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벽 4시 47분

응급실 침상 7번. 심정지 상태의 환자 앞에서 이준호는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다. 심폐소생술 18분. 심장 모니터는 여전히 평탄한 직선을 긋고 있었다.

박영준 과장이 시간을 재고 있었다. 10초마다 그의 눈이 준호에게로 향했다. 준호는 압박의 리듬을 멈추지 않았다. 가슴팍이 철렁 내려앉는 감각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금빛이 없었다.

준호의 손 동작이 0.3초 정도 끊겼다. 충분히 눈에 띌 정도의 시간이었다. 박영준이 고개를 들었다. 장수연 간호사의 눈빛이 변했다. 심전도는 여전히 평탄했고, 환자의 동공은 확대되어 있었다.

준호는 다시 압박을 시작했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30초 더." 박영준의 목소리가 응급실에 퍼졌다.

준호는 압박을 계속했다. 이번엔 나타날 거야. 항상 그랬잖아. 금빛이 터져나오고 시간이 역행하고 환자가 살아난다. 내가 만드는 기적.

하지만 금빛은 오지 않았다.

박영준이 손을 들었다. "사망 판정 시각 04시 58분."

준호의 압박이 멈췄다. 손가락이 환자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뭔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준호의 내부에서 났다. 아주 작지만, 명확한 음성이었다.

"죄송합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준호 자신의 목소리였다.

간호사들이 환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트를 덮었다. 침상 번호를 지웠다. 모든 절차가 준호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1화에서 경험했던 무력감이 돌아왔다. 아니, 그보다 훨씬 심했다. 그때는 모르는 상태에서의 무력감이었다. 지금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사라지는 무력감이었다.

준호는 침상 7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레지던트." 박영준이 불렀다. "휴게실로 와."

---

휴게실은 응급실 북쪽 끝, 창문 하나가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박영준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준호는 서 있었다.

"뉴스레터 봤어?" 박영준이 물었다.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응급의학과 신성, 이준호 레지던트.' 제목이 어때?"

"감사합니다."

"지난 3주간 중증 환자 12명 중 11명 생존. 생존율 91.7퍼센트. 업계 평균이 65퍼센트라는 걸 알지?" 박영준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건 기적이야. 진짜 기적."

준호의 입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금빛이 없는 환자의 시신이 자꾸만 떠올랐다.

"뭔가 말이 있어?"

"침상 7번 환자는..." 준호가 말을 멈췄다. "왜 능력이 작동하지 않았을까요?"

박영준의 얼굴이 굳었다. "능력이?"

"제가... 실패했습니다."

박영준은 한 10초간 준호를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실망, 의심,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안도감까지.

"실패는 없어." 박영준이 일어났다. "의료는 결과가 전부야. 11명 살았고, 1명 못 살렸다. 평균적으로는 뭔가?"

"초과달성입니다만..."

"그래. 초과달성이야. 이제 병원 홍보팀에서 너한테 인터뷰 요청이 쏟아질 거다. 마음의 준비를 해. 너는 우리 병원의 얼굴이 될 거니까."

박영준이 문을 열고 나갔다. 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휴게실의 불빛은 형광등이었고, 그 아래서 준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박영준의 말을 이해했다. 결과가 전부라는 말. 11명이 살았다는 사실. 하지만 그 말 속에서 준호가 느낀 것은 다른 것이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논리. 죽음을 통계로 묻어버리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박영준의 목소리.

준호는 책상 위의 차트를 집어 들었다. 침상 7번 환자의 기록이었다. 입원 시간, 증상, 검사 결과, 사망 시각.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어 있었다. 준호는 한 줄 한 줄을 읽었다.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차트를 덮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

오후 1시 42분. 응급실 당직 교대 시간.

김수진이 준호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태블릿을 들고 있었고, 준호의 모든 진단을 기록하고 있었다. 심전도 판독, 혈액 검사 해석, 영상 의학 평가. 준호가 내린 모든 판단이 그녀의 화면에 남겨졌다.

"선생님, 이 환자 ST 간격이 2밀리볼트인데 어떻게 판단하세요?" 김수진이 물었다.

준호는 심전도를 봤다. 뚜렷한 ST 상승. 전형적인 전벽 심근경색. 하지만 그의 뇌 어딘가에서 신호가 왔다. 뭔가 이상해. 이건 너무 깔끔하게 떨어지는 패턴이야.

