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거울의 상담사

거울이 깨지기 직전의 신음음처럼 울었다.

지훈은 상담실의 거울 앞에 선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피부는 따뜻했다. 살아 있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거울 속 얼굴은 차갑게 웃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웃음이 아니었다.

지훈의 입술은 다물려 있었는데, 거울 속 입술은 벌어져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눈도 낯설었다. 자신의 눈은 이렇게 검지 않았다. 이 눈들은 텅 빈 검은 구멍처럼,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눈을 억지로 자신의 얼굴에 박아 넣은 것처럼 보였다.

"뭐하는 거야."

지훈이 거울을 향해 말했다. 거울 속 입술이 움직였다. 그의 입술과 정확히 같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0.3초쯤 늦게.

손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손을 들 때마다 거울 속 손이 따라 오지 않았다. 거울 속 손은 이미 들려 있었고, 자신의 손이 내려갈 때 거울 속 손은 천천히 내려갔다.

거울 속의 얼굴이 다시 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더 넓게.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질 듯 벌어졌다. 그리고 그 얼굴이 천천히 손을 올렸다. 거울을 밀어내려는 듯이.

지훈은 본능적으로 물러섰다. 거울이 울음을 내며 흔들렸다. 손을 짚고 있던 거울의 테두리가 벽에서 떨어지려 했다. 지훈은 거울을 붙잡았다. 차가운 유리가 손에 닿았다. 그 순간, 거울 속 손도 같은 위치에서 유리를 밀고 있었다.

지훈은 손을 놨다. 거울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거울 속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상담실을 나갔다.

복도는 거의 새벽 4시의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형광등이 깜박였다. 한 번, 두 번. 불규칙하게. 그 사이사이로 복도 끝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지훈은 눈을 깜박였다. 다시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발걸음을 옮겼다. 신발 밑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뒤에, 조금 더 뒤에서 다른 발걸음이 따라오는 소리가 났다. 지훈은 멈췄다. 뒤의 발걸음도 멈췄다. 다시 걸었다. 뒤의 발걸음도 따라왔다.

지훈은 돌아섰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형광등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기가 흔들려 있었다. 누군가 방금 지나간 것처럼. 지훈의 호흡이 빨라졌다.

"상담사 지훈?"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앞에서였다.

문 입구에 여자가 서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었고, 얼굴은 반쯤 그림자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눈은 명확했다. 검은 눈동자가 지훈을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그 눈은 거울 속에서 본 눈과 같았다.

"누구세요?"

지훈이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은서."

여자가 한 발 들어섰다. 형광등이 깜박거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얼굴에 감정이 없었다. 마치 조각상처럼 고정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많이 봤어요."

"같은 사람?"

"상담사.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

은서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물러섰다.

"당신은 내 상담을 받았던 사람이에요."

"뭐... 뭐라고?"

지훈이 물었다. 은서는 지훈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상담실 쪽으로 향했다. 지훈의 다리가 움직였다. 왜 따라가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리가 움직였다. 자신이 움직인 건지, 누군가 다른 누가 그의 다리를 움직인 건지 구분되지 않았다.

상담실 문이 열렸다. 은서가 들어갔다. 지훈도 들어갔다.

상담실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명이 꺼져 있었다.

"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은서가 말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만 명확했다.

"당신은 지금 상담을 받고 있어요. 내 상담을. 다시."

"상담을? 나는 상담사예요."

지훈이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은 내담자였어요. 그 다음 상담사가 되었고, 이제 다시 내담자가 되고 있어요."

어둠 속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검은 실이 흘러나왔다. 은서의 손가락에서. 그 검은 실이 지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지훈은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옆의 의자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다리가 움직였다. 지훈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이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검은 실이 지훈의 목을 감싸기 시작했다. 차갑고 끈기 있는 감촉이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당신의 결함을 다시 돌려받겠습니다."

은서가 말했다. 그리고 지훈의 입에서 검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기억이었다. 자신의 기억이 빨려 나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지훈이다. 아니다. 그건 지훈이 아니다. 그 얼굴은 어딘가에서 본 얼굴이다. 상담을 받았던 누군가의 얼굴이다.

학원 복도. 누군가 지훈의 어깨를 밀고 있다. "너 왜 자꾸 내 물건을 건드려?" 그 목소리는 지훈의 목소리가 아니다.

밤거리. 혼자 앉아 있는 지훈. 아니다. 그건 지훈이 아니라 민준이다. 하지만 지훈의 기억이다. 왜 민준의 기억이 자신의 기억으로 섞여 있는가.

지훈이 눈을 떴다.

상담실의 조명이 켜져 있었다. 은서는 사라져 있었다. 지훈은 상담사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 맞은편에는 울고 있는 내담자가 앉아 있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였다.

지훈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이 자신의 손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손가락에서 검은 실이 흘러나왔다.

