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스의 불신
아침 햇살이 침실 창을 통해 들어올 때, 루아는 이미 깨어 있었다. 렉스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어제 밤 그 여우 수인이 자신을 안았을 때의 감각이 아직도 손가락 끝에 남아 있었다.
렉스의 얼굴은 자는 동안 유독 부드러웠다. 낮 동안 그 얼굴은 항상 어딘가 경계하는 표정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루아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겼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어제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감정을 느꼈다. 루미가 손을 잡고 자고, 그레이가 빵을 먹고 눈물을 흘렸고, 렉스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말했다. 그들은 모두 루아를 필요로 했다.
부엌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루아는 작은 등불을 켜고 앞치마를 입었다. 손이 떨렸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기대였다.
루아는 밀가루 통을 꺼냈다. 흰 가루가 나무 테이블 위에 소복이 내려앉았다. 손으로 밀가루를 치대기 시작했을 때, 렉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나는... 날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당했어."
그 여우 수인이 자신의 방어벽 뒤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을까. 루아는 손에 더 힘을 주어 반죽을 치댔다.
"다시는... 누구도 믿지 않기로 했어."
그 말을 할 때 렉스의 눈빛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하지만 루아가 "내가 절대 너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을 때, 그 눈빛이 흔들렸다.
루아는 버터를 섞기 시작했다. 버터는 따뜻한 손에서 녹아 반죽과 섞였다. 황금빛이 번져 나갔다. 루아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았다. 렉스를 향한 약속. 누군가를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간절함.
오븐이 데워졌을 때 밖은 아직 어두웠다. 루아는 반죽을 모양 내기 시작했다. 작은 타르트 모양이었다. 손가락으로 반죽을 누르며 가장자리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손이 떨렸지만, 그것은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다. 루아는 자신의 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꼈다. 렉스를 위해 마음을 담는 것.
타르트 안에 베리 잼을 채웠다. 어제 루미가 보여준 숲의 베리였다. 빨간색이 선명했다. 마치 렉스가 숨겨온 감정처럼. 루아는 오븐에 타르트를 넣었다.
기다리는 동안 루아는 테이블에 앉았다. 손에는 여전히 밀가루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손들이 렉스를 위해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십 년간 루아는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아니, 살아가는 척했다.
오븐에서 타르트가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열이 반죽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마치 루아 자신처럼. 이 숲에 와서 루아는 매번 변하고 있었다.
타르트가 완성되었을 때 밖은 조금 밝아져 있었다. 새벽빛이 은빛 안개를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루아는 타르트를 접시에 담았다. 따뜻했다.
"새벽부터 뭐 하는 거야?"
렉스의 목소리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여우 수인은 침실복을 입은 채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 눈이 루아의 손에 든 타르트를 발견했을 때, 렉스는 멈춰 섰다.
"너... 나를 위해?"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렉스의 표정이 경계로 변했다. 렉스는 누구도 믿지 않기로 결심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렉스에게는 위협이었다.
"먹어 봐."
루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렉스는 테이블 앞에 앉았지만, 손을 뻗지 않았다. 그 여우 수인의 눈은 타르트를 의심했다.
"난 거절할 수도 있어."
"알아."
루아는 그렇게만 말했다. 렉스가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루아는 알았다. 하지만 루아도 알고 있었다. 이 빵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렉스가 이것을 먹으면, 모든 것이 전해질 것이다. 루아의 약속. 루아의 진심. 그리고 렉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렉스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타르트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베리 잼을 헤쳤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갔다.
타르트가 렉스의 입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 여우 수인의 눈이 감겼다. 마치 무언가가 렉스의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것처럼. 루아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렉스의 얼굴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방어벽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루아..."
렉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뭐야?"
"빵이야."
"이건... 단순한 빵이 아니잖아."
렉스가 나머지 타르트를 모두 먹었다. 그 여우 수인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너한테 말했지. 과거에 누군가에게 배신당했다고."
렉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내 친구였어. 여우였고, 나보다 먼저 이 숲에 왔어. 난 그를 믿었어. 완벽하게."
루아는 말을 끊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날 팔았어. 카이한테.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내 위치를 알려줬어."
