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루아의 빵

루아는 오른손을 펼쳤다 주먹을 쥐었다를 반복했다. 손가락 끝이 자꾸 떨렸다.

침실 창밖으로 은빛 안개가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밤은 아직 깊었고, 숲 어딘가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루아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비 오는 골목에서 넘어지고, 차가운 흙을 느끼고, 그 다음—여기였다.

낯선 곳. 낯선 생물들. 그들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루아는 무표정함으로 모든 것을 견뎌왔다. 감정을 드러내면 상처받을 테니까. 인간계의 제과점에서도, 배달을 돌아다닐 때도, 혼자 밥을 먹을 때도 그랬다. 얼굴에 주름을 짓지 않으면,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으면, 목소리에 떨림을 담지 않으면—아무도 자신을 해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른 것 같았다.

어제 개울에서 본 자신의 얼굴. 눈물이 흘렀었다. 루아는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십 년을 무표정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그곳에서는—

손이 또 떨렸다.

"루아?"

1층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토끼 수인 루미였다. 루아는 숨을 고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어진 옷은 이미 입고 있었다. 밤새 누군가가 자신의 옷을 빨아두었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것으로 갈아입혔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가족이 자신을 무엇으로 생각하는지였다.

"내려가"라고 렉스가 계단 아래에서 외쳤다. "아빠가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어."

부엌. 루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루아는 집의 구조를 관찰했다. 1층은 거실과 부엌이 이어진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벽난로에서 은근한 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나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창밖은 여전히 은빛 안개로 가득했다.

그레이는 식탁 옆에 서 있었다. 근육질의 어깨, 회색 털이 햇빛에 반짝이는 얼굴, 그리고 루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

"침실에서 편했나?"

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어." 렉스가 밥그릇을 밀었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못 먹었잖아."

루미는 식탁 모서리 뒤에 숨어 있었다. 토끼 귀가 살짝 위로 솟아있었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루아가 움직일 때마다 루미의 눈이 더 커졌다.

"먹지 말고 봐." 그레이가 말했다. "너는 왜 여기 있어?"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렉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웃음이라기보다 비웃음에 가까웠다. "숲에 떨어진 인간이 '모른다'고? 누가 보냈어? 어디서 왔어? 뭘 원해?"

루아는 렉스의 눈을 마주했다. 여우의 눈동자는 금색이었고,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수인은 자신을 믿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렉스의 몸 전체에서 풍기는 것은 방어 태세였다. 발톱이 식탁을 긁고 있었다.

"렉스." 그레이가 낮게 말했다.

렉스는 입을 다물었지만 루아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진심으로 말해." 그레이가 루아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너는 왜 이곳에 있고 싶어?"

루아는 그 질문의 무게를 느꼈다. 왜라는 것은 단순한 이유를 묻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근거를 묻는 것이었다.

"모르겠습니다."라고 루아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있고 싶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렉스의 발톱이 더 크게 식탁을 긁었다.

"왜?"

"왜냐면..."

루아가 말을 맺지 못하고 있을 때, 루미가 조심스레 루아에게 다가왔다. 토끼 수인은 몸을 낮추고, 작은 손을 루아의 무릎 위에 내밀었다.

"우리 함께 있을까요?"

루아는 그 손을 바라봤다. 연분홍색 발톱, 따뜻한 온기. 루미의 눈은 두렵지만 간절했다. 이 아이는 자신을 두려워하면서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

루아는 천천히 손을 올렸다. 루미의 손과 자신의 손이 만났다.

그 순간, 루아의 가슴이 철렁했다.

온기가 전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체온이 아니었다. 루미의 손에 담긴 것은 공포였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아이의 공포. 그리고 그 공포 속에서 피어난 믿음—자신을 향한 것.

루아의 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흘러나갔다. 자신이 십 년을 감춰온 것들. 무표정함 뒤에 갇힌 감정들. 루미의 손으로 전해지는 그것들. 루아는 손을 떼고 싶었다. 이 아이에게서 손을 빼고 싶었다. 자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흘러나가는 것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루미의 손은 따뜻했다. 그 따뜻함 속에는 절실함이 있었고, 루아의 감정을 받아주는 힘이 있었다.

"언니..." 루미가 루아의 손을 꼭 쥐었다.

