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섬의 비밀 조선소, 새벽 무렵.
마을의 포구에서 온 심부름꾼이 섬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긴급 전령입니다. 조정의 포졸 삼십 명이 동쪽 섬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박태현 관료가 직접 지휘합니다. 내일 해가 질 무렵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준호는 나무 모형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것은 서양식 증기 기관의 축과 조선식 선체의 결합부였다. 도면 위의 선들이 현실로 구현되는 그 경계 지점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여기가 안 된다."
허상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모형에 못 박혀 있었다.
"축의 회전 속도와 선체의 무게 중심이 맞지 않는다. 서양 배는 대양의 규칙적인 파도를 상정해서 설계했다. 하지만 동해는…" 허상이 입을 다물었다.
이준호가 그 말을 받았다. "불규칙하다. 조류가 빠르고, 계절풍이 강하다."
"조선 배들은 이걸 안다. 아주 오랫동안." 허상이 손가락으로 모형의 용골 부분을 가리켰다. "선체의 곡선이 다르다. 우리 선체는 파도를 '헤친다'고 생각하는데, 서양 배는 파도를 '밀어낸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진 거다. 이 둘이 충돌하면…"
"기관이 견디지 못한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는 모형을 들어 올려 역광에 비쳤다. 촛불 아래에서 목재의 결이 투명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서양 도면을 따를 수 없다."
명희가 옆방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밤새 박수의 신문 소식을 받으며 지낸 흔적이 있었다.
"박수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정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기선 건조가 이 섬에서 진행 중이라는 걸." 명희가 탁자 위의 도면을 내려다봤다. "당신은 언제까지 설계로 시간을 낭비할 작정인가?"
이준호가 돌아섰다. "낭비가 아니다. 이걸 틀리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맞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명희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조정이 우리를 찾기 전에, 당신은 결정해야 한다. 완벽한 설계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하더라도 움직이는 기선을 만들 것인가?"
"그건 기술자의 선택이 아니라 사업가의 선택이다."
이준호가 목소리를 낮췄다. 신분제 밖의 관계였지만, 그 안에도 위계는 있었다. 명희는 밀무역 집단의 실질적 리더였고, 이준호는 그녀의 프로젝트 리더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이준호는 그 위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색을 드러냈다.
"설계를 완성하겠다. 열흘 안에."
명희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준호의 독단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 천출 신분에서 비롯된 강박, 양반들의 지시를 받을 수 없다는 증오, 그리고 자신의 기술만을 믿는 맹목적 집착. 이 모든 것이 이번 대화에서 터져 나왔다.
"열흘이면 조정이 여기를 찾을 시간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준호가 허상을 바라봤다. "선체의 용골 곡선을 조선식으로 재설계하고, 기관 축의 무게 배분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정윤기 관료는 이론가일 뿐이다. 현장 기술이 필요하다."
"당신이 지시할 생각인가?" 명희가 말했다.
"누가 더 나은가?"
이준호의 질문은 명희를 향했지만, 답해야 할 사람은 허상이었다. 그 순간, 허상의 입에서 나온 것은 동의도 거절도 아니었다.
"정윤기 관료의 청의 감시망 약도를 다시 봐야 한다. 만약 기선이 동해를 항해할 때 어떤 해역을 지나야 한다면, 거기에 맞춘 선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서양 배는 대양용이지만, 우리 기선은 동해용이어야 한다."
허상의 말은 짧았지만 정확했다. 이준호는 즉시 이해했다.
"네가 맞다."
이준호가 도면을 펼쳤다. 그 위에 정윤기가 그려준 청의 감시망 약도를 겹쳤다. 황해의 주요 항구들, 남해의 해적 소탕 지점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동해의 광활한 해역. 감시망은 서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동해는 상대적으로 헐거운 감시망이다. 하지만 파도와 조류가 강하다. 기선이 이걸 견디지 못하면, 청의 감시망을 뚫기 전에 바다 자체에 삼켜진다."
이준호가 손가락으로 동해의 주요 항로를 그렸다. 울진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서쪽으로 꺾여 나가는 길. 그 경로 위에는 수많은 암초와 급조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 길을 가려면, 선체가 이만큼 낮아야 한다." 이준호가 손으로 모형의 높이를 조정했다. "그리고 축의 회전 속도는 이만큼 빨라야 한다. 하지만 빨라지면 기관의 부담이 커진다."
