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심의 맛
아침 햇빛이 침실 창문을 통해 밀려들었다. 루아는 깨어났지만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어제 밤 개울가에서 본 검은 형체가 떠올랐다. 그것이 카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루아는 손을 펼쳐 바라봤다. 밀가루로 하얀 손. 그 손이 빵을 구웠고, 그 빵을 먹은 가족이 변했다. 렉스의 눈에서 의심이 사라지고, 그레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루미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모두 이 손 때문이었다.
그리고 카이도 이 손을 원했다.
아래층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너 때문이야."
렉스의 말이 분명하게 들렸다. 루아의 눈이 번쩍 떠졌다. 천장이 보였다. 옅은 크림색 벽지, 그리고 창문 너머 은빛 안개. 어제 밤 개울가에서 본 그 안개였다.
루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제 입던 옷을 벗고 침대 옆 의자에 놓인 회색 원피스를 집어 입었다. 엄마 물건이라고 했던 옷.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지만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루아는 거실을 살펴봤다.
렉스가 창문 옆에 기대어 있었다. 여우 귀가 뒤로 젖혀 있었다. 루미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토끼 귀가 자주 움직였다. 그레이는 부엌에서 팬을 다루고 있었다.
"내려왔네."
렉스가 고개를 돌렸다. 여우의 눈은 루아를 향해 있었다. 그 안에는 의심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두려움이었다.
루아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레이가 따뜻한 국물이 담긴 그릇을 내놨다. 어제 밤 먹었던 스튜였다. 루아는 숟가락을 집어 들었지만 손가락이 떨려 먹기 어려웠다.
"누님 손이 자꾸 떨려요."
루미가 루아의 손을 봤다.
루아는 스튜를 입에 넣었다. 따뜻했다. 손가락의 떨림이 조금 줄어들었다. 루미가 루아의 옆에 앉았다.
"어제 밤 빵이 정말 맛있었어요. 또 구워 줄 거예요?"
루아가 루미를 바라봤다. 작은 토끼의 눈은 순수했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신뢰도 있었다.
"응."
루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루아는 자신의 입가도 조금 움직였다. 십 년 동안 무표정으로 살아온 얼굴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렉스가 루아를 바라봤다. 여우의 눈이 마주쳤다. 루아는 그 눈에서 무엇을 읽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아침을 먹은 후, 루아는 부엌으로 갔다. 어제 밤 사용했던 제과 도구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루아는 밀가루 자루를 만졌다. 촉감이 익숙했다. 인간계의 제과점에서 수천 번 만진 그 촉감이었다.
루아는 반죽을 시작했다. 손가락의 떨림이 반죽에 전해졌다. 밀가루와 물, 소금, 버터가 손 위에서 섞였다. 치대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조금씩 안정되었다. 밀가루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인간계의 제과점에서는 이 냄새가 지겨웠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손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다르고, 반죽이 응답하는 방식이 다르고, 공기 속에 섞이는 냄새의 무게가 다르다.
"뭐 하고 있어?"
렉스가 부엌 입구에 나타났다. 여우의 눈이 루아의 손을 따라갔다.
"빵을 구우려고."
"그렇게 간단해?"
렉스가 다가왔다. 여우의 발소리는 정숙하지만 강했다.
"어제 밤에 뭘 했는지 알아? 너는 우리에게 진심을 줬어. 거짓 없이. 그리고 우리는 그걸 받아먹었어. 우리가 변했고, 그 변화가 카이를 불러왔다."
루아가 반죽을 멈추고 렉스를 바라봤다. 여우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렉스의 눈에는 비난이 아니라 두려움이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을까 봐.
"이 숲에서는 모든 것이 진심으로 움직인다. 거짓이 먹히지 않는다. 너는 그걸 알면서도 계속 구웠어. 너 때문에 카이가 가까워졌어. 너 때문에 이 가족이 변했고, 그 때문에 저것이 더 강해졌어."
루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밀가루로 하얀 손. 그 손에 뭔가가 담겨 있다는 게 이제 느껴졌다. 어제 밤 반죽할 때 생각했던 것들. 이 가족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루미가 덜 겁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렉스가 누군가를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모든 것이 손에서 나왔다.
"그럼 내가 빵을 그만 구우면 카이가 물러날까?"
루아가 물었다.
렉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너를 알았어. 너의 빵의 힘을 알았고, 이제 그것을 갖고 싶어 한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
루아의 손이 반죽 위에서 멈췄다. 선택의 순간이었다. 빵을 그만 구으면 더 이상 카이를 불러오지 않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가족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레이의 눈물은 다시 말라붙을 것이고, 루미의 웃음은 사라질 것이고, 렉스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루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의 무게였다.
그레이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늑대 수인의 얼굴은 엄격했지만, 어제 밤과는 달랐다. 얼굴 근육이 부드러워 있었다.
"계속 구워라."
그레이가 말했다.
"카이가 이미 왔다면, 물러나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강해지면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강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그 빵이다."
