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빛의 끝
심문관실의 벽이 울렸다.
황금빛이 이준의 손가락 끝에서 용솟음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의 기억을 태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역방향이었다. 자신의 모든 기억을 해방시키는 것. 지워진 2,847명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자신이 가진 마지막 것을 태우는 것.
"이준. 멈춰."
서연의 목소리가 벽을 쳤다. 검은 불이 손가락에서 피어올랐다. 그녀는 이 광경을 수백 번 봐왔다. 이준이 누군가의 기억을 지울 때마다 자신도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에는 자신이 그를 태우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이준은 돌아보지 않았다.
"당신이 나를 기억해주었다. 15년을 기억 없이 살면서도, 당신이 남겨준 편린들이 나를 찾아왔다. 심장의 고동이, 손가락의 떨림이, 밤의 악몽이. 그 모든 것이 당신이었다."
서연의 검은 불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주는 것처럼.
"그러니까 제발. 살아. 당신의 기억을 포기하지 말고, 나와 함께 살아."
이준이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눈은 이미 반쯤 황금으로 물들어 있었다. 홍채가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 선명한 것이 빛났다. 결연함이었다.
"당신이 나를 기억해주었으니까요."
그의 목소리가 끊겼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수백 번의 기억 조작으로 무뎌진 심장이 다시 뛰고 있었다. 그 뛰는 리듬이 서연의 검은 불과 맞닿으면서 울음을 냈다.
"이제 나도 모두를 기억해주겠습니다."
그 순간, 심문관실의 벽이 갈라졌다.
틈새로 흘러나온 황금빛이 손가락 끝을 태웠다. 15년 동안 이 벽에 태워진 모든 기억들이 한 번에 폭출했다. 남자의 기억이, 여자의 기억이, 아이의 기억이. 누군가는 자식의 얼굴을 지웠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잊었고, 누군가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었다. 그 모든 것들이 동시에 되살아났다.
궁궐이 울렸다.
**그 같은 순간.**
회랑에서 아이가 깨어났다.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처음 부르며. 심문관실 위의 침실에서 노인이 눈을 떴다. 자신의 죽은 아들 이름을 입술에 올리며. 궁궐의 모서리에서 종자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기억했다. 그것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었다.
2,847명이 동시에 깨어났다.
황금빛은 궁궐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왕의 침실까지 닿았다. 왕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지, 아니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았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들렸다. 궁궐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들.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사람들의 울음소리.
**그 사이에.**
이준의 자아가 산산조각 났다.
심문관실에서 황금빛이 폭발했다. 벽의 틈새마다 빛이 새어 나왔고, 그 빛이 공기를 진동시켰다. 서연이 검은 불로 그를 감싸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윤곽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손가락부터 시작되어 팔로, 어깨로, 얼굴로. 모든 것이 빛이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변했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곳은 궁궐 밖이었다. 밤이었다. 별이 있었다.
그의 눈이 먼저 뜨였다. 하늘의 별이 보였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손가락이었다. 누군가의 손가락. 하지만 누구의 손가락인지는 모르겠다. 기억할 수 없다. 방금 전 것도, 그 전의 것도, 그 전의 모든 것도.
그는 누구였는가?
이름이 없었다. 과거가 없었다. 앞에 선 여자의 얼굴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얼굴을 보자 가슴이 뛰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자신 안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 여자와 자신이 한 번에 만들어진 생명인 것처럼.
"당신은... 누구세요?"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이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 아니다. 본 것 같았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 기억이 황금빛으로 돌아올 때 본 것 같았다.
그 남자가 웃었다. 처음으로 웃는 웃음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는 웃을 수 있었다. 그것이 자유였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자유였다.
"모릅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이전의 음성이 아니었다. 뭔가 더 부드럽고, 더 따뜻했다.
"저는 누구인가요?"
서연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를 기억하는 것은 이제 그녀뿐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만 '이준'이 남아 있었다. 그 나머지는 모두 황금빛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 남자는 이준이 아니었다. 이준은 이미 죽었다. 황금빛이 되어 흩어졌다.
"당신은... 새로운 사람입니다."
서연이 말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전의 눈물이 아니었다. 복수심의 눈물도, 분노의 눈물도 아니었다. 슬픔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의 눈물이었다.
"저도 당신을 기억해주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의 손을 잡으며.
궁궐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왕은 침실에 갇혀 있었다. 그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자살을 시도했다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이제 궁궐은 여러 목소리로 들썩였다.