"악순환이다." 허상이 말했다.
"아니다. 균형을 찾는 것이다."
이준호가 다시 도면을 펼쳤다. 이번에는 조선 전통 배들의 설계도를 꺼냈다. 수백 년 동안 동해의 파도와 조류를 견딘 배들의 구조. 그 선체의 곡선은 매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거칠었다. 불규칙한 파도를 '헤친다'는 허상의 말이 맞았다.
"조선의 배 건조사는 서양의 기술서가 아니다. 경험이다." 이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도면을 따라갈 수 없다. 도면을 번역해야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허상의 얼굴이 변했다.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확신이었다.
"선체를 낮추되, 흘수선 아래 용골의 폭을 넓힌다. 그러면 회전축이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
"그리고 기관실 주변의 보강재를 조선식 목재 결합법으로 촘촘하게 채운다." 이준호가 이어받았다. "서양식 못이 아니라 우리식 끼워맞춤으로."
둘은 밤새 도면을 수정했다. 촛불이 몇 개나 타들어갔다. 정윤기의 감시망 약도 위에 조선 전통 배의 설계를 겹쳤다. 서양 기관의 회전축이 조선식 용골 위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체의 무게 중심을 계산했다. 기관실의 철판 두께와 목재 보강의 비율을 조정했다.
새벽 4시경, 허상이 손을 멈췄다.
"이제 된다."
이준호가 모형을 다시 만들었다. 수정된 도면에 따라, 목재를 깎고 축을 설치했다. 촛불 아래에서 그 모형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보였다. 조선의 배이면서 동시에 서양의 기선이었다. 두 세계가 한 몸에 담겨 있었다.
새벽 6시, 명희의 지시로 가져온 작은 수차 장치에 모형을 설치했다. 흐르는 물의 힘으로 축을 돌렸다. 모형의 선체가 물 위에서 흔들렸다.
처음에는 기울었다. 축의 회전이 불규칙했고, 선체가 한쪽으로 자꾸 쏠렸다. 이준호가 기관실 내부의 무게 배분을 다시 조정했다. 허상이 용골의 각도를 미세하게 깎아냈다.
일곱 번의 시도 끝에, 모형이 안정적으로 회전했다.
축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갔다. 선체는 흔들리지 않았다. 물의 저항을 받으면서도, 기관은 계속 힘을 냈다. 마치 살아 있는 배처럼, 모형은 물 위에서 제 자리를 지켰다.
허상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진동했다.
"이것이다. 이것이 조선 기술의 미래다."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모형을 바라봤다. 그 작은 목재 조각 위에 담긴 것은 자신의 신분이 아니었다. 천출 밀무역꾼과 은거 기술자의 손이 만들어낸 조선의 미래였다.
"기선 건조를 시작할 수 있다." 허상이 말했다.
명희가 방 밖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지만, 동시에 뭔가 다른 감정도 있었다.
"당신들이 만든 게 무엇인가?"
"조선식 기선의 설계도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완벽한가?"
이준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작동한다."
명희가 모형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작은 목재 조각의 무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도면이 아니었다. 이것은 현실로 구현될 수 있는 약속이었다.
"자재 운반을 늘리겠다. 목재, 철, 동. 모두 가능한 한 빨리." 명희가 말했다. "당신은 열흘 안에 이 설계로 선체를 완성할 수 있는가?"
이준호가 정윤기의 감시망 약도를 다시 봤다. 조정의 포졸들이 섬에 도착하는 데는 최소 닷새가 걸렸다. 기선 건조는 최소 보름이 필요했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그들은 이미 절반은 실패한 상태였다.
"할 수 있다."
이준호의 대답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기술자의 약속이 아니라, 밀무역꾼의 도박이었다.
명희가 방을 나갔다. 이준호와 허상은 남겨졌다. 그들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대신 손이 움직였다. 목재를 자르고, 철을 두드리고, 도면을 재검토하고.
조선소 안의 공기가 얼었다.
이준호는 도면을 봤다. 완성되지 않은 기선 건조의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선체의 틀, 운반된 목재, 대장장이들이 만든 기관 부품들. 이 모든 것이 증거가 될 수 있었다.
