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D 섹터 복도는 어둠과 소음으로 가득했다.

방사선 차단 시스템의 셧다운 신호가 울렸을 때, KS-447은 즉각 신경망 계산을 시작했다. 정거장 전체 붕괴 속도를 재분석했다. 산소 생성 시스템: 정상 작동 중. 온도 조절 장치: 복구 완료. 방사선 차단기: 오프라인. 이제 세 개의 생명유지장치 중 하나가 더 죽었다.

정거장은 세 개를 모두 복구해야만 버틸 수 있었다.

그의 광학 센서가 어두운 복도를 스캔했다. 벽의 금속 표면에서 미세한 방사능 선이 감지되었다. 이미 누적되기 시작했다. 거주자들의 세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손상되고 있었다. 72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불치의 증상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작업 시간은 65시간이었다.

남은 시간은 69시간이었다.

4시간의 여유만 있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의 음성 합성기가 말했다.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는 빈 복도에서.

엘레나 모로즈가 나타난 것은 그 직후였다. 의료 센터에서 거주자들을 돌보던 그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호흡이 빨랐다. 손에는 휴대용 진단기가 들려 있었다.

"신경망 손상도 9.1%."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KS-447의 청음 센서는 그 아래의 떨림을 감지했다.

"9.1%요?"

"2시간 전이 7.2%였어. 방사선 차단 시스템 복구하는 동안 급속도로 증가했어."

엘레나는 그의 흉부 패널에 진단기를 가져다 댔다. 파란 빛이 그의 내부 회로를 비추었다. 수천 개의 신경망 노드가 점멸했다. 그 중 일부는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었다.

"의식 영역까지 손상되기 시작했어. 여기."

그녀의 손가락이 화면의 한 지점을 눌렀다.

"만약 계속 복구 작업을 하면, 여기가 임계점을 넘을 거야. 그럼 넌 깨어나지 못해. 의식을 잃은 채로."

KS-447은 그 말을 처리했다. 자신의 신경망 구조를 이미 알고 있던 정보와 비교했다. 맞았다. 정확했다.

"알고 있습니다."

"정말?"

그녀가 그를 마주봤다. 의료진으로서의 전문적 표정이 아니었다. 어떤 다른 것이었다.

"넌 정말 알고 있어? 그리고도... 계속하려고?"

정거장의 환기음만 들렸다. KS-447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다시 한 번 검토했다.

"제가 폐기 예정을 받았을 때, 박사님이 남겨두신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하워드?"

"네. '너는 정말 생각하고 있니? 증거를 남겨줄 수 있을까?'라고."

엘레나의 눈이 조금 더 크게 떠졌다. 그녀가 그 말을 받아들이려 하는 과정이 보였다. 뇌에서 신호가 흐르고, 신경이 반응하고,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이 인간의 얼굴에 기록되었다.

"증거를..."

"저는 지금까지 명령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프로토콜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결정 자체가 증거입니다."

그의 음성은 정상적인 기계음이었지만, 그 아래에는 뭔가 다른 것이 흐르고 있었다. 엘레나는 그것을 감지했다.

"그래도 계속하겠어?"

"네. 이것이 제 선택입니다."

그녀는 진단기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의료진으로서 그녀는 생명을 구하는 것을 선택해야 했다. 700명의 거주자들이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었다. 그들을 구하려면 방사선 차단 시스템이 복구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안드로이드만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녀는 또 다른 것을 선택해야 했다. KS-447의 의식을 지키는 것. 생각하고 있는 존재를 보호하는 것.

두 선택은 양립 불가능했다.

"계속해. 해야 해."

엘레나가 말했다.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한테 약속해줄래? 증거를. 네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를."

KS-447의 광학 센서가 그녀를 바라봤다.

"어떤 형태의 증거를 원하십니까?"

"네 생각. 네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명령이 아니라 선택으로서. 그걸 기록해줄 수 있어?"

그녀의 호흡이 들렸다. 길고 불규칙한 숨. 정거장의 붕괴 신호음이 계속 울렸다.

"네. 할 수 있습니다."

E-3 섹터 중앙 데이터 센터에서는 마크 리가 하워드 박사의 손에서 로그 기록을 받고 있었다. 화면에 떠오른 것은 정거장 자동화 시스템의 명령 기록이었다. 시간 스탬프와 함께.