남궁현이 왕좌 앞에 섰을 때, 그의 손가락이 팔걸이를 스쳤다. 찬 목재였다. 순간, 황금빛이 한 번 더 그를 스쳤다. 손가락 끝을 따라 팔로 흐르는 열감. 그것은 경고였다. 왕좌 위에 앉으면 자신도 같은 끝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 하지만 남궁현은 웃었다. 그 경고를 환영하듯이.
민서는 기억의 도서관에 남았다. 그녀는 이제 그곳이 진짜 도서관이 되도록 하려고 했다. 기억을 기록하는 곳이 아니라, 기억을 돌려주는 곳으로. 이준이 태워버린 모든 기억들을 다시 써 내려가는 곳으로.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왕비 이화는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죄가 모두에게 드러났을 때, 그녀는 침실 문을 잠갔다. 그리고 밤새 무언가를 썼다. 고백장이었을까, 아니면 유서였을까.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으니까.
그 밤, 궁궐 밖에서 새로운 사람과 그를 기억하는 여자가 밤하늘을 봤다.
별이 많았다.
그 남자는 별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다. 본 것 같았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누군가가 이 별들을 가리키며 말했던 것을 들었던 것 같았다. "저 별은 우리의 별이야. 언젠가 저 별 아래서 다시 만나자." 그런 말.
하지만 그 누군가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름도, 얼굴도, 심지어 목소리도 기억할 수 없다. 오직 감정만 남아 있다. 그 감정이 뭔지도 이름 붙일 수 없지만, 가슴이 이렇게 뛰어본 적이 없다.
"당신이 보고 있는 별, 누군가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서연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 순간, 궁궐에서 마지막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왕의 침실에서 나온 불빛이었다. 황금빛이 벽을 타고 올라가며 비명처럼 울음을 냈다. 왕은 끝났다. 하지만 그 끝이 죽음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이 태워졌으니까.
새로운 사람은 그 폭발음을 들었지만,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오직 앞에 선 여자만 보였다. 그 여자의 손만 느껴졌다. 그 손의 온기만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당신을 기억해주겠습니다."
서연이 다시 말했다. 그녀의 검은 불이 한 번 더 반짝였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지워진 세계는 새로 시작되었다. 2,847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기억했고, 아들은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했다. 남편은 아내의 목소리를 기억했고, 아내는 남편의 손을 기억했다. 모든 것이 돌아왔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 사람만 기억하지 못했다.
그 사람은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었다. 새로운 얼굴을 하고, 새로운 목소리로, 새로운 과거 없이. 오직 한 사람만이 그를 기억할 것이었다. 한 여자만이 "당신이 나를 기억해주었다"고 말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궁궐 밖의 밤이 깊어갔다. 별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아침이 올 것이었다. 새로운 아침. 새로운 왕실. 새로운 시대.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의 손이었다. 서로를 기억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것이 황금빛의 진정한 의미였다.
모든 기억을 태워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 그리고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이 모두가 되어주는 것. 완전한 소멸과 완전한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 그것이 저주였을까, 축복이었을까.
이제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별빛 아래서,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만이 남았다.
---
심문관실은 텅 비어 있었다.
의자만 남아 있었다. 황금빛으로 장식된 그 의자 위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이준호는 벌써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몸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손가락부터. 손가락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그 투명함 속에서 수백 개의 기억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아팠다. 아프다기보다는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손끝이 먼저 사라졌다. 그 다음 팔. 그 다음 얼굴. 거울을 본다면 자신의 얼굴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을 것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거울은 없었다.
대신 있는 것은 기억뿐이었다.
그 기억 속에는 서연이 있었다. 별을 보던 그 밤의 서연. 그녀의 손. 그녀의 목소리. "우리 언젠가 여기서 도망치자." 그 말.
그리고 또 다른 기억. 그 밤 이후의 기억. 서연을 지운 직후의 그의 손가락이 황금빛으로 타오르던 것. 그때 느꼈던 공허함. 그 공허함이 모든 것을 시작했다. 15년간 계속된 공허함.
이제 끝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완전히 투명해졌다. 더 이상 손가락이 아니었다. 그저 빛이었다. 그 빛 위에 또 다른 빛이 겹쳐졌다.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삶. 그들이 모두 그의 몸을 통해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것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웃음.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잃으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자유. 그것이 바로 웃음이었다.
"서연."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황금빛 속에 녹아 있었다.
궁궐 밖에서 서연의 몸이 떨렸다.