렉스가 벌떡 일어섰다. "뭐 하는 거야? 이 여자를 너무 믿으면 위험해."

"렉스, 앉아." 그레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렉스는 앉지 않고 루아를 노려봤다. 하지만 루미는 여전히 루아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 아이의 떨림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루미의 공포가 사라지는 것을 루아는 느꼈다. 자신의 손에서 흘러나가는 감정이 그 아이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루아는 루미의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일어섰다.

"부엌 봐도 됩니까?"

그레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아는 루미의 손을 잡은 채로 부엌으로 걸어갔다. 렉스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그레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부엌에 들어서는 순간, 루아는 숨이 멎을 뻔했다.

오래된 오븐이 벽에 붙어 있었다. 검은색 철재로 만들어진, 마치 수십 년을 견디어낸 듯한 오븐. 그 옆에는 밀가루 주머니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제분기도 있었다. 버터, 소금, 설탕—제과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이건..." 루아가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가 쓰던 거야." 루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빵을 많이 구우셨어요."

루아는 오븐에 손을 뻗었다. 철재는 차갑고 무거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서 뭔가 따뜻한 것을 느꼈다. 이것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루아는 오븐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루미의 손을 잡은 채로. 자신이 여기서 빵을 구운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되어갈까.

"루아?" 렉스가 부엌 입구에 나타났다. "너 뭐 하는 거야?"

루아는 오븐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렉스의 눈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그레이는 거실에서 루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루미는 루아의 손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었다.

루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렉스를 바라봤다. 그 의심의 눈을 마주봤다. 그 눈 뒤에 있는 것을 읽으려 했다. 두려움. 희망.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 있는 절망.

"내가 여기서 빵을 구울 거예요."

루아가 말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확신만 있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시작하는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었다.

렉스의 눈이 깜빡였다. 의심이 그 눈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네."

"왜?"

루아는 렉스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루미의 손을 더 따뜻하게 쥐었다. 루미가 루아의 팔에 머리를 기댔다. 그 순간, 루아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는 상처받은 것들이 있다. 감정을 숨기고, 믿지 않고, 두려워하는 것들. 루아 자신처럼.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상처를 이해해줄 누군가를.

루아는 오븐을 다시 바라봤다. 그 안에서 빵을 구워야 한다. 루미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자신의 감정이 흘러나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준비해야 할 게 있나?" 루아가 물었다.

루미가 고개를 들었다. "밀가루? 계란? 버터?"

"다 있나?"

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아는 부엌을 더 자세히 살펴봤다. 작은 창문 너머로 은빛 안개가 흘렀다. 창밖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루아는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아이의 손이 자신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럼 오늘 밤 구울게요."

렉스가 식탁으로 돌아갔다. 그 움직임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뭔가 다른 감정도 섞여 있었다. 희망일까. 아니면 기대.

"아빠, 루아 언니가 빵 구워줄대!"

루미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그 밝음이 거실 전체를 채웠다.

그레이는 루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무표정했지만, 루아는 그 눈 뒤에 무엇이 있는지 감지할 수 있었다. 아내를 잃은 늑대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은 복잡했다. 의심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깊은 그리움이 있었다.

"밤새 구울 거냐?" 그레이가 물었다.

"네."

루아는 밀가루 주머니를 꺼냈다. 하얀 가루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 그 냄새는 루아를 인간계로 돌려보냈다. 제과점의 이른 아침, 혼자 오븐 앞에 서서 반죽을 치대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고독했지만 명확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루아는 반죽을 시작했다. 밀가루를 치대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이 떨렸다. 루미의 손이 반죽 위에 올려졌다.

"언니, 따뜻해요."

루아의 손이 멈췄다. 반죽은 루미의 작은 손에 닿아 있었다. 그 순간, 루아는 명확히 느꼈다. 자신의 감정이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가고 있는 것을. 따뜻함.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루미의 공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안정감이 찬다는 것.

루아는 반죽을 계속했다. 루미의 손을 밀어내지 않은 채로.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신의 감정이 이 아이를 안정시킨다는 것을 알면서.

렉스는 거실에서 루아를 지켜봤다. 그 눈은 여전히 경계했지만, 한 가지 다른 것도 있었다. 혹시 이 여자가 정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루아는 밤새 오븐 앞에 서 있었다. 반죽을 펴고, 모양을 내고, 불에 넣었다. 오븐에서 나오는 열기가 루아의 얼굴을 데웠다. 밀가루 냄새, 버터의 향, 그리고 자신의 감정. 손에 담긴 것들. 루미의 손이 닿았던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들.