"계속하겠습니다."

지훈이 말했다. 목소리가 이상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로. 아니, 여러 목소리가 겹쳐 있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목소리. 그 검은 실이 내담자를 감싸며 빨아들였다. 내담자의 울음이 멈췄다. 얼굴이 공허해졌다. 하지만 그 공허함은 완전한 해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무언가로 채워지는 과정일 뿐이었다.

상담이 끝났다.

내담자가 일어섰다. 지훈도 일어났다. 자신의 다리가 움직인 건지 누군가 다른 사람의 다리가 움직인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리가 움직였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복도의 거울 앞에 섰다. 반사면에 비친 얼굴을 봤다. 그것은 지훈의 얼굴이 아니었다. 광대뼈가 더 높았고, 눈빛이 다르고, 입술의 모양이 생소했다. 손을 올려 얼굴을 만졌다. 피부는 자신의 피부였다. 따뜻했고, 익숙한 질감이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얼굴은 계속 낯선 표정을 유지했다.

손이 떨렸다.

벽의 사진들 앞에 섰다. 상담사 지훈. 그 이전의 상담사들. 그 이전의 상담사들. 모두 다른 얼굴이었다. 하지만 모두 같은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거울 같은 눈.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의 눈.

호흡이 빨라졌다.

사진 속의 한 명—두 번째 상담사라고 쓰여 있던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그 얼굴이 자신이 거울에서 본 얼굴 중 하나와 일치했다. 세 번째 사진. 네 번째 사진. 다섯 번째 사진.

그 얼굴들이 모두 거울에서 본 자신의 얼굴이었다.

벽에 손을 짚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했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누구인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관리자의 사무실로 향했다. 철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관리자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종이 위에 숫자들이 가득했다.

관리자가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필요하신가요?"

차분한 목소리였다. 마치 지훈의 공포를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거울이... 이상합니다."

지훈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여러 목소리가 겹쳐 있는 것 같았다.

"거울이 이상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제 얼굴이... 자꾸 바뀝니다."

"그렇군요."

관리자가 책에 뭔가를 적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당신이 흡수하는 것들에 말입니다. 결함. 트라우마. 기억. 정체성. 이 모든 것들이 당신 안에 쌓이고 있습니다. 거울은 단지 그것을 반영하고 있을 뿐입니다."

관리자가 고개를 들고 지훈을 바라봤다.

"흡수할수록 당신은 변합니다. 모든 상담사가 거쳐가는 길입니다."

"모든 상담사가?"

"벽의 사진들을 보셨나요? 그들도 모두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처음엔 자신의 얼굴이 보이고, 그 다음엔 내담자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다음엔 더 이상 얼굴이 아닌 것들이 보이죠."

"그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관리자가 웃음을 흘렸다. 아주 짧은 웃음이었다.

"당신도 처음엔 우리의 손님이셨죠."

지훈이 관리자를 바라봤다. 그 말의 의미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역할이 끝나면... 다시 시작됩니다. 그들의 결함이 새로운 상담사에게 흡수되기 위해. 그리고 그 상담사도 언젠가는 내담자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상담사가 되는 식으로."

지훈의 손가락이 떨렸다. 검은 실이 흘러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는데.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말하지 않았는데.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관리자가 시계를 봤다.

"새로운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당신이 꼭 만나야 할 사람입니다."

지훈이 상담실로 향했다. 복도의 거울에 자신이 비쳤다. 거울 속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그것은 지훈의 웃음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웃음이었다. 거울 속의 얼굴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훈은 움직이지 않았는데. 거울 속의 얼굴만 고개를 돌렸다. 옆을 바라봤다. 지훈을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상담사님."

거울 속의 얼굴이 입을 열었다. 지훈의 입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거울 속의 얼굴이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지훈이 거울에서 눈을 떼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상담실의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 앉아 있던 사람은 자신이었다. 아니,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기도 했다. 그 사람의 얼굴이 거울에서 본 얼굴들 중 가장 낯설면서도 가장 익숙한 얼굴이었다.

"드디어 만났네요."

그 사람이 말했다. 지훈이 아는 목소리도 아니고, 모르는 목소리도 아닌, 어딘가에서 들었던 목소리였다.

"당신의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지훈은 의자에 앉았다. 상대방도 앉았다. 아니, 이미 앉아 있었다. 지훈이 앉은 순간부터 그들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상담실의 문이 닫혔다.

외부의 소리가 모두 차단되었다. 오직 두 사람의 호흡만 남았다. 그것도 점점 일치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호흡으로. 두 개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의 호흡으로.

지훈의 손가락에서 검은 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상대방의 손가락에서도 검은 실이 흘러나왔다. 두 실이 공중에서 만나 얽혔다. 누가 흡수하고 누가 흡수되는지 알 수 없게.

상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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