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서울 중앙 지점의 회수팀

1095일.

손가락이 떨렸다.

강현은 타임칩을 내려다봤다. 액정 화면의 숫자가 초 단위로 깎여나가고 있었다. 1095일 23시간 59분 58초. 1095일 23시간 59분 57초. 검은 손목밴드 위에서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희미하게 빛났다.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신경이 손끝에 모여드는 느낌. 황금색 빛이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갔다.

'골든핑거.'

시간 흔적 추적. 강현만이 가진 능력. 그리고 그 능력을 쓸 때마다 자신의 시간이 깎여나갔다.

강현은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40층 회의실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

"강현."

임도영의 목소리가 테이블을 가로질렀다. 크로노스 그룹 서울 지부장. 그의 손가락이 태블릿을 두드렸고, 다섯 개의 파일이 화면에 떠올랐다.

"마지막 다섯 건이다."

임도영이 계속했다. "모두 100년 이상의 대규모 채무다. 미납 기간은 최소 3년 이상."

강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눈은 자신의 타임칩을 보고 있었다.

"당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수락합니다."

강현이 대답했다.

"좋다. 서태환이 지원 정보를 넘길 것이다."

---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태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수팀 부팀장. 강현과 함께 일한 지 7년.

서태환이 태블릿을 건넸다. 이준호의 전체 정보가 담겨 있었다. 신용 기록, 거주 기록, 직업 이력, 가족 관계도. 모든 것이 정렬되어 있었다.

"이번 대상은 좀 특이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있었다.

"50년을 차용한 이유가 불명확하다. 의료비도 아니고, 사업 자금도 아니다. 단순히 '생활비'라고만 기록되어 있다."

강현이 화면을 넘겼다. 이준호의 거주 기록. 지난 3년간 일곱 곳을 옮겨 다녔다. 모두 시간 빈민가 지역이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서태환이 말을 멈추었다. 엘리베이터가 20층에 멈추었다가 다시 내려갔다.

"당신도 이 체계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나?"

강현이 서태환을 봤다.

"채무자들이 정말 빚을 갚지 않아서 추적당하는 걸까. 아니면 체계 자체가 그들을 갚을 수 없게 만드는 걸까."

서태환이 문장을 마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강현이 나갔다.

"업무에 집중하겠습니다."

뒤에서 서태환의 한숨이 들렸다.

---

시간 빈민가는 도시의 흉터였다.

낡은 주택가. 페인트가 벗겨진 벽. 좁은 골목. 강현이 도착했을 때 해가 지고 있었다. 주황색 해가 건물 틈사이로 내려앉으며 그림자만 더 짙게 만들었다.

강현의 손가락이 다시 빛났다. 신호를 따라가는 중. 골목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눈치챘다. 낡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강현을 바라봤다. 그들은 강현이 누구인지 알았다. 회수자. 죽음을 가져오는 자.

강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신호는 한 채의 낡은 주택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붕이 기울어져 있었고, 창문의 유리는 깨져 있었다.

강현이 문을 밀었다.

어둠 속에서 테이블 위의 편지가 보였다.

손글씨. 흔들리는 손글씨.

강현이 집었다.

"제발 딸을 한 번만 더 보게 해달라."

글자가 떨리고 있었다. 마치 손이 경련을 일으키며 쓴 듯.

"민지. 내 딸."

강현의 눈이 다음 줄을 읽어나갔다. 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손가락 끝의 황금빛이 흔들렸다.

"나는 죽을 것 같다. 빚을 갚지 못했고, 시간이 다 떨어갔다. 강현이라는 회수자가 나를 찾을 것이고, 그때가 끝이다. 하지만 딸을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딸에게 전하고 싶다."

강현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아아..."

뒤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울음소리. 아기의 울음.

강현이 몸을 날렸다.

뒤쪽 방. 어둠 속에서 아기가 울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강현은 의료 기록에서 본 그 병명을 인식했다.

이준호였다.

"딸... 민지..."

이준호의 입에서 간신히 소리가 나왔다. 눈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제발... 딸을... 찾아줄 수... 있나요?"

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타임칩이 울렸다.