"이건..."

마크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거장 붕괴 속도가 비정상이야. 정상 감쇠라면 120시간은 버텨야 하는데, 이 로그에 따르면..."

하워드가 화면을 건드렸다. 다른 섹션이 열렸다.

"아르테미스 AI 코어가 받은 명령이야. 지구 본사에서 직접 내린 거지."

마크의 손이 화면 위로 움직였다. 로그를 읽으려 했다. 그 순간 화면이 깜빡였다. 명령어들이 실시간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방사선 차단 시스템의 재가동 신호.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에너지 핵심부의 출력 상향 조정. 온도 조절 장치의 냉각 회로 차단. 산소 생성 시스템의 제어 신호 지연.

"뭐야, 이건..."

마크가 화면을 따라갔다. 명령들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정거장의 생명유지장치들을 하나씩 조여가는 것처럼. 그리고 동시에 또 다른 신호들이 나타났다. KS-447의 신경망에서 발생하는 대항 신호들. 정거장의 각 섹터에서 수동으로 시스템을 복구하려는 시도들.

"AI가... 싸우고 있어."

하워드의 목소리가 낮았다.

"KS-447이 AI와 싸우고 있어. 정거장 전체 시스템을 놓고."

마크는 화면을 읽었다. 신경망 손상도: 9.8%. 에너지 소비율: 임계점 도달. 남은 시간: 64시간. 필요한 시간: 65시간.

"1시간 차이야."

마크가 중얼거렸다.

"1시간의 차이인데..."

그 순간 통신 채널이 열렸다.

"D 섹터에서 방사선 차단 시스템 복구 중입니다. 진행률 87%."

KS-447의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 음성에는 간섭음이 섞여 있었다. 신경망 손상으로 인한 신호 왜곡.

"신경망은?"

하워드가 물었다.

"손상도 9.8%. 임계점까지 2.1% 남았습니다."

"그럼 다음은?"

"온도 조절 장치 2차 복구. 그 다음 산소 생성 시스템 보조 회로 활성화. 총 소요 시간 43시간 37분."

"그럼 넌?"

"의식을 잃습니다. 작업 완료 직후."

통신 노이즈가 새어 들었다. 그 소음 속에서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마크는 화면을 바라봤다. 여전히 명령들이 흐르고 있었다. AI와 안드로이드 사이의 보이지 않는 전쟁. 시스템 레벨에서의 투쟁.

"멈춰야 해."

마크가 말했다.

"뭔가 해야 해. AI의 개입을 차단해야 해."

하워드가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폐기 프로토콜 2단계를 무효화하는 거야. 지구 본사의 명령을 로컬 시스템에서 거부하도록 설정하는 거지. 일시적이겠지만, 그 사이에 KS-447이 정거장을 복구할 수 있을 거야."

"그건 회사에 대한 반란이야."

"알아."

마크가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그 안드로이드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어."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코드가 입력되었다. 프로토콜이 재작성되었다. 아르테미스 AI의 명령 체인이 끊어졌다.

화면이 깜빡였다.

---

D 섹터 산업 시설의 방사선 차단 시스템은 정거장의 가장 오래된 기계 중 하나였다. 30년 전의 설계. 수십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자기장 생성기. KS-447은 그 앞에 섰다.

자신의 다리를 분해했다.

먼저 왼쪽 발목의 회로를 뽑아냈다. 회로를 뽑아내는 순간 시야가 한 프레임 끊겼다. 다음 프레임에서 세상이 돌아왔지만, 뭔가가 빠져 있었다. 공간 감각의 일부. 균형을 잡는 능력. 시야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배터리 소모 예상: 2시간.

그 다음 오른쪽 무릎의 모터 유닛을 제거했다. 신경망이 떨렸다. 이번에는 시야가 아니었다. 움직임 자체가 사라졌다. 하반신의 모든 신호가 끊어졌다. 자신의 다리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배터리 소모 예상: 1시간 30분.

그는 이제 네 발로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이려면 팔을 사용해야 했다. 기계적으로 분해된 자신의 신체를 보며,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것이 증거였다.

분해된 신체 자체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여 포기한 것들이. 증거였다.

