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동해의 검은 파도가 배의 현측을 집어삼킨다.
포탄이 돛대를 스쳐 지나갔다. 목재가 폭발하고 밧줄이 하늘로 튀어올랐다. 이준호는 선체의 기울임에 몸을 날려 짚었다. 선원들의 비명이 바람에 묻혔다. 또 다른 포탄이 선미의 난간을 무너뜨렸고, 물이 배 위로 쏟아졌다.
"엔진을 멈춰!"
명희의 목소리가 갑판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이준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들었지만 무시했다. 미완성 기선의 엔진이 굉음을 내며 회전했다. 배는 김대우의 함대를 등지고 북동쪽으로 가속했다. 또 한 발의 포탄이 선미를 스쳤다.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오토가 키를 잡은 손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그는 이준호를 노려봤다.
"저 속도로는 기관이 견디지 못한다!"
"견딜 것이다."
이준호는 망원경을 들고 뒤를 봤다. 김대우의 돛배 세 척이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기선의 속도는 예상을 훨씬 초과했다. 아직 절반도 채 완성되지 않은 배가, 그것도 기관실의 물이 새고 있는 와중에도 이 속도를 냈다.
그것이 증명이었다.
동해 먼 바다에서 배는 북쪽 산림 지역으로 향했다. 포격음이 점점 멀어졌다. 하지만 이준호의 얼굴은 안도로 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팽팽해졌다. 기선이 빠를수록, 그것이 조정에 미치는 공포는 커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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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조선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 명의 관료가 와 있었다.
허상이 먼저 그들을 발견했다. 조선소 입구에 세운 말 세 마리, 그리고 관복을 입은 자들의 실루엣. 그는 이준호에게 손짓했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정윤기가 나타났다. 관료의 얼굴은 창백했다.
"신분이 조정에 전해졌습니다."
"박수가 자백했나?"
"박수뿐 아니라 포구의 상인도 잡혔습니다. 박태현이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준호는 정윤기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서 뭔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두려움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었다.
"조정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기선을 역모의 도구로 규정했습니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조선소의 모든 음성이 멈췄다. 역모. 그것은 사형을 의미했고, 가족의 멸문을 의미했다. 허상의 손이 망치를 놨다.
정윤기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박태현은 조정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양 기술의 유입을 막아야 청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조선이 무단으로 서양 기술을 습득한다면 청은 우리를 배신자로 볼 것이다.'"
이준호는 이 말을 천천히 씹었다. 조정의 쇄국정책이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청에 대한 사대 질서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명확히 이해했다. 그의 기선은 정치적 반역이었다. 기술적 반역이 아니라.
"포졸 오십 명이 이 지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박태현이 직접 지휘합니다. 해질 무렵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윤기는 시계를 봤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여섯 시간. 기선 완성까지 최소 사흘이 필요했다.
이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소 안으로 들어갔다. 기선의 선체는 절반 정도만 완성되어 있었다. 갑판이 없고, 기관실의 연결부가 헐거웠으며, 돛대 하나만 세워져 있었다. 그것이 그의 꿈이 현실이 되어 가는 모습이었다.
명희가 조선소의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일관되게 차갑았다.
"기선을 포기합시다."
이준호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
"이미 포기할 때는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포기하겠습니다."
이제 이준호는 명희를 봤다. 그녀의 눈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결정된 눈이었다.
"해상 권력의 재편은 불가능합니다. 조정과 청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밀무역 집단의 싸움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당신의 죽음입니다. 우리는 다시 나뉠 것입니다."
명희는 등을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우리는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조정의 추격을 피해 남쪽으로 가세요. 해외로 나가시면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겁니다."
이준호는 명희의 등이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기선 앞에서 서 있었다. 미완성의 배,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신분도 아니고, 기술관의 지위도 아니고, 심지어 명희의 지원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오직 기선뿐이었다.
허상이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이준호. 우리는 도망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도망칠 곳이 어디 있습니까?"
"어디든. 산 위로, 바다 너머로."
이준호는 허상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비어 있지 않았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선이 완성되면 우리는 도망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항해합니다."