그레이가 루아를 바라봤다. 아버지의 눈에는 어제 밤 빵을 먹으며 흘렸던 눈물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너는 계속 구워야 한다. 진심을 담아서."
루미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작은 토끼 수인이 루아의 손을 잡았다.
"누님, 계속 구워 줄 거죠?"
루아는 루미의 눈을 봤다. 그 안에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더 큰 것은 신뢰였다. 루아의 손을 믿는 신뢰.
"응. 구울 거야."
루아가 대답했다.
루미가 루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루아는 반죽을 다시 시작했다. 손가락의 떨림이 반죽에 전해졌다. 이번에는 그 떨림이 두려움만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결의가 섞여 있었다. 이 가족을 지키겠다는 결의.
밀가루와 물, 소금, 버터가 손 위에서 섞였다. 치대는 과정에서 루아는 생각했다. 어제 밤 렉스의 눈에서 본 의심. 그것이 이제 신뢰로 바뀌었다. 그레이의 눈물. 루미의 웃음. 모두 이 손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이 손으로 카이를 이길 수 있을까.
루아는 반죽을 오브에 넣었다. 따뜻한 열이 부엌을 채웠다. 오브의 불꽃이 황금빛으로 타올랐다. 루아는 그 불꽃을 바라봤다. 인간계의 제과점에서 본 오브의 불꽃과 같았다. 하지만 느낌은 달랐다. 이번에는 그 불꽃이 자신의 편인 것 같았다.
시간이 흘렀다. 반죽이 황금빛으로 변했다. 루아는 오브에서 빵을 꺼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냄새가 부엌 전체를 채웠다. 렉스와 루미는 냄새를 따라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맛있는 냄새야."
루미가 중얼거렸다.
그레이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늑대 수인의 코가 냄새를 따라왔다. 큰 손이 루아의 어깨를 지나쳐 빵을 집어 들었다. 따뜻한 빵이 그의 손 위에서 김을 피웠다.
그레이는 빵의 한 조각을 떼어냈다. 루아는 그를 바라봤다.
그레이가 빵을 입에 넣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하늘에 별이 떠오르듯이, 그의 눈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눈물이 맺혔다.
큰 늑대 수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빵의 껍질은 바삭했다. 그 안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따뜻한 밀가루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버터의 풍미가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맛 속에는 다른 것이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이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은 간절함.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겠다는 다짐.
그레이의 눈물은 그 모든 것을 느꼈다.
루아는 숨을 쉬지 못했다. 엄격한 아버지의 얼굴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루미가 루아의 옷자락을 잡았다. 루아는 빵을 떼어 루미에게 건넸다. 작은 손이 따뜻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루미가 빵을 깨물었다.
그 순간, 루미의 입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 울음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울음에서 기쁨이 흘러나왔다. 토끼 수인의 작은 몸이 떨렸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빵을 깨물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이었다. 그다음은 부드러움.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버터의 맛. 밀가루의 은은한 단맛. 하지만 루미를 사로잡은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었다. 엄마가 해주던 그 느낌. 사랑받는다는 느낌.
렉스가 빵을 집어 들었다. 여우의 얼굴은 여전히 뭔가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빵을 향해 움직였다. 한 입 깨물었다.
여우도 멈췄다.
렉스의 눈이 루아를 바라봤다. 의심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곳에는 신뢰만 있었다. 하지만 그 신뢰 아래에는 뭔가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두려움이었다. 이것을 지켜야 한다는 두려움.
빵의 첫 맛은 거친 껍질의 소금기였다. 그다음은 부드러운 내부의 따뜻함. 렉스는 그것을 씹었다. 씹을 때마다 버터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무언가 더. 그것은 맛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이었다. 자신을 믿는 누군가의 감정. 자신과 루미, 그리고 아버지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렉스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혔다.
루아는 그들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빵을 들고 있었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은 빵을 씹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뭔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변했다. 막내는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루아는 자신이 뭔가 옳은 것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미가 루아에게 다가왔다. 작은 토끼 수인이 루아의 손을 잡았다.
"누님, 고마워요."
루미가 중얼거렸다.
루아의 눈이 따뜻해졌다. 뭔가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루아는 자신의 눈이 젖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루아는 미소를 지었다. 십 년 동안 무표정으로 살아온 얼굴이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작은 미소였지만, 그 미소 속에는 루아가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감정이었다.
벽난로 위에 그림이 걸려 있었다. 루아가 처음 본 그림이었다. 그 그림 속에는 그레이와 렉스, 루미, 그리고 또 다른 수인이 함께 웃고 있었다. 여우의 윤곽으로 보아 그것은 그레이의 아내였을 것이다.
루아는 그 그림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이 담긴 빵.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라진 것을 되살리는 마법이었다. 어머니의 손길. 가족의 온기. 잃어버린 날들의 기억.
루아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였다.
"여기는 진심이 통하는 곳이야. 거짓말 따윈 먹히지 않아."