"CT 찍어. 폐색전 감별해야 해."

"어? 그런데 ST 상승이 명확한데요?"

"그래서 더 의심해야지. 너무 깔끔하면 함정이 있다고 생각해."

CT 결과가 나왔다. 우측 폐동맥 완전 폐색. ST 상승은 우심실 경색으로 인한 이차 변화였다. 심근경색이 아닌 폐색전이었다.

김수진의 눈이 반짝였다. "와... 어떻게 알았어요?"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다음 환자를 봤다.

그 순간, 김수진의 표정이 변했다. 태블릿 화면에 준호의 진단 기록이 쌓여 있었다. 폐색전. 심근경색. 대동맥박리. 뇌졸중. 모두 정확했다.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김수진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의료진들도 놓치는 진단을 이 레지던트는 어떻게 매번 맞추는 걸까?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정확도다. 3주간 12명 중 11명 생존. 그리고 모든 진단이 정확하다.

뭔가 이상한 패턴이 있다.

김수진은 태블릿에 메모를 남겼다. 준호의 진단 시간, 환자의 증상, 검사 결과. 모든 데이터를 기록했다.

오후 3시 15분. 응급실은 피크 시간대에 접어들었다. 침상 48개가 모두 찼다. 대기 환자는 47명. 응급차 사이렌이 끊이지 않았다. 준호는 계속 움직였다.

침상 12번: 흉통 환자. 심전도 정상. 하지만 준호는 관상동맥 박리를 의심했다. 관상동맥 CT를 지시했다. 결과: 우측 관상동맥 박리. 응급 카테터 시술. 환자 생존.

준호의 손가락이 떨렸다. 관자놀이의 혈관이 두드러졌다.

침상 24번: 복부통 환자. 일반 복부 촬영에서는 이상 없음. 준호는 장간막 허혈을 의심했다. CT 혈관 조영. 결과: 상장간막동맥 혈전증. 응급 혈전제거술. 환자 생존.

준호의 호흡이 얕아졌다. 이마의 땀이 식지 않았다. 눈가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침상 31번: 두통 환자. 혈압 상승. 준호는 뇌출혈을 의심했다. 뇌 CT. 결과: 뇌실질내 출혈. 응급 신경외과 개입. 환자 생존.

준호의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릿해졌다.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장수연 간호사가 준호를 붙잡았다. "당신 따라와."

그녀는 준호를 응급실 구석, 물품 보관실로 끌고 갔다. 형광등 아래에서 준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어제 당신이 이 모습이었어?"

"네?"

"피부. 주름. 눈가." 장수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24시간 사이에 이렇게 변했어? 당신 몇 살이야? 지금?"

"32살입니다."

"거짓말하지 마. 거울 봤어?" 장수연이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화면을 켰다. 준호에게 보였다.

화면 속의 얼굴은 준호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준호의 얼굴이었지만 준호의 얼굴이 아니었다. 눈 주위는 깊은 주름으로 가득했다. 관자놀이는 움푹 들어갔다. 피부는 건조했고, 입술은 창백했다. 머리카락에는 흰 줄이 여러 가닥 보였다.

준호는 화면을 봤다. 그리고 돌려받았다.

"당신 이대로는 안 돼. 사람은 한계가 있어. 아무리 좋은 의사라도, 아무리 정확한 진단이라도,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제한돼 있어. 그걸 받아들일 수 없으면 번아웃된다." 장수연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다만 현실적이었다. "당신 봤어? 침상 7번?"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환자는 뇌사 상태였어. 뇌줄기 반사가 없었어. 의학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였어. 당신이 뭘 해도, 뭘 할 수 있어도, 그 환자는 못 살렸어야 했어. 그게 현실이야."

"그럼 제가 무의미합니까?"

"당신이 무의미한 게 아니라, 죽음이 의미 있는 거야. 죽음은 의료진의 실패가 아니라 생명의 한계야.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가 오래 산다."

장수연은 준호를 보고 나갔다. 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물품 보관실의 선반에는 의약품이 가득했다. 준호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는 장수연의 말을 들었다. 죽음은 의료진의 실패가 아니라는 말. 생명의 한계라는 말. 하지만 준호가 느낀 것은 다른 것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 앞에서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는 깨달음.

