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응급실의 도둑

응급실 침대의 천장이 흐릿했다. 이준호는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간호사의 음성,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 누군가의 발걸음. 모두 물 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었다.

"깼네."

박재민의 목소리였다. 이준호는 고개를 돌렸다. 친구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얼굴은 지쳐 있었다.

"몇 시간이야?"

"8시간. 셋째 번이야, 준호. 3주 만에 셋째 번이다."

이준호는 입술을 핥았다. 입 안이 건조했다.

박재민이 일어나 물을 건넸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엔 정말 위험했어. 이화영 교수가 뇌 영상을 다시 찍었는데, 뇌척수액 누출이 진행 중이야. 신경세포 손상도. 한 두 번 더 이러면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간다고."

이준호는 물을 마셨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감각이 돌아왔다.

"월 3회는 정말 한계야. 정말이야."

박재민이 말했지만, 이준호는 듣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짐했다. 다시는 능력을 쓰지 않겠다고. 능력이 발동되는 순간, 그것을 억누르겠다고. 관찰만 하겠다고.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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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가 지났다.

이준호는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눈을 내렸다. 내과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어디든 초진단 능력이 발동될 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보지 않으려 했다. 진단실에 들어갈 때 마스크를 쓰고, 환자의 얼굴을 직시하지 않았다. 차트만 읽었다. 생명의 신호는 무시했다.

의료진들은 의아해했다. 그 학생이 왜 갑자기 조용해졌는지. 그 학생이 왜 질문을 멈췄는지.

김정수 정교사는 한 번 물었다.

"준호, 괜찮아?"

이준호는 대답했다: "네. 잘 배우고 있습니다."

거짓이었다. 그는 배우지 않고 있었다. 그는 죽이고 있었다. 자신 안의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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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2시 15분.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있었다. 30대 여성. 심한 복부 통증과 오심. 혈압 저하. 혈액 검사와 CT에는 이상이 없었다. 진단명: 미상.

의료진은 1시간을 투자했다. 2시간을 투자했다. 그 여성은 침대 위에서 신음했다.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과장님."

전공의가 말했다. 박용석이 차트를 내려놨다.

"일단 경과 관찰. 수액 투여 유지. 48시간 내 증상이 지속되면 다시 검토하자."

의료진이 물러났다. 여성은 계속 신음했다.

이준호는 그 소리를 들었다. 응급실 모니터링 스테이션에 앉아, 그는 그 소리를 들었다. 복부 통증, 오심, 혈압 저하, CT 음성. 그 조합이 자신의 뇌 깊숙한 곳에서 울렸다.

신경 회로가 활성화되었다. 해마와 측두엽이 깨어났다.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장간막 동맥 박리. 혹은 식도열공탈장으로 인한 폐색. 아니다. 아니다.

그것은—

이준호의 시야가 흔들렸다. 눈앞이 희미해졌다. 뒷목이 뜨거워졌다. 능력이 발동되는 신체적 신호였다. 두통의 전조가 밀려왔다. 신경 회로의 과부하가 시작되는 신호였다.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을 멈췄다. 진단 과정을 강제로 끊었다. 뇌의 신경 회로를 다시 내려놨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철렁거렸다. 능력의 발동을 억제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신경 회로는 한번 깨어나면 완전히 끄기 힘들었다. 마치 불을 껐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타오르는 것처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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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영안실의 온도는 영하 4도였다. 이준호는 그 여성의 시신을 봤다. 시체 검사가 있었던 것이다. 사인: 급성 뇌경색. 예후 불량. 사망 원인은 뇌간 경색으로 인한 호흡 정지.

이준호의 진단이 정확했다. 신경학적 증상—초반의 미묘한 두통, 안면 표정의 비대칭성—이 모두 뇌경색의 신호였다. 만약 자신이 신경과 의뢰를 제안했다면, 만약 신경 영상 검사를 강행했다면, 그 여성은 살았을 것이다.

이준호는 그 여성의 얼굴을 봤다. 눈은 감겨 있었다. 입술은 창백했다.