렉스의 손이 다시 떨렸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난 아무도 믿지 않기로 했어. 믿으면 상처받으니까. 그레이도, 루미도 멀리 밀어냈어."
"렉스..."
루아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그 여우 수인이 루아를 바라봤다. 눈물로 젖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다르더라. 처음부터 다르더라."
렉스가 일어나 루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루아를 안았다. 그 여우 수인의 팔이 루아의 등을 감싸 안았고, 루아의 어깨는 렉스의 팔 안에 들어갔다. 렉스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절대 너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루아가 렉스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 말을 할 때 루아 자신도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약속이었다.
렉스가 루아에게서 떨어졌을 때, 그 여우 수인의 눈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하지만 깊은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눈빛 한구석에 여전히 의심의 그림자가 맴돌고 있었다.
"고마워. 루아."
렉스의 목소리는 감정으로 가득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떨리고 있었다.
"응."
루아는 렉스의 팔을 잡았다.
"우리가 함께 카이에 대비해야 해. 넌 이 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숲도 잘 알지."
렉스가 루아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결심이 있었지만, 동시에 루아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감정도 있었다.
"카이가 올 거야?"
"내일 아침이야."
렉스의 표정이 단단해졌다. 십 년간 자신을 쫓던 존재. 하지만 지금 렉스의 눈에는 두려움만 있지 않았다. 결심이 있었다. 그리고 루아를 지키려는 절실함이.
"그럼 우리가 준비하자. 그레이와 루미도 함께."
렉스가 루아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처음으로 렉스가 루아를 위해 취한 행동이었다. 신뢰의 손길. 하지만 그 손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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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었을 때, 루아는 루미와 함께 숲의 가장자리로 나갔다. 루미가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루아는 처음으로 집 밖으로 먼 거리를 걸었다.
은빛 안개가 더 짙어지는 곳이었다. 나무들이 점점 희미해졌다. 루아는 루미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토끼 수인은 작은 발걸음으로 앞서 나갔지만, 점점 발걸음이 느려졌다.
"루미, 뭘 보여주려고 했어?"
루아가 물었다. 루미는 한참을 더 걸었다. 그 작은 수인의 손이 루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누님, 여기예요."
루미가 멈춘 곳은 숲의 경계였다. 그 너머는 회색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루아는 그곳으로 한 발을 내밀었다. 손이 차가운 공기에 닿았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의 문처럼 느껴졌다.
"여기 너머는 우리가 갈 수 없어요."
루미가 작은 손으로 루아의 옷자락을 잡았다.
"왜?"
"진심이 없으면... 여기서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대요."
루아는 안개를 바라봤다. 그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인간의 형태. 여자의 형태. 루아는 눈을 좁혔다. 루미가 경계를 보여준 것은 단순한 안내가 아니었다. 이 작은 수인이 무언가 위험한 것을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루미, 이 경계를 보여준 이유가 뭐야?"
루미의 몸이 경직되었다. 작은 토끼 수인이 루아에게 바짝 붙었다.
"카이가... 여기를 통해 올 수도 있어요. 진심이 없으니까 여기를 지날 수 있어요."
루아는 루미를 안았다. 이 작은 수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려운 장소를 보여준 것이었다.
"잘했어. 고마워, 루미."
루아가 안개를 다시 바라봤을 때, 형태가 더 명확해졌다. 여우 수인의 모습이었다. 붉은 털, 밝은 눈. 그 여자 수인이 천천히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루아에게 웃음을 지었다.
"안녕, 루아. 난 마리나야."
루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이 여자가 누구였는지 루아는 모르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느꼈다. 이 여우 수인은 단순한 숲의 주민이 아니었다.
"넌... 누구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이것만 알아 줄래. 카이는 위험해. 정말 위험해. 그리고 그건 넌 모르는 위험이야."
마리나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그 눈빛에는 무언가 절박한 것이 담겨 있었다.
"카이는 이 경계를 통해 올 거야. 아침이 오기 전에. 그리고 넌..."
마리나가 루아를 더 자세히 바라봤다. 그 시선은 마치 루아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이 숲에 와야 하는 사람이었어. 그레이도, 렉스도, 루미도 널 기다리고 있었어."
"뭐... 뭐라고?"