준호는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이 더 떨렸다.

---

오후 5시 32분. 응급실 로비.

신경외과 교수 오명준이 준호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차트가 있었다.

"레지던트, 시간 있어?" 오명준이 물었다.

"네, 교수님."

"당신의 진단 프로세스가 흥미로워. 특히 신경계 판정에서 초인적인 정확성을 보이거든. 예를 들어 3일 전 경추 손상 환자, 당신은 X선 상에서 미세한 골절을 찾았어. 전문의들도 놓친 부분인데."

"경험 때문에..."

"경험이 아니라 뭔가 다른 메커니즘이 있다고 생각해. 신경생물학적으로 분석해보고 싶은데, 혈액 검사 한 번 받아줄래? 뇌척수액 샘플도."

준호의 목이 메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왜?"

"개인적 이유입니다."

오명준은 준호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당신 건강 괜찮아? 얼굴이..."

"네, 괜찮습니다."

오명준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떠나면서 준호의 얼굴을 기억하는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메모했다. 준호의 외모 변화, 거절의 이유, 그리고 그 거절 뒤에 숨겨진 뭔가.

그 순간, 응급실 반대편에서 민준영 과장이 박영준 과장에게 말하고 있었다.

"...통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차트 검토를 요청합니다."

"결과가 좋으면 뭐하냐고? 환자들이 살아났어. 그게 전부야." 박영준이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끝. 너는 너 일이나 해."

민준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돌아섰다. 그리고 준호를 봤다. 그의 눈빛은 질시로 가득했다. 그는 준호에게 다가갔다.

"레지던트, 지난 3주간 당신의 진단 기록을 검토해보고 싶은데, 차트 자료 제공해줄 수 있어?"

"네, 과장님."

"특히 침상 7번 환자.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환자인데, 그 환자에 대한 당신의 판단이 뭐였어?"

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뇌사 상태였습니다. 회생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심폐소생술을 했지?"

"네."

"왜?"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준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준호의 진단 기록이 쌓여 있었다. 그는 차트를 다시 펼쳤다. 모든 진단이 정확했다. 너무 정확했다.

---

오후 6시 48분. 응급실 입구.

카메라를 든 여자가 들어왔다. 이은지 기자였다. 그녀는 응급실 구석구석을 촬영하고 있었다. 의료진들의 움직임, 환자들의 표정, 장비들.

그리고 준호.

준호가 심정지 환자의 심전도를 읽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켰다. 정확한 진단. 완벽한 판단. 이은지의 카메라가 포착했다.

그 다음 장면. 환자가 응급 카테터실로 옮겨진다. 30분 후, 환자가 돌아온다. 안정화된 상태. 생존.

이은지는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그 순간, 준호가 고개를 들었다. 이은지와 눈이 마주쳤다. 준호의 눈은 공허했다. 이은지는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방 사라졌다. 그녀는 준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창백한 피부, 깊은 주름, 떨리는 손가락.

뭔가 이상하다.

이은지는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준호를 다시 촬영했다.

---

오후 9시 57분. 응급실 휴게실.

준호는 혼자였다. 거울 앞에 섰다.

눈가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머리카락의 흰 줄이 더 많아졌다. 관자놀이의 피부가 더 처졌다. 광대뼈가 더 두드러졌다. 얼굴은 마치 5년을 동시에 산 것 같았다.

준호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순간.

"앰뷸런스 도착. 중증 다중 사고. 응급 호출!" 무전이 울렸다.

응급실 전체가 움직였다. 침상들이 정리되었다. 의료진들이 달려왔다. 준호는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응급실로 뛰어갔다.

침상 1번, 2번, 3번이 준비되었다. 응급차의 문이 열렸다. 환자들이 들어왔다. 세 명. 모두 의식 불명. 모두 중상.

침상 1번: 뇌 손상으로 추정되는 환자. 동공 산대, 의식 없음.

침상 2번: 흉부 외상. 호흡곤란, 혈압 하강.

침상 3번: 복부 다중 손상. 복부 팽만, 혈압 위험 수준.

박영준 과장이 준호를 봤다. 모든 응급실 의료진의 눈이 준호를 향했다.

"준호. 침상 1번 담당해."

