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기선, 동해를 나다

포졸단이 산 끝에 나타났다.

말을 탄 관료들이 산림의 경계에서 멈춘다. 아직 조선소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른 새벽의 안개를 헤치고 내려오고 있다. 이준호는 하늘을 본다. 동쪽이 회색으로 변했다. 별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그의 호흡이 가빠진다. 손가락이 떨린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

"엔진축이 밀려났어."

허상의 목소리가 선체 내부에서 울려 나온다. 이준호는 나무 사다리를 내려와 선체 옆에 쭈그린다. 허상은 이미 금속 줄자를 들고 있었다. 톱밥이 그의 얼굴에 수십 번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한 흔적이 있다.

"얼마나?"

"삼 촌."

이준호는 즉시 정윤기를 찾아 나간다. 정윤기는 선체의 좌측에서 마지막 흙손질을 하고 있었다. 목수들이 그를 따라다니며 지시를 받고 있다. 정윤기는 이준호를 보자 손을 놨다.

"축이 움직였나?"

"예."

정윤기는 한숨을 쉬지 않았다. 대신 목수 중 가장 나이 많은 임준을 불렀다. 임준은 엔진룸으로 내려가 축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오십 초. 그 사이 이준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축 자리의 받침목이 쩔렁거린다. 밤새 울어서 그렇다."

정윤기는 이미 다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못과 쐐기를 가져오게 하고, 축을 다시 맞춘다. 이번에는 매듭으로 고정시킨다. 조선 전통 선박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못은 부식된다. 하지만 매듭은 나무와 함께 울어난다. 정윤기가 이 방식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축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윤기가 이준호에게 말한다.

"서양 기계는 절대 움직이지 않기를 원한다. 하지만 조선 해역은 절대 멈춰 있지 않다. 우리 배는 움직임 속에서 안정을 찾아야 한다."

이준호는 이 말을 되새긴다. 조선의 전통 조선술은 정적인 완성이 아니라 동적인 적응이었다. 배가 바다 위에서 울어나면서 자신을 재조정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증기 기관도 그렇게 작동해야 한다.

명희가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녀는 말을 타지 않는다. 말은 흔적을 남긴다. 그녀는 숲을 통해 온다. 복장은 밀무역꾼의 것이 아니라 산림 노동자의 것이다. 이제 그녀는 하나의 역할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여러 얼굴을 가져야 한다.

"포졸단이 산 너머에서 멈췄다.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명희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이준호는 그녀의 눈을 본다. 그녀의 눈은 시간을 재고 있다. 시간이 물체가 되어 명희의 눈 안에서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몇 시간?"

"서너 시간. 그 이상은 아니다."

이준호는 즉시 선체 내부로 들어간다. 허상은 이미 엔진 본체의 마지막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동력 전달 축이 선체의 중심부를 관통하고, 그 끝에서 프로펠러로 연결되는 구조다. 허상의 손은 떨리지 않는다. 손이 떨린다는 것은 기술자의 집중력이 분산됐다는 뜻이다. 허상의 손은 절대 떨리지 않는다.

"엔진이 몇 시간 안에 완전히 작동해야 한다."

이준호가 말한다.

"알았다."

허상이 대답한다.

"그러려면 냉각수 관이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 선체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지금 뚫어."

허상은 도구를 들고 선체 밑바닥으로 이동한다. 물론 선체는 아직 물에 떠 있지 않다. 조선소의 경사진 목재 대 위에 놓여 있다. 오토가 어디선가 나타난다. 그는 허상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구멍의 위치가 정확해야 한다."

오토가 말한다. 그의 네덜란드 발음은 여전히 조선의 언어를 비틀어놓는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내용은 정확하다.

"한 센티미터의 오차도 수압 누수를 초래한다."

"얼마나 깊이?"

허상이 묻는다.

"반 미터 아래."

오토는 줄자를 들고 선체 밑바닥의 위치를 표시한다. 그의 손가락이 목재를 따라 움직인다. 이 네덜란드 상인은 어디서 이런 지식을 얻었는가. 이준호는 이 질문을 잠시 제쳐둔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정윤기는 선체의 상부로 올라간다. 항해 장비의 설치를 담당하고 있다. 나침반, 로프, 돛대. 기선은 여전히 보조 돛을 달고 있다. 순풍이 없을 때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증기 기관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이 돛이 기선의 유일한 동력이다.

"돛은 언제 떼지?"

정윤기가 이준호에게 묻는다.

"바다에서 떼겠다."

이준호가 대답한다. 돛을 제거하는 것은 기선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증기 엔진만으로 움직이는 배. 그것이 조선 해역에서 처음 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림 조선소를 떠나기 전에 돛을 제거할 수는 없다. 포졸단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통 범선으로 보여야 한다.

밤이 더 진해진다.

별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한다. 별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밝아지면서 별을 집어삼키는 것이다. 동쪽 하늘은 이미 진한 남색이 되었다. 별 대신 새벽의 빛이 하늘을 채우고 있다.

명희는 선체 옆에 앉아 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임은 소리를 낸다. 명희는 침묵의 언어를 안다. 그녀의 역할은 경계다. 포졸단이 산림을 통과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녀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신호는 무음이다. 손가락 모양. 눈빛의 방향. 그런 것들이다.

