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
윤리위원회 소환장은 일반 편지처럼 조용했다.
이준호는 병원 5층 행정부 복도에 서 있었다. 벽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은 흰 봉투의 모서리를 반복해서 문질렀다. 글씨는 명확했다. '의료윤리위원회 소환', '의대생 이준호', '무분별한 진단으로 인한 환자 치료 경로 변경 사건'.
사건. 그 단어가 자꾸만 눈에 걸렸다.
5일 전, 응급실이었다.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여자 환자. 박용석 과장의 지시에 따라 심도자 검사실로 향하던 그 순간, 이준호는 환자의 왼쪽 다리를 보았다. 부종. 호흡곤란 시 청진에서 들린 비정상음. 심전도의 특정 패턴. 그 모든 것이 한 점으로 수렴했을 때, 뇌 깊숙한 곳에서 울려 나온 확신—폐색전증.
"기다려. 이건 심근경색이 아니야."
그 한 마디가 치료 경로를 바꿨다. 약물 치료로 전환된 환자는 회복했다. 만약 그가 침묵했다면? 심근경색 치료로 진행되었다면? 그 여자는 이미 죽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윤리위원회는 다르게 봤다.
편지 본문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신의 진단으로 수술 계획이 변경되었고, 그 결과 환자의 회복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졌습니다. 기술적으로 이는 의료 절차상 위반입니다.'
환자는 살았다. 그 여자는 지금 5층 일반병동에 누워 있고, 혈전 용해제 치료로 회복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준호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5층에서 7층으로. 의료윤리위원회 회의실은 병원의 가장 조용한 곳이었다. 창문 밖으로 서울 시내가 흐릿하게 보였다. 회의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신미래 행정부원장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내과 부과장과 간호부장, 그리고 법무팀 변호사가 있었다.
신 과장의 얼굴은 표정이 없었다.
"앉으세요, 이준호 학생."
이준호는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건너편에 네 명의 어른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었다. 심문하는 쪽과 받는 쪽의 구도가 명확했다.
"사건 경위를 설명해주시겠어요?"
신 과장이 물었다. 사건. 또 그 단어였다.
이준호의 목이 말랐다. 하지만 그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의대생으로서 배운 첫 번째 교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5일 전 응급실에 내원한 흉통 환자입니다. 박용석 과장은 심근경색으로 진단했습니다. 저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의견을?"
법무팀 변호사가 기록을 하고 있었다. 모든 말이 기록되고 있었다.
"폐색전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폐동맥 혈전 색전증."
"그 판단의 근거는?"
신 과장이 다시 물었다. 이준호의 뇌에서는 그때의 기억이 재생되고 있었다. 환자의 다리에 보였던 부종, 호흡곤란 시 보인 흉부 청진의 이상음, 심전도의 특정 패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뇌 깊숙한 곳에서 울려 나온 확신. 폐색전증. 100% 확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환자의 임상 소견과 검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폐색전증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누가?"
"제가."
"당신은 의대 3학년입니다. 의료행위 수행 권한이 있습니까?"
침묵이 흘렀다. 이준호는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박재민이 응급실 침대 옆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능력이 있어도 혼자 쓰면 독이 된다.'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진단을 내렸습니까?"
신 과장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하지만 그 온화함이 더 차가웠다.
"그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대답이 나왔다. 이준호도 자신이 이렇게 대답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신 과장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 판단을 할 권한이 있었습니까?"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침묵이 회의실을 채웠다.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신 과장은 기다렸다. 변호사는 기록했다. 다른 위원들은 이준호를 바라봤다.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진단이 옳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차상 위반은 사실입니다. 의료진 위계 질서 없이 병원 의료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옳았다는 것이 당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이해하십니까?"
이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기계적이었다. 뇌의 어느 부분에서는 저항하고 있었다. 그 환자는 살았다. 그 여자는 지금 살아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 아닌가?
하지만 신 과장의 말도 맞았다. 정당성과 권한은 다른 것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병원 측은 당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임상 활동은 지도 교수의 직접 감독 아래에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윤리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의가 있습니까?"
신 과장의 말은 명확했다. 이준호는 이제 병원 내에서 '감시 대상'이 되었다. 모든 행동이 기록될 것이고, 모든 진단은 보고되어야 할 것이고, 독립적인 의료행위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의대생으로서의 수련은 계속되겠지만, 그것은 감옥 같은 감독 아래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사를 종료하겠습니다."