"미완성 상태로?"
"네."
정윤기가 조선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준호의 앞에 섰다. 정윤기의 나이는 오십을 넘었고, 그의 신분은 양반 기술관이었다. 조정의 신뢰를 받는 자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준호. 당신의 신분 콤플렉스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이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정윤기는 계속 말했다.
"당신은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천출 신분이라는 이유로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고 있습니다. 조정과의 협상도 거부했고, 명희의 조언도 듣지 않았으며, 허상의 우려도 무시했습니다. 당신은 신분을 증명하려고 기선을 만드는 게 아닙니까?"
이준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정윤기의 말이 자신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눈을 피했다.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기선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혼자라면, 당신의 신분 콤플렉스가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이끌 겁니다."
"그럼 뭘 하라는 겁니까?"
이준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우리와 함께 가세요.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되, 혼자가 아니라 함께 나아가세요."
이 말은 오토의 목소리로 들렸다. 오토가 조선소 뒤에서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포격 중에 받은 상처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분명했다.
"기선의 기관은 견딜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선의 선원이 견디지 못하면, 기선도 견디지 못합니다."
오토는 이준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당신의 신분이 뭐든, 당신은 기술자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자는 혼자가 아닙니다."
이준호는 이 말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깨달았다. 천출 신분의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만든 외로움이었다.
"기선을 완성합시다."
이준호의 목소리였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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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의 밤은 불빛으로 가득 찼다.
대장장이 임준과 그의 팀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망치와 정을 들고 기선의 갑판 위로 올라갔다. 허상은 기관실에서 마지막 연결부를 조정했다. 오토는 선체의 균형을 다시 계산했다. 정윤기는 산림 지역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조정의 포졸 움직임을 감시했다.
이준호는 기선의 중심에 섰다.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신분 콤플렉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자신의 결정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술이 있고, 협력자가 있고, 기선이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해가 중천에 올라왔다. 포졸단이 산림 지역에 들어섰다는 전령이 도착했다. 세 시간, 아니 두 시간 남았다.
허상이 기관실에서 나왔다. 그의 얼굴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엔진이 시동됩니다."
이준호는 허상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허상의 얼굴에서 미소를 봤다. 아니, 미소가 아니라 안도였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였다.
기관이 시동했다.
굉음이 조선소 전체를 떨리게 했다. 기선의 선체가 울렸다. 선원들이 갑판 위에서 외쳤다. 대장장이 임준의 팀이 손을 모아 하늘을 향했다. 그들은 이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조선 최초의 기선의 엔진음이었다.
명희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조선소 입구에서 기선을 봤다. 그 배는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하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명희의 눈이 이준호를 찾았다. 그는 기선의 선수에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이전과 달랐다. 신분을 증명하려는 절박함이 아니라, 기술자로서의 확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
명희는 등을 돌렸다. 이번에는 떠나지 않았다. 조선소 옆의 숲으로 들어가 포졸단의 동향을 살피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오토가 이준호에게 나침반을 건넸다.
"북동쪽입니다. 청의 감시선이 적은 구간입니다."
이준호는 나침반을 받았다. 북동쪽. 그것은 동해의 가장 먼 곳이었다. 그곳에는 청도 없고, 조정도 없을 것이었다.
이준호가 나침반을 들고 북동쪽을 선언하는 순간, 지평선에서 돛이 보였다.
청의 감시선이었다.
세 척이 동쪽 해상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기선의 엔진음을 들었을 것이었다. 아니면 조정의 포졸단과 협력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선택과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출항합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조선소를 가로질렀다. 기선의 엔진음이 더 커졌다. 선원들이 밧줄을 풀었다. 기선이 천천히 산림 지역의 수로를 빠져나갔다.
포졸단의 말 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총성이 숲에서 울렸다. 하지만 기선은 이미 강을 벗어나고 있었다.
동해가 펼쳐졌다. 청의 감시선이 더 가까워졌다. 기선의 엔진이 최대 회전에 도달했다. 미완성의 배, 그리고 함께하는 자들.
