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침전의 문이 무거운 음향과 함께 닫혔다.

하린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이 이불의 주름을 더듬고 있었다. 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따뜻함만큼은 분명했다. 라윤의 품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만에, 또 다시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니다. 혼자가 아니었다. 침대 옆에는 여전히 라윤이 있었고, 그의 손이 하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넌 정말 돌아왔구나."

라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도감이 섞여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 두려움. 라윤이라는 인물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감정이 그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라윤의 얼굴을 보았다. 냉정해 보이지만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자꾸만 멈추는 것처럼.

"황후께서 오셨나요?" 하린이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겠었다. 더 이상 하린이라는 이름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윤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눈빛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가 증명되었으니까.

라윤이 하린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그의 손가락이 하린의 광대뼈를 따라 움직였다. 마치 그녀가 사라져가는 것을 손으로 붙잡으려는 듯이.

"황후가 뭔데." 라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넌 나한테 뭐라고 했나."

"...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 넌 몰라도 된다."

라윤의 손이 하린의 목까지 내려왔다. 그곳에서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마치 그녀의 심장박동을 확인하려는 듯이. 아직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이.

침전 밖에서 복도의 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결정적인 발걸음.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라윤이 하린을 더 강하게 안았다.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그녀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이. 아니, 그보다는 더 절망적이었다. 마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으려는 듯이.

문이 열렸다. 황후 나혜경이 들어섰다. 차분한 미소가 떠 있었지만, 눈빛은 칼날 같았다.

"황제 폐하, 이 시간에 식사를 건너뛰시다니."

라윤이 하린을 완전히 자신의 몸 뒤로 숨겼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의 몸이 방패가 되어 있었다.

"나간다."

"차마 그러시겠어요?" 나혜경이 한 발 더 들어왔다. "여관에서 일하던 천민 식관 하나 때문에, 조정의 신뢰를 잃으실 건가요. 신하들의 충성을 버리실 건가요." 그녀가 멈췄다. 그 일시정지 속에 모든 협박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백작가의 복권을?"

침전이 얼어붕었다. 라윤의 숨소리만 들렸다. 매우 천천하고, 매우 깊게. 마치 자신을 통제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하린이 라윤의 등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이 나혜경을 향했다. 이미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그 눈이, 여전히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었다.

"복권은 뭐예요?"

나혜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하린이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을 디디고, 천천히 걸었다. 침전의 바닥이 차갑고 낯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걸었다. 나혜경 쪽으로.

"복권은... 뭐예요?"

"자, 우리 거래를 다시 정리해보자." 나혜경이 말했다. 승리감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당신이 황제 폐하에게 이 물질을 타내면, 나는 당신의 가문을 복권시켜주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녀가 하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당신은 자유로워질 거예요."

하린이 멈췄다. 나혜경 앞에서 완전히 멈췄다.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거절의 떨림인지, 유혹의 떨림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황제의 음식에 이걸 넣어요." 나혜경이 작은 약병을 꺼냈다. "무색무취.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리고 삼일 뒤에 황제는 갑자기 병으로 쓸어져 갈 거고, 황태자가 섭정을 시작할 거예요. 당신의 가문은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복권될 거고.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하린의 손이 떨렸다. 약병을 향해 움직였다. 마치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치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것처럼.

"하린."

라윤의 목소리였다. 침대에서 일어난 라윤이 하린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하린의 맥박 위에 올려졌다. 광란의 박동이 느껴졌다.

"넌 나를 선택할 수 없다."

라윤이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공포가 섞인 목소리였다.

"넌 이미 자신을 잃었다."

라윤의 얼굴이 창백했다. 입술이 벌어졌다 다물어졌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그 말이 자신을 죽일 것 같아서 멈추는 것처럼. 그의 손이 하린의 손목을 더 강하게 잡았다. 뼈가 부러질 것처럼.

"넌 뭘 선택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어. 넌 이미..."

그 순간, 하린이 움직였다.

그녀가 라윤의 품으로 돌아섰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심장박동이 들렸다. 광란의 박동. 마치 붕괴하려는 심장의 박동처럼.

"나는 누구를 선택하는 게 아니에요."

하린의 목소리가 나왔다. 명확했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나는 나를 선택하는 거예요."

그녀의 손이 나혜경의 손에서 약병을 빼앗았다. 침전의 바닥에 내팽개쳤다. 약병이 깨졌다. 맑은 액체가 흩어졌다.

나혜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하지만 그 순간, 침전의 다른 쪽 문이 열렸다. 백의관이 들어섰다.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아직 칼집을 벗지 않았지만, 그 의도는 명확했다.

"여기서 나가세요."

백의관의 목소리에는 거절의 여지가 없었다.

"하린이 황제를 독살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아는 거 같은데?" 나혜경이 웃음을 흘렸다. 아름다운 웃음이었지만, 그 아래에는 독이 가득했다. "그럼 백작가는 영영 복권되지 않는다는 뜻이겠네요."

