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피가 든 침실에서

침실에서 눈을 떴다.

가슴에 박힌 칼의 감각이 먼저 느껴졌다. 차갑고 무거운 것이 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다. 호흡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 서서히 검어지는데, 그 검음 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끝이다."

루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낮고, 무정하고, 완전히 낯선 목소리였다. 마르셀의 웃음이 뒤따랐다. 그들이 함께 웃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빛 속에서 두 사람이 정원을 가로질러 떠나가고 있었다. 손을 맞잡은 채.

아니다. 루이가 마르셀의 팔을 잡고 있었다.

"이제 자유로워졌어."

루이가 말했다. 마르셀이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몬포르트 백작은 이제 우리 것이야."

검음이 짙어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갑고, 확실하고, 돌이킬 수 없는 죽음.

그 순간.

시간이 비명을 질렀다.

세상이 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피가 가슴으로 빨려들어가고, 칼이 몸 밖으로 튀어나오고, 죽음이 역행했다. 침실의 벽들이 흐릿해지고, 공기가 다시 들어찼다. 숨을 쉬었다. 첫 번째 숨.

눈을 떴을 때, 나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오후 3시의 햇빛이 거울 표면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거울의 방. 도서관 옆 밀실. 몬포르트 백작령의 비밀 공간. 나는 여기서 죽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살아났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봤다.

창백했다. 입술이 파래 있었다. 눈빛이 소멀어져 있었다. 죽음의 순간을 거쳐온 여자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 떠오르는 것은 분노였다.

손을 떨었다.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가락살을 파고들었다.

루이.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가 나를 죽였다. 아니, 죽이게 했다. 마르셀과 함께. 그리고 내가 죽는 순간에도 자유로워졌다고 웃었다. 내 몸을 더는 애도하지 않는 웃음이었다.

"넌 변한다."

거울이 말했다.

나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의 표면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빛이 다시 모였다가 흩어졌다. 마치 거울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24시간마다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하지만 넌 변한다."

거울 속 내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가 말한 것이 아니었다. 거울 속의 에밀리가 거울 밖의 에밀리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두 개의 입술이 동시에 움직였다.

"무슨 뜻이야?"

나는 물었다. 거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욱 밝게 빛났다. 따뜻한 빛이었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안겨 있는 것 같은 온기.

나는 손을 거울에 대었다.

거울의 표면이 물처럼 흔들렸다. 내 손가락이 거울 속으로 천천히 빨려들어갔다. 차가운 유리가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손을 감싸 안았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내 손을 꼭 잡는 것처럼.

그 온기가 죽음의 추위를 밀어냈다.

복수의 도구. 이것이 나를 위한 도구다. 나는 거울에 손을 맡기며 중얼거렸다. 루이를 완벽히 파멸시킬 수 있는 무기. 24시간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루이의 모든 약점을 알아낼 때까지. 그의 모든 거짓을 폭로할 때까지. 그의 모든 배신을 복수할 때까지.

손을 거울에서 빼냈다.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거울의 방을 나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오후 3시의 저택은 연회 준비로 북적이고 있어야 했지만, 거울의 방만은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침실로 향했다. 하인들이 내 드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혼식 전야의 드레스. 흰색이 아니라 청회색이었다. 몬포르트 가문의 색깔이었다.

나는 드레스를 입었다. 화장대의 거울 앞에 앉았다. 촛불이 깜박였다. 내 얼굴이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누구의 얼굴인가.

기억이 없어?

내가 중얼거렸다. 거울 속에서 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거울이 따뜻해졌다. 손가락 끝에 닿는 온기가 옛날 기억처럼 낯설었다. 그것은 죽음의 추위와는 정반대였다. 살아 있는 따뜻함. 현재의 온기.

그 순간, 침실의 문이 열렸다.

마르셀이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에밀리, 거울이 있는 방을 알고 있나?"

