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6화

밤은 여전히 깊었다. 산림 조선소의 북쪽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순간, 이준호는 명희의 눈빛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횃불의 개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서른 명 이상. 박태현의 추적은 이미 예상한 바였으나, 도착 시간이 이틀 빨랐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변을 의미했다.

"나가자. 지금."

명희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다급했다. 이준호는 허상을 돌아봤다. 기술자는 여전히 설계도 위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고, 손은 마지막 계산을 마치지 못한 채 정지되어 있었다.

"도면을."

허상이 중얼거렸다.

"가져가."

이준호가 손을 잡아 일으켰다. 선체 골조가 반 정도 드러난 조선소를 바라보며 허상이 한 번 더 뒤돌아봤지만, 이준호는 그를 끌어냈다. 횃불의 불빛이 이제 산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산림 속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며 이준호는 명희에게 물었다.

"박수가 입을 열었나?"

명희는 대답 없이 빠르게 이동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박수는 고문 끝에 입을 열었고, 이준호의 신원이 조정에 전해졌다. 천출 신분의 밀무역꾼이 서양 기술을 탐한다는 것, 그 자체가 '역모'에 준하는 죄목이 되기에 충분했다. 고문 속에서 박수가 모든 것을 내뱉었을 것이다. 이제 돌아갈 길은 없었다.

해변에 도달했을 때, 명희가 준비해둔 배가 이미 닻을 올리고 있었다. 대장장이 임준의 팀 몇 명이 선창에서 손짓했다. 그들은 이미 가장 중요한 부품들을 배에 실어놨다. 이준호와 허상, 그리고 명희가 배에 오르는 순간, 산에서 첫 화살이 날아왔다. 너무 가깝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가깝다는 신호였다.

배는 해상으로 나아갔다. 한 시간 후, 포구 남쪽의 외진 섬에 도착했을 때 이준호는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허상은 여전히 설계도를 들고 있었고, 임준의 팀은 침묵 속에서 부품들을 정리했다. 명희는 이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닷새 안에 기선을 완성하고 진수하는 것만이 우리의 생존이다."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동쪽 수평선에서 깜박이는 신호가 보였다. 한 척의 배였다. 배는 천천히 섬에 접근하고 있었고, 그 신호는 우호적인 것으로 보였다. 명희가 검을 뽑았다.

"정체를 모르는 배다."

배가 더 가까워졌다. 선체는 낡고 수리가 많이 된 일본식 상선으로 보였다. 돛대에는 낡은 깃발이 달려 있었다. 배에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얼굴은 어두웠지만, 동양인이 아닌 특이한 상(相)을 하고 있었다. 남색 외투와 검은 넓은 모자. 그리고 그의 눈은 조선식도, 일본식도 아닌 다른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저기 배들아. 나는 오토다. 네덜란드 무역회사의 중개인이자, 동해의 길을 아는 자다."

일본식 조선 사투리로 말을 걸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명확하고 차분했다. 명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너희를 죽이러 온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조정의 포졸들이 해상으로 나올 것이고, 너희는 이 작은 배로는 그들을 피할 수 없다. 내 배에 타거라. 나는 이 해역의 모든 길을 안다."

이준호는 한 발 나아갔다.

"누구인가?"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결정된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1년 전 너희 해역에 난파한 배를 아는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이다."

이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1화의 난파선. 그 배에서 발견된 도면.

오토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은 조선식이 아닌 정교한 금속 계산기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유럽식 나침반이었다.

"그 배에 실려 있던 것들을 알고 있다. 증기 기관 도면, 항해 기록, 그리고 네덜란드 상인들의 표식이 새겨진 선체의 문양. 너희가 그토록 찾던 것들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명희가 검을 내렸다. 이준호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 배는 어떻게?"

"침몰했다. 하지만 짐은 살았다. 그리고 나도 살았다."

오토가 배에서 내려왔다. 그의 발걸음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러웠다.

