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레온 아르투르는 싸움을 걸었다

구체적으로는, 학내 중정에서 상급생 셋을 상대로 일방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준호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미 쓰러져 있었고, 레온은 여전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숨이 가빠 있었다. 눈빛이 뭔가 이상했다.

발렌 크로스 원장은 준호를 불렀다. "신입생. 자네가 본 것 말이야."

"본 게 많습니다."

"레온을 봤나?"

준호는 대답 대신 상태창을 켰다.

**【레온 아르투르】** **신체 능력: S+(대륙 최강)** **마력: A** **검술: S+** **─────────────────** **[세습 저주] 광기의 족쇄** **진행률: 78%** **─────────────────** **상태: 폭력 발작 직후, 이성 회복 중**

78%.

그것이 전부였다. 준호는 상태창을 닫고 원장을 바라봤다.

"싸움이 아닙니다."

"뭐라고?"

"저건 싸움이 아니에요. 그냥... 폭발입니다."

원장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준호를 자세히 관찰했고,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 "지하는 위험한 곳이야. 자네 같은 학생이 들어가면 안 된다."

뭔가 중요한 말이 있었지만, 원장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레온은 징계 위원회에 불려갔다.

준호는 그를 따라갔다. 공식적인 이유는 없었지만, 아무도 막지 않았다. 상태창 때문이었다. 78%는 위험했다. 다음 발작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심문실 밖에서 준호는 기다렸다. 30분쯤 지났을 때, 레온이 나왔다.

그 순간 레온은 준호를 봤다.

두 눈이 마주쳤다. 레온의 눈 안에는 아카데미에서 본 그 밝고 낙천적인 표정이 없었다.

"넌..." 레온이 말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내 저주를 본 거지?"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맞네. 널 보면 알아." 레온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웃음이 아니었다. 뭔가 깨진 소리였다. "모두들 날 봐도 모르는데. 날 '최강'이라고만 부르는데. 넌... 내 안에 있는 걸 봤네."

"레온."

"뭐?"

"어디 좀 가자."

레온은 따라왔다.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준호는 그를 도서관 뒤 정원으로 데려갔다. 밤이었다. 별들이 아카데미의 돌담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레온이 앉았다. 돌벤치에 몸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78%면 뭐야?" 준호가 물었다.

"광기의 진행 상태다. 100%가 되면..." 레온이 손을 떨었다. "통제가 안 돼. 그냥... 부숴. 모든 걸."

"그게 너의 저주냐?"

"레온 가의 저주다. 수백 년 전부터. 우리 가문은 다 이렇게 태어나. 강하지만 미쳐있어.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 이전도." 레온이 하늘을 봤다. "난 매일 이걸 누르고 있어. 학교에선 모두가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 근데 난 그냥... 터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야."

준호는 침묵했다. 레온의 말이 자신의 말처럼 들렸다. 자신도 그랬다. 노비 신분이 되고도 강한 척했다. 약함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것이 생존이었으니까.

"처음으로 누군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레온이 갑자기 말했다.

준호를 바라봤다.

"넌... 날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귀족들과 달리. 달리 봐줄 것 같아."

그 순간, 준호는 뭔가를 깨달았다.

자신이 레온을 도울 수 있는 이유가. 칼리아를 도울 수 있는 이유가. 에스텔을 도울 수 있는 이유가.

그들은 자신을 짓밟지 않았다.

"넌 내가 짓밟은 게 아니잖아." 준호가 말했다. 자신도 놀라는 목소리였다. "내가 복수하려던 건... 날 짓밟은 개인들이었어. 근데 넌... 넌 그게 아니었어. 넌 다른 피해자였어. 단지 좀 더 강한 피해자였을 뿐."

레온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럼... 넌 날 도와줄 건가?"

준호는 상태창을 켰다. 신뢰도를 확인했다.

**신뢰도: 5%**

1회밖에 남지 않았다. 상태창 능력을 한 번 더 사용하면 영구 봉인된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준호는 알았다. 레온의 저주를 확인하려고 상태창을 켰다. 신뢰도가 5%에서 4%로 떨어졌다. 다시 켜서 해제 조건을 확인했다. 신뢰도가 4%에서 3%로 떨어졌다. 이미 세 번을 썼다. 그리고 기한도 변했다.

**기한: 84일 22시간 → 72시간**

신뢰도 사용이 기한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5%에서 1%로 떨어지는 매 순간, 그의 시간이 사라지고 있었다.

준호는 상태창을 다시 켜려다가 손을 멈췄다. 한 번 더 켜면 끝이다. 신뢰도 1%. 그 다음은 영구 봉인.

하지만 이미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았다. 레온의 저주 해제 조건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에스텔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나 칼리아의 '진정한 정체성 찾기'처럼 추상적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이제 알았다.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레온, 넌 뭘 원해?"

"뭘 원해?" 레온이 웃음을 터뜨렸다. 슬픈 웃음이었다. "안 돼. 그냥 견디는 거야. 견디고 또 견디고."

"그게 진짜 원하는 거냐?"