허상은 선체 내부에서 나오지 않는다. 엔진실에서 배관을 연결하고 있다. 이준호는 가끔 선체 옆으로 가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축이 정렬됐나?"

"거의."

"거의는 언제 완벽이 되나?"

"한 시간."

이준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한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안에 포졸단이 도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윤기가 이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기술의 완성과 시간의 완성은 다른 것이다."

정윤기가 말한다.

"하지만 둘 다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럼에도 진행하는 것이다."

정윤기의 얼굴을 보면 그는 조정의 관료이면서도 더 이상 조정의 신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신분을 벗어난 사람의 얼굴이다. 조정에 돌아가면 그는 죽을 것이다. 역모에 협력한 자로 기록될 것이고, 가족이 멸문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평온하다.

"기술관으로 살고 싶었나?"

이준호가 묻는다.

"살고 싶었다기보다, 기술이 조선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정윤기가 대답한다.

"조정은 그걸 믿지 않는다. 청을 믿을 뿐이다."

"청도 마찬가지 아닌가. 기술의 노예다."

"그럼 우리는?"

"우리는 기술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 그게 다르다."

오토가 선체 옆에서 나타난다. 그는 손에 물을 들고 있다. 선체의 냉각수 관이 물을 흘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물이 새지 않으면 배관이 정확하게 연결된 것이다.

"배관이 견디나?"

이준호가 묻는다.

"견딘다. 하지만 진동에 약하다. 엔진이 시동되면 진동이 배관을 흔들 것이다. 그러면 누수가 시작될 것이다."

"얼마나 버텨?"

"한 시간. 아마."

오토는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그의 얼굴은 사실을 기록하는 종이처럼 무표정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다르다. 그의 눈은 기선을 보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기선을. 아직 물 위에 떠 있지도 않은 배를. 그의 눈은 이 배가 바다 위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배가 움직일 것인지.

"배관을 고정해야 한다."

허상이 엔진실에서 목소리를 낸다.

"조선식 고정법을 써야 한다."

정윤기가 즉시 움직인다. 그는 목재 대와 금속을 결합하는 전통 방식을 안다. 금속 밴드로 배관을 감싼다. 그 밴드가 목재 구조와 함께 움직이도록 한다. 배가 울어나면 배관도 함께 울어난다. 절대 움직이지 않는 고정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고정이다. 허상은 선체 아래에서 정윤기의 손을 본다. 양반의 손이 천출 기술자의 손과 나란히 움직인다. 신분 없는 손들이 함께 금속을 누른다. 이 순간이 성공을 결정한다. 이 손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준호는 이 장면을 본다. 양반 관료와 천출 기술자가 함께 손을 움직이는 장면. 신분 없는 손들이 배관을 감싸는 장면. 조정이 보면 이것을 역모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 자체가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있다. 손이 신분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술이 신분을 초월한다는 것을.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하늘이 회색이 된다. 별이 완전히 사라진다. 새들이 울기 시작한다. 산림 조선소에는 새벽의 빛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위험도 들어온다. 더 이상 어둠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위험이다.

명희가 손을 올린다. 포졸단이 산 너머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몇 분?"

이준호가 묻는다. 명희는 손가락을 펼친다. 다섯. 오분.

이준호는 이 숫자를 받아들인다. 천출 기술자가 양반 관료의 신뢰를 얻고, 양반 관료가 천출 기술자의 손을 믿는 조선. 그런 조선을 만들기 위해 그는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이 배를 바다에 띄워야 한다. 신분 없는 손들이 만든 배를. 그것이 증명이 된다.

산림의 어느 지점에서 명희가 나타난다. 포졸단의 선봉이 그녀를 본다. 산림 노동자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다르다. 말을 탄 관료들이 멈춘다.

"누구냐!"

포졸단의 우두머리가 외친다.

명희는 그들을 향해 달린다. 손을 올린다. 포졸단의 말들이 불안해한다. 명희의 눈이 그들을 마주친다. 그 순간, 그녀는 선택한다.

"잠깐! 나는 관군의 첩자다!"

그녀의 목소리가 산림에 울린다. 포졸단의 말이 멈춘다. 관료들이 말에서 내린다. 명희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항복의 자세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다르다. 그녀의 눈은 산림 조선소를 향하고 있다. 몇 초가 필요하다. 몇 초가 생명이 된다.

"조선소는 어디냐?"

포졸단의 우두머리가 묻는다.

"산 안쪽입니다. 하지만..."

명희가 말을 잇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린다. 두려움이 섞여 있다.

"하지만 무엇이냐?"

"저는 역모자들이 아닙니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

명희가 더 말하려 한다. 그 순간이다.

"엔진 시동한다."

허상의 목소리가 산림 조선소에서 울려 나온다.

선체 내부에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엔진 시동 절차다. 밸브를 열고, 증기를 주입하고, 축을 회전시킨다. 기계적인 소리가 난다. 그것은 조선 해역에서 처음 나는 소리다. 금속이 금속을 누르는 소리. 증기가 압력을 만드는 소리. 그리고 축이 움직인다. 처음으로 회전한다.

