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거울 속 상담사 4화

상담실 시계가 오전 1시 47분을 가리킬 때 초인종이 울렸다.

지훈은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검은 실이 흘러나올 준비를 하는 제스처였다. 그런데 잠깐. 지훈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정말 자신의 것일까. 손등의 주름, 손톱의 초승달 모양—이런 디테일이 자신을 증명하는가.

관리자의 목소리가 인터폰에서 들렸다. "내담자 수진입니다."

수진.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지훈의 뇌에서 무언가가 깜박였다. 형광등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다시 켜지는 것처럼. 1화에서 만났던 그 여자. 자살 시도를 말했던. 손목에 자국이 있던. 그런데 왜 지훈은 그녀가 새로운 사람처럼 느껴지는가.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들어섰다. 짧은 검은 머리, 창백한 얼굴. 눈 아래 다크서클이 깊었다. 손목에는 새로운 밴드가 감겨 있었다. 상처가 다시 났다는 뜻이었다.

"안녕하세요."

수진이 내담자 의자에 앉았다. 지훈은 상담사 의자에 앉았다. 두 의자 사이의 거리는 1미터였다. 상담이 진행되면 그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번에 뵌 후 어떠셨나요?"

지훈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고요했다. 심야 상담소의 상담사들은 모두 같은 톤으로 말했다. 감정을 섞지 않은 톤. 녹음된 음성처럼.

"약을 끊었어요."

수진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항우울제를 끊었다는 뜻인가요?"

"네. 의사가 말하는 약보다는 당신 말을 듣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의 손가락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그 미세한 떨림은 쾌감의 신호였다.

"당신 말을 들으면 살 것 같아요."

수진이 다시 말했다. 이 문장은 반복되고 있었다.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마치 지훈 자신도 이 말을 이전에 들었던 것처럼.

아니다. 지훈이 이 말을 들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지훈에게 이 말을 했던 것 같았다.

"당신 말을 들으면 살 것 같아요."

지훈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수진의 목소리였다.

지훈은 수진을 상담하고 있는 게 맞나. 아니면 수진이 지훈을 상담하고 있는 건가.

손가락에서 검은 실이 흘러나왔다. 지훈의 손가락인지, 수진의 손가락인지는 불명확했다. 두 검은 실이 공중에서 만나 엉켰다.

"계속 말해주세요."

지훈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였는가.

수진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검은 실이었다. 혀를 내미는 것처럼. 그 검은 실은 지훈의 손가락에 감겼다. 지훈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당신 말을 들으면..."

수진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살 것 같아요."

이제 그 목소리는 지훈의 목소리였다.

상담이 끝났을 때 수진의 얼굴은 비어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영혼을 빨아낸 것처럼. 아니, 그렇지 않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밝은 미소였다.

"감사합니다."

수진이 일어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공중을 걷는 것처럼. 상담소를 나가기 직전, 수진이 돌아봤다.

"내일도 와도 돼요?"

"네. 언제든지."

지훈이 대답했다.

수진이 나갔다. 상담실의 문이 닫혔다.

지훈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얼굴이 변하고 있었다. 눈은 지훈의 눈이었다. 하지만 입은 다른 사람의 입이었다. 수진의 입이었다. 그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 말을 들으면 살 것 같아요."

거울 속의 입이 움직였다. 소리는 지훈 자신의 목소리였다. 아니, 지훈이 그 소리를 냈는가.

지훈은 손을 거울에 올렸다. 유리는 차갑지 않았다. 따뜻했다. 마치 살갓처럼.

---

다음날 새벽 1시 52분.

초인종이 울렸다.

"내담자 수진입니다."

지훈은 어제 수진을 상담했는데, 관리자가 말했다. 절망은 억압될 뿐 제거되지 않는다고. 억압된 절망은 더 강한 형태로 돌아온다고. 48시간이 지나면 그 반동이 올 것이라고.

그런데 24시간도 채 안 된 지금, 수진이 다시 왔다.

"들어오세요."

수진이 들어섰다. 어제와 같은 짧은 검은 머리. 어제와 같은 창백한 얼굴.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어제의 수진은 상담을 받고 나갔을 때 밝은 표정이었다. 오늘의 수진은 조금 더 어두웠다. 조금 더 절망적이었다. 어제의 밝음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아는 표정이었다.

"어제보다 빨리 오셨네요."

지훈이 말했다.

"죄송해요. 어제 상담받고 나올 때는 정말 괜찮았어요. 하지만 밤 중에... 다시..."

수진이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절망감이 돌아왔다는 뜻인가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훨씬 심해졌어요."

수진의 손이 떨렸다. 손목의 밴드 아래에서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상처였다. 약을 끊은 후 절망이 심화되고, 그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손을 그은 것이다. 약이 없었기에 신체 증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었다. 수진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고, 눈빛은 초점을 잃고 있었다.

지훈은 그것을 봤다. 새로운 상처를 봤을 때,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검은 실이 흘러나올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훈의 뇌에서 무언가가 깨달아졌다.