"동해의 파도 속에서 3일을 떠다니다가 일본 어선에 구출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이 바다를 떠돌았다. 나가사키로 돌아갈 길을 찾으며."

오토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생존자만이 가진 무게가 있었다.

"난파선의 선창에서 나는 그것들을 발견했다. 도면들. 금속 부품들. 그리고 기록. 모두 방수 상자에 담겨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보존해둔 것들이었다."

그가 손으로 동쪽을 가리켰다.

"동아시아의 바다는 이미 변하고 있다. 네덜란드 상인들의 배는 중국 해안에서 일본 해안까지 모든 곳을 누빈다. 포르투갈 배들도, 영국 배들도. 너희 조선의 쇄국령은 이미 종이에 불과하다. 바다는 속지 않는다."

허상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기선?"

"그렇다. 너희가 만드는 것이 기선이다. 내 배에도 증기 기관이 숨어 있다. 작고 낡지만, 작동한다. 그리고 너희의 도면을 보면, 너희가 만드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크고 정교하다. 조선의 전통 선체와 서양의 기술을 결합하면, 그것은 이 바다에서 가장 빠른 배가 될 것이다."

이준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토가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조정의 포졸들이 해상으로 나올 것이다. 아마 한 시간 안에. 내 배는 그들보다 빠르다. 그리고 나는 이 바다의 모든 섬과 암초를 안다. 너희는 나를 따르거나, 이 해변에서 죽거나 둘 중 하나다."

명희가 이준호를 바라봤다. 신분 콤플렉스로 가득 찬 천출 밀무역꾼과 양반 기술관 사이의 줄타기, 그리고 이제 국경까지 초월한 이 낯선 인물.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자."

배로 향하는 동안, 오토가 이준호의 옆에 섰다.

"너희가 찾던 것이 뭔지 안다고 했지. 그것은 도면만이 아니다."

이준호가 멈춰섰다.

"나도 이 바다에서 신분 없는 자다. 네덜란드 상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고, 조선인도 아니다. 단지 이 바다를 아는 자일 뿐이다."

오토가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곳에서 낡은 종이 조각들을 꺼냈다. 한때 신분증명서였을 법한 것들이었다. 오토는 그것들을 천천히 바다에 던졌다. 종이는 파도에 실려 멀어져 갔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오토의 배는 빠르게 동쪽으로 항해했다. 한 시간 후, 조정의 포졸들을 태운 세 척의 배가 남쪽 해상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오토의 배는 이미 북쪽 암초 지역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암초 사이의 좁은 물길을 누비며 오토는 이준호에게 말했다.

"너희의 기선이 완성되면, 이 바다는 더 이상 누군가의 독점물이 아닐 것이다. 조정도, 청도, 내 상인단도 아니다. 바다는 바다가 될 것이다."

이준호는 도면을 들고 오토의 옆에 섰다. 허상은 여전히 설계를 검토하고 있었다. 명희는 해도를 펼쳤다. 밤은 여전히 깊었지만, 더 이상 어둠 속의 도망이 아니었다. 방향이 생겼다. 동쪽. 동해. 미지의 항해.

그때였다.

남쪽 수평선에서 또 다른 불빛이 나타났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다섯 척. 아니, 일곱 척. 배들이 포위를 형성하고 있었다. 각 배마다 횃불이 밝혀졌고, 그 중심에는 가장 큰 선박이 있었다. 그 배의 돛대에는 빨간 깃발이 달려 있었다.

명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김대우다."

오토가 노를 잡고 배의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남쪽 배들이 이미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토의 배는 암초 지역을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더 큰 배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원을 그리며 접근하고 있었다. 이준호는 도면을 가슴에 안았다.

김대우. 동해 해상의 실질적 권력자. 밀무역 집단 내에서도 두려워하는 그 이름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큰 배에서 신호가 울렸다. 포성이 아니라 경적이었다. 위협의 신호.

오토가 이준호를 돌아봤다.