렉스의 말이 다시 들렸다. 루아는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자신의 빵에 뭔가 담긴다는 것.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 그리고 그 진심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
루미가 루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누님, 숲에 우릴 싫어하는 존재가 있어요."
루미가 중얼거렸다. 작은 토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뭐가 있는 건데?"
루아가 물었다.
루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루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 순간, 창문이 어두워졌다.
은빛 안개가 검게 변했다. 루아는 창문을 봤다. 숲 밖에서 검은 형체가 집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어제 밤 그레이와 렉스가 말했던 카이였다.
루미가 루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토끼의 작은 몸이 루아 뒤에 붙었다.
검은 형체가 더 가까워졌다. 창문의 틈으로 검은 손가락이 들어오려 했다. 길고 날카로운 손가락. 그것이 들어오려 하는 순간, 렉스가 창문을 닫아걸었다. 나무로 된 셔터가 내려왔다. 검은 손가락은 셔터 너머로 보였다가 서서히 물러났다.
"카이다."
그레이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아버지의 얼굴에 아까의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 그 자리에는 차가운 결의만 남아 있었다.
"아직 집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렉스가 루아를 향해 돌아섰다. 여우의 눈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그의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루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루미를 잡고 있던 손이었다. 그 손에서 밀가루 냄새가 났다. 버터의 향기가 났다. 그리고 뭔가 다른 냄새도 났다. 따뜻함의 냄새. 진심의 냄새.
"내가... 뭘 한 거야?"
루아가 중얼거렸다.
루미가 루아의 치마 자락을 잡았다. 토끼 수인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했지만, 루아를 바라보는 눈은 신뢰로 가득했다.
"누님은 잘못한 게 없어요."
루미가 말했다. 그 말은 단순했지만 무게가 있었다. 루아는 루미의 손을 내려다봤다. 작고 따뜻한 손. 그 손이 자신을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렉스의 비난은 맞았다. 자신의 빵이 카이를 불러왔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빵이 이 가족을 살렸다. 어머니를 잃고 무너져 있던 이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렇다면 자신의 책임은 무엇인가.
"루미, 위층으로 가."
그레이가 말했다.
"안 돼요. 난 누님이랑 있고 싶어."
루미가 루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작은 토끼는 아버지의 명령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렉스가 한숨을 쉬었다.
"카이는 강한 것에 끌린다. 진심이 담긴 것들에 끌린다. 너의 빵에서 나오는 냄새—그것이 카이를 불러왔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원한다. 빵을 그만 구우면 우리가 약해진다. 그러면 카이는 더 쉽게 우리를 집어삼킬 수 있어."
렉스가 창밖을 바라봤다. 셔터 너머로 은빛 안개가 다시 맴돌기 시작했다.
"너는 계속 구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싸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루아는 자신의 빵을 다시 생각했다. 밀가루를 치대던 손. 버터를 섞던 손. 오븐 문을 여는 손. 모든 순간에 자신이 뭘 생각했는지 떠올렸다.
이 가족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루미가 덜 겁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렉스가 누군가를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레이가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모든 것이 빵에 담겼다.
루아는 렉스를 바라봤다. 여우의 눈에는 의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 신뢰만 있었다. 그렇다면 렉스의 비난은 뭔가.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을까 봐.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여전히 떨렸지만, 이제 그 떨림이 두려움만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내일도 구울까?"
루아가 물었다.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구워라. 그것이 우리가 이 싸움을 이기는 방법이다."
렉스가 루아를 바라봤다. 여우의 눈에서 의심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는 신뢰만 남아 있었다.
"너는 두려워할 필요 없어. 우리가 있으니까."
밤이 깊어갔다.
셔터 너머로 은빛 안개가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그 안개 속에서 가끔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카이가 집을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루아는 침실로 올라갔다. 루미가 따라왔다. 토끼 수인은 루아의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작은 토끼는 루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내일 누님이 또 빵을 구워 줄 거죠?"
루미가 물었다.
"응. 구울 거야."
루아가 대답했다.
"그럼 난 괜찮아. 무섭지 않아."
루미가 중얼거렸다. 작은 토끼의 눈이 감겼다. 금방 코골이 들렸다.
루아는 창밖을 바라봤다. 은빛 숲이 밤낮없이 부드러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카이가 있다.
루아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빵을 원하는 무언가가 숲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루아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결의의 떨림이었다.
내일 아침, 루아는 다시 부엌으로 내려갈 것이다. 다시 밀가루를 치대고, 버터를 섞고, 오븐에 넣을 것이다. 자신의 진심을 담아서.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루아는 그렇게 할 것이다.
밤이 더 깊어갔다.
은빛 안개 속에서 카이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위협이자 약속이었다. 곧 이 고요함은 끝날 것이다.
안개의 색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온도가 뚝 떨어졌다. 창문의 서리가 얼어붙었다. 창문의 틈으로 검은 손가락이 다시 들어오려 했다. 루미가 깨어나 울음을 터뜨렸다.
카이의 웃음이 더 크게 울렸다.
곧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