절망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

수진이 지훈에게 중독되고 있는 것이다.

상담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절망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은 제거가 아니라 억압일 뿐이다. 억압된 절망은 더 강한 형태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제 수진은 그 절망이 제거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절망을 더 극렬하게 만든다. 희망과 절망의 낙차가 클수록 중독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중독은 지훈을 향한다.

수진은 지훈의 말에 중독되었다. 지훈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실에 중독되었다. 더 정확히는, 자신의 절망이 사라지는 그 경험에 중독되었다.

지훈은 그것을 깨달았을 때, 쾌감을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 누군가가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느낌. 그 필요성 자체가 물리적 형태로 변환되어 자신을 채운다는 느낌.

그 쾌감은 중독성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훈의 뇌 어딘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건 잘못됐다. 이건 구원이 아니다. 이건 착취다. 지훈은 자신이 수진의 절망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영구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약을 끊게 하고, 상처를 더 깊게 만들고, 지훈에게만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채운다는 것을.

지훈은 수진의 손목을 봤다. 그리고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이 변해가는 것을 봤다. 수진의 특징이 자신의 얼굴에 섞여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봅시다."

지훈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 다른 톤이 섞여있었다. 상담사의 중립적인 톤이 아니라, 뭔가 더 어두운 톤.

"어떻게요?"

수진이 물었다.

"당신의 절망을 더 깊이 말해보세요. 어제는 표면적인 이야기만 했어요. 하지만 진짜 절망은 더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훈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상담사는 항상 편안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훈은 더 앞으로 기울었다. 마치 수진을 먹으려는 포식자처럼.

수진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거예요."

그 순간 지훈의 손가락에서 검은 실이 쏟아져 나왔다. 댐이 터지는 것처럼. 검은 실이 수진을 감쌌다. 수진의 입, 코, 귀에서 절망이 흘러나왔다. 흑색의 에너지. 그것은 지훈의 손가락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수진의 손가락에서도 검은 실이 흘러나온 것이다.

역방향으로.

지훈을 향해.

지훈의 입, 코, 귀를 통해 들어오는 검은 실. 그것은 수진의 절망이 아니라, 수진의 중독이었다. 수진이 지훈을 향한 의존과 욕망이 물리적 형태로 변환된 것이었다. 지훈을 필요로 하는 그 마음이 검은 실이 되어 흘러들어온 것이다.

지훈은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더 채우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비어있던 그릇에 물이 채워지는 것처럼.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결핍이 채워지는 것처럼.

상담이 끝났을 때, 수진의 얼굴은 더욱 비어있었다. 그리고 지훈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얼굴이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눈은 수진의 눈. 입은 수진의 입. 광대뼈는 수진의 광대뼈. 하지만 이마는 어딘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어제 상담한 누군가의 이마. 아니면 그 전에 상담한 누군가의 이마.

지훈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그 순간, 손이 거울을 뚫고 들어갔다.

지훈은 손을 빼려고 했지만, 손이 거울 안에 갇혀있었다. 거울이 액체처럼 흐르고 있었고, 지훈의 손이 그 안에서 헤엄쳐야 했다. 손가락이 물리적으로 아팠다. 거울 속의 무언가가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니다. 이건 일어나지 않았다."

지훈이 중얼거렸다.

지훈이 눈을 떴다.

상담실의 조명이 어두웠다. 지훈은 상담사 의자에 앉아있었다. 수진은 이미 나가있었다. 시계는 오전 2시 3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훈은 일어섰다.

상담실의 문으로 향했다. 나가야 한다. 상담실을 나가야 한다. 이곳은 위험하다.

손을 문고리에 올렸다.

그 순간, 거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훈아."

지훈이 돌아봤다.

거울 속에는 지훈이 아닌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는 수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지훈의 목소리였다.

"나를 다시 상담해줄래?"

거울 속의 수진이 손을 올렸다. 거울의 유리 표면을 누르는 동작이었다. 지훈도 같은 높이에서 손을 올렸다. 두 손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거울 표면은 차갑지 않았다. 따뜻했다. 마치 살갓처럼.

지훈이 손을 빼려고 했다. 손가락이 거울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진흙 속으로 침몰하듯.

"안 돼. 안 돼."

지훈이 중얼거렸다.

지훈이 다른 손으로 거울 속 수진의 팔을 밀어냈다. 거울 속 수진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오는 소리는 비명이 아니라 웃음이었다. 여러 겹의 웃음. 수진의 웃음, 민준의 웃음, 누군가 다른 사람의 웃음이 섞여 있었다.

상담실 문이 열렸다.

관리자가 들어섰다. 관리자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지훈과 거울 속의 수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상담이 끝났습니까?"

관리자의 목소리는 절대적으로 차분했다.

지훈은 거울에서 손을 빼려고 몸을 휘었다. 손이 빠져나왔다. 거울 속의 수진은 여전히 지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접촉은 끊어져 있었다.