그가 물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침실로 들어온 것이 이상했다. 결혼 전야의 밤, 남자가 신부의 침실에 들어오는 것은 금기였다.

"왜?"

내가 물었다.

"루이를 도와주고 있지. 그리고… 너를 도와주고 있는 거야."

마르셀이 한 발 다가왔다.

"도움이라는 건 뭐야?"

"이 저택의 모든 비밀을 없애는 거지. 루이는 너를 구원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 구원은 너를 파멸시킬 거야. 그래서 난 널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거울을 깨버리면, 넌 죽음으로부터 해방될 거야."

마르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결연했다. 그가 정말로 거울을 부술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 돼."

나는 몸을 일으켰다.

"거울은 내 거야."

마르셀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넌 뭐야?"

그가 물었다.

"당신이 알 필요 없는 것."

나는 그의 눈을 마주했다. 순간, 마르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손에서 망치가 떨어졌다.

"미쳤나?"

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빠르게 침실을 나갔다. 두려움에 쫓기듯.

나는 혼자 남겨졌다. 침실의 거울 앞에서.

거울이 다시 빛났다. 따뜻한 빛이었다. 내 얼굴이 거울에 비추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내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강한 무언가의 얼굴이었다. 복수의 얼굴. 파멸의 얼굴.

"24시간이 남았어."

거울이 말했다. 이번엔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거울의 목소리였다. 낮고, 깊고, 시간 그 자체의 목소리.

"루이를 파멸시키기 위해."

"그럼 난 할 수 있어?"

"모르지. 넌 변하니까."

거울이 어두워졌다.

오후 6시 반. 나는 침실을 나갔다. 하인들이 내 드레스의 주름을 다시 정렬했다. 결혼 전야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든 귀족들의 목소리가 1층 연회장에서 들렸다. 그들의 웃음소리. 드 생-쥐스트 가문의 딸이 몬포르트 가문에 시집간다는 소식으로 들떴을 것이다. 정치적 동맹. 경제적 이익. 개인의 행복 같은 것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결혼은 거래라고. 감정은 사치라고. 하지만 죽음 직전, 루이의 얼굴을 보며 느꼈던 것은 거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버렸다는 절망. 자신이 원했던 사랑이 환상이었다는 절망.

계단을 내려갔다. 하인들이 나를 따랐다.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의 아버지, 드 생-쥐스트 공작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에밀리."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루이는 행운이다."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연회장에 들어섰다. 하얀 장미와 촛불로 장식된 공간. 음악이 울려 퍼졌다. 모든 사람의 눈이 나를 따랐다. 나는 완벽하게 미소 지었다. 귀족 여인의 미소. 무감정하고 우아한.

그리고 그 순간, 루이가 나타났다.

그는 입구에 서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남자. 나의 남편이 될 남자. 나를 배신할 남자.

우리의 눈이 만났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음악도, 말소리도, 모든 것이 멀어졌다. 세상에는 오직 우리 둘뿐이었다.

루이가 천천히 걸어왔다. 나를 향해.

"에밀리."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떨림. 죽음의 침대에서 느꼈던 손의 감각이 남아 있어서, 나는 그 떨림을 알아챘다. 두려움의 떨림.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과 얽혔다.

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보였다. 그 안에는 절망과 애정이 섞여 있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버렸는데, 그것을 되찾으려는 절박함이 있었다.

"에밀리."

그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오늘 밤이 마지막이에요."

나는 말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뭘?"

"당신이 나를 죽이기 전까지요."

나는 그의 손에서 내 손을 빼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미 돌아섰다. 연회장 반대편으로.

가슴팍이 공중으로 떨어지는 착각이 밀려왔다.

미친 건가. 루이를 보는 순간 내 몸이 진실을 배신하고 있었다. 그의 손의 떨림. 그의 목소리의 톤. 그의 눈빛. 모두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몸은 그것을 믿고 싶어 하고 있었다.