루아가 다시 물었을 때, 안개가 루아의 시야를 가렸다. 마리나의 형체가 흐릿해졌다. 그 여우 수인이 물러나고 있었다.
"내일 아침 카이가 오면, 넌 선택을 해야 할 거야. 그때 날 기억해 줄래."
마리나의 목소리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렉스를 믿어. 렉스는 넌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야."
"잠깐, 넌 누구야? 왜 내 일을..."
루아가 손을 내밀었을 때, 마리나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안개 속으로 완전히 녹아내렸다.
"누님!"
루미가 루아의 손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여기서 나가요! 위험해요!"
루아는 루미에게 끌려 숲의 경계를 떠났다. 하지만 루아의 머릿속은 마리나의 말로 가득했다. 자신이 이 숲에 와야 하는 사람이었다니. 그렇다면 그 추락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건가. 그리고 카이는 이 경계를 통해 올 것이었다. 아침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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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졌을 때, 루아와 렉스, 그레이는 부엌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루미는 이미 자리에 누워 있었다. 루아는 마리나의 경고와 루미가 본 경계에 대해 모두 말했다.
"경계를 통해 온다고?"
그레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막을 수 없다는 뜻이야. 진심이 없는 존재는 그 규칙을 무시할 수 있거든."
렉스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 여우 수인의 손가락이 나무를 할퀴었다.
"그럼 우리가 경계 근처에서 기다려야 한다. 카이가 나타나는 순간..."
"아니야."
루아가 말했다. 두 수인이 루아를 바라봤다.
"카이는 나를 원해. 마리나가 말했어. 그렇다면 나를 미끼로 써야 해."
"절대 안 돼."
렉스가 즉시 반박했다. 그 여우 수인의 눈에 공포가 떠올랐다. 렉스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넌 카이한테 가면 안 돼."
"그럼 어떻게 해? 카이가 올 건 확실해. 그리고 마리나는 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건 내가 카이와 만나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루아가 렉스의 손을 잡았다. 렉스의 손은 차갑고 떨리고 있었다. 루아는 렉스의 불신을 느꼈다. 약속을 믿고 싶지만, 또 다른 배신이 올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하지만 난 혼자가 아니야. 넌 있고, 그레이도 있고, 루미도 있어. 우리가 함께라면..."
"루아."
그레이가 루아를 바라봤다. 늑대 수인의 눈은 심각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넌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 빵의 힘을 알지? 진심이 담긴다는 것."
루아는 그레이를 바라봤다.
"카이는 진심이 없는 존재야. 그래서 숲의 깊은 곳에 갈 수 없어. 하지만 넌 진심이 있어. 너의 진심이 이 가족을 지킬 수 있어."
렉스가 루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럼 우리가 함께 준비하자. 넌 빵을 만들고, 우리는 그 빵의 힘을 믿고 싸울 거야."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났다.
"그럼 지금 준비해야 해. 카이가 아침이 오기 전에 온다고 했으니까."
루아는 부엌으로 향했다. 렉스가 따라왔다.
"난 옆에 있을 거야. 혼자가 아니야, 루아."
루아는 렉스를 바라봤다. 그 여우 수인의 눈에는 결심이 있었지만, 여전히 루아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약속을 믿으면서도, 그것이 깨질까봐 두려워하는. 그것이 바로 렉스의 불신이었다.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상처.
루아는 밀가루 통을 꺼냈다. 흰 가루가 나무 테이블 위에 소복이 내려앉았다. 손으로 밀가루를 치대기 시작했을 때, 루아는 자신이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알았다.
공포.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결심도. 이 가족을 지키겠다는 마음. 렉스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 루미를 보호하겠다는 결의.
손이 반죽을 치댔다. 손가락이 반죽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감정을 반죽 속에 묻어버리려는 듯이.
루아는 버터를 섞기 시작했다. 버터는 따뜻한 손에서 녹아 반죽과 섞였다. 황금빛이 반죽 위에 번져 나갔다.
"뭘 만들 거야?"
렉스가 물었다.
"카이를 막을 수 있는 빵."
루아가 대답했다.
"어떻게?"
"진심으로."
