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의 확보
산림 조선소 북쪽 능선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울렸다.
이준호는 도끼질을 멈추고 귀를 곤두세웠다. 숲 사이로 횃불 다섯 개가 지그재그로 내려오고 있었다. 발소리는 아직 먼데, 수색대의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이곳이라 했는가?" "산림관이 본 연기는 이 근처다."
이준호는 허상을 찾아 도면을 서까래에 숨겼다. 손가락이 떨렸다. 아니, 떨릴 시간이 없었다.
"저것들이 오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허상이 묻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이준호는 개 짖는 소리의 거리를 계산했다. 능선의 경사도, 밤길의 위험성, 수색대의 이동 속도를 모두 고려하면 최소 육십 분. 하지만 여유는 없었다. 조정의 감시원들은 산림 지역의 지형을 모르지만, 그들은 집요했다. 그들은 박태현의 명령을 받은 자들이었다.
"도면을 모두 숨겨라. 재료들은 흙으로 덮어."
이준호의 음성은 잔잔했지만,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허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였다. 둘 다 이미 한 번 도망친 경험이 있었다. 이번엔 더 빨라야 했다.
이준호는 조선소의 뒤쪽 계곡으로 내려갔다. 발이 나뭇가지를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횃불이 더 가까워져 있었다. 계곡의 물소리가 들렸다. 개 짖는 소리를 삼킬 정도로 큰 물소리.
계곡 아래 바위 위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명희였다.
"이쪽이다."
명희가 손을 뻗었다. 이준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물 위의 돌을 밟아 건넜다. 뒤에서 횃불이 계곡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수색대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물소리가 그들의 발소리를 삼켜버렸다.
명희는 이준호를 이끌고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어두운 숲속으로. 횃불의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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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포구의 선창고 안쪽 방.
명희의 얼굴은 차분했으나 눈빛은 예리했다. 이준호가 보고한 박태현의 수색 범위를 지도에 표시하고 있었다.
"산림 조선소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들이 정확한 위치를 캐내면 사흘 안에 포위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쪽 섬 내륙. 조정의 관찰 범위 밖이다."
이준호는 지도 위의 섬을 바라봤다. 북쪽의 천해 지역이었다. 배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자재 운송도 복잡할 곳이었다. 하지만 명희가 이미 그곳에 손을 뻗어 놓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재 조달은?"
"시간이 없다."
명희가 종이 한 장을 펼쳤다. 그 위에는 도면에 필요한 자재 목록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철재, 목재, 동판, 나무못, 쇠못, 옻칠 재료, 돛 천, 밧줄. 이준호는 그 목록을 이미 알고 있었다. 허상과 함께 밤새 작성한 것이었다.
"중국 상인들이 황해 쪽에 철재를 내려놓는다. 한 달에 두 번. 다음은 사흘 뒤다. 우리가 그 배에 손을 댈 수 있다."
"조정의 감시망은?"
"황해 쪽은 주로 해안 보초소에만 신경 쓴다. 내륙 거래는 상인들의 몫이다. 우리 네트워크가 있는 까닭이 그것이다."
명희는 손가락으로 동쪽 섬으로부터 황해 상인 거래지까지의 경로를 가리켰다. 내륙 수로를 따라 밤에 이동하고, 철재는 소금 자루 안에 숨겨 운송한다는 계획이었다.
"목재는?"
"강원도 산림. 천 년 이상 자란 소나무와 참나무가 있다. 우리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사들인 목재들이 산림 창고에 쌓여 있다. 언제든 옮길 수 있다."
이준호는 명희의 계획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기선 건조의 모든 조건을 염두에 두고 밀무역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었다. 아니, 구성해 왔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도끼, 톱, 정, 망치, 못 박는 도구들은?"
"대장장이 네트워크가 있다. 당신이 지시하면, 그들이 따른다."
명희의 눈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당신이 지시해야 한다. 나는 뒤에 있을 것이다."
이준호의 목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이 주먹 속으로 파고들었다. 손등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당신이 이 일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선은 당신의 것이고, 기술자들도 당신을 따를 것이다. 내가 나서면 이것은 밀무역꾼들의 사업이 된다.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천출이다."
명희의 얼굴이 찬바람처럼 식었다.
"당신은 지금 그 신분으로 기술을 말하는가? 아니면 신분으로 기술을 숨기는가?"