아니다. 나는 이미 본 것이다. 루이가 마르셀과 함께 웃으며 떠나가는 모습을. 내가 죽는 순간에도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그것이 진실이다. 이것은 연기다. 모든 것이 연기다.

하지만 그 손의 따뜻함이 사라지면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무엇인가. 그의 눈빛에 담긴 절망이 자신의 절망과 겹쳐지는 순간의 이질감은 무엇인가.

나는 연회장의 창가에 섰다. 정원이 보였다. 밤이 내려앉고 있었다. 별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었다. 내일 새벽이 되면 모든 것이 초기화될 것이다. 루이의 거짓이, 마르셀의 음모가, 백작모의 조종이. 모두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할 것이다. 내가 죽었다는 것을. 루이가 나를 죽였다는 것을.

"백작부인."

누군가 나를 불렀다. 소피였다. 내 침실 시녀.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눈빛은 비었다.

"마르셀 백작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거울의 방에서요."

거울의 방.

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마르셀이 거울의 방에 간다? 그 방은 나만의 공간이었다. 루이와 나만의 공간이었다. 마르셀이 그곳에 가다니.

"누가 당신을 보냈어?"

소피의 입술이 떨렸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마르셀의 스파이였다. 그리고 마르셀에게 거울의 방 위치를 알려줬다.

나는 그녀를 지나쳤다.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복도는 어두웠다. 촛불이 거의 없었다. 내 발걸음이 돌바닥에서 울렸다.

거울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려 있었다.

마르셀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려 했지만, 거울의 표면은 검었다. 마치 광대한 검은 호수처럼. 그의 손에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마르셀."

나는 말했다.

그는 돌아섰다. 얼굴에 웃음이 피어 있었다.

"아, 에밀리. 넌 정말 아름답구나. 루이가 왜 너에게 매달리는지 이제 알겠어.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하지는 못할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뒤로 한 발 더 들어섰다.

"뭘 하는 거야?"

마르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이 거울을 깨는 거지. 루이는 너를 구원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 구원은 너를 파멸시킬 거야."

마르셀이 한 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그래서 난 널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이 거울을 깨버리면, 넌 죽음으로부터 해방될 거야."

그는 거울을 향해 망치를 들어올렸다.

"안 돼!"

나는 몸을 날렸다. 마르셀과 거울 사이로. 망치가 내 어깨를 스쳤다. 고통이 흐르고 흘렀지만, 거울은 안전했다.

"미쳤나?"

마르셀이 외쳤다.

"거울은 내 거야."

내가 말했다.

거울이 따뜻해졌다. 내 등 뒤에서 온기가 흘러나왔다. 마르셀이 물러섰다. 그의 눈빛이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넌 뭐야?"

"당신이 알 필요 없는 것."

나는 거울을 돌아봤다. 거울 속에는 나와 마르셀이 모두 보였다. 하지만 마르셀의 형상은 흐릿했다. 마치 거울이 그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마르셀은 거울의 방을 나갔다. 빠르게. 두려움에 쫓기듯.

나는 혼자 남겨졌다. 거울 앞에서.

거울이 다시 빛났다. 따뜻한 빛이었다. 내 얼굴이 거울에 비추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내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강한 무언가의 얼굴이었다. 복수의 얼굴. 파멸의 얼굴.

"24시간이 남았어."

거울이 말했다. 이번엔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거울의 목소리였다. 낮고, 깊고, 시간 그 자체의 목소리.

"루이를 파멸시키기 위해."

"그럼 난 할 수 있어?"

"모르지. 넌 변하니까."

거울이 어두워졌다.

나는 침실로 돌아갔다. 하인들이 나를 준비시켰다. 결혼식 전야의 침실 준비. 향초가 켜졌다. 침대가 정렬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루이와 나를 위한 침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시계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루이가 올 시간이었다. 결혼식 전야의 의식. 귀족 사회의 관례. 루이는 나를 안을 것이고, 내일을 약속할 것이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죽일 것이다.