심장이 멈췄다. 정확히는 박동이 너무 빨라져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미안해."

이준호는 중얼거렸다. 시신 앞에서.

"내가 너를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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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복도. 이준호는 정처 없이 걸었다. 신발이 바닥을 치는 소리만 들렸다.

박재민이 나타났다. 친구는 이준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팔을 잡았다.

"어디 가?"

"그냥..."

"아니야. 그냥 아니야."

박재민이 이준호를 계단실로 끌고 갔다. 두 사람은 4층 계단 밑에 앉았다. 창문으로 서울의 도시 풍경이 보였다.

"그 여자 환자, 봤어?"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봤겠지. 넌 항상 본다. 너는 보는 게 문제가 아니야. 넌 보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야."

박재민의 목소리가 단단했다.

"내가 물어볼게. 넌 그 환자를 죽였어?"

이준호가 입을 열려 했다.

"아니야. 대답하지 마. 내가 말할게. 아니야. 넌 그 환자를 죽이지 않았어. 의료진이 진단하지 못했어. 그게 의학이야. 우리는 모든 환자를 구할 수 없어. 그건 너의 책임이 아니야."

이준호는 여전히 입을 열려 했다.

"잠깐. 내가 아직 안 했어."

박재민이 계속했다.

"넌 지금 혼자 자책하고 있어. 근데 넌 혼자가 아니야. 넌 우리 팀의 일원이야. 그 여자 환자는 우리 팀이 함께 봤어야 하는 환자야. 그리고 우리가 함께 봤다면..."

박재민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우리가 함께 했다면, 그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었어."

이준호는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팔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가 떨렸다. 박재민은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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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최준혁 명예교수가 나타났다. 교수는 이준호의 옆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을 이준호의 어깨에 얹었다.

그렇게 5분이 지났다.

"내가 10년 전에 그런 경험을 했다."

최준혁이 말했다.

"천재라고 불리던 젊은 의사였어. 내 진단은 항상 정확했다. 그래서 나는 혼자였어. 동료의 의견을 무시했고, 의료진의 절차를 우회했고, 팀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한 환자를 내 손으로 죽였어."

최준혁이 한숨을 쉬었다.

"그 환자는 내가 혼자 판단했을 때는 살 수 없었던 환자였어. 하지만 팀과 함께 했다면... 혹은 팀의 의견을 들었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수도 있었어. 그 이후로 나는 깨달았다. 개인의 천재성은 환자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이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 환자의 죽음은 너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다음 환자는 우리가 함께 봐. 알겠어?"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재민이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처음에 이준호의 손은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박재민의 손이 따뜻해지면서, 천천히 이준호의 손도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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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9시.

이화영 인턴이 이준호를 불렀다. 그들은 신경영상의학 연구실에 들어갔다.

모니터에는 이준호의 뇌 스캔 이미지가 떠 있었다. 해마, 측두엽, 전전두피질. 신경 회로들이 독특한 패턴으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당신의 능력은 '개인의 천재성'이 아닙니다."

이화영이 말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이것은 뇌의 특이한 신경 연결입니다. 해마의 시각 정보 처리 속도가 일반인의 5배. 측두엽의 패턴 인식 능력이 표준에서 3 표준편차 이상. 전전두피질의 의사결정 속도가 정상의 1/10."

이화영이 돌아섰다.

"이것은 재현 불가능한 개인 능력이 아닙니다. 이것은 신경생물학적 현상입니다. 우리가 이 신경 연결의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의료진을 훈련시킬 수 있습니다."

이준호가 물었다: "그게 가능해?"

"모릅니다. 하지만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의 능력은 더 이상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이것은 의학의 자산입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반복했다. 의학의 자산. 개인의 소유가 아닌. 조선 시대 의관 이준의 기억과 현대 신경과학이 처음으로 만났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흔들렸다. 동시에 뭔가 무거운 짐이 조금씩 내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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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6시.

병원 복도에서 박용석이 나타났다. 교수는 이준호의 팔을 잡았다.

"그 여자 환자, 봤어?"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넌 알겠지. 그 환자를 진단할 수 있었어?"