"너희 기선이 있다면, 지금이 그것을 사용할 때다."

이준호의 눈이 고정되었다. 도면에 그려진 기선. 아직 동쪽 섬의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그것. 완성되지 않은 기선.

명희가 칼을 뽑았다.

"싸우자."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완성시키면서 싸워야 한다."

오토의 배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동쪽으로. 섬으로. 조선소로.

오토의 배가 암초 사이를 헤치며 동쪽으로 방향을 틀자, 김대우의 함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좁은 수로와 숨겨진 암초는 오토의 영역이었다. 크기가 큰 배들은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오토는 노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저들은 이 바다를 알지 못한다. 난 십 년을 이 물길에서 살았다."

명희가 뒤를 돌아봤다. 횃불들이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김대우의 배들은 큰 호를 그리며 섬 주변을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저들이 섬을 포위할 것이다. 조선소에 도착하기 전에." 명희의 목소리는 차갑고 빨랐다. "우리는 육지에서 싸울 수 없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싸워야 한다." 이준호가 도면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 시험해본 적 없는 기관. 모형으로만 확인한 설계.

허상이 옆에서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어딘가 다른 톤이 섞여 있었다.

"완성시킬 수 있다. 닷새 안에 완성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닷새는 없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하루 밤이 전부다."

오토의 배가 동쪽 섬의 숨겨진 포구에 닿았다. 조선소의 불빛들이 보였다. 밤새 기선 건조에 매달려 있던 임준과 그의 대장장이 팀, 그리고 명희가 모아온 인력들. 그들은 배가 도착하자 즉각 무언가를 감지했다. 뭔가 잘못된 것을.

이준호가 배에서 뛰어내렸다.

"임준!"

대장장이 임준이 달려왔다. 검게 그을린 얼굴, 팔뚝의 화상. 닷새를 밤샘으로 일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나가야 한다. 배가 완성되지 않았어도."

"불가능하다. 기관이 아직—"

"기관이 작동할 필요는 없다. 범선으로 간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이제 명령이었다. "돛을 달아라. 지금 당장."

허상이 손을 들었다.

"기관 축이 불완전하다. 범선으로 항해하면 선체에 응력이 집중된다. 부러질 가능성이—"

"알고 있다."

이준호는 도면을 펼쳤다. 그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서양의 기계와 조선의 전통이 만난 그 선. 아직 이론일 뿐인 그 배.

손가락이 도면 위를 천천히 훑으며 이준호는 생각했다. 이 종이가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 기억뿐이다. 허상의 손에 새겨진 감각.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남은 형상. 도면 없이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완성이 아닐까. 절망감과 각오가 뒤섞였다. 이 배가 바다 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만이 도면의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들 것이다.

"명희, 얼마나 남았나?"

명희가 해도를 보며 계산했다.

"저들이 섬을 완전히 포위하는 데 두 시간. 그 전에 바다로 나가야 한다."

"두 시간에 돛을 달고 해상으로 나간다. 임준, 너는 진도 방향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간다. 조정의 포졸들에게 우리가 육지로 도망쳤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라."

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하지 않았다. 기술자들은 명령에 응했다.

오토가 이준호 곁에 섰다.

"너희 배가 범선으로 나가면, 저 함대는 이내 따라잡을 것이다. 저들은 더 큰 범선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노잡이를 가지고 있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

이준호가 대답 대신 조선소로 들어갔다. 선체는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목재 골조가 세워졌고, 외판이 대부분 붙어 있었다. 기관실의 증기 기관은 임준의 손으로 조립되었지만, 아직 시험 가동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준호는 기관을 들여다봤다. 동과 철의 조합. 네덜란드 도면과 조선의 목재. 불완전하지만, 그것이 작동한다면.

"기관을 시작할 수 있나?" 그가 허상을 돌아봤다.

허상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했다.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인 표정.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정화되지 않을 것이다. 처음 가동에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얼마나 오래 버틸까? 바다 위에서."