신 과장이 기록을 정리했다. 변호사는 펜을 내려놓았다. 다른 위원들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준호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가며 이준호의 몸은 반응했다. 다리가 떨렸다. 손도 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숨이 얕아졌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릿해졌다. 마치 깊은 물속으로 침강하는 듯한 무력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얼굴은 표정이 없었지만, 내부는 붕괴되고 있었다.
복도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준혁 명예교수였다. 그의 얼굴은 심각했다.
"따라와."
최준혁은 병원 옥상으로 이준호를 데리고 갔다. 이곳은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였다.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울 전체가 저 아래에 있었다.
"10년 전, 나도 너 같은 천재였어."
최준혁이 난간에 기대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진단이 정확했고, 환자들은 내 손에서 살았어. 나는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어. 권한이 없어도 결과가 좋으면 괜찮다고."
최준혁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깊었다.
"그런데 한 번 있었어. 내 진단이 틀린 적이. 아주 작은 실수였어. 하지만 그 환자는 죽었어. 그리고 난 그 죽음에 책임을 질 수 없었어. 왜냐하면 난 공식적으로 그 환자를 진단할 권한이 없었거든."
침묵이 흘렀다.
"그 이후로 난 혼자 판단하지 않아. 항상 팀과 함께해. 내 진단이 틀릴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해.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오래 의사로 살 수 있어."
"그런데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 환자는 죽었을 수도 있었어. 그게 다가 아니야. 너는 이제 병원에서 감시 대상이 되었어. 그리고 그건 시작일 뿐이야."
최준혁이 이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무거웠다.
"넌 혼자가 아니다. 하지만 혼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이것도 배워야 해."
병원 3층 응급실 앞. 이준호가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박재민이었다.
"준호야, 너 지금 어디야?"
"복도에 있어. 왜?"
"뭐 하고 있어? 나 밥 먹을 때 좀 와."
"괜찮아. 혼자 있고 싶어."
"아니야. 넌 혼자가 아니야."
박재민은 전화를 끊었다. 30분 뒤, 이준호는 병원 지하 카페에 앉아 있었다. 박재민이 마주 앉았다.
"윤리위 어땠어?"
"벌금 없이 감시만 받기로 했어."
박재민이 숟가락을 놓았다.
"그럼 넌 뭘 하고 싶어? 그 환자를 죽이고 싶어? 아니면 혼자 고통받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
"그게 아니라..."
"정당성과 권한이 다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그래서 팀의학이 있는 거야.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있어. 교수가 있어."
박재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카페 손님들이 돌아봤다. 그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그 환자 살린 거 잘했어. 근데 다음부터는 나한테 먼저 말해. 김 교수한테 말해. 이화영한테 말해. 혼자만 짊어지지 말고."
이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병원 4층 김정수 교수의 사무실. 이준호가 문을 두드렸을 때, 이화영 인턴이 이미 그곳에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뇌 스캔 이미지들이 펼쳐져 있었다.
"들어와."
김정수가 말했다.
이준호가 들어가자, 이화영이 한 폴더를 건넸다.
"당신의 초진단 과정을 신경영상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폴더 안에는 그래프와 수치들이 있었다. 이준호는 읽기 시작했다.
'시각 피질 활성화 120% 증가, 감정 중추(편도체) 340% 증가, 해마 영역 280% 증가, 전전두엽 피질 활성화 저하.'
"이건 뭐죠?"
"당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진단 순간, 당신의 뇌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활성화를 보입니다. 특히 감정 중추의 활성화가 비정상적입니다."
이화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반복하면?"
"신경세포 손상이 누적됩니다. 특히 해마 영역의 손상은 기억 형성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의사로 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이준호는 숨을 쉬고 있었지만,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김정수가 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의료 도구로 변환해야 합니다. 당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그것을 재현 가능한 진단 프로토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화영이 다시 말했다.
"그것이 가능합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시도해야 합니다. 당신이 살기 위해서."
회의실을 나가며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받으면서 동시에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준호입니다."
전화 너머에서 박용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 앞 커피숍으로 와. 잠깐 얘기할 게 있어."
이준호는 병원을 나갔다. 밤 7시였다. 서울 하늘은 검어지고 있었다.
병원 앞 커피숍의 한 구석에 박용석이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아메리카노가 있었다. 이준호가 마주 앉자, 박용석이 미소지었다.