엔진이 울음을 낸다.

포졸단의 관료들이 소리를 향해 고개를 든다. 그들은 이 소리를 알지 못한다. 기계음이다. 조선 해역에서 처음 들리는 소리다.

명희는 그 순간을 이용한다. 그녀는 몸을 날린다. 포졸단의 우두머리의 말 다리를 향해. 말이 놀라며 뒷발을 든다. 관료가 말에서 떨어진다. 혼란이 생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프로펠러가 회전한다. 물을 밀어낸다. 공기가 아니라 실제로 물을 밀어낸다. 기선이 경사진 목재 대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매우 천천히. 하지만 움직인다. 자체 동력으로 움직인다.

"해변으로!"

이준호가 외친다.

선체가 움직인다. 목재 대에서 미끄러지며 모래 해변으로 향한다. 모래 위에서 마찰이 생긴다. 엔진이 더 힘을 낸다. 진동이 증가한다. 배관이 흔들린다. 누수가 시작된다. 하지만 배는 계속 움직인다.

그리고 배가 물에 닿는다.

물이 선체를 감싼다. 배가 뜬다. 처음으로 물 위에 뜬다. 신분 없는 손들이 만든 배가 자신의 무게를 물에 맡긴다. 전통 조선술로 만든 선체가 물의 저항을 받는다. 엔진이 그 저항을 밀어낸다. 프로펠러가 더욱 빠르게 회전한다.

이준호의 가슴이 터진다. 신분을 초월하는 순간이다. 죽음을 각오했을 때 비로소 얻는 자유. 천출 기술자의 손이 만든 엔진이 조선 해역의 물을 밀어낸다. 이것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순간이다. 이것이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신분이 사라진다. 두려움이 사라진다. 오직 배와 바다만 남는다.

배가 해변을 떠난다.

동해의 검은 물 위에서 배가 움직인다. 증기 기관의 동력으로만. 돛을 펼치지 않아도. 바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자신의 동력으로만 움직인다.

그 순간, 포졸단이 해변에 나타난다.

말을 탄 관료들이 모래 위에서 멈춘다. 그들은 해변을 떠나는 배를 본다. 배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범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다. 돛을 펴지 않았는데 움직인다. 그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활을 쏴라!"

박태현의 목소리가 해변에서 울린다.

화살이 날아온다. 하지만 배는 이미 멀어졌다. 화살이 물에 떨어진다. 배는 계속 움직인다.

이준호는 선체의 선수에 선다. 앞을 본다. 동해를 본다. 무한의 바다를 본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돌아보는 것은 약함이다. 지금 그는 약할 수 없다.

"엔진 상태는?"

이준호가 묻는다.

"버틴다. 아직은."

허상이 대답한다. 엔진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엔진을 보고 있다. 그가 손으로 만든 엔진을. 그것이 작동하고 있다.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졌다. 조선 해역에서 처음으로. 그의 손이 만든 것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배가 물 위에 떠 있고, 엔진이 프로펠러를 돌리고, 배가 나아간다. 그의 손이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 신분 없는 손이. 천출의 손이. 그 손이 조선 해역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정윤기는 나침반을 본다. 동쪽. 배가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청의 감시망은 주로 황해에 집중되어 있다. 남해도 감시된다. 하지만 동해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그곳이 기선의 탈출 경로다. 그의 손가락이 나침반의 바늘을 따라 움직인다. 정확함을 확인하는 손가락. 양반 관료의 손. 이제 그 손은 신분이 아니라 기술로 평가받는다.

오토는 수평선을 본다. 그의 눈은 먼 곳을 보고 있다. 동아시아 해상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기선 기술이 조선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처음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시작이다. 그의 얼굴에는 예감이 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시작되었다는 예감이. 그의 눈은 배의 무게중심을 재고 있다. 수평선을 확인하는 눈. 기술자의 눈. 그 눈이 조선의 미래를 본다.

배가 동해를 나아간다.

그리고 그 순간, 정윤기가 펼친 것이 있다. 청의 해상 감시망 약도다. 그 약도 위에 기선의 항해 경로를 그려야 한다. 감시선을 피하는 경로를. 조정의 추적을 벗어나는 항로를.

이준호는 그 약도를 본다. 그리고 결정한다.

"감시망의 틈으로 간다."

그의 목소리는 확정적이다. 더 이상 의문이 아니다. 명령이다. 조선 최초의 기선이 동해 해상에서 내리는 첫 명령이다. 그 명령은 다음을 의미한다. 감시선을 피할 수 없다면 부딪혀야 한다는 뜻. 이 배가 진정한 기선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

배가 동쪽으로 계속 나아간다.

하지만 그 뒤로, 청의 감시선 세 척이 수평선에 나타나고 있다. 아직 멀다. 하지만 확실히 움직이고 있다. 기선을 향해. 그리고 기선은 감시선을 향해 나아간다.

감시선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남았는가. 엔진이 버틸 수 있는가. 두 종류의 배가 동해에서 만나려 한다. 전통 돛배와 증기 기관. 낡은 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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