렉스는 답하지 않았다. 그 여우 수인은 루아의 손을 지켜봤다. 밀가루로 하얀 손들이 반죽을 치대는 모습을. 그 손들이 자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렉스는 느꼈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깨질까봐. 루아가 자신을 떠날까봐.
오븐이 데워졌을 때 밖은 아직 어두웠다. 루아는 반죽을 모양 내기 시작했다. 이번엔 작은 둥근 형태였다. 손가락으로 반죽을 누르며 가장자리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루아는 반죽 위에 여러 재료를 얹었다. 숲에서 난 견과류, 꿀, 그리고 어제 루미가 보여준 베리. 모두가 이 숲에서 온 것들이었다. 이 가족을 이루는 것들.
루아는 오븐에 빵을 넣었다. 따뜻한 열이 루아의 얼굴에 닿았다. 렉스가 루아의 옆에 섰다. 두 사람은 함께 오븐을 지켜봤다.
"만약 내가..."
렉스가 말을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낮고 떨리고 있었다.
"넌 안 될 거야."
루아가 말했다.
"넌 날 믿었어. 그리고 난 너를 믿어. 그게 우리의 약속이야."
렉스가 루아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신뢰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함께 싸우겠다는 결심이었다. 하지만 그 손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루아는 테이블에 앉았다. 렉스는 루아의 곁에 섰다. 그 여우 수인은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밤은 깊었다. 하지만 곧 아침이 올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도 올 것이었다.
오븐에서 빵이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루아는 그것을 지켜봤다. 열이 반죽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마치 루아 자신처럼. 이 숲에 와서 루아는 계속 변하고 있었다.
빵이 완성되었을 때 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루아는 빵을 꺼냈다.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루아의 손에 들린 빵은 밝은 황금빛이었다. 그 속에는 루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레이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준비됐나?"
"응."
루아가 대답했다. 루아는 빵을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의 숲은 여전히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타났다. 검은 형체. 인간과 가까운 형태. 하지만 그 눈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그 눈은 욕망 그 자체였다.
카이였다.
"루아."
카이의 목소리가 창을 뚫고 들어왔다.
"넌 내가 원하는 것이야. 그리고 난 항상 원하는 것을 얻어."
루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자신이 카이의 목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숲의 악마와 인간의 대치가 아니었다. 이것은 루아의 삶 전체를 결정할 싸움이었다.
창 밖의 카이가 움직였다. 검은 손가락이 창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할퀴었다. 긁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얼음 위에서 무언가가 미끄러지는 듯했다. 차갑고, 불길했다.
"내일 아침, 우리가 만나자."
카이가 다시 말했다.
"경계에서. 그곳에서 넌 선택해야 할 거야. 나를 따를지, 아니면 그들을 버릴지."
"무슨 말이야?"
루아가 창을 통해 외쳤다.
"만약 넌 나를 따르지 않으면, 이 숲의 모든 것이 사라질 거야. 그레이도, 렉스도, 루미도. 다 없어질 거야."
창 밖의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카이의 형체가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그 악의가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안개 속에서 여러 개의 눈이 깜빡였다. 모두 루아를 향해 있었다.
"아침이 오면, 경계에서 만나자. 루아."
카이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그 웃음은 얼음처럼 차갑고, 욕망으로 가득했다. 웃음이 사라지자 안개도 함께 물러났다. 검은 형체가 숲 속으로 녹아내렸다.
루아는 빵을 들고 있었다. 따뜻한 빵. 그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빵.
렉스가 루아의 곁에 섰다. 그 여우 수인의 얼굴은 창백했다.
"우리가 함께할 거야. 절대 혼자가 아니야."
루아는 렉스를 바라봤다. 그 여우 수인의 눈에는 결심이 가득했지만, 그 깊은 곳에는 여전히 의심이 살아 있었다. 루아를 믿으려고 노력하지만, 또 다른 배신이 올까봐 두려워하는 눈. 그것이 바로 렉스가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불신이었다.
"응. 우리가 함께."
루아는 빵을 들고 있었다. 아침이 오면, 경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었다. 루아의 선택. 그리고 이 가족의 운명.
하지만 지금 루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렉스가 있었고, 그레이가 있었고, 루미가 있었다.
그리고 루아의 손에는 진심이 담긴 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