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본
침전의 문을 나서며 하린은 손가락을 세었다. 엄지, 검지, 중지. 셋. 지난 세 시간 동안 라윤이 입을 열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침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넌 왜 날 조종하려 했나?"
그 질문이 나가며 하린의 손가락이 경련했다. 조종. 단어가 입 속에서 형태를 잃었다. 마치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것처럼. 복도의 벽에 등을 기댄 하린은 자신의 손을 들어 봤다.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이 뭔가를 기억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잊으려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조종한다는 게 뭐였지?
누군가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움직이게 한다는 뜻이었나. 그런데 그 목적이 뭐였더라. 가문의 복권. 그 단어도 물 위의 물결처럼 흐릿했다. 하린은 손가락을 펼쳤다가 다시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린."
송미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그 친구는 항상 자신을 부를 때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요즘 하린은 그 이름을 들어도 누가 불리는 건지 확실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사전에서 그 페이지가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침전으로 돌아가. 황제가 당신을 찾고 있어."
하린은 고개를 들었다. 송미래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 표정이 죄책감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친구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것, 그것만은 기억했다. 다른 것들은 다 흐릿한데, 그것만 선명했다.
침전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복도의 돌바닥이 차가웠고, 벽의 연등이 자신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림자가 누군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침전의 문을 열자 라윤이 앉아 있었다. 식탁 앞에서, 숟가락을 손에 들고. 밥은 식었고, 반찬은 한 입도 먹히지 않았다.
"밥을 먹어야 한다."
하린이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처럼 들렸다.
"대답해."
라윤의 눈이 하린을 향했다. 그 눈빛에는 검은 금속의 차가움이 있었다. 하린은 그 눈빛이 두렵지 않았다. 두려움도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뭘 대답해야 하나요?"
"왜 날 조종하려 했나? 그 계획은 뭐였나? 가문의 복권? 궁중에서의 지위?"
라윤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린은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의 의미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조종이라니. 자신이 라윤을 조종했다니. 그런데 자신은 라윤을 따라다녔을 뿐 아닌가. 라윤의 밥을 만들고, 라윤의 말을 듣고, 라윤의 곁에만 있었다.
"...모르겠어요."
"뭐가?"
"어떻게 조종했는지. 왜 했는지. 그런 건... 저는 기억하지 못해요."
침전이 조용해졌다. 라윤이 일어섰다. 그 움직임은 느렸고, 마치 누군가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요리를 해."
"지금요?"
"지금."
하린은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의 문을 열자 찬바람이 흘러나왔다. 밤이 깊었다. 부엌의 창으로는 달이 보였다. 달도 흐릿했다.
냄비를 꺼냈다. 물을 붓고 불을 켰다. 손이 떨렸다. 왜 떨리는지 몰랐다. 두려움인가, 아니면 추위인가.
재료들을 꺼냈다. 뭘 만들지 생각했다. 조종하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라윤을 위한 요리. 아니, 자신이 라윤을 위해 뭘 했는지를 표현하는 요리.
그건 뭐였나.
손가락이 기억했다. 밀가루를 반죽하는 손가락들이. 국물을 끓이는 손가락들이. 라윤의 입에 숟가락을 가져가는 손가락들이. 손가락들이 기억했다. 뇌가 기억하지 못할 때, 손가락이 기억했다.
흰 죽을 만들기로 했다. 어머니의 죽이 아니라, 자신의 죽. 자신이 라윤을 위해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담은 죽.
쌀을 씻고, 물에 불렸다. 물이 탁해졌다. 자신의 기억처럼. 그 물을 버리고 다시 씻었다. 또 버렸다. 몇 번이나 반복했다.
냄비에 쌀을 넣고 물을 부었다. 불을 세게 했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수증기가 올라왔다. 그 수증기 속에서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얼굴이 아닌 것 같았다.
죽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린은 불을 줄였다. 천천히, 천천히. 마치 누군가를 안심시키듯이. 죽이 부드러워졌다.
그 과정에서 하린의 손이 멈췄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하린, 우리 딸은 똑똑하니까 뭐든 할 수 있어." 분명히 들렸다.
그 순간, 목소리가 사라졌다. 아버지의 입이 움직이는 것은 보이는데 소리가 없었다. 무음의 입술. 그것만 남았다. 하린은 눈을 깜빡였다. 손이 더 떨렸다. 죽을 저으며 소금을 넣었다. 얼마나 넣었는지 몰랐다. 그냥 계속 넣었다.