선창고 안이 고요해졌다. 밖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이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명희의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가혹했다. 만약 자신이 신분을 이유로 리더십을 양보한다면, 이 기선 사업 전체가 밀무역 집단의 비공식 권력 투쟁이 되어버린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주도한다면, 박태현과 조정의 눈에는 더욱 빠르게 잡힐 것이었다.
"당신의 신분 콤플렉스가 이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명희가 다시 말했다. 이준호의 숨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그녀의 말은 단순한 질책이 아니었다. 현실의 칼날이었다.
"우리는 당신을 필요로 한다. 당신의 신분이 아니라, 당신의 기술과 결단력을 필요로 한다."
이준호는 명희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연민이 없었다. 오직 현실만 있었다.
"만약 당신이 신분이 두려워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난다."
이준호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은 협박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기선 건조는 한 사람의 비전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신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지금껏 피해온 것—양반처럼 명령하고, 천출로 처벌받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이었다.
이준호는 침묵 속에서 두려움과 결단 사이를 오갔다. 신분을 버리고 나서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선다면, 기선은 영원히 꿈으로만 남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자신의 꿈만이 아니었다.
"알겠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확정적이었다.
"나가 나서겠다."
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장이 집단은 동쪽 포구의 뒷골목에 있다. 우리는 그들을 신뢰한다. 당신이 그들을 신뢰한다면, 그들도 당신을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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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밤, 동쪽 포구의 대장장이 골목.
불 피우는 소리와 망치질 소리가 밤을 가득 채웠다. 이준호는 대장장이 여섯 명이 모두 모인 작업장의 한구석에 서 있었다. 도면을 펼쳐 놓고, 각각의 부품 사양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것이 기선의 중심축이다. 길이 여덟 자, 지름 한 자 반. 정확하게."
대장장이들은 도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들은 모두 오십대 이상이었다. 손에는 화상 자국과 망치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조정의 공식 기술관이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신분이 낮거나,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었거나, 아니면 조정의 규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기술을 연마한 사람들이었다.
"이건 본 적 없는 사양이다."
나이 많은 대장장이가 말했다. 그의 이름은 임준이라 했다. 서른 해 동안 대장간을 운영해온 사나이였다.
"서양의 기선에 쓰인다. 조선의 전통 방식으로는 만들 수 없다."
이준호가 도면을 가리켰다.
"하지만 당신들이라면 할 수 있다."
임준의 눈이 도면에서 이준호로 옮겨갔다. 그것은 의심의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호기심이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묻지 않겠네. 하지만 이 일이 뭔지는 알 필요가 있다."
"기선을 만드는 일이다. 조선 처음의."
임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조롱이 아니었다.
"미쳤나, 아니면 대담한가?"
"둘 다다."
다른 대장장이들이 웃음을 따라 터뜨렸다. 그들 사이에서 긴장이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이준호는 임준을 바라봤다.
"해 줄 텐가?"
임준이 도면을 다시 들었다. 한 자 반의 지름에 정확하게 타공되어야 하는 중심축. 그것은 기존의 대장간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임준은 서른 해를 같은 도형의 낫과 호미와 괭이만 만들어 왔다. 그것도 조정이 정한 규격대로만.
"정윤기 관료가 이 일에 관여하고 있나?"
임준이 갑자기 물었다. 이준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된다. 정윤기 관료는 믿을 만한 사나이다. 몇 년 전 내가 조정의 규제에 걸렸을 때, 그가 나를 도와줬다."
임준은 도면을 다른 대장장이들에게 보였다.
"해야지. 언제까지 이런 것들만 만들 텐가?"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것은 두려움도, 의심도 아니었다. 호기심이었다.
임준이 도면 위의 중심축을 다시 바라봤다. 한 자 반의 지름. 조정의 규격에는 없는 크기였다. 그것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손이 조정의 틀을 벗어난다는 뜻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도면 위에서 떨렸다. 오십 년을 조정의 규격 속에서만 살아온 손이 처음으로 다른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두려움인지, 아니면 욕망인지 임준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한 마디만 나왔다.
"시작하자."
새벽 두 시쯤, 첫 번째 중심축이 완성되었다.
임준이 불에서 꺼낸 금속을 들었다. 그것은 아직 벌겋게 달아 있었다. 그는 정확하게 그것을 냉각조에 담궜다. 김이 피어올랐다. 모든 대장장이들이 그 순간을 바라봤다.