새벽이 되었을 때, 집 안은 따뜻한 빵의 향기로 가득했다.

그레이가 계단을 내려왔다. 늑대 수인의 코가 공기를 마시며 움직였다. 그의 눈은 루아가 식탁 위에 놓은 빵을 향했다. 황금색으로 구워진, 김이 피어오르는 빵.

그레이는 천천히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빵의 따뜻함에 닿았다.

"이 빵엔 뭔가... 다르다."

그레이의 중얼거림이 조용한 새벽을 가로질렀다.

루아는 손을 내려다봤다. 빵을 나눠준 손. 루미의 손을 잡았던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루미가 계단을 내려오며 물었다. "밤새 구우셨어요?" 작은 토끼 수인은 졸음에 눈을 비비고 있었다. 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미는 코를 킁킁거렸다. "와... 정말 좋은 냄새예요."

렉스도 거실로 나타났다. 여우 수인의 눈은 여전히 경계했지만, 이번엔 그 안에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호기심.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

"정말 밤새 구웠어?" 렉스가 물었다. 그 질문에는 의심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놀라움도 있었다.

루아는 대답하지 않고 빵을 식탁에 놓았다. 여러 종류의 빵이 있었다. 하얀 식빵, 통곡물 롤, 그리고 버터가 가득 올려진 달콤한 번. 김이 피어오르는 빵들이 식탁을 채웠다.

그레이가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늑대 수인의 손가락이 빵의 따뜻함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물었다.

"너는... 이전에 뭘 했어?"

루아가 대답했다. "제과사예요. 제과점에서."

"그곳이 어디지?"

"인간의 세계."

그레이는 빵 한 조각을 깨물었다. 그의 얼굴이 변했다.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반짝임이 아니었다. 입 안의 빵이 녹아내리면서, 그레이의 눈가에 미세한 떨림이 생겼다. 그의 목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삼키려는 듯. 아내의 손맛을 다시 느끼는 것처럼.

루미가 손을 내밀었다. "제 거 없어요?"

루아는 루미에게 번을 건네줬다. 작은 토끼 수인은 양손으로 받아 들었고, 한 입 깨물었다. 그 순간 루미의 눈이 떠졌다.

"아... 따뜻해요. 마음까지 따뜻해요."

루미가 루아를 바라봤다. 그 눈에는 감사함과 뭔가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루아는 그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서 무엇이 흘러나갔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 루미의 공포를 안정시킨 것. 이 아이가 느낀 안전함. 그것이 루아의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렉스도 손을 내밀었다. 의심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그래도 내밀어졌다. 루아는 렉스에게 식빵을 건네줬다. 여우 수인은 한 입 깨물고 침묵했다. 그의 눈이 감겼다. 마치 그 맛이 무언가를 깨우고 있는 것처럼.

몇 초가 흘렀다. 렉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또 다른 한 입을 깨물었다. 이번엔 더 크게. 의심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놀라움이 남겨져 있었다.

"이거... 엄마 맛이야."

렉스의 목소리가 작았다. 거의 중얼거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루아는 렉스를 바라봤다. 여우 수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의심이 완전히 사라진 자리에는 그리움이 있었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그 그리움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준 루아에 대한 감사함.

루미도 루아의 팔에 기대었다. 작은 토끼 수인의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 순간, 창밖이 어두워졌다.

루아가 창을 바라봤다. 은빛 안개가 검게 물들고 있었다. 아침 햇빛이 이미 떠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창밖은 마치 저녁인 것처럼 어두워졌다.

"뭐가 저래?" 렉스가 일어섰다. 여우 수인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그의 코가 움직였다. "냄새가... 이상해."

그레이가 루아 옆에 섰다. 늑대 수인의 시선은 창밖을 향했다. 그의 몸이 긴장했다. 손가락이 변하기 시작했다. 발톱이 자라났다.

"창에서 물러나."

그의 목소리는 명령이었다. 루아는 본능적으로 따랐다. 루미도 루아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났다.

창밖의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그 안에서 형체가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 루아가 처음 깨어났을 때부터 느껴온 무언가.