"앉아. 뭐 마실래?"
"괜찮습니다."
"그래. 넌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어. 진짜 좋은 의사. 너의 진단은 정확해."
박용석이 말했다. 그 말은 진심처럼 들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선배로서의 따뜻함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지금처럼 하면 안 돼. 병원에서 내보내질 거야. 이미 신미래 과장이 너를 감시 대상으로 지정했어. 그리고 난 너를 보호할 수 있어."
박용석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뭔가가 맞지 않았다. 윤리위원회 소환장을 받은 지 단 2시간 만에 박용석이 이 제안을 들고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그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다.
박용석의 손이 테이블 위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화면이 켜져 있었다. 녹음 앱이 실행 중이었다. 박용석은 1초 정도 그것을 바라봤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동작은 의도적이었다. 이준호가 보도록 의도된 것이었다.
그 순간, 이준호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 임상과에 와. 거기서 제대로 배워. 그리고 나한테 보고하는 거야. 모든 진단을."
박용석이 계속 말했다.
"왜 이 시점에 이 제안을 하십니까?"
이준호가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뭔가 깨어나고 있었다.
박용석의 미소가 굳었다. 그는 이준호의 질문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넌 내가 말한 것처럼 해야 해. 그러면 너는 내 팀의 일원이 되고, 내가 책임지게 돼. 이해해?"
박용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친절함이 사라지고 압박이 들어왔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뭐?"
"5일 전 응급실의 그 환자요. 폐색전증 환자."
박용석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들었다.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했다.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내과입니까?"
이준호가 다시 물었다.
"그래. 내과. 거기서 넌 나라는 배경 아래에서 일할 수 있어. 그러면 아무도 너한테 손을 대지 못해. 난 병원에서 영향력이 있거든."
박용석이 다시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이전과 달랐다. 친절함이 아니라 위협이었다.
"생각해볼게요."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하지 말고 와. 내일 아침에 결정해. 그리고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하지 마. 특히 김정수한테."
박용석이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그 사람은 너를 자기 실험 대상으로 보고 있어. 난 너를 제자로 보는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없어. 그리고 그럼 넌 혼자가 되는 거야."
박용석은 떠났다. 커피숍에는 이준호만 남았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박용석의 제안은 합리적이었다. 감시 대상이 된 자신에게는 실질적인 보호책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이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그의 손가락이 메시지를 보냈을 때—모든 것이 이상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뇌 깊숙한 곳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마치 누군가 신호를 보낸 것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휴대폰이 울렸다. 김정수였다.
"이준호, 지금 어디야?"
"병원 앞 커피숍입니다."
"올라와. 있을 곳이 있어."
이준호는 병원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손가락의 경련이 심해졌다. 두통이 밀려왔다. 뭔가가 깨어나려고 했다.
응급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사이렌이 울렸다. 응급 환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의료진들이 뛰어다녔다. 그 중에는 박용석의 모습도 있었다.
들것이 응급실 입구로 밀려 들어왔다.
늙은 여자였다. 의료진들이 그를 밀어냈다.
"학생, 비켜."
하지만 그 순간, 이준호의 뇌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환자의 왼쪽 팔에 산재한 자주색 반점들. 호흡음의 불규칙성. 입술의 창백함. 손가락 끝의 청색증.
시각 정보가 뇌에 쏟아졌다. 감정 중추가 폭발했다. 해마가 비명을 질렀다. 전전두엽 피질은 무너졌다.
혈액종양. 급성 골수성 백혈병. 합병증으로 폐렴.
확신이 아니라 폭발이었다. 두개골 내부가 울렸다. 눈앞이 흐려졌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신체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능력은 이미 깨어났고, 이준호는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0.5초. 그것이 전부였다.
그 순간, 이준호는 알았다.
박용석이 응급실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환자는 박용석의 손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들것이 응급실 깊숙이 밀려 들어갔다. 박용석은 의료진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윤리위원회 소환장을 받은 지 2시간 만에.
커피숍에서 떠난 지 정확히 15분 후에.
그 여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준호의 눈이 박용석을 찾았다. 박용석도 그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박용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 박용석은 이 시점에, 이 타이밍에 이 환자를 이준호 앞에 데려왔을까. 커피숍에서의 제안, 그리고 정확히 그 직후의 응급 호출. 모든 것이 계획된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