백의관이 검을 한 치 더 빼냈다. 칼날이 빛을 반사했다.

"하린은 자신을 지킬 거예요."

"자신을?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이 없는데?"

"기억을 잃는 것과 자신을 잃는 것은 다릅니다." 백의관이 말했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더 이상 신하의 눈빛이 아니었다. "하린은 자신의 소멸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저항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입니다."

나혜경의 얼굴이 굳어졌다. 약병의 파편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이 이 침전에서 이미 지는 것임을 깨달은 것처럼.

라윤이 하린을 더 강하게 안았다. 그의 턱이 하린의 머리 위에 올려졌다.

"폐하." 나혜경이 라윤을 향해 말했다. "이것이 사랑이 아닙니다. 이것은 광기입니다."

"그래. 광기다."

라윤의 목소리가 나왔다.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멈출 수 없다. 멈추고 싶지도 않다. 넌 이미 나를 알고 있지 않나. 내가 무엇인지, 내가 얼마나 깊이 타락했는지."

침전이 다시 얼어붕었다. 나혜경이 움직였다. 침전을 나가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패배가 가득했다.

복도에서 발걸음이 멀어져 갔다.

침전에는 라윤과 하린, 그리고 백의관만 남았다. 백의관이 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그의 눈이 하린을 향했다. 그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라윤이 하린을 침대로 데려갔다. 그들이 누웠다. 라윤이 하린을 자신의 가슴에 더 깊이 끌어당겼다. 마치 그녀가 사라져 버릴까봐. 마치 이 순간을 영원히 잡아두지 못할까봐.

"넌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잃었다."

라윤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황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명의 남자의 목소리였다. 절망한 남자의.

"그래서 나는 널 절대 놓지 않을 거다."

하린이 라윤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그곳에서 심장박동이 들렸다. 자신의 심장박동. 하지만 그것이 누구의 심장박동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 마지막 기억이 사라졌다.

어머니의 얼굴이 음성에서 악음으로 변했다. 목소리가 아닌 음파로만 남겨진 채. 아버지의 손이 자신의 손을 놓았다. 형의 이름이 혀 끝에서 사라졌다. 자신의 가문, 자신의 정체, 자신이 누구였는가. 모두 검은 물에 빠져가듯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라윤의 품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곳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직도 누군가의 자신이, 아직도 그 품 안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

궁의 동쪽 출입구에서 이준호가 서 있었다. 짐을 들고. 자신의 여동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궁을 떠나고 있었다.

황후의 협박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누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을 떠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선택. 황후와의 거래 속에서 그가 취한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의 발이 떨렸다. 돌아보려는 충동이 올라왔다. 그 충동을 누르고 또 눌렀다.

"누나는 이제 누나가 아니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누나는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누나를 놓아줄 거다."

그의 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 한 발이 매우 무거웠다. 마치 그 한 발 한 발이 자신의 영혼을 떼어내는 것처럼. 궁의 담장이 멀어져 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깊이 있는 담장이.

그의 손이 떨렸다. 짐을 들고 있는 손이 떨렸다. 아니다. 그것은 짐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영혼이 자신의 몸을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떨림이었다.

발걸음이 멈췄다. 한 번만. 단 한 번만.

이준호가 궁을 돌아봤다. 그 높은 담장과 그 너머의 궁궐을 봤다. 그 안에서 누나가 누군가의 품 안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이준호의 누나가 아닌 누군가의 것으로.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안녕, 누나."

이준호가 속삭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섰다. 이번엔 더 이상 돌아보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발걸음이 궁의 담장을 떠나갔다. 한 발 한 발이 조금씩 더 빨라졌다. 마치 자신의 절망을 뒤에 두고 달아나려는 것처럼.

---

조정의 대종이 울리려고 했다.

침전에서 라윤은 여전히 하린을 안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억하려다가 포기하는 눈빛처럼.

"기억해 줄게."

라윤이 하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넌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나가 널 기억할 테니까."

하린이 라윤을 보았다. 그 얼굴이 더 이상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팔이 누구의 팔인지도, 그 가슴이 누구의 가슴인지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곳이 따뜻하다는 것뿐이었다.

대종의 소리가 궁 전체에 울려 퍼졌다. 조정 회의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황후와 백의관이 마주앉으려 하고 있었다. 황태자가 자신의 지위를 지키려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침전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라윤과 하린이 누워 있을 뿐이었다. 세상이 붕괴되고 있어도, 그곳은 고요했다. 마치 세상의 끝에서 두 사람만이 남겨진 것처럼.

"내가 약속할게."

라윤이 하린의 귀에 속삭였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닐 거다. 넌 이제 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널 절대 놓지 않을 거다."

그 말이 사랑인지, 독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약속이었다. 깨질 수 없는, 검은 색의 약속.

하린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 안에서 마지막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의 이름. 자신의 정체. 자신이 누구였는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라윤의 품은 여전히 따뜻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