"모른다. 아무도 해본 적 없다."

이준호가 웃음을 흘렸다. 낮고 짧은 웃음. 절망의 웃음이 아니라,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의 웃음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이 되자. 허상, 너는 기관을 시작해라. 명희, 돛을 달아라. 오토, 항로를 정해라. 우리는 동해로 나간다."

명희가 한 발 다가섰다.

"이준호, 이것은 완성되지 않은 배다. 저들은 실전의 배다. 우리는 죽을 수도 있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준호가 명희의 눈을 마주봤다. 천출 밀무역꾼의 눈. 기술자의 눈. 신분을 초월한 자의 눈.

"신분을 넘어서는 길이 있다고 했다. 오토가. 그 길은 이것뿐이다. 이 배. 이 바다. 이 항해."

명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칼을 다시 집어넣었다.

"알겠다. 가자."

조선소는 즉시 광기 어린 움직임으로 채워졌다. 돛대가 세워졌다. 범돛이 묶여졌다. 선체는 바다로 옮겨졌다. 목선(木船)의 밑바닥이 차가운 동해의 물에 닿았을 때, 이준호는 그 감촉을 느꼈다. 얼마나 많은 밤을 원했던가. 얼마나 많은 도면을 그렸던가. 그리고 지금, 그것이 물 위에 떠 있었다.

허상이 기관실로 내려갔다. 동전(銅錢) 같은 불꽃이 튀었다. 부싯돌과 쇠를 치는 음향. 그리고 잠깐, 거의 숨소리 같은 음향이 났다.

기관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준호가 뱃머리로 나갔다. 오토가 키를 잡고 있었다. 북쪽 수평선에는 여전히 횃불들이 있었다. 김대우의 함대. 하지만 이제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 시간이 아니라 한 시간. 아니, 오십 분이었다.

오토가 말했다.

"저들이 우리를 본다. 이제 시간이 문제다."

기관실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연기. 그 안에서 금속음이 울렸다. 불규칙한 음향.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기관의 울음.

명희가 옆에 섰다.

"기관이 작동하는가?"

"아직은."

그 순간, 기관실에서 폭발음 같은 음향이 났다. 배 전체가 흔들렸다. 이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배가 움직였다.

오토가 고개를 들었다.

"보이는가?"

이준호가 뒤를 돌아봤다. 남쪽의 횃불들. 그것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기관실에서 허상이 올라왔다. 얼굴은 검고, 손은 떨렸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다.

"기관이 안정화됐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작동한다.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아마도... 여섯 시간. 아니, 더 오래."

이준호가 기관실을 내려다봤다. 검은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위험했다. 폭발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선의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조선 최초의 기선이 동해를 누비고 있었다.

명희가 해도를 펼쳤다.

"김대우가 계속 따라올 것이다. 저 배들은 빠르다. 저들도 경험이 많다."

"우리는 어디로 가나?" 이준호가 물었다.

오토가 키를 돌렸다. 배의 방향이 북동쪽으로 바뀌었다.

"청의 감시망이 가장 약한 곳. 동해의 먼 바다. 그곳을 지나면 일본 해역이다. 그곳까지 가면, 저들은 더 이상 너희를 따라올 수 없다."

"왜?"

"왜냐하면 그곳은 더 이상 조선의 바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누군가의 독점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오토의 말이 끝나자, 남쪽 수평선에서 또 다른 횃불들이 나타났다. 이번엔 더 많았다. 십 척. 아니, 십오 척. 그리고 그 중 일부는 포를 싣고 있었다.

명희가 칼을 다시 뽑았다.

"김대우가 전력을 다 투입했다."

이준호는 도면을 다시 들었다. 아직도 손에 들려 있던 그 종이. 난파선에서 발견한 그것. 그리고 허상과 밤새 수정한 그것. 손가락이 도면의 모서리를 만졌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이 도면을 손에 들 수 있는 마지막 순간.