그것이 창에 손을 대었다.

손가락이 유리를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마치 누군가를 쓰다듯이. 그 접촉점에서 유리 표면에 서리가 맺혔다. 하얀 서리가 손가락 모양으로 남겨졌다.

"저건... 카이야."

렉스의 목소리에 공포가 담겨 있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무언가가 전해져 왔다. 위험.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

루미가 루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작은 토끼 수인의 손이 떨렸다.

그레이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형태에서 늑대의 형태로. 가죽 옷이 팽팽해졌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변하지 않았다. 양쪽 모두를 오갈 수 있는 상태로 멈춰섰다. 위협적인 자세였다.

루아의 입이 열렸다 다시 닫혔다. 루아 때문이야? 그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창밖의 형체가 입을 벌렸다. 입이 너무 크게 벌어져서 거의 얼굴 전체가 입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웃음이 들렸다.

"하하하..."

검은 형체의 웃음이 은빛 숲 어디선가 울려 퍼졌다. 그 웃음은 창유리를 통해 집 안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안개처럼. 마치 독처럼.

"루아의 빵 냄새... 좋네."

형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뭔가 다른 것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많은 목소리가 겹쳐 있는 것처럼 들렸다.

"다시는 이 창에 가까이 가지 마."

그레이가 앞으로 나섰다.

"오, 그레이. 여전히 강하네." 카이의 웃음이 다시 울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루아의 빵이 있으니까. 루아가 있으니까."

루아의 손가락이 떨렸다. 카이의 말 속에는 명확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루아 때문에. 루아가 있어서. 루아의 빵이 있어서. 이곳이 루아 때문에 위험해졌다는 뜻이었다.

"루아를 내보내."

그레이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아니야." 렉스가 앞으로 나왔다. 여우 수인의 눈이 반짝였다. 의심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루아가 여기 있어야 해."

"카이가 루아를 노린다면—"

"더 자주 구워야 한다는 뜻이야."

렉스가 끝을 맺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 아래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을 감수하겠다는 결연함. 엄마를 다시 느낀 아들의 결연함.

루아는 렉스와 그레이 사이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다. 아들은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 그 사이에서 루아는 무엇을 해야 할까. 떠나야 할까. 아니면 남아야 할까.

루미가 루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작은 토끼 수인의 목소리는 작지만 명확했다.

"언니 가지 마. 제발."

루아는 루미를 내려다봤다. 그 작은 손, 그 간절한 눈. 그리고 자신의 손에서 흘러나가는 것들. 따뜻함. 감정. 자신이 십 년을 감춰온 것들. 그것들이 이 아이를 안정시키고, 렉스를 위로하고, 그레이를 흔들고 있었다.

루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여기 있으면 이 가족이 위험해진다. 카이가 자신을 노린다. 자신의 빵을 원한다. 그렇다면 떠나야 한다. 이 따뜻한 곳을 떠나고, 루미의 손을 놓고, 렉스의 그리움을 다시 고독으로 돌려보내고—

하지만 루미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렉스는 자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레이도 침묵했다. 그것은 동의였다.

루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명확히 알았다. 이 가족을 위해 빵을 구우면서, 자신도 변해갈 것이라는 것을. 루미의 손을 통해 흘러나가는 감정이 자신을 무언가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을.

"내일도 구울게요."

루아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어떤 것도 흔들 수 없는 확신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 뒤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두려움. 의문. 자신이 무엇을 시작했는지 모르는 불안감. 그리고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결연함.

창밖의 숲에서, 은빛 안개 어딘가에서, 카이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그 웃음은 전보다 더 크고, 더 깊었다.

"좋아. 정말 좋아. 루아는 내일도 구울 거야. 모레도. 계속."

카이의 목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루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루미의 손과 맞닿은 그 손. 그 손에서 무언가가 변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검어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스며드는 것처럼. 루미의 공포를 받아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흘려보내면서, 루아는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루아의 눈이 떠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지만, 자신의 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저주일까. 변신일까. 아니면 카이의 영향일까. 루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루아가 빵을 구울 때마다, 루미의 손이 자신을 잡을 때마다, 그것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것.

손가락 끝의 검음이 손등으로 천천히 번져가고 있었다. 루아는 그것을 바라봤다.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그리고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멈추고 싶지도 않으면서도.

루미는 여전히 루아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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