머니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두르지 말아야지."
할머니가 중얼거렸다. 그 말은 준호를 향한 것이었다. 준호는 할머니의 말을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은을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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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돌아가는 길. 은은은 걸음을 늦췄다. 준호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그 사이로 햇빛이 흘렀다.
"셋째 날에는 뭘 할까?"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게 들렸다. 하지만 은은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우리가 계속 함께할 거야?'
그렇게 들렸다. 은은은 발걸음을 멈췄다. 준호도 멈췄다. 소나무 숲의 경계에서, 햇빛과 그림자의 경계에서.
"바다에 가자. 조개를 캐 볼까?"
준호가 제안했다. 그의 말은 계획이 아니라 초대였다.
"손의 감각을 깨워야지. 흙의 촉감, 해의 따뜻함. 모두 함께."
은은은 준호의 말을 들었다. 어제는 맛이었다. 오늘은 손이 떨렸다. 내일은 무엇이 깨어날 것인가. 그 생각이 은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은은은 준호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 속에는 기다림이 있었다. 거부가 아닌, 동의를 기다리는 눈이었다.
"알겠다."
은은이 대답했다. 그것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일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일 이후의 모든 날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준호가 은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손목. 그곳은 맥박이 뛰는 곳이었다. 은은 자신의 맥박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는지를 느꼈다. 그리고 준호의 손가락이 그 맥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이번엔 손목을 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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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카페의 테라스. 오후 햇빛이 테이블 위에 흰 띠를 만들고 있었다. 은은 그 햇빛의 경계선에 손을 놓았다. 햇빛 속에 있는 손가락과 그림자 속에 있는 손가락. 그 차이가 명확했다.
준호는 카페 안쪽에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리가 들렸다. 유리잔이 부딪치는 소리, 찬장 문이 닫히는 소리. 은은은 그 소리들을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질문은 어제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고향에 내려온 것, 준호를 만난 것, 밥을 먹은 것.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런데 동시에 그 낯섦이 자신을 살리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서울의 상사 김태식이었다. 은은은 화면을 봤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가 왔다.
'복귀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은은은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내려놨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더 크게 들렸다.
준호가 테라스로 나왔다. 손에는 두 잔의 음료가 들려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어제는 뜨거운 거 줬으니까 오늘은 차가운 거."
은은은 잔을 받았다. 차가운 유리잔의 온기—아니, 차가움이 손에 전달됐다. 그것도 감각이었다. 온기만 감각이 아니었다. 차가움도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차가움이 혀 끝에서 따뜻함으로 변했다.
"맛있어?"
준호가 앉으며 물었다.
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반응이었다. 또 다른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게 느껴졌다. 어제의 고개 끄덕임은 진실의 표현이었고, 오늘의 고개 끄덕임은 연결의 신호였다.
준호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잔이 비워졌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오후가 깊어갔다. 해변 카페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바다는 여전히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 파도 위에 햇빛이 부서졌다. 마치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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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카페 뒤의 작은 집. 준호의 집이었다. 할머니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벽에는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준호의 어린 시절 사진들이었다. 그 중에는 은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의 은.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할머니가 거실로 나왔다.
"사진 봐? 우리 준호랑 은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데."
은은은 사진에서 눈을 돌렸다.
"할머니."
"응?"
"이 사진 언제 거야?"
"열 살 때지. 너희 둘 다."
은은은 다시 사진을 봤다. 열 살. 그때는 아직 감정을 잃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그때는 웃음이 자연스러웠다.
할머니가 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넌 왜 웃음을 잃었어?"
질문이 아니라 진술이었다. 할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은이 왜 웃음을 잃었는지 말이다.
"모르겠어요."
은은이 대답했다.
"그런데 이제는?"
할머니가 물었다.
은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했다.
'이제는... 웃음이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생각만으로도 눈가가 뜨거워졌다. 은은은 할머니를 보지 않고 사진을 바라봤다. 열 살의 자신이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지금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밥상이 차려졌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반찬들이었다. 나물, 계란말이, 그리고 생선구이. 모두 준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준호가 밥을 담았다. 할머니가 국을 퍼담았다. 은은은 그들의 손을 봤다. 할머니의 손은 주름이 많았고, 준호의 손은 젊었다. 하지만 둘 다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담고 있었다. 같은 속도로, 같은 온기로.
"먹어."
할머니가 말했다.
은은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의 맛은 어제와 달랐다. 준호가 어제와 다른 반찬을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무언가였다. 밥을 입에 넣을 때마다 손이 떨렸다. 그 떨림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불안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는 기대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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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카페의 2층. 준호의 방이었다. 은은은 그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할머니의 권유였다.
"너 엄마 아빠 집에 있으면 서먹하지 않아? 여기 있어."
준호는 자신의 방을 내주고,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했다.
은은은 준호의 방에 앉아 있었다. 책장에는 책들이 많았다. 카페 메뉴판 스케치들도 있었다. 준호의 인생이 이 방에 담겨 있었다.
창문을 통해 바다가 보였다. 밤의 바다였다. 어둠 속에서도 파도의 흰 선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달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은은은 창가에 섰다. 밤바람이 들어왔다. 그것도 감각이었다. 선선한 바람. 소금기 있는 향. 모든 것이 감각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또 김태식이었다. 이번에는 통화 요청이었다.
은은은 한 번 더 생각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네."
"은 대리. 지금 뭐 하고 있어?"
"휴식 중입니다."
"휴식? 복귀 일정을 정해야 하는데. 회사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너 같은 인재가 빠지면 팀이 못 돌아간다고."
칭찬과 압박이 섞여 있었다. 은은은 그것을 명확히 느꼈다. 그 말 속의 의도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쯤 복귀할 수 있을까?"
김태식이 다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스며 있었다.
은은은 창밖의 바다를 봤다. 달빛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파도는 밤새 밀려왔다가 빠져나갔다. 그 반복이 계속되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리듬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은은이 말했다. 그것은 거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모른다고? 은 대리, 이건 회사의 결정이 아니라 너의 결정이야. 돌아올 거야, 안 올 거야?"
두 가지 선택지가 던져졌다. 도시냐, 고향이냐. 회사냐, 준호냐. 과거냐, 현재냐. 그 모든 것이 한 통의 전화에 압축되어 있었다.
은은은 입을 열었다.
"곧 결정하겠습니다."
"언제?"
"열흘 안에."
은은이 대답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창밖의 바다는 여전히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은은은 침대에 누웠다. 준호의 침대에서. 준호의 향기를 맡으며. 천장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맑은 밤공기 속에서 부르르 떨렸다.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정의 무게였다. 내일 아침 조개를 캘 때, 흙의 촉감을 느낄 때, 준호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을 때. 그 모든 순간이 자신을 바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호흡이 얕아졌다. 가슴이 철렁했다. 은은은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감각을 확인하려는 듯이.
거실에서 소파 위의 준호가 뒹굴었다. 그 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가는 발걸음 소리도 들렸다. 준호가 화장실로 가는 길이었다. 복도를 지나가며 은의 방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은은의 심장이 철렁했다.
준호는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은은은 다시 천장을 바라봤다.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내일이 올 때까지. 그 다음 날이 올 때까지. 열흘이 모두 지날 때까지. 그 사이에 자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