박용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진정으로 묻는 것처럼.

"그 환자의 원인을 알 수 있었어? 넌 능력이 있으면서 왜 안 썼어?"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용석이 계속했다. 웃음을 섞으면서: "넌 능력을 가졌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 여자는 너 때문에 죽었어. 넌 그걸 알면서도 말이야."

이준호의 주먹이 굳었다. 손가락이 흰색으로 변했다. 입 안에서 뭔가 터지려 했다. 박용석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이 일부 타당해 보였다.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진단했다면. 혼자 판단했다면.

그 생각이 이준호 내부에서 오래 맴돌았다. 박용석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준호가 흔들리는 것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의사라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어. 의사라면."

박용석이 마지막 말을 던졌다.

이준호는 침묵 속에서 오래 생각했다. 1분. 2분. 그 시간 동안 박용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이준호의 내적 갈등을 즐기듯이.

그러다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뭘 아세요?"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그 환자의 진단을 내가 할 수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아세요? 당신도 못 했잖아요. 의료진 모두가 못 했어요."

이준호가 박용석을 마주봤다.

"그런데 내가 혼자 판단했다면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지금 나한테 무언가를 강요하려고 했어요. 혼자서 판단하라고. 팀을 무시하라고."

이준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게 의사의 길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도둑이 아니에요. 저는 배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배우는 사람은 혼자가 아니에요."

박용석의 얼굴이 굳었다.

"그 여자 환자는 우리 팀이 함께 봤어야 했어요. 만약 그 환자가 우리 팀에 왔다면, 만약 제 진단을 팀이 검증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제 책임이 아니에요. 그건 의료 시스템의 문제예요."

이준호가 박용석의 팔을 뿌리쳤다.

"저는 당신의 죄책감을 지지 않겠어요."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김정수 정교사였다. 교수는 이준호를 부르고 있었다.

박용석이 웃음을 멈췄다. 교수는 이준호에게 말했다:

"우리 팀 사무실로 와. 우리가 함께 할 방법을 찾았어."

이준호는 박용석의 얼굴을 봤다. 교수의 눈은 검은색이었다. 그 검은색 안에는 뭔가 있었다. 함정. 유도. 그리고 계산. 이 모든 것이 이준호를 흔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이제야 선명해졌다. 죄책감으로, 자책으로, 의사의 길이라는 명분으로.

이준호는 김정수 정교사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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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연구팀 사무실. 밤 11시.

김정수, 이화영, 박재민, 최준혁이 모두 모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새로운 차트가 있었다. 그리고 한 장의 논문 초안.

"우리가 새로운 프로토콜을 만들었어."

김정수가 말했다.

"이화영의 뇌 스캔 분석을 바탕으로, 당신의 초진단 능력을 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방법이야."

테이블 위의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 위에는 이준호의 이름과 함께 다섯 명의 의료진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앞으로 당신이 의심하는 환자가 있으면, 당신은 먼저 우리 팀에 보고한다. 당신의 진단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해. 그럼 우리가 함께 그 진단을 검증한다. 검사를 더 진행하거나, 다른 의료진의 의견을 구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이준호는 그 종이를 읽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그리고 당신의 신경 활동 패턴을 우리가 계속 기록한다."

이화영이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당신의 진단 과정을 재현 가능한 의학적 방법론으로 만들 수 있어. 당신의 능력은 더 이상 당신만의 것이 아니야. 이것은 우리 팀의 자산이 되고, 결국 의학 전체의 자산이 될 거야."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뇌 안의 신경 회로가 다시 울렸다. 조선 시대 의관 이준의 기억이 현대의 신경과학과 만났다. 자신의 능력이 개인의 소유에서 집단의 자산으로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손의 경직이 완전히 풀려났다. 호흡이 깊어졌다. 가슴이 천천히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그의 뼈에 스며들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준호가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면 시도할 수 있어."

김정수가 대답했다.

"그게 의학이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응급실이었다.

"희귀질환 연구팀의 이준호 학생 계신가요? 응급 환자 한 명이 왔는데, 진단이 안 나와서요."