임준이 완성된 축을 집어 들었다. 도면 위에 겹쳐 놓았다. 완벽했다. 지름도, 길이도, 모든 세부 사항이 도면과 정확히 일치했다.
임준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손으로 만든 무언가가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을 느끼는 눈이었다.
이준호도 그를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침묵 속에 모든 것이 있었다.
"나머지는?"
임준이 물었다.
"다섯 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
"나흘이면 될 것 같다."
임준이 도면을 다시 펼쳤다. 다른 대장장이들도 움직였다. 그들은 이미 방법을 알았다. 이제는 반복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그들은 뭔가를 느꼈다. 자신들의 손이 만드는 것이 조정의 규격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들의 기술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새벽 햇빛이 골목을 밝혀올 때쯤, 두 번째 축도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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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황해 상인 거래지의 밤.
이준호는 명희와 함께 창고 안에 숨어 있었다. 중국 상인들의 배가 항구에 정박했다. 철재를 소금 자루에 숨겨 운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정의 감시원들은 해안 보초소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다. 내륙의 거래지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명희가 속삭였다. 소금 자루 여덟 개가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안에는 한 톤의 철재가 숨겨져 있었다. 상인 박수가 지시를 내렸다.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는 조정의 감시원들을 피해 이 거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 왔다. 하지만 오늘따라 뭔가 불안했다.
"빨리 끝내자."
박수가 중국 상인에게 말했다. 중국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미 이런 거래를 많이 해 왔다. 신속함이 생명이었다.
철재 운송은 밤새 진행되었다. 소금 자루들은 작은 배에 실렸다. 조정의 감시원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보초소 근처를 지나야 했다. 이준호는 창고 밖에서 경계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횃불의 움직임을 따라 감시원들의 위치를 가늠했다. 한 순간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았다.
배가 보초소 근처를 지날 때, 이준호의 숨이 멈췄다. 감시원 둘이 보초소에서 나와 항구를 살피고 있었다. 배는 소금을 운반하는 일반 상선으로 위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이 항로에 배가 나타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있었다.
감시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배를 세우라는 신호였다. 박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준호의 손이 주머니 속의 칼자루를 찾았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이었다.
감시원이 다시 손을 흔들었다. 배는 천천히 멈춰 섰다. 감시원 둘이 부두로 내려왔다. 박수는 배 위에서 내려와 그들을 맞았다. 이준호는 창고 안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박수가 감시원들과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감시원 중 한 명이 배 위로 올라갔다. 소금 자루들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준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감시원이 한 자루를 들었다. 무거웠다. 소금이라면 그렇게 무거울 리 없었다. 감시원이 박수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이게 뭔가?"
감시원이 물었다.
"소금입니다. 중국산입니다."
박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감시원이 칼을 빼어 자루를 갈랐다. 철재가 드러났다.
이준호의 손이 칼을 뽑았다. 하지만 그 순간, 박수가 감시원을 밀었다. 감시원이 부두로 떨어졌다. 배가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감시원이 칼을 뽑고 달려왔다. 하지만 배는 이미 항구를 벗어나고 있었다.
박수는 배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달아났다. 감시원들은 그를 쫓았다. 하지만 밤의 어둠이 그를 삼켜버렸다.
이준호는 창고에서 나왔다. 명희가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박수를 잡았나?"
"아직 모른다."
명희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철재를 봤다. 이제 조정은 알 것이다. 누군가 기선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이준호의 목이 메었다. 박수가 잡히면, 자신의 신원도 드러날 것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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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섬의 새로운 조선소.
자재가 들어차 있었다. 중국에서 들여온 철재 한 톤이 나무 상자 안에서 꺼내져 정렬되고 있었다. 강원도 산림에서 벌목한 소나무 기둥 스무 개. 참나무 판재 수십 장. 대장장이들이 만든 축과 부품들. 동판, 밧줄, 못, 나무못, 옻칠 재료.
이준호와 허상은 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허상의 얼굴에는 소의 미소가 있었다.
"기본 골격은 사흘이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허상이 도면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선체의 기본 틀이었다.
"그 다음이 어려울 것이다. 기관실 내부 배치, 배관 연결, 동력 전달 체계. 이것들은 모두 새로운 것이다."
"정윤기가 자료를 더 모아 줄 것이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오토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허상이 고개를 들었다.
"오토?"
"밀무역꾼들 사이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다. 서양 기선에 대해 알고 있다. 명희가 그를 소개해 줄 것이다."