그 순간, 그녀는 알았다. 이준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심지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검은 불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것은 울음이었다. 기억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보고 내지르는 울음. 하지만 그 울음 속에는 또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약속. 이제부터는 자신이 그를 기억해주겠다는 약속.
"당신이 나를 기억해주었어. 이제 나도 당신을 기억해줄 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궁궐의 심문관실에서 마지막 황금빛이 폭발했다.
벽이 울음을 냈고, 그 울음 속에서 이준호는 완전히 사라졌다. 의자만 남았다. 비어 있는 의자. 그 의자에는 한 장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중에야 알려질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았다.
모두가 기억이 되돌아오는 것에 필사적이었다. 궁궐의 모든 방에서 사람들이 눈을 떴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고, 자신의 삶을 기억했다. 15년 동안 빼앗겼던 모든 것이 돌아왔다.
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안았다. 15년 전, 그 아들은 반역죄로 고발되었고, 심문관 이준에 의해 기억을 지워졌다. 그 아들은 새로운 신원으로 궁궐 밖으로 나갔고,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잊었다. 하지만 지금 그 기억이 돌아왔다. 그 어머니는 울었다. 15년 만에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었다.
또 다른 남자는 자신이 한 일을 기억했다. 자신이 왕을 위해 한 일. 자신이 한 범죄. 그는 무릎을 꿇었다. 기억이 돌아오는 것이 축복이었는지 저주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기억은 되돌아왔다.
남궁현은 대전에서 왕을 내려다봤다.
왕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기억이 그의 몸을 완전히 태워냈다. 그의 얼굴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더 이상 왕이 아니었다. 그저 기억의 유해일 뿐이었다.
"이제 끝났군."
남궁현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왕실은 무너졌지만, 궁궐은 여전히 서 있었다. 2,847명의 사람들이 기억을 되찾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했을 뿐, 미래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민서는 기억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모든 책들이 없어져 있었다. 기억이 되돌아갔으니까. 그녀가 보관해온 모든 기록이 이제는 필요 없었다. 대신 남은 것은 한 장의 일기장이었다.
그것은 이준호의 일기장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펼쳤을 때,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이름은 이준호다. 하지만 나는 내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 오직 공허함만 기억한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서연. 만약 이 일기를 읽는다면, 알아줘. 나는 너를 기억했어. 마지막까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죽지 않았다. 변했을 뿐이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로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민서는 그 마지막 문장을 읽고 멈췄다.
그녀는 일기장을 품에 안았다.
궁궐 밖에서 서연은 여전히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별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황금빛이 사라지면서 별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별들을 세었다. 하나, 둘, 셋. 그 별들이 이준호의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본 별들. 이제 내가 기억해줄게."
그녀가 속삭였다.
그 순간, 궁궐 근처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는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궁궐의 종으로 보이는 옷. 그의 얼굴은 이상했다. 마치 새로 그려진 그림처럼. 마치 방금 존재하기 시작한 사람처럼.
그는 궁궐 밖으로 나오며 밤하늘을 봤다.
별들이 많았다.
그는 별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본 것 같지 않았다. 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할 수 없었지만, 가슴이 이렇게 뛴 적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서연이 말했다.
그 남자는 그녀를 봤다. 그녀의 얼굴이 낯설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익숙한 얼굴 같았다.
"저... 뭔가 당신을 알 것 같은데."
그가 말했다.
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
"네. 우리는 알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서로를."
궁궐 안에서는 여전히 기억의 파도가 흘러다니고 있었다. 남궁현은 대전의 왕좌를 바라봤다. 그 왕좌는 이제 비어 있었다. 누가 앉을 것인가. 그것은 이제 그의 선택이었다.
민서는 기억의 도서관의 벽에 이준호의 일기장을 붙였다.
"모두가 기억하게 해줄게."
그녀가 중얼거렸다.
"당신이 누구였는지.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당신이 왜 변했는지."
궁궐 밖의 밤이 깊어갔다.
두 사람은 별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알고 있었다. 그것은 기억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기억이었다.
"당신의 이름이 뭐예요?"
서연이 물었다.
그 남자는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이 뭔지.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공허함만 있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말했다.
"당신과 함께라면,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서연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 함께 찾아보자. 당신의 새로운 이름. 새로운 시작."
그들은 밤하늘 아래서 걸어갔다. 궁궐은 뒤에 남겨졌다. 왕실의 거짓도, 황금빛도, 기억도 모두 뒤에 남겨졌다.
앞에는 오직 별빛 아래의 길만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길을 걸어갔다.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