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새로운 시간
눈이 떠졌을 때 처음 느낀 것은 햇빛이었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아침의 금빛이 피부에 닿는 순간, 에밀리는 알았다. 이것이 다르다는 것을. 거울의 방에서 반복되던 그 암흑 속 깨어남이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아침이 왔다는 것을.
천천히 눈을 적응시킨 에밀리가 몸을 일으키려다 멈췄다. 침실이 낯설었다. 자신의 침실이 아니었다. 황금색 프레임의 대형 거울, 벽 한쪽을 차지한 서재, 창가의 깊은 쪽 소파. 모든 것이 남성의 취향으로 가득했다.
루이의 침실이었다.
"넌 깨어났어. 드디어."
목소리가 들렸을 때 에밀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대의 발치에 루이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부드럽게 비추어졌다.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 있었다. 마치 그가 며칠을 그 자리에 앉아 에밀리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난..." 에밀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울을 깼어. 모든 반복이..."
"끝났어. 이제 끝이야."
루이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에밀리는 그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의 끝까지, 손바닥의 생명선까지 모두 기억했다. 몸이 기억했다. 이 손이 자신을 몇 번이나 놓았던가. 이 손이 자신을 안아줬던가. 이 손이 자신을 구했던가.
손을 잡는 순간 에밀리는 알았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더 이상 반복의 악몽이 아니라, 정말로 현실이라는 것을.
루이의 손은 따뜻했다. 맥박이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증거. 그것만으로도 에밀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넌 어떻게 알았어?" 에밀리가 물었다. "내가 돌아올 거라는 걸?"
루이가 침대 위에 앉은 에밀리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깊었고, 오래된 슬픔과 새로운 희망이 섞여 있었다.
"거울이 나타난 순간부터 난 알았어." 루이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넌 돌아올 거라고. 왜냐하면 넌 나를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그가 에밀리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사랑은 시간을 거슬러 흐른다."
에밀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잠긴 목에서 나오는 울음은 사연이 깊었다. 모든 반복의 밤들, 모든 깨어남과 잊음의 순간들, 모든 절망과 희망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루이는 그녀를 말없이 안았다. 그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자 심장 소리가 들렸다. 살아 있는 심장.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심장이 자신을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이제 우린 현실에서 함께 살아야 해." 루이가 에밀리의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더 이상 반복은 없어. 다만 우리 둘뿐이야."
에밀리가 루이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3년간 기다렸던 시간의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입가의 주름, 눈가의 피로, 얇아진 관자놀이. 모든 것이 그가 얼마나 오래 고통 속에서 살았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에밀리가 속삭였다. "영원히."
창밖의 태양이 더욱 높이 올라왔다. 연회장이 있던 거리가 보였고, 그 너머 포도밭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새로운 날. 새로운 시간.
루이가 에밀리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에밀리는 그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가며 그들의 손은 한 번도 놓이지 않았다.
거울의 방은 예전과 달랐다.
벽면에 걸린 거울은 산산조각이었다. 하지만 파편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대신 약한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별빛처럼 부드럽게 떨리는 그 빛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나, 둘, 셋. 거울의 조각들이 흰 빛으로 변해 천장을 통과해 하늘로 날아갔다.
에밀리와 루이는 그것을 바라봤다.
"거울은 뭐였을까?" 루이가 물었다.
에밀리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확신으로 가득했다. "시험이었어. 거울은 우리에게 진정한 선택의 기회를 줬어. 복수냐, 사랑이냐. 그리고..." 그녀가 루이를 바라봤다. "난 사랑을 선택했어."
루이가 에밀리의 손을 꼭 잡았다.
마지막 거울의 조각이 하늘로 날아갔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오직 햇빛만이 벽을 비추고 있었다.
에밀리가 창가로 걸어갔다. 루이가 그녀의 뒤에서 따라왔다. 그의 팔이 에밀리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태양은 완전히 떠올랐다. 포도밭이 더욱 선명해졌다. 저택의 정원에는 아침 이슬이 남아 있었고,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새로운 날의 시작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에밀리는 몰랐다.
"우린 행복할 거야. 약속해." 루이가 속삭였다.
에밀리가 루이의 팔을 잡았다. 그의 팔은 강했다. 현실의 팔이었다.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영원히."
태양이 에밀리의 얼굴을 비추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거울 속에서 반복되던 그 검은 눈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희망의 눈물이었다. 새로운 시작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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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결혼식의 종이 울렸다.
몬포르트 저택의 대연회장은 하얀 장미로 가득했다. 귀족 사회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이 순간, 에밀리는 천천히 입장했다. 이번의 드레스는 흰색이었다. 순결과 시작을 상징하는 흰색. 1년 전의 정략결혼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루이는 제단 위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에밀리가 루이의 손을 잡았을 때, 그녀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1년 전 거울의 방에서 느꼈던 그 손의 온기와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억 속의 손이 아니라, 현실의 손이었다.
사제가 축복의 말을 읊었다. 에밀리의 귀에는 그 말들이 명확하게 들렸다. 이제 그녀는 기억을 잃을 일이 없었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었다.
"동의하십니까?"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모두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혼식이 끝났다.