시간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이준호의 생명이 다 떨어지고 있었고, 그 모든 시간이 강현의 것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강현의 호흡이 빨라졌다.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이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느낌. 타임칩의 진동이 손목을 때렸다.

1년 3개월. 987일.

강현의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다. 죄책감의 떨림. 통제할 수 없는 진동.

"제발..."

이준호의 마지막 말이었다.

강현은 깨달았다.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3년이 될 거라는 것을. 이 다섯 건을 마무리하는 동안 자신도 죽을 거라는 것을.

아기의 울음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강현이 아기에게 다가갔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신생아다. 백일을 넘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편지에 '민지'라고 쓰여 있었으니, 이것이 딸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맞지 않았다.

강현의 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이준호가 쓴 편지, 손글씨의 떨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수년간의 병마 속에서 다시 낳은 아이. 아니면 재혼?

그 생각을 멈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원인 분석이 아니었다.

아기가 울고 있었다. 밤새 울 것이다. 기저귀가 찬 상태였고, 배고픈 울음이었다.

강현은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아기를 안아본 적이 없었다. 안아볼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는 혼자였다.

강현이 아기를 들어올렸다. 어색하게. 마치 폭탄을 다루듯. 아기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강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혔다. 온기를 찾는 것처럼.

그 순간, 강현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규칙으로 무장한 냉철함 아래에 있던 것. 아기의 무게가 팔에 전해졌고, 울음이 귓가에 닿았다. 그것이 회수자의 마음을 건드렸다.

"조용히 해."

강현의 목소리가 나왔다. 명령이었다. 하지만 아기는 계속 울었다.

강현의 타임칩이 울렸다.

987일에서 986일로 내려갔다. 1초마다 시간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강현이 몸을 날렸다. 손에는 여전히 아기가 들려 있었다. 현관에 여자가 서 있었다.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까만 머리, 까만 눈. 이준호의 얼굴을 반반 닮은 얼굴.

"아버지!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여자가 말을 멈췄다. 강현을 봤다. 낯선 남자. 자신의 아버지 품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낯선 남자.

"누구세요?"

"민지인가."

강현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쳤다. 민지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 같았다.

"네?"

민지가 한 발 물러섰다. 강현을 경계하고 있었다.

"당신 아버지. 이준호. 빚을 갚지 못했다."

강현이 말했다. 감정을 싣지 않은 음성. 하지만 문장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빚이 있었나요?"

민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50년. 3년을 미납했다."

강현이 말했다.

"그리고 방금 그 시간이 회수되었다."

민지의 눈이 커졌다. 그제야 이해한 것 같았다. 방 안의 침대. 아버지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아버지..."

민지가 비틀거렸다. 강현이 한 팔로 그녀를 받쳐줬다. 아기는 여전히 자신의 팔 안에 있었다.

"아버지!"

민지가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이준호의 시신을 봤을 때의 울음. 그것은 단순한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너짐이었다.

강현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기를 안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타임칩이 울렸다.

986일.

985일.

시간이 계속 깎여나가고 있었다.

"왜... 왜 아버지를..."

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회수자는 설명하지 않는다. 회수자는 회수할 뿐이다.

하지만 강현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쳤다. 강현의 팔 안에서. 마치 아버지의 죽음을 감지한 것처럼.

"제 아버지가... 당신 때문에?"

민지가 강현을 바라봤다. 눈빛이 변해 있었다. 충격에서 분노로.

강현은 민지의 눈을 마주쳤다가 피했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목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삼키려는 듯.

"당신이... 회수자?"

민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현은 한 손으로 자신의 타임칩을 들어올렸다. 팔찌 형태의 검은 기계. 그 위에는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985일.

"아버지는 빚을 졌다."

강현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이전처럼 명확하지 않았다. 톤이 흔들렸다.

"빚은 반드시 회수된다."

"반드시?"

민지가 비명을 질렀다.

"규칙이라고? 우리 아버지는 아팠어요! 몸이 안 움직였어요! 그런데 계속 일을 해야 했고, 계속 빚이 늘어났어요! 그게 규칙이면, 규칙이 잘못된 거예요!"

