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미각감응자

죽이 끓는 냄새는 침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다.

하린은 작은 항아리에 담은 죽을 양손으로 들고 조심스레 걸었다. 황금 테두리가 도드라진 침전 문을 밀어 들어가자, 라윤 황제는 창가에 서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밤은 깊었다.

"폐하."

하린의 목소리에 라윤이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하린은 이미 알고 있었다—이 남자의 감정은 얼굴이 아닌 다른 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눈의 미세한 떨림, 턱 아래로 흐르는 긴장감, 호흡의 길이.

"어머니께서 끓여주던 죽입니다."

거짓이었다. 하린은 황제의 기록에서 읽은 것뿐이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 라윤이 마지막으로 받아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그 정보를 요리로 빚어냈을 뿐이다. 계산이었다. 모든 것이 계산이었다.

라윤이 침대 가에 앉았다. 하린은 죽을 작은 청자 그릇에 담아 건넸다. 손가락이 스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이 남자와의 모든 접촉이 위험해 보였다.

황제는 숟가락을 들었다. 죽 한 숟가락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린은 자신의 숨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순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하린의 계획, 라윤의 신뢰, 가문의 운명—모두 이 한 입에 달려 있었다.

라윤의 입술이 열렸다.

죽이 혀에 닿는 순간, 황제의 눈이 멈췄다. 그것은 깜박임이 아니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숟가락이 천천히 내려갔다. 라윤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흔들렸다.

어깨 근처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몸을 타고 내려갔다. 라윤의 손이 죽을 담은 그릇을 놓아버렸다. 청자가 침전의 돌바닥에 떨어지며 부서졌다. 물론 그것은 하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린은 라윤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황제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하린은 숨을 쉬지 못했다.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라윤 황제가 울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것에 가까웠다.

라윤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창가로 나아갔다. 창밖의 어둠을 응시했다. 그의 어깨는 계속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린은 접근하지 않았다. 접근할 수 없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라윤이 돌아섰다. 하린은 자신이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쁜 숨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너무 빨랐다.

라윤의 눈은 여전히 축축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감정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절대 권력의 냉정함뿐이었다.

"다시 해줄 수 있나?"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하린은 알았다.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명령이었다.

"예, 폐하."

대답이 입을 떠나는 순간, 무언가가 일어났다.

하린의 머릿속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유리잔이 깨지는 것 같은, 아니 거울이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 그러나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오직 하린만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하린은 자신의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다. 어머니의 미소, 어머니의 눈, 어머니의 목소리. 모두 있어야 할 자리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윤곽이 흐릿해졌다. 마치 물감이 물에 풀려가는 것처럼.

하린은 그 사라져가는 이미지를 붙잡으려 했다. 어머니의 손을 잡았던 감각,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던 기억. 그것들을 되살리려고 애썼다. 눈을 감고, 손가락을 부르르 떨며 그것들을 되찾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빠르게 사라져갔다.

"어머니…"

하린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왔을 때, 어머니라는 개념이 한 겹 벗겨져 나갔다. 남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사랑했다는 기억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의 구체적인 형태, 손을 잡았을 때의 온기, 웃음소리의 톤—모두 사라졌다.

하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마치 무언가를 붙잡으려 허공을 움켜쥐는 듯했다.

"괜찮은가?"

라윤의 목소리였다. 처음으로 감정이 담긴 음성이었다. 그것은 관심이 아니었다. 소유권의 확인이었다.

"…네. 폐하."

하린은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황제의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라윤의 시선은 깊었다. 마치 하린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고 있는 것처럼.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달라."

그것은 요청이 아니었다. 하린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그 원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폐하."

하린은 절을 했다. 몸을 굽히는 순간, 머릿속의 연기가 더욱 짙어졌다. 아버지의 얼굴도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얼굴이 사라질 때의 차분한 흐릿함이 아니라, 뭔가 거칠게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손톱으로 종이를 긁는 것처럼.

하린은 그것을 되찾으려 애썼다.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를 되살리려고 입술을 움직였다. "하린아"라는 그 부르던 방식, 그 톤의 따뜻함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사라졌다. 손가락으로 공기를 움켜쥐려 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라윤은 침대에 누웠다. 하린이 절을 푸는 순간, 황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내일, 같은 죽을 해줄 거지?"

그것은 명령이었다. 명령 아래 깔려 있는 것은 거의 절박함에 가까웠다.

"예, 폐하."

하린의 입에서 나온 그 대답 안에, 자신이 누구인지 잊으면서도 계속 남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하린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직은.

침전을 나가며 하린은 자신의 손을 봤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더 깊은 무언가였다. 자신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경고음.

부엌에 돌아온 하린을 송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래는 하린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뭔가 했구나."

"뭐?"

하린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모르겠어. 그냥… 뭔가 다르다. 얼굴이."

미래는 고개를 기울였다. 순수한 친절 속에 숨겨진 예리한 관찰력이었다.

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이 사라져가고 있는지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래는 하린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몸을 돌렸다. 그 사이, 하린은 자신의 손가락을 세어보고 있었다. 다섯 개. 왼손도 다섯 개. 그런데 왜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가?