문이 열렸다. 루이가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마치 내가 한 말이 그에게 무언가를 상기시킨 것처럼.

"에밀리…"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손이 떨렸다.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미안해."

그가 중얼거렸다.

"뭐가 미안해?"

내가 물었다.

"모르겠어. 뭔가… 정말 중요한 걸 놓쳤을 것 같은데."

루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내 얼굴을 응시했다. 마치 내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당신이 한 말이 뭐예요?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는 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이가 침대 옆 탁자에 무언가를 놓았다. 봉투였다. 낡은 봉투. 그의 손이 그것 위에서 떨렸다.

"이거… 내가 쓴 편지야. 너한테."

그가 말했다.

"언제?"

"기억 안 나. 하지만 내 손이 기억해. 너한테 전해야 한다는 걸."

루이가 봉투를 내 손에 놓았다. 그 순간, 따뜻함이 전해졌다. 죽음의 침대에서 느꼈던 그 온기와 같은. 아니, 더 강한 온기였다.

나는 봉투를 꼭 쥐었다.

"자정이 되면 모든 게 초기화돼."

루이가 중얼거렸다.

"너도 나도. 이 대화도."

"그럼 왜 이 편지를?"

"몰라. 하지만 넌 이걸 가져야 해. 내일 또 다시 만났을 때, 넌 이걸 기억해야 해."

루이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넌 변한다고 했잖아. 거울이. 그 변화가… 나한테도 영향을 미치는 건가?"

시계가 울렸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루이가 내 얼굴에 손을 대었다. 그 손이 떨렸다.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라, 절박함의 떨림이었다.

"에밀리, 난…"

그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세상이 흐릿해졌다. 침실의 벽들이 물처럼 녹아내렸다.

나는 봉투를 가슴에 안고 있었다.

천장이 보였다. 익숙한 천장. 창밖으로는 저택의 정원이 보였고, 해는 여전히 높았다. 오후 3시경. 결혼 전야의 시작.

나는 몸을 일으켰다. 가슴에 통증은 없었다. 칼도, 피도 없었다. 모든 것이 깨끗했다. 새로 시작하는 하루처럼.

하지만 내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봉투였다. 루이의 봉투. 기억이 초기화되었는데도 내 손은 그것을 놓지 않고 있었다.

나는 봉투를 열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글이 있었다.

'에밀리, 난 모르겠어. 왜 이 편지를 쓰고 있는지. 하지만 내 손이 알고 있어. 넌 죽었어. 그리고 난 그걸 했어. 아니, 하게 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이유는 말할 수 없어. 마르셀이 협박하고 있어. 어머니도. 그들은 내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모두를 파멸시킬 거라고 했어. 그들은 백작령의 모든 것을 빼앗을 거라고 했어. 넌 변한다고 했지? 그 변화가 날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날 더 깊은 지옥으로 밀어 넣을까? 모르겠어. 하지만 이 편지를 받았다면, 넌 기억할 거야. 내가 너를 죽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난 이미 죽어 있어.'

내 손이 떨렸다. 편지에서 느껴지는 절망이 나를 흔들었다.

마르셀의 협박. 백작모의 강압. 루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그의 배신은 배신이 아니라 강요된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죽었다. 그것이 전부다.

나는 침실의 거울로 향했다. 화장대의 거울이 아니라, 전신이 비추는 큰 거울. 내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결혼 전야를 위한 흰 드레스를 입은, 완벽하게 준비된 귀족 여인의 모습.

그 얼굴은 차갑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낯설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응시했다. 그 얼굴에 손을 갖다 댔다.

거울의 표면이 흐릿해졌다.

"기억이 없어?"

내가 중얼거렸다.

거울 속에서 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거울이 따뜻해졌다. 손가락 끝에 닿는 온기가 옛날 기억처럼 낯설었다. 그것은 죽음의 추위와는 정반대였다. 살아 있는 따뜻함. 현재의 온기.