강현의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다. 신체 언어가 먼저 반응했다. 손가락 끝의 황금빛이 불규칙하게 깜박였다. 그의 눈이 민지를 피했다. 아래로 내려갔다.

"아버지는 날 사랑했어요. 이 아기를 사랑했어요. 그런데 왜..."

민지의 목소리가 끊겼다.

강현의 목이 움직였다. 침을 삼키는 소리. 그의 입술이 떨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췄다. 다시 말하려다 멈췄다. 마치 규칙과 인간 사이에서 찢어지는 듯.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든..."

강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음성은 약했다. 명령이 아니라 변명처럼 들렸다.

"...빚은 회수된다."

문장이 끝났지만, 강현의 입술은 계속 움직였다. 말하고 싶은 것들이 목구멍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을 밀어 내렸다. 규칙 뒤로.

"그리고 당신도 알아야 한다. 이제 당신은 혼자다."

강현이 아기를 민지에게 넘겼다. 아기는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아니, 누나의 품에 안겼다.

"기장 지구 보육원. 내일 아침 데려가."

"당신이 뭐래..."

"규칙이다."

강현이 돌아섰다. 하지만 발걸음이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아기를 안았던 팔이 무거웠다. 그 무게가 계속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비는?"

민지가 물었다.

강현이 몸을 굳혔다. 등을 돌린 채로. 그 질문이 그의 등을 관통했다.

"50년의 빚. 회수되었다. 남은 자산은 없다."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것은 강현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회수자의 목소리. 규칙의 목소리.

"그럼... 아버지 장례는?"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문을 나갔을 때, 민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기의 울음도 다시 시작되었다.

강현의 타임칩이 울렸다.

985일.

그는 골목을 걸었다. 낡은 주택가를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그를 바라봤다. 회수자. 죽음을 가져오는 자.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번엔 공포의 떨림.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공포.

---

서울 중앙 지점의 회수팀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는 밤 11시였다.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강현은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았다. 타임칩을 벗고 테이블 위에 놨다.

985일.

정확히 2년 8개월 15일.

3년에서 2년 8개월 15일로.

한 건의 임무로 2개월 이상이 날아갔다.

"혼자인가?"

목소리가 들렸다.

강현이 고개를 들었다. 서태환이었다.

"결과는?"

서태환이 물었다.

"회수 완료. 이준호, 50년 전액 회수."

강현이 말했다.

서태환이 강현의 타임칩을 봤다. 985일. 그는 무언가를 이해한 것 같았다.

"죽음의 시간인가."

서태환이 말했다.

"그렇다."

강현이 대답했다.

서태환이 책상 옆에 앉았다.

"당신도 이 체계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나?"

서태환이 물었다. 이미 한 번 던진 질문.

이번에도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태환은 계속했다.

"이준호는 왜 빚을 졌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강현이 말했다.

"중요하지 않다고? 당신이 회수한 50년. 그 50년이 어디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나?"

강현이 서태환을 바라봤다.

"생존. 의료비. 딸의 양육비. 모든 게 빚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빚을 회수하는 자다."

서태환이 말했다.

"규칙이다."

강현이 반박했다.

"그렇다. 규칙이다. 하지만 규칙을 만든 자는 누구인가?"

서태환이 물었다.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크로노스 그룹. 임도영. 그들이 이 체계를 만들었고, 이 체계로 돈을 번다. 당신이 회수할 때마다, 그들은 더 부자가 된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강현이 말했다.

"정말 그런가?"

서태환이 강현의 타임칩을 다시 봤다. 985일.

"당신도 이 체계의 일부다. 당신도 죽어가고 있다."

서태환이 일어섰다.

"임도영이 당신을 부르고 싶어 할 거다. 결과 보고를 위해서."

서태환이 나갔다.

강현은 혼자 남겨졌다. 사무실의 형광등 아래서. 자신의 타임칩을 바라보며.

985일.

그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이번엔 더 크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

임도영의 사무실은 40층에 있었다. 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불빛의 도시. 시간이 거래되는 도시.

임도영은 창가에 서 있었다. 강현이 들어갔을 때도 돌아보지 않았다.

"첫 번째 임무를 마쳤군요."