이준호는 기선의 선수에 서 있었다. 뒤에는 조정의 포졸단이, 앞에는 청의 감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망망대해를 보고 있었다.
기선은 북동쪽으로 향했다.
# 내부의 균열
기선이 동해의 파도를 가르며 나아갈 때, 조선의 중심부는 이미 격변하고 있었다.
한양의 조정 건물, 박태현의 방. 그곳에는 산림 조선소의 흙먼지가 아직 남아 있었다. 박수는 고문실에서 세 번째 밤을 맞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기록되고 있었다. 기선. 기술자. 그리고 정윤기.
박태현은 그 기록을 읽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천출 밀무역꾼과 양반 관료의 연대. 이것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이것은 신분제 자체에 대한 도전이었다.
"기선을 '역모의 도구'로 규정하겠습니다."
박태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조정의 회의실에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보수 진영의 관료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서양 기술의 유입은 청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논리.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조정은 청에 대한 사대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안정의 유일한 기반이었다. 따라서 민간에서 서양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그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포졸 50명이 강원도로 출동했다. 산림 지역 전체를 수색하라는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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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조선소로 돌아온 이준호는 그 소식을 정윤기로부터 들었다. 정윤기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조정 내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박태현이 움직였습니다."
정윤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기선을 역모로 규정했습니다. 포졸단이 출동했어요. 아마 이틀 안에 여기 도착할 겁니다."
이준호의 손이 주먹으로 굳어졌다. 역모.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했다. 기선의 몰수, 자신의 죽음, 그리고 협력자들의 멸문까지.
"조정과 협상해야 합니다."
정윤기가 계속 말했다.
"당신이 기술자이고, 이것이 조선의 미래를 위한 것임을 보여주면, 조정도 판단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목숨은 건질 수 있어요."
이준호는 정윤기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조선소 밖을 향하고 있었다. 기선은 아직 미완성이었다. 갑판의 절반이 비어 있었고, 기관실의 보조 동력 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다. 완성까지 최소 열흘이 필요했다. 협상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었다.
"아니요."
이준호가 말했다.
"기선을 완성해야 합니다."
"당신이 미쳤습니다."
정윤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의 신중함이 깨어졌다. 위기 앞에서 나타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조정은 당신을 죽일 겁니다. 조정과의 협상도 불가능합니다. 박태현이 이미 기선을 '역모'로 규정했으니까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뿐입니다."
허상이 기관실에서 나왔다. 그의 얼굴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정윤기와 이준호의 대화를 들었다.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의문이 있었다.
"당신은 우리를 버릴 건가요?"
허상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이 뭔가요? 기선을 완성하지 못한 채 도망친다면, 그것도 정체성인가요?"
이준호는 허상을 봤다. 허상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읽었다. 그것은 배신감이었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었다.
이준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윤기의 조언도, 허상의 호소도 아니었다.
"기선을 완성합시다. 함께."
정윤기가 눈을 감았다. 그는 이 순간을 예상했던 것 같았다. 천출 신분의 밀무역꾼이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순간, 그는 조정의 명령이나 죽음의 위협도 무시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분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이준호의 결정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의 신분 콤플렉스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정윤기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당신은 기술자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조선의 국가 기술관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 두 가지는 현재의 조선에서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기술자로서의 길을 가면, 조정은 당신을 적으로 본다. 당신이 조정의 인정을 받으려 하면, 기술자로서의 자유는 사라진다."
정윤기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이준호는 이미 선택을 했다. 그것은 조정의 인정이 아니라, 기술 자체였다.
"기선을 완성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인정은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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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는 어디에 있었는가.
조선소에서 가장 높은 건물 위에 서 있었다. 그녀는 조정의 포졸단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산림 지역을 체계적으로 수색하고 있었다. 이틀 안에 조선소에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명희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있었다. 기선이 미완성 상태로 조정에 적발되면 어떻게 될까. 이준호와 허상은 죽을 것이다. 정윤기는 신분을 박탈당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밀무역 조직도 조정의 추적 대상이 될 것이다.