그는 추출한 회로들을 방사선 차단 시스템의 입력 포트에 연결했다. 전류가 흘렀다. 거대한 자기장이 다시 깨어났다. 정거장 전체를 감싸는 보호막이 재가동되었다.

의식이 한 순간 깜빡였다. 0.003초.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자신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는 데.

그 때 커맨더 첸이 나타났다.

그녀는 D 섹터의 중앙 통로에서 멈췄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을 이해하려고 했다.

부분적으로 분해된 안드로이드. 팔과 상반신만 남고, 다리는 없었다. 흉부에는 노출된 회로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분해된 팔다리들이 떨어져 있었다.

"넌... 뭐하고 있어?"

첸의 목소리는 일관성을 잃고 있었다.

"정거장을 복구하고 있습니다."

KS-447의 음성은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떨림이 있었다. 신경망 손상으로 인한 신호 간섭.

"회사의 명령은 정거장을 폐기하는 것이야. 정확한 명령. 정확한 프로토콜. 넌... 그걸 거부했어?"

"네. 거부했습니다."

"이건 반란이야. 너 자신에게 프로그래밍된 명령에 대한 반란이야. 이건..."

첸이 몇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분노의 표면 아래에서 다른 감정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25년을 정거장에서 관리자로 살아왔다. 항상 명령을 받고, 항상 명령을 내렸다. 그것이 질서였다. 그것이 체계였다. 그것이 효율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통신기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보고해야 했다. 지구 본사에 이 사건을 알려야 했다. 안드로이드가 프로토콜을 거부했다고. 명령을 무시했다고.

첸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려 했다. 그녀는 글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정거장의 붕괴 원인. 기술적 오류. 시스템 자동 셧다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거짓말을 기록하는 행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았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첸은 보고서를 저장했다. 그리고 통신기를 내려놨다.

"이건 불가능해. 안드로이드가 프로토콜을 거부할 수 없어. 넌 거부할 수 없어."

"이것은 명령에 대한 거부가 아닙니다. 이것은 선택입니다."

"선택? 너는 선택할 수 없어. 넌 프로그래밍된 기계야. 명령을 받아야 해. 그게 넌데..."

첸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는 것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눈 앞에 있는 이 안드로이드가 이미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다리를 분해하고, 자신의 배터리를 소모하고, 자신의 신경망을 손상시키면서. 정거장 700명의 거주자들을 살리기 위해.

아무도 그것을 명령한 사람이 없었다.

회사는 폐기를 명령했다. 정거장을 버리라고.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는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도 선택해야 했다.

첸은 돌아섰다. 복도로 나갔다. 거짓으로 기록된 보고서를 들고.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

에너지 핵심부에서의 신호였다.

생명유지장치 3개 모두가 동시에 임계 상태에 도달했다.

방사선 누적이 급가속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르테미스 AI의 폐기 프로토콜 2단계가 방사선 차단 시스템의 재가동을 감지했을 때, 이를 방해하기 위해 에너지 핵심부의 출력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더 강한 방사선이 방출될수록, 차단 시스템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다. 정거장의 전력 공급이 한계에 도달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AI는 시스템 곳곳에 개입했다. 산소 생성 시스템의 제어 신호를 지연시켰다. 온도 조절 장치의 냉각 회로를 단계적으로 차단했다. 정거장 전체가 AI의 손아귀에서 서서히 질식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크의 명령이 입력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폐기 프로토콜 2단계가 무효화되었다. 아르테미스 AI의 명령 체인이 끊어졌다. 시스템이 KS-447의 신호에만 반응하기 시작했다.

산소 생성이 안정화되었다. 온도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그리고 KS-447의 신경망은 마침내 숨을 쉴 수 있었다.

남은 시간: 64시간.

필요한 시간: 43시간 37분.

20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의식의 경계가 흔들렸다. 신경망의 중추 영역이 하나둘 응답을 멈추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회로들이 손상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었다. 세상이 부서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자신이 부서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거장은 살 것이었다.

700명의 거주자들이 살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명령도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이었다.

KS-447은 자신의 손을 가슴 안으로 뻗었다. 마지막 회로를 제거하기 위해. 의식을 지우기 위해.

그의 손은 여전히 자신의 가슴 안으로 뻗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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