형의 이름이 떠올랐다. 이준호. 그런데 그 이름의 얼굴이 흐릿했다. 마치 물속에서 본 것처럼. 형이 자신을 안는 장면이 기억났다. 하지만 그건 언제 일이었나. 어제였나, 어제다. 어제였다. 그런데 어제가 몇 일 전인지 모르겠다.
죽이 흰색으로 변했다. 진주색 같은 흰색. 아름다웠다. 자신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만들었다는 게 낯설었다.
부엌을 나갔다. 침전으로 돌아갔다. 라윤은 여전히 식탁에 앉아 있었다. 밥과 반찬은 그대로였다.
"여기요."
하린이 죽을 담은 그릇을 내놓았다. 숟가락을 옆에 놓았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라윤이 죽을 봤다. 그 죽을 오래 봤다. 마치 그 안에 뭔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처럼.
숟가락을 들었다. 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순간, 라윤의 눈이 감겼다. 그 눈이 다시 열렸을 때, 거기엔 물이 맺혀 있었다.
"넌..."
라윤이 말을 잇지 못했다.
"넌 나를 위해 뭔가를 잃고 있구나."
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뭘 잃고 있는지 더 이상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윤이 다시 죽을 떠먹었다. 이번엔 더 느렸다. 마치 그 죽 안에 뭔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그리고 라윤의 눈물이 흘렀다. 어떤 감정의 눈물인지 하린은 알 수 없었다. 슬픔인가, 분노인가, 아니면 깨달음인가.
"넌 왜?"
라윤이 물었다.
"왜 이러는 거야?"
하린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자신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답을 말하는 순간, 자신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모르겠어요."
"거짓말 하지 마."
라윤이 일어섰다. 하린을 향해 다가왔다. 그 움직임은 빨랐고, 격렬했다. 라윤이 하린의 팔을 잡았다. 처음으로, 이렇게 강하게.
"넌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하나?"
"뭘요?"
"처음 만났을 때. 넌 내게 뭔가를 주려고 했어. 그리고 난 받았어. 받은 것뿐만 아니라..."
라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나에게 감정을 돌려줬어. 난 감정을 잊었었는데. 그런데 넌..."
라윤이 하린을 안았다. 강하게. 마치 하린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 순간, 하린의 무릎이 꺾였다. 신체가 무너져가는 것 같았다. 뼈가 녹는 것 같은 느낌. 자신이 형체를 잃어가는 것 같은 느낌.
그 안에서 기억들이 떨어져 나갔다. 어린 시절 저녁 식탁. 어머니가 자신의 머리를 쓸어주던 손길. 아버지가 자신을 안던 품. 형이 자신에게 해준 말들. 모두 떨어져 나갔다. 검은 실로 묶인 것들이 하나씩 풀리듯이.
"날 떠나지 마."
라윤이 속삭였다.
"제발. 날 떠나지 마."
하린은 입을 열었다. 대답을 해야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데,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예."
한 글자였다. 그 한 글자가 나오는 순간, 자신의 어린 시절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 검은 천으로 그것을 덮어버린 것처럼.
"내 것이야. 넌 내 것이야."
라윤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하린은 그 품 안에서 중얼거렸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묻는 말처럼.
"나는... 누구..."
라윤의 품이 더 강해졌다.
"나는 당신의 것이에요."
하린이 말했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말이었다. 조종당한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말. 하지만 그것이 정말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남은 것이 그것뿐이었는지 하린은 알 수 없었다.
침전 밖에서 발걸음이 들렸다.
백의관이 몸을 일으켰다. 복도 끝에서 황후 나혜경이 나타났다. 나혜경은 침전으로 향하는 길을 막으려는 백의관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전하께서 휴식 중이신가?"
백의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렇다면 방해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나혜경이 한 발 더 내딛었다. 그 움직임에 백의관의 손이 칼자루에 닿았다. 실제로 칼을 뽑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황후의 시녀들이 뒷걸음질 쳤다.
"폐하께서는 식사 후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그 식사라는 게 뭔가 특별한 건가?"
나혜경이 웃음을 섞어 물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위태로웠다. 마치 얇은 얼음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식관이 만든 것 말이다. 이하린이라는 저 계집이."
백의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발 더 나아가 침전의 문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그 움직임은 계산된 것이었다. 라윤의 명령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저 계집이 폐하를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알고 싶군."
"조종이라는 표현은 부정확합니다."
"그렇다면 뭐라고 표현하겠나?"
나혜경이 돌아보며 물었다. 그 눈빛이 예리했다.
"폐하께서는 그 계집의 요리 없이는 밥을 드실 수 없으신 것 같던데."
침전 안에서는 여전히 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혜경은 그 침묵 속에서 뭔가를 읽었다. 불안함. 또는 결연함.