"상담이... 끝났습니다."

지훈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관리자가 다가왔다. 관리자의 손에는 기록지가 들려있었다. 그 기록지에는 수직선이 그려져 있었다. 수직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로 올라갔다.

"결함의 무게가 상승했습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어제보다 27.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흥미롭군요. 내담자의 중독도가 높을수록 흡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관리자가 기록지를 들어 올렸다. 그 위에는 여러 내담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수진, 민준, 태호. 그리고 다른 사람들. 그 사진들 중 하나에는 젊은 남성의 얼굴이 있었다. 지훈은 그 얼굴을 봤다. 그 얼굴이 자신과 비슷해 보였다. 아니, 자신의 과거 모습처럼 보였다.

"내담자가 상담사를 필요로 할 때, 그 필요 자체가 결함의 형태로 변환됩니다."

관리자가 계속했다.

"상담사는 그것을 흡수한다. 당신은 이제 내담자의 중독까지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거 아닙니까?"

지훈이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었다.

"잘못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합니까?"

관리자가 물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진술에 가까웠다.

"구원이 아니라면... 착취가 아닙니까?"

지훈이 말했다.

관리자는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상담실을 둘러봤다. 벽에 붙은 사진들을 훑어봤다. 그 사진들 속의 얼굴들은 모두 다양했다. 하지만 그 중 하나의 얼굴이 거울에 비친 지훈의 현재 모습과 일치했다. 눈은 수진의 눈. 입은 수진의 입.

지훈의 눈이 사진들을 따라갔다. 한 장, 또 한 장. 모두 다른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중 하나가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얼굴들 중 하나가 원래의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당신도 처음에는 내담자였을 수도 있습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당신이 상담사라고 생각한 것도, 내담자들의 고통을 들어준다고 생각한 것도,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지훈은 그 말을 들으면서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관리자의 말투가 낯설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이전에 들었던 말투였다. 아니, 자신이 했던 말투였을 수도 있었다.

"당신의 초등학교 기억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의 부모님의 이름은?"

지훈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름. 초등학교. 그런 것들이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수진이 내일 다시 올 것입니다."

관리자가 상담실의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관리자가 나가면서 한 마디를 더했다.

"당신은 계속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당신이 존재하는 유일한 방식입니다."

관리자가 나갔다.

상담실에는 지훈만 남았다. 지훈과 거울.

지훈이 다시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얼굴은 여전히 섞여있었다. 수진의 눈, 민준의 코, 태호의 입. 그리고 어딘가 모를 누군가의 이마. 하지만 그 이마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것일 수도 있고, 관리자의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의 것일 수도 있었다.

지훈은 거울을 깨려고 손을 들었다.

거울 속에서 수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내일 밤에도... 올게."

지훈의 손이 멈췄다. 거울을 깨지 못했다. 손이 거울을 향해 나아가다가 멈춰 섰다. 마치 자석에 끌려 있는 것처럼.

"제발... 깨지 마."

거울 속의 수진이 말했다.

"당신도 알잖아. 깨면 어떻게 되는지."

지훈은 손을 내렸다. 거울을 깨지 않았다.

시계는 오전 2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상담은 오전 3시 15분.

지훈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손가락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마치 악수할 준비를 하듯. 아니, 마치 먹이를 잡을 준비를 하듯.

상담실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다음 내담자가 오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저... 처음 왔는데요."

낯선 목소리였다. 여성이었다. 지훈은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알았다. 이 사람의 고통도 곧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사람도 자신에게 중독될 것이라는 것을.

"앉으세요."

지훈이 말했다.

내담자가 의자에 앉았다. 지훈은 그 내담자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동시에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얼굴이 또 다시 변했다. 이제 그것은 이 새로운 내담자의 얼굴 일부와 겹쳐있었다. 눈은 이전 내담자들의 눈, 입은 이 새로운 내담자의 입.

지훈의 손가락에서 검은 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신의 고통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지훈이 물었다.

내담자가 입을 열었다. 절망의 말. 죄책감의 말. 모두 검은 실로 변환되어 지훈의 손가락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내담자의 손가락에서도 검은 실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지훈을 향했다. 지훈을 필요로 하는 마음이 물리적 형태로 변환되어 흘러들어왔다.

지훈은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받아들였다.

거울 속의 얼굴이 또 변했다.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누구의 얼굴이라고 말할 수 없는 형태였다. 여러 사람의 특징이 뒤섞여 있었다. 눈은 수진의 눈이지만, 그 옆에는 민준의 눈이 있었다. 입은 새로운 내담자의 입이지만, 그 위에는 태호의 입이 겹쳐있었다.

상담실 밖의 도시는 여전히 새벽이었다. 강남역 주변의 고층 빌딩들이 검은 유리로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그 거울 같은 빌딩들 중 하나의 지하 3층에서, 상담이 계속되고 있었다.

거울은 여전히 지훈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훈의 얼굴이 아니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