준호가 침상 1번으로 달려갔다. 환자의 동공을 봤다. 양쪽 모두 산대. 뇌줄기 반사 없음. 의식 검사: 글래스고우 혼수 척도 3. 뇌사 판정 기준을 충족하는 상태.

그것은 침상 7번과 같은 상태였다.

준호의 손이 환자의 가슴 위에 올려졌다. 심전도 리드를 붙였다.

심박동: 정상. 혈압: 정상. 호흡: 자발 호흡 있음.

환자는 임상적으로 죽어 있지 않았다.

신체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뇌는 이미 죽어 있었다.

장수연이 준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심전도를 봤다. 완벽한 리듬. 환자는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이미 죽어 있었다.

준호는 능력을 호출했다.

금빛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호출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준호의 호흡이 정지했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왜곡되었다.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다.

왜냐하면...

준호가 깨달았다.

능력은 임상적 사망 상태에만 발동한다. 하지만 뇌사는 다르다. 뇌가 죽으면서 신체는 여전히 생명 활동을 한다. 그리고 능력은 이 상태를 돌릴 수 없다.

뇌의 죽음은 돌릴 수 없다.

능력도 돌릴 수 없다.

준호는 1화에서 느꼈던 무력감을 다시 만났다. 그 무력감은 당시 자신의 능력을 모르던 상태에서의 것이었다. 지금의 무력감은 달랐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준호의 손이 떨렸다.

"죄송합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준호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침상 2번의 환자가 심정지 상태로 급격히 악화되었다. 모니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박영준이 소리쳤다. "침상 2번! 준호, 침상 2번으로!"

준호는 침상 1번의 환자를 봤다. 동공은 여전히 산대였다. 뇌는 여전히 죽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돌릴 수 없었다.

준호는 침상 2번으로 달려갔다.

침상 2번의 환자는 심정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준호의 손이 환자의 가슴을 압박했다.

그리고 금빛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 시간이 역행했다.

5분 전으로.

응급차 안에서 환자가 여전히 의식이 있었다. 호흡곤란. 혈압 하강. 그리고 준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환자의 흉부를 봐야 한다. 드레싱이 필요하다.

준호가 눈을 떴다.

응급실로 돌아왔다.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모니터에는 정상 심박동이 표시되어 있었다.

환자가 살았다.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진들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침상 1번의 환자는 여전히 뇌사 상태였다. 동공은 여전히 산대였다.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준호는 침상 1번을 봤다.

그리고 알았다.

능력은 모든 죽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어떤 죽음은 이미 시작되었고,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죽음 앞에서 준호는 무력했다.

준호의 손가락이 경련처럼 떨렸다.

모니터는 계속 울렸다.

응급실은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침상 1번의 환자는 변하지 않았다.

뇌는 이미 죽어 있었고, 능력도 그것을 돌릴 수 없었고, 준호는 그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의 진짜 한계를 느꼈다.

그 순간, 이은지 기자의 카메라 렌즈가 모든 것을 포착했다.

침상 1번의 뇌사 환자. 동공이 산대인 채로 누워 있다.

침상 2번의 살아난 환자. 정상 심박동으로 돌아온 모니터.

그 사이에서 손을 떨리며 서 있는 젊은 의사.

카메라 셔터음이 울렸다.

렌즈가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준호의 손가락에서—금빛이 흘러내렸다. 침상 2번의 환자를 감싼 금빛이 카메라 프레임에 담겼다. 시간이 역행하는 그 순간의 빛이, 그 불가능한 장면이 디지털 센서에 기록되었다.

준호의 눈이 카메라에 담겼다. 더 이상 확신으로 빛나지 않는 눈. 그 자리에는 절망만 남아 있었다.

이은지는 카메라를 내려놨다. 그리고 준호와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그녀는 뭔가를 깨달았다.

이 젊은 의사는 단순한 천재가 아니다.

뭔가 다르다.

이은지는 방금 촬영한 영상을 재생했다. 침상 1번에서 준호가 능력을 호출하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명확히 담겨 있었다. 손가락이 환자의 가슴에 닿자마자 멈추는 순간. 호흡이 정지되는 표정. 시야가 왜곡되는 눈빛. 그리고 침상 2번에서 금빛이 터져나오는 장면. 시간이 역행하는 순간. 그 빛이 카메라에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이 카메라에 담겨 있었다.

물리적 증거.

그것이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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