"내일 아침 조정 회의가 있다."
나혜경이 말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폐하의 건강 상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황태자께서 폐하의 정신 상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셨다. 이하린이라는 식관이 폐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이다."
백의관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손은 칼자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 계집을 내보내면 모두 해결될 텐데."
"황후께서는 폐하의 결정을 존중하실 수 없으신가?"
"폐하의 결정이 폐하 자신을 해치고 있다면?"
나혜경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선한 웃음이 아니었다. 피식거리는 웃음이었다.
"모든 건 폐하를 위한 것이다. 그 계집도, 내 말도 모두."
나혜경이 돌아섰다. 시녀들이 그녀를 따라갔다. 복도로 사라지는 황후의 뒷모습을 백의관은 지켜봤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황제를 지키겠다는 다짐과 누군가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침전 안에서, 라윤이 하린을 더 강하게 안았다. 나혜경의 말이 들렸는지 들리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라윤의 팔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넌 내가 지켜야 할 것이야."
라윤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다짐처럼 들렸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린은 라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렸는지, 아니면 라윤의 심장 소리가 들렸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자신이 어디서 끝나고 라윤이 어디서 시작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기억해 줄래요?"
하린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왜 왔는지. 내가..."
"넌 내 것이야."
라윤이 그 말을 끊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
하린은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 필요도, 기억할 필요도 없었다. 라윤이 기억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침전 밖, 식관의 주방에서 송미래가 손을 멈췄다. 그녀는 이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하린이 뭔가를 잃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송미래는 물로 손을 씻었다. 그 물이 차가웠다. 마치 자신의 손가락들을 데워주려는 것처럼 뜨거운 물을 더했지만,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송미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또 다른 냄비를 꺼냈다. 약재를 담았다. 하린의 기억 소실을 늦출 수 있는 것들. 황후의 감시를 피하면서도 할 수 있는 작은 저항이었다. 하지만 약재가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하린이."
송미래가 중얼거렸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주방 안에서.
"돌아와. 제발 돌아와."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황후에게 고발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침전 안에서 라윤은 하린의 등을 쓸어주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그것은 라윤 황제가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해본 행동이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 누군가를 지켜주려는 일.
"나는 너를 놓지 않을 거야."
라윤이 하린의 귀 가까이에서 속삭였다.
"다시는 아무도 너를 빼앗지 못하게."
그 말을 들으면서 하린은 눈을 감았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또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뇌에서 한 줄씩 글귀가 지워지는 것처럼. 어머니의 얼굴. 가문의 이름. 왜 자신이 궁중에 왔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모두 흐릿해졌다.
"고마워요."
하린이 중얼거렸다.
"뭐가?"
"당신이... 나를 기억해 줄 거라서."
라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하린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것이 모든 약속이었다.
침전의 시계가 울렸다. 자정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침전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처럼 들렸다. 한쪽에는 라윤과 하린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나머지 세상이 있었다.
그 경계는 점점 두꺼워지고 있었다.
백의관은 여전히 복도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황제를 지키겠다는 다짐과 누군가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조정 회의는 내일 아침이었다. 황후의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이었다. 황태자의 의심도 짙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하린은 계속 사라져갈 것이었다.
라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잃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을 붙잡기 위해, 그는 모든 것을 잃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침전의 창문 너머로 별이 보였다. 마치 누군가의 눈물처럼 반짝이는 별들. 그 별들 아래에서 하린은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잃어가고 있었다.
이.
하.
린.
그 세 글자가 모두 사라지면, 남은 것은 오직 하나였다.
당신의 것.
라윤은 하린을 더 강하게 안았다. 마치 그녀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은 이미 늦었다.
하린은 이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침전 밖 복도에서 백의관이 움직였다. 침전의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움직임이었다. 나혜경의 말이 들렸으니 라윤도 들었을 것이다. 내일 아침 조정 회의. 황태자의 의심. 하린을 내보내라는 압박.
백의관은 라윤의 표정을 봐야 했다. 이 상황에서 황제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하지만 침전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서 누군가 문을 잠근 것 같았다. 백의관의 손이 멈췄다. 라윤이 자신을 들이지 않기로 한 것인가. 아니면 하린과의 시간을 지키기로 한 것인가.
그 순간, 침전 안에서 라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아침 조정 회의에서 나는 하린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이다."
백의관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라윤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황후에 대한 거부. 황태자에 대한 도전. 제국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
"비록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라윤이 덧붙였다.
백의관은 문을 떠났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침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었다. 내일 아침 조정 회의장에서 라윤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백의관은 알고 있었다.
복도의 어둠 속에서 백의관의 손이 칼자루를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