하객들의 축하 속에서 에밀리와 루이는 서로를 바라봤다. 1년 전 결혼 전야의 그 자정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었다. 이제 그들 앞에는 죽음이 아니라 삶이 있었다. 함께할 수 있는 삶이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에밀리와 루이는 조용히 저택을 빠져나갔다. 하인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거울의 방으로 향하는 그 익숙한 길.
그곳의 문을 열었을 때, 에밀리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거울이 없었다.
벽에 남은 것은 텅 빈 공간뿐이었다. 에밀리가 손을 뻗어 그 자리를 만졌다. 차갑고 공허한 벽면. 거울이 있던 자리를 기억하는 손가락들이 떨렸다.
그 순간 루이가 옆에 섰다. "거울은 뭐했어?"
에밀리가 돌아봤다. 루이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눈이 벽을 더듬으며 헤맸다. 마치 처음 보는 공간인 것처럼. 마치 거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루이?"
에밀리의 목소리에 루이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뭔가 있었어?"
가슴이 철렁했다. 에밀리는 루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의 눈에는 혼란이 아니라 평온함만 있었다. 거울의 방에서 반복되던 모든 기억, 그 고통스러운 3년의 기다림이 그의 얼굴에서 사라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에밀리가 천천히 말했다.
벽의 두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한 폭은 에밀리였고, 다른 한 폭은 루이였다. 두 초상화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손을 맞잡고 있었다.
에밀리가 초상화를 만졌다. 캔버스는 차갑고 딱딱했다. 그림이었다. 그저 그림일 뿐이었다.
"이건 언제부터 있었어?" 루이가 초상화를 바라봤다.
"모르겠어." 에밀리가 대답했다. 거짓이 아니었다.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건... 우리야. 우리가 맞아."
루이가 에밀리의 손을 잡았다. "그래. 우리가 맞아. 우리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야."
에밀리는 루이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자신을 향한 깊은 사랑만 있었다. 거울의 방에서 겪었던 모든 반복, 모든 기억, 모든 고통이 그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에밀리는 기억했다. 모든 것을 기억했다.
"우린 이제 행복할 거야, 맞지?" 루이가 에밀리를 안았다.
에밀리는 루이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살아 있는 심장. 자신을 위해 뛰는 심장. 하지만 이 심장은 자신이 겪었던 그 고통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에밀리는 알 수 없었다.
"그래." 에밀리가 속삭였다. "우린 행복할 거야."
초상화 위의 촛불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바람이 없는데도. 마치 누군가가 거기 있어서, 두 사람의 행복을 축복하고 있는 것처럼.
거울의 방은 이제 추억의 공간이 되었다. 시험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공간이 되었다.
루이가 에밀리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몇 번을 반복했을지도 모르는 그 키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기억이 지워질까봐 필사적으로 붙잡는 키스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 속의 키스였다.
"이미 행복해." 루이가 에밀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넌 내 곁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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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밤하늘에는 별이 떠 있었다. 에밀리는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거울 없이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루이의 팔에 안겨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 순간, 무언가가 명확해졌다.
거울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복수냐, 사랑이냐.*
반복의 초반, 에밀리는 거울을 이용해 루이를 죽이려 했다. 기억이 지워지는 저주를 이용해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 복수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루이의 편지를 만날 때마다, 그의 진심을 발견할 때마다, 에밀리의 몸이 기억하는 사랑을 느낄 때마다, 그 길은 막혔다.
마지막 반복에서, 에밀리는 선택했다.
루이를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루이를 구하기로.
거울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루이를 안기로.
그 선택의 순간, 저주는 풀렸다.
거울은 악의적인 저주가 아니었다. 복수에 빠진 한 여인이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도록 주어진, 가혹하지만 자비로운 시간이었다. 그것이 거울의 진정한 의도였다.
백작모 샤를로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에밀리가 거울을 통해 어떤 선택을 내릴지를. 그래서 1년 전 그녀는 에밀리에게 책임을 맡겼고, 에밀리는 그 책임을 다해냈다. 몬포르트 가의 며느리로서, 루이의 아내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자신으로서.
마르셀은 거울의 조각들과 함께 별이 되어 하늘에 떠 있을 것이다. 그의 악의도, 그의 계획도, 모두 빛이 되어 흩어졌을 것이다. 백작모는 거울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그것도 거울의 설계에 포함된 것일까. 에밀리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루이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에밀리는 루이의 팔 안에서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절망의 웃음이 아니었다. 희망의 웃음이었다. 새로운 삶의 웃음이었다.
반복은 끝났다. 기억은 더 이상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모든 날들이 에밀리의 기억 속에 쌓여갈 것이다. 루이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루이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 고통스러운 3년을, 자신이 얼마나 에밀리를 기다렸는지를.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했다. 누군가는 그 시간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그것이 에밀리의 몫이었다.
고통도 함께라면,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기쁨도 함께라면, 그것은 기쁨을 넘어 축복이 될 것이다.
거울의 방의 촛불은 여전히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거기 있어서, 두 사람의 행복을 축복하고 있는 것처럼.
혹은 거울 자신이,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것을 만족스러워하며 사라져가고 있는 것처럼.
어느 쪽이든, 에밀리는 더 이상 그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반복은 끝났고,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