동해 해상 권력의 재편. 그것은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이 실현되려면 기선이 성공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기선은 미완성 상태로 조정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명희는 내려왔다. 조선소에 들어가 이준호를 찾았다.
"떠나야 합니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뿐입니다."
명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는 계산적이었다. 그리고 계산 결과는 명확했다. 기선은 실패할 것이다.
"아니요."
이준호가 말했다.
"기선을 완성합니다."
명희의 눈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실망이 있었다. 천출 신분의 밀무역꾼이 자신의 신분 콤플렉스로 인해 모든 것을 잃으려 하고 있었다. 명희는 그것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당신의 결정이 우리 모두를 죽입니다."
명희가 말했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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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는 조선소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일의 외부인이었다. 일본 난파선의 생존자로서, 조선의 신분제도 조정의 추격도 자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그는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토가 이준호에게 다가갔다.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오토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속에는 깊은 이해가 있었다.
"당신은 조선의 신분제 속에서 외로움을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을 혼자 결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허상과 정윤기, 그리고 임준 같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나아가세요."
이준호는 오토를 봤다. 그는 네덜란드 중개인이었고, 조선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기술자의 언어였다. 기술의 언어였다.
"기선이 완성되면 어디로 향하나요?"
오토가 물었다.
"북동쪽입니다. 청의 감시선이 적은 구간입니다. 거기에는 당신을 찾는 사람도 없고, 조정의 명령도 미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진정한 기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토가 나침반을 건넸다. 그것은 정교한 서양식 나침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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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렸다.
조선소의 조명이 켜졌다. 대장장이 임준과 그의 팀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망치와 정을 들고 기선의 갑판 위로 올라갔다.
허상은 기관실에서 마지막 연결부를 조정했다. 그의 손가락이 정교하게 움직였다. 그의 얼굴에는 집중이 있었다. 신분의 족쇄도, 조정의 추격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기술만이 존재했다.
이준호는 기선의 중심에 섰다.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신분 콤플렉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자신의 결정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윤기는 산림 지역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조정의 포졸 움직임을 감시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준호를 돕는 것은 조정에 대한 배반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조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명희는 조선소 옆의 숲으로 들어가 포졸단의 동향을 살피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계산적이었지만, 그 계산 속에는 이제 무언가 다른 것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것의 무게였다.
오토는 조선소의 해변에서 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선이 출항할 때 피난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는 기술자였고, 이 프로젝트는 기술자의 영혼을 자극했다.
해가 중천에 올라왔다.
포졸단이 산림 지역에 들어섰다는 전령이 도착했다. 세 시간. 아니, 두 시간 남았다.
허상이 기관실에서 나왔다.
"엔진이 시동됩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확신이 있었다.
기관이 시동했다.
굉음이 조선소 전체를 떨리게 했다. 기선의 선체가 울렸다. 그것은 죽음의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탄생의 울음이었다. 조선 최초의 기선이 살아났다.
선원들이 갑판 위에서 외쳤다. 대장장이 임준의 팀이 손을 모아 하늘을 향했다. 그들은 이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신분도 조정의 명령도 초월한, 순수한 기술의 승리였다.
명희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조선소 입구에서 기선을 봤다. 그 배는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하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정윤기가 이준호에게 다가갔다.
"기선을 포기하고 도망치거나, 기선을 완성하고 함께 동해로 탈출할 것인가.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은 당신의 것입니다."
이준호는 정윤기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이미 선택은 끝났다.
"함께 동해로 나갑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기선을 완성하고, 함께."
포졸단의 말 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산림 지역의 숲에서 횃불이 보였다. 조정의 추격이 거의 도착했다.
기선의 엔진이 최대 회전에 도달했다.
이준호는 기선의 선수에 서 있었다. 뒤에는 조정의 포졸단이, 앞에는 청의 감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북동쪽으로 향했다.
동해가 펼쳐졌다. 기선은 파도를 가르며 나아갔다.
신분도, 조정의 명령도, 청의 감시망도 그들을 멈추지 못했다.
오직 기술과 함께하는 자들의 결의만이 그들을 밀어붙였다.
기선은 계속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