허상이 다시 도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것은 이준호가 지시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오후 세 시경, 명희로부터 전갈이 들어왔다.
이준호의 손이 멈췄다. 밀무역 거래지 중 하나가 조정의 감시원에게 적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체포된 것은 철재를 운송하던 상인 박수였다. 그는 명희의 오른팔이었고, 이준호의 신원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이준호의 목이 메었다. 박수는 고문을 견뎌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신원을 불면, 조정의 감시원들은 곧바로 이 섬으로 향할 것이었다. 기선 건조는 아직 시작 단계였다. 선체의 기본 골격도 세워지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남았나?"
이준호가 물었다.
"모른다. 고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박수가 얼마나 견딜지."
명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우리는 선택지가 두 개다. 이 섬을 버리고 다시 옮기거나, 아니면 더 빨리 진행하거나."
이준호는 도면을 바라봤다. 기본 골격을 세우는 데만 사흘이 필요했다. 그 다음은? 기관실 배치, 배관 연결, 시운전. 최소 한 달은 필요했다.
"박수가 얼마나 견딜 것 같은가?"
"이틀. 길어야 사흘."
명희가 대답했다.
이준호는 침묵 속에서 생각했다. 박수가 고문 중에 자신의 신원을 불 가능성은 높았다. 그렇게 되면 조정의 감시원들은 이 섬으로 향할 것이었다. 지금까지 세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었다. 하지만 기본 골격만이라도 세워진다면, 기술 증명은 가능했다. 그것이 중요했다.
"기본 골격만 세우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진행한다."
이준호가 말했다.
허상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기선이 완성되지 못한다."
"아직 기선이 필요 없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기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증거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단호했다.
"기본 골격 자체가 기선 설계의 핵심이다. 그것이 세워지면, 기술 증명은 충분하다."
허상의 얼굴에 반발이 떠올랐다.
"이틀 안에 기본 골격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의 계획을 모두 버린다는 뜻입니다."
"계획을 버리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이준호가 허상을 바라봤다.
"우리는 이미 기술을 증명했다. 대장장이들이 중심축을 만들었다. 그것이 서양 기선의 규격을 따를 수 있다는 증거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이 실제로 기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 골격만으로는—"
"기본 골격이면 충분하다."
이준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박태현과 조정은 기선 자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기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허상은 여전히 반발했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수년간 준비해온 계획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호는 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결단이 있었다.
"당신이 나를 도와준 이유가 뭔가?"
이준호가 물었다.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허상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그 순간이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순간이다."
이준호는 도면을 말았다.
"모든 기술자들을 소집하고, 밤새 작업하게 해. 기본 골격만 세우면 된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다만 기선의 형태를 갖추면 된다."
허상은 한 순간 더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여전히 불안이 있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다음 거점을 생각하고 있었다. 조정의 감시망 밖의 또 다른 섬. 더 외진 곳. 더 접근하기 어려운 곳.
"박수가 이틀 안에 자신의 신원을 불 가능성이 높다."
명희가 말했다.
"그렇게 되면 조정의 감시원들은 이 섬으로 향할 것이다. 그들은 해안 보초소에서 출발하면 반나절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는 이틀 안에 이 섬을 떠나야 한다."
"기본 골격은?"
"실어 간다. 배에 싣고."
명희가 대답했다.
"기본 골격 자체가 증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준호는 명희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현실의 냉정함이 있었다.
"박수가 당신의 신원을 불 가능성도 있다."
"알고 있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오토를 만나야 한다."
명희가 말했다.
"기관실 설계를 미리 받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다음 거점에서 완성할 기관실의 도면이 필요하다."
"오늘 밤 항구에서 만날 수 있나?"
"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명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긴박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조정의 감시원들이 박수를 고문하는 동안, 그들은 당신의 신원을 캐낼 것이다. 박수가 당신을 본 적이 있다면, 그는 당신을 설명할 것이다. 당신의 외모, 당신의 말투, 당신의 기술. 모든 것이 조정에 전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섬을 떠난 후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박태현의 추격은 계속될 것이다. 당신의 신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닐 것이다."
이준호는 명희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신분을 버리고 나선 순간부터, 돌아올 길은 없었다.
"오토를 만나자."
이준호가 말했다.
"기관실 설계를 받고, 기본 골격을 완성한 후, 이 섬을 떠난다."
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