임도영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강현이 대답했다.

"이준호. 불쌍한 남자였어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의료비만 해도 연 5,000만 원대였죠."

임도영이 말했다.

"그는 빚을 졌습니다."

강현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빚을 졌어요. 그리고 당신이 그 빚을 회수했다."

임도영이 돌아섰다. 그의 눈이 강현을 바라봤다.

"당신의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아세요?"

"985일입니다."

강현이 대답했다.

"985일. 정확하군요. 정확히 2년 8개월 15일. 3년 중 2개월 15일을 단 하나의 임무로 소모했다."

임도영이 말했다.

"규칙입니다."

강현이 말했다.

"규칙이지만, 효율적이지 못하죠. 남은 4건의 임무를 985일 안에 완료해야 한다. 평균 246일 per task. 6개월 남짓."

임도영이 강현에게 가까워졌다.

"혹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강현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당신은 최고의 회수자니까요."

임도영이 말했다. 그리고 추가했다.

"그런데 하나 더."

"무엇입니까?"

"당신의 죄를 아는 것은 나뿐입니다."

임도영이 말했다.

강현의 몸이 굳었다.

"3년 전 그 사건. 무고한 대학생의 30년. 공식 기록에는 '업무 중 발생한 사건'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당신의 실수였죠."

임도영이 강현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당신은 그 죄를 갚기 위해, 매달 시간을 갚아왔다. 3년 동안.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죄책감으로 떨고 있다."

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불안한가? 그 죄가 드러날까봐?"

임도영이 물었다.

"아닙니다."

강현이 대답했다.

"정말 그런가? 당신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는데요."

임도영이 강현의 손을 봤다.

강현은 주먹을 쥐었다.

"나는 당신의 죄를 알고 있고,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다. 이 관계가 계속되는 한, 당신은 자유롭지 못하다."

임도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남은 4건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치면, 나는 그 죄를 영원히 비밀로 두겠다."

"조건을 명시하십시오."

강현이 물었다.

"조건? 당신이 남은 4건을 완료하고, 내가 당신의 죄를 비밀로 유지한다. 그것뿐이다."

임도영이 웃었다. 하지만 웃음은 따뜻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이 거부할 수 없는 이유도 이미 알고 있겠지."

임도영이 책상 서랍을 열었다. 파일 한 장이 나왔다. 사진들. 현장 사진. 강현이 회수한 그 대학생의 시신 사진.

"나는 당신의 죄를 폭로할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사진들, 의료 기록, 당신의 타임칩 기록. 모두 말해준다. 당신이 그 대학생을 죽였다는 것을."

임도영이 사진을 강현 앞에 펼쳤다.

"이것이 드러나면, 당신은 회수자가 아니라 살인자가 된다. 법정에 서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남은 시간은 모두 형벌로 깎여나간다."

강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임도영의 말이 정확했다.

"규칙을 따르세요, 강현. 당신이 이미 하고 있듯이. 남은 4건을 완료하면, 이 모든 것은 사라진다. 증거도, 죄책감도."

임도영이 사진을 다시 서랍에 집어넣었다.

강현의 입이 움직였다. 거부하려다 멈췄다. 도망치려다 멈췄다. 선택지가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택지는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계속 떨렸다.

"수락합니다."

강현이 말했다.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임도영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임무를 준비하세요."

강현이 사무실을 나갔다. 40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며, 강현의 손가락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985일.

2년 8개월 15일.

그리고 네 건의 임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현의 타임칩이 울렸다.

두 번째 채무자의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박수진. 40대 여성. 빌린 30년. 미납 2년.

남은 시간: 1년 6개월.

강현의 손가락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무언가가 그 빛 속에 섞여 있었다. 추적의 신호. 그리고 그 신호 너머의 또 다른 삶. 또 다른 죽음.

강현은 그 신호를 따라가야 했다. 선택의 여지 없이.

민지와 그 아기가 보육원에 가면, 자신이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도 이 체계에 빨려들어갈까. 아니면 자신이 그들을 다시 빨려들이게 될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강현은 엘리베이터를 나갔다. 밤거리로.

회수자는 회수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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