내 손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처럼. 하지만 내 손은 거울을 뚫지 못했다. 대신 거울이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침실의 베개 아래를 더듬었다. 내 손가락이 무언가를 만났다. 종이. 또 다른 편지. 내가 쓴 편지.

'다음 루프에서 루이를 만났을 때, 마르셀의 협박이 무엇인지 알아내라. 백작모가 루이에게 무엇을 강요했는지 알아내라. 그것만이 진실이다. 그것만이 복수를 정당화한다. 또는 파멸시킨다.'

내 손가락이 종이를 구겨졌다.

나는 침실을 나갔다. 복도를 따라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소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저택은 오후 3시의 고요함 속에 잠겨 있었다.

거울의 방에 도착했을 때, 내 손은 이미 문을 밀고 있었다.

루이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누군가를 죽인 살인자를 보고 있는 것처럼.

"루이."

나는 말했다.

그는 돌아섰다. 나를 보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밀리…"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마르셀이 너한테 뭘 협박했어?"

나는 물었다.

루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뭘?"

"편지에 있었어. 마르셀이 협박하고 있다고. 어머니도."

루이가 한 발 물러섰다.

"에밀리, 난…"

"말해."

내가 명령했다.

루이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르셀은 내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백작령의 모든 문서를 위조해서 나를 파멸시킬 거라고 했어. 어머니는… 어머니는 내가 너와 결혼하는 것 자체가 가문의 수치라고 했어. 드 생-쥐스트 가문의 딸이라고 해서 우리 가문의 정통성을 훼손할 수 없다고. 그래서 나한테 명령했어. 너를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죽이겠다고."

루이의 목소리는 죽음처럼 차갑고 공허했다.

"그래서 넌 나를 죽였어."

나는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어."

루이가 대답했다.

"마르셀의 협박이 뭐야? 정확히."

"백작령의 채무 기록. 아버지가 남긴 빚. 마르셀은 그것을 조작해서 나를 파산시킬 수 있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머니도 함께 파멸할 거야."

루이의 눈빛이 거울로 향했다.

"그 거울. 그게 뭐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에밀리, 제발. 그게 뭐야? 왜 자꾸 거기 가는 거야? 왜 거기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는 거야?"

루이가 내게 다가왔다.

"넌 죽었어. 그리고 다시 살아났어. 계속 반복되고 있어. 24시간마다. 넌 기억 못 하지만, 난 알고 있어. 넌 매번 나를 보면 나를 죽이려고 해. 그런데 매번 뭔가가 변해. 넌 변해. 그 변화가 뭐야?"

루이가 내 손을 잡았다.

"제발. 나한테 말해줘."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절망의 떨림이었다.

나는 루이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 속에는 진실이 있었다. 배신이 아니라, 강요된 죽음. 선택이 아니라, 강압된 운명.

"루이, 넌 변할 수 있어."

나는 말했다.

"뭐?"

"마르셀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 채무 기록을 없앨 수 있어. 그리고 어머니를 설득할 수 있어."

루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떻게?"

"거울의 방에서."

나는 그의 손을 거울로 이끌었다. 거울의 표면이 따뜻해졌다. 루이의 손이 거울 속으로 천천히 빨려들어갔다.

"넌 변한다, 루이."

거울이 말했다. 그것은 내 목소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거울의 목소리였다.

"그 변화가 너를 구원할 수 있어."

루이가 거울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혼자 남겨졌다. 거울 앞에서.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루프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복수가 아니라, 구원. 루이를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루이를 변화시키는 것. 내 몸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

시계가 울렸다.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침실로 돌아갔다. 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혼 전야의 의식은 취소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손에는 루이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내 손은 그것을 놓지 않을 것이다.

천장이 흐릿해졌다. 세상이 초기화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나는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루이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24시간 뒤, 나는 다시 죽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 루프를 계속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이 복수가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구원이라는 것을.

거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주 작게, 아주 멀리서.

"넌 변한다, 에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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