배가 거대한 파도를 가르며 나아갔다. 기관의 음향은 여전히 불규칙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동해의 바다가 배 주변으로 소용돌이쳤다.

"저들이 포를 쏠 준비를 하고 있다," 오토가 말했다.

이준호는 도면을 찢기 시작했다. 천천히. 한 번에 한 조각씩. 종이가 바람에 날렸다. 수년간 그려온 선. 허상의 손으로 다시 그려진 선. 그 모든 것이 흩어졌다.

"뭐 하는 거냐?" 명희가 외쳤다.

"이 종이는 죽었다. 하지만 배는 살아 있다."

이준호는 도면의 마지막 조각을 놓았다. 종이는 동해로 사라졌다. 도면은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배는 있었다. 살아 있는 배로.

그 말을 뱉는 순간, 첫 번째 포성이 울렸다.

포탄은 배의 오른쪽 수면을 스쳤다. 물이 솟구쳤다. 이준호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 염수의 맛. 동해의 맛. 배 전체가 충격파에 흔들렸다.

오토가 키를 더 크게 돌렸다. 배가 급선회했다. 선체의 목재가 삐걱거렸다.

"저들이 우리를 포위하려 한다. 저들은 우리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죽이려는 것이다."

명희가 칼을 높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 포성. 이번엔 돛에 맞았다. 돛에 구멍이 났다. 하지만 범돛은 여전히 바람을 담고 있었다. 배의 갑판에 목재 파편이 흩어졌다.

이준호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동해의 먼 바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본? 청? 아니면 더 먼 곳의 서양?

세 번째 포성이 울렸다.

이번엔 배의 왼쪽 선체를 맞았다. 목재가 터져 나갔다. 파편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선체를 잠식하는 차가운 동해의 물. 배 내부에서 그 침입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갑판 아래로 물이 흘러내렸다.

"배가 손상되고 있다!" 명희가 외쳤다.

기관실에서 또 다른 폭발음이 났다. 배 전체가 흔들렸다. 이준호는 기관실로 내려갔다. 허상은 여전히 기관을 제어하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렸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기관을 놓지 않고 있었다.

기관 내부에서 압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밸브에 응축수가 맺혔다. 온도계의 바늘이 위험 지점에 도달했다. 폭발 직전의 신호들. 모든 것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기관을 더 올려라."

"불가능하다. 이미 한계를 넘었다."

"한계를 넘어서라."

허상의 손이 또 다른 밸브를 돌렸다. 기관의 음향이 더 크고 빨라졌다. 배 전체가 떨렸다. 금속음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렇게 하면 기관이 폭발할 것이다!"

"알고 있다."

이준호가 위로 올라갔다. 명희와 오토가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남쪽의 횃불들이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배는 더 빨라지고 있었다. 거의 미친 듯이 빨라지고 있었다.

오토가 소리쳤다.

"저 섬을 보이는가?"

이준호가 북쪽을 봤다. 희미한 섬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것을 넘으면, 더 이상 저들은 따라올 수 없다. 청의 감시선이 있지만, 저들은 조선 배를 노골적으로 쏘지 않을 것이다."

"그곳까지 얼마나?"

"한 시간. 아니, 이 속도라면 사십 분. 하지만 배가 버틸 수 있을까?"

또 다른 포성이 울렸다. 이번엔 돛대를 맞았다. 돛대가 기울었다. 거의 넘어갈 뻔했지만, 명희가 밧줄을 잡아 고정했다. 돛대가 삐걱거렸다.

배가 또 다른 큰 파도를 가르며 나아갔다. 기관의 음향은 여전히 불규칙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검은 연기는 계속 하늘로 솟구쳤다.

남쪽의 횃불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여전히 포를 쏘고 있었지만, 포탄은 더 이상 배에 닿지 않았다.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오토가 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더 빠르다. 너희 배가... 정말로 더 빠르다."

북쪽의 섬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것을 넘으면.

동해는 더 이상 누군가의 독점물이 아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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