허상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이준호는 결정해야 했다. 밀무역꾼으로서 탈출 경로를 계획할 수도 있었다. 기술자로서 기선 건조를 계속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명희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불이 있었다. 횃불이었다.
"결정하세요." 명희가 말했다. "기선을 태울 것인가? 아니면 완성시킬 것인가?"
이준호는 허상을 봤다. 허상은 이준호를 봤다. 그 작은 모형 기선 위에, 그들의 모든 기술이 담겨 있었다.
"완성시킨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러면 조정의 추적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명희의 질문에, 이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대답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선을 완성해야 했다. 그리고 기선이 완성되면, 그것을 바다로 띄워야 했다. 조정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기선이 동해로 나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준호의 손이 떨리지 않았다. 밀무역꾼의 냉철함이 이미 모든 감정을 압도했다. 하지만 기술자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완벽함을 추구해온 자가 불완전한 것을 바다에 띄워야 한다는 모순. 그것이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닷새 안에 기선을 완성하고 진수시킨다." 이준호가 말했다.
명희가 횃불을 내려놨다.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닷새면 현재 속도로 절반도 채 못 간다."
이준호가 도면을 집어 들었다. 그의 눈이 설계도 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선체, 기관실, 장착 구조. 매 순간마다 단축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였다.
"목재 가공을 간소화한다. 내구성 대신 속도를 택한다." 이준호가 허상을 바라봤다. "기관 부품의 정밀도를 낮춘다. 완벽함 대신 작동을 택한다."
허상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렇게 하면 바다에서 견디지 못한다."
"견뎌야 한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의 문제다."
"그래서 우리가 있다." 이준호가 말했다. "조선 전통 조선술은 불완전한 재료로도 바다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안다. 배의 무게 중심, 흘수, 돛과 파도의 대항 각도—이 모든 것이 기관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다."
명희가 개입했다. "당신은 지금 이론을 말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이준호가 명희를 정면으로 봤다. 밀무역꾼으로서의 그녀, 동해 해상의 비공식 권력자로서의 그녀를 직시했다.
"닷새면 충분하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무엇인가?"
"자재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있는 것으로만 건조한다. 대장장이 임준과 그의 팀 전원을 여기 배치한다. 목재 가공 인력 다섯 명. 그리고 동해의 해상 경험자 세 명을 붙인다."
명희가 침묵했다. 그 침묵은 거부가 아니었다. 계산이었다. 손실과 이득의 재계산. 조정의 추적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기선을 태우고 도망치거나, 완성시키고 바다로 나가거나.
"이 계획에 문제가 하나 있다." 명희가 말했다. "박수다."
공기가 다시 얼었다.
박수는 명희의 오른팔이었다. 그는 이준호의 천출 신분을 알고 있었고, 기선 건조의 전 과정을 알고 있었다. 조정의 포졸들이 그를 고문하면—
"아직 버티고 있다." 명희가 덧붙였다. "하지만 이틀이 더 지나면 알 수 없다."
이준호가 정윤기에게서 받은 감시망 약도를 다시 펼쳤다. 청의 해상 감시 지점들, 조정의 육지 추적 경로, 그리고 손으로 그려진 몇 개의 주석. 정윤기의 필체였다.
'동해 북부 해상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하다. 일본 배의 난파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금지 해역이지만, 실제로는 조정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그 지점을 가리켰다.
"박수가 입을 열기 전에 우리는 이미 동해 위에 있어야 한다." 이준호가 말했다. "조정의 포졸들이 도착했을 때 발견할 것은 빈 조선소뿐이다."
"기선이 완성되지 않으면?"
"완성된다."
명희가 이준호의 얼굴을 오래 봤다. 그 얼굴에 있는 것은 신분 콤플렉스가 아니었다. 기술자의 광기였다. 또는 밀무역꾼의 절박함이었다.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알겠다." 명희가 말했다. "내가 필요한 인력을 모아 온다. 하지만 당신은 하나만 약속해야 한다."
"무엇인가?"
"기선이 바다에 띄워지면, 당신은 더 이상 이 섬에 돌아오지 않는다. 조정의 추적도 받지 않는다. 당신의 신분은 이미 노출되었다. 이준호는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할 수 없다."