침전의 창밖에서는 밤이 계속 깊어지고 있었다.

라윤은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에는 여전히 죽의 맛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의 맛이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만졌을 때, 축축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라윤은 1년 동안 음식을 거절해왔다. 음식은 필요 없었다. 권력으로 충분했다. 신하들의 두려움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 황제의 입 안에는 공허함이 맺혀 있었다.

그것은 죽이 채워줄 수 있는 공허함이 아니었다.

라윤은 다시 한 번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내일도."

그것은 약속이었다.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었다. 이하린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자신 곁에 남아 있다는 약속. 그 약속만이 이제 라윤을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침전의 촛불이 흔들렸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하린은 부엌에서 내일의 죽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쌀을 씻으면서, 또 다른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던 방식. "하린아"라고 부르던 그 톤.

손이 멈추지 않았다. 쌀은 계속 씻겨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도 함께 씻겨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송미래가 다시 말했다.

"하린, 죽 불 좀 줄여. 자꾸 튀는데."

미래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 속에는 깊은 걱정이 숨어 있었다. 하린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잘 읽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은 읽지 못하는 아이러니.

하린이 불을 조절했다. 죽의 끓음이 차분해졌다.

"고마워."

"뭐 하는 소리야. 우린 같은 부엌을 쓰는 동료잖아."

미래가 웃었다. 그 웃음은 순수했다. 정말로 순수했다. 하린은 그 순수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지금에야 알 것 같았다.

"미래."

"응?"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잃어간다면?"

미래가 손을 멈추고 하린을 바라봤다.

"왜 그런 말을 갑자기?"

"그냥… 궁금해서."

하린의 목소리는 작았다.

미래는 잠시 생각했다. 그 생각하는 표정은 진지했다.

"누구든 뭔가를 잃으면서 살아가는 거 아니야? 어릴 땐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그 과정에서 어린 날의 순수함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자기 시간을 잃고…"

미래가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그래도 남는 게 있으면 그걸로 살아가는 거지. 뭐… 사랑이라든지."

하린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자신의 상황과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지 느꼈다. 자신은 이미 어머니의 얼굴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도, 가문의 명예도, 자신이 원래 원했던 모든 것들이 흐릿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라윤이었다.

하린은 죽을 한 그릇에 담았다. 흰 죽. 그 위에 은은하게 빛나는 소금 한 두 알.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 죽 속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잃어버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자신이 버린 가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자신이 지금 선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절망.

"가져가."

미래가 톤을 낮춰 말했다.

"그리고 하린, 제발…"

"뭐?"

"너 자신을 너무 잃지 마."

하린은 미래를 바라봤다. 미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것은 하린에 대한 진심이었다. 진정한 걱정이었다.

하린은 입을 열고 싶었다. 자신이 이미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더 이상 이하린이 아니라, 황제의 요리사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려웠다. 하린은 그대로 침묵했고, 미래의 말에 응하지 못한 채 침전으로 향했다.

"고마워, 미래."

그것이 하린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침전의 문이 열렸다. 하린은 들어갔다. 촛불이 흔들렸다. 황제는 여전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나?"

라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런데 그 차분함 아래에는 무언가가 들끓고 있었다. 갈망. 그것을 느낀 하린은 죽을 라윤 앞에 놓았다.

라윤이 일어났다. 앉았다. 죽을 바라봤다.

한 숟가락을 떠올렸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두 번째 숟가락을 먹었다.

"더해."

라윤이 말했다. 그것은 요청이 아니었다.

"예, 폐하."

하린이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하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미 그것은 사라져 있었다. 이번엔 다른 것이었다.

자신이 가문의 복권을 원했던 이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왜 자신이 황궁에 왔는지, 왜 황제에게 접근했는지, 왜 계획을 세웠는지.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남은 것은 이것뿐이었다.

라윤의 눈.

라윤의 목소리.

라윤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는 느낌.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지?"

라윤이 물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 명령 속에는 절박함이 숨어 있었다.

하린은 라윤의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 손이 자신을 잡으면 잡을수록, 자신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하린은 입을 열었다. 거부하고 싶었다. 이 손을 놓아달라고, 자신을 풀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것은 다른 말이었다.

"네, 폐하."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하린은 자신이 선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선택하지 않았다. 거부하지 않았다.

침전의 촛불이 또 다시 흔들렸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하린은 침전을 나갔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돌아갈 부엌도, 돌아갈 자신도 더 이상 없었다. 있었던 것은 황제를 위해 내일도 같은 죽을 끓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부엌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려 했다. 하지만 거울 속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아무도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마치 자신의 얼굴이 점점 투명해져 가는 것처럼.

하린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름을 공중에 그으려 했다. 'ㅇ'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멈추었다. 다음 글자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글자를 쓸 힘이 없었다. 손가락이 자꾸 떨렸다.

그 순간, 하린은 깨달았다.

자신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선택이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온 그 깨달음 속에서, 이하린이라는 이름은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도, 손가락으로 쓸 수 있는 자신의 이름도, 모두 사라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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