이준호는 김정수를 봤다. 정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우리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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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3번 침대.

60대 남성. 급성 복부 통증. 혈압 저하. 의식 변화. 혈액 검사와 CT는 음성. 초음파도 음성.

의료진은 막혔다. 차트는 공백이었다.

이준호가 침대 옆에 섰다. 환자의 얼굴을 봤다. 신음하는 입. 떨리는 눈동자. 창백한 피부.

뇌 깊숙한 곳이 깨어났다. 신경 회로가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감각이 함께했다. 팀이 자신의 뒤에 있다는 확신.

이준호가 환자의 복부를 관찰했다. 호흡할 때마다 우측 상복부가 경직되었다. 일반적인 복부 통증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우측 옆구리에 압통이 있었고, 환자는 왼쪽으로 몸을 구부렸다. 신장 부위의 통증 반응이었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내출혈을 시사했다.

이준호는 차트를 다시 읽었다. 한 달 전 복부 외상 기록이 있었다. 일반적인 타박상으로 분류되었지만, 신장 영역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선생님, 최근에 복부 외상이 있었나요?"

환자의 아내가 대답했다: "한 달 전에 넘어졌어요."

"그리고 지난주부터 소변 색깔이 변했나요? 붉은색이나 갈색으로?"

"어? 어떻게 알았어요?"

이준호는 김정수를 봤다. 정교사는 이준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팀의 신뢰였다.

"신장 외상으로 인한 지연성 출혈이 의심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명확했다.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할 수 있지만, 신장 내 혈종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열되면 급성 출혈로 진행됩니다. 지금 혈압 저하와 의식 변화가 그 신호입니다. 추가 CT와 혈관 조영술이 필요합니다."

의료진이 움직였다. 신속했다. 그들은 이준호의 진단을 믿었다. 왜냐하면 이준호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뒤에는 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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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실. 오후 11시 30분.

이준호는 스캔 영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이화영이 서 있었다. 신경영상의학 전문가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신장 피질 열상. 지연성 동맥 출혈이 맞습니다."

이화영이 확인했다.

"당신의 진단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어요."

이준호는 그 말을 들으며 처음으로 두통 없이 진단을 완성했다. 신경 회로는 깨어났지만, 그 부하는 팀의 협력으로 분산되었다. 혼자였을 때의 극심한 고통은 없었다.

대신 다른 감각이 들었다. 확신감. 안정감. 그리고 책임감이 아닌 공동의 사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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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대기실. 밤 12시 15분.

환자는 수술실로 옮겨졌다. 응급 신장 보존 수술이 필요했다. 박용석이 수술팀을 이끌었다. 그는 이준호를 지나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준호는 대기실에 앉았다. 박재민과 김정수가 양옆에 섰다.

"그 여자 환자 때문에 자책하지 마."

박재민이 말했다.

"우린 함께 다음 환자를 봤어. 그리고 그 환자는 살 거야."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뇌 안의 두통은 거의 사라졌다. 신경 회로는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그것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구였다. 팀의 일원으로서 사용할 도구였다.

그 순간, 응급실에서 또 다른 신호가 들어왔다. 새로운 환자. 새로운 증상.

이준호의 눈이 떠졌다. 뇌가 깨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그는 혼자가 아니니까.

김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같이 가자."

그 말 속에는 명령이 아닌 초대가 있었다. 팀으로서의 초대였다.

이준호는 일어섰다. 박재민과 함께. 팀과 함께.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또 다른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진단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응급실 의료진과 이준호의 팀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고요?"

응급 담당 전공의가 의아해했다.

"혈액 검사와 CT가 모두 음성인데요. 추가 검사는 시간만 낭비할 것 같은데요."

이준호는 침묵했다. 이것이 팀의학의 현실이었다. 개인의 천재성이 아닌, 집단의 의사결정 과정. 때로는 복잡하고,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반박당할 수 있는.

하지만 이것이 의학이었다.

김정수가 나섰다.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신경학적 검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의료진은 여전히 의심스러워했지만, 팀의 책임감 있는 태도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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