명희의 말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허상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기선은?"
"기선도 함께 사라진다." 명희가 대답했다. "동해 어딘가로."
이준호는 모형을 들어 올렸다. 그 작은 목재 조각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의 결정체가 아니었다. 천출 신분의 기술자가 남길 유일한 흔적이자, 새로운 세계로의 유일한 통로였다.
"시작하자." 이준호가 말했다.
명희가 조선소를 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빨랐다. 밀무역 네트워크의 모든 채널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었다. 대장장이, 목재 가공 인력, 해상 경험자들. 그리고 동해 해상의 비공식 권력자들이 암묵적으로 눈을 감는 것.
허상과 이준호만 남겨졌다.
"닷새는 너무 짧다." 허상이 말했다.
"알고 있다."
"기선이 완성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는다."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준호가 허상을 바라봤다. 순수한 기술자의 눈. 신분도, 이익도, 욕망도 없는 그 눈.
"왜냐하면 이것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준호가 말했다. "우리가 완성한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바다이기 때문이다."
이준호가 도면을 펼쳤다. 그의 손가락이 기관실 구조를 가리켰다.
"당신은 기관 완성에만 집중한다. 부품의 정밀도는 낮춰도 된다. 중요한 것은 연결 구조다. 증기가 누출되지 않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
"장시간 가동하면 터진다."
"알고 있다. 하지만 닷새만 버티면 된다. 아니, 하루만 버티면 된다. 기선이 동해로 나가기까지만."
허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질문이 없었다. 순수한 기술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도면과 시간 제약과 불가능의 도전.
이준호가 조선소 밖으로 나갔다. 섬의 동쪽 해변으로. 그곳에는 기선의 선체가 놓여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무 뼈대. 그 위에 그는 무엇을 봤는가?
조정의 포졸들이 몰려올 때까지의 남은 시간. 박수가 입을 여는 그 순간. 그리고 기선이 바다로 나가는 그 한 번의 기회.
이준호는 주먹을 쥐었다.
오후 해가 섬을 비추고 있었다. 남쪽에서 배들이 접근했다. 명희의 부하들이 모아 온 인력들이었다. 대장장이 임준이 가장 먼저 내려왔다. 그의 얼굴은 엄중했다. 그는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다.
"닷새면 기선을 띄울 수 있는가?" 임준이 물었다.
"띄워야 한다."
"띄울 수 있는가?"
이준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도면을 임준에게 펼쳐 보였다. 기관실의 정밀 설계도. 그 안에 그려진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능이었다.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박이다." 임준이 말했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하는가?"
이준호가 임준의 눈을 봤다. 대장장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직 기술자의 집중력만 있었다. 이준호의 가슴이 한 번 철렁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이 남자도 끌어당기고 있었다. 불완전함을 감수하고 바다로 나가는 도박. 그것을 이 대장장이도 이해하고 있었다.
"시작하자." 이준호가 말했다.
밤이 내려앉았다. 조선소의 불빛이 꺼졌다. 명희의 지시였다. 하늘의 별빛 아래서만 일하는 것. 횃불의 불빛은 산에서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준호와 허상, 임준과 그의 팀원들, 그리고 동해의 해상 경험자들이 움직였다. 목재를 자르고, 철을 두드리고, 부품을 연결하고, 도면을 수정하고.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시간이 지났다.
밤이 깊어졌다.
그리고 새벽이 올 무렵, 정윤기에게서 새로운 전령이 도착했다.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했다.
"박태현 관료가 조정의 포졸들을 이끌고 해로로 출발했습니다. 닷새가 아닙니다. 사흘입니다."
조선소의 공기가 얼었다. 불가능이 더욱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손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준호가 외쳤다. "모두 계속하라!"
그리고 그 순간, 북쪽 해상에서 낯선 배의 돛이 보였다. 조정의 해상 감시선이 아니었다. 그 배는 일본식 구조를 하고 있었다.
동해의 밤하늘 아래,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
그 배 위의 남자가 섬의 조선소 불빛을 보고 있었다. 허상이 말했던 금지 해역.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항해하지 않는 곳. 그 위에 일본식 배가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누구인가? 왜 이 시각, 이 장소에 나타났는가?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준호는 그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준호가 만든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