"뭐가 있겠어? 난 레온 가의 아들이야. 강해야 해. 약해 보이면 안 돼. 저주 때문에 약해지고 있는데도, 계속 강한 척 해야 해."

준호는 침묵했다. 이 구조의 본질이 보였다. 레온은 개인의 약함 때문이 아니라, 가문의 저주라는 구조 속에 갇혀 있었다. 78%라는 수치는 단순한 진행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레온이 매일 얼마나 필사적으로 자신을 누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준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레온, 넌 자유를 원해?"

레온이 입을 열었다.

"자유."

그 단어가 공기를 가르는 순간, 아카데미 지하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지면이 울렸다. 돌벤치가 흔들렸다. 밤하늘의 별들이 깜박였다. 정원의 모든 것이 떨렸다.

그리고 준호는 깨달았다.

'자유'라는 단어. 그것이 트리거였다. 저주의 반대편. 그 반대편이 울리는 순간, 봉인된 것이 깨어난다.

지하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흙이 갈라졌다. 마치 무언가 거대한 것이 아래에서 눈을 뜨는 것처럼.

준호의 상태창에 알림이 떴다.

**【악의 결정체: 활성화 상태】** **새로운 저주 생성 중...** **생성률: 15%**

그 아래로,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경고: 기한 단축 - 원점으로의 회귀 임박】** **남은 기한: 72시간**

72시간.

3일.

그리고 신뢰도는 1%였다.

"뭐... 뭐야?" 레온이 비틀거렸다. 정원 전체가 흔들렸다. 가로등이 튕겨 나갔고, 분수대 물이 한쪽으로 쏠렸다. "지진?"

"아니야." 준호는 상태창을 내렸다. 이미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72시간이면 충분한가? 절대 충분하지 않다. "지하에서 뭔가가 깨어났다."

"깨어났다고? 뭐가?"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발렌 원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하는 위험한 곳이다.' 그리고 모르드가 했던 말. '너는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알려고 한다.'

악의 결정체. 저주의 근원. 수백 년 원한이 응축된 것. 그것이 깨어났다.

"일단 들어가자." 준호가 말했다. 레온의 팔을 잡았다.

"어디로?"

"기숙사. 아무도 밖에 나오지 마. 다른 학생들한테 전해."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준호를 따랐다. 정원을 빠져나가며 뒤를 봤다. 돌벤치가 갈라졌다. 흙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복도로 들어간 순간, 아카데미 전역에 알람이 울렸다.

비상. 비상. 비상.

"모든 학생은 즉시 기숙사로 복귀하시오. 긴급 상황 발생."

학생들이 우르르 나왔다. 침대에서 튀어나온 애들, 샤워하던 애들, 공부하던 애들.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무슨 일인지 몰랐다. 하지만 준호는 알았다.

악의 결정체가 활성화됐다는 건, 새로운 저주가 생성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15% 생성률. 이게 100%에 도달하면?

상태창을 켜려다가 멈췄다.

1% 신뢰도. 한 번 더 켜면 끝이다.

준호는 손가락을 내렸다. 상태창이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알고 싶은 욕망. 그것을 참아내는 고통. 상태창이 영구 봉인되는 순간의 공포.

만약 지금 켜면?

모든 정보를 잃는다. 어떤 저주가 생성되는지, 누가 걸리는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남는 건 어둠뿐이다.

하지만 이미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았다.

72시간 안에 악의 결정체를 파괴해야 한다. 아니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모든 게 리셋된다. 에스텔의 기억도, 칼리아의 불안도, 레온의 광기도 전부 다시 돌아온다.

준호는 기숙사 복도에 멈춰 섰다. 주변 학생들이 지나갔다. 누군가 "뭐야, 뭐가 일어난 거야?"라고 외쳤다. 누군가는 친구의 팔을 잡고 도망쳤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 순간, 발렌 원장의 목소리가 아카데미 전체에 울렸다.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주의하시오. 현재 아카데미 지하에서 비정상 에너지 방출이 감지되었습니다. 이는 정기적인 안정화 작업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침착함을 유지하세요."

거짓이었다.

준호는 그걸 알았다. 정기적인 안정화 작업이라면 알람을 울리지 않는다. 학생들을 피신시키지 않는다. 이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발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준호는 기숙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박차며 올라가며 생각했다. 72시간. 그 안에 뭘 할 수 있을까? 지하 7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악의 결정체를 찾아야 한다. 그걸 파괴해야 한다. 하지만 신뢰도는 1%다. 상태창을 한 번 더 켜면 영구 봉인된다. 그럼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경로를 알 수 없다. 적이 뭔지 알 수 없다.

옥상에 올라갔을 때, 모르드가 이미 서 있었다.

"준호."

모르드는 옷깃을 여유 있게 정리하고 있었다.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지하를 향해 있었다.

"뭐하는 거야?"

"관찰하는 거지." 모르드가 대답했다. "지하가 깨어났어."

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모르드가 계속했다.

"넌 이제 끝이야."

"뭐?"

"신뢰도 1%. 상태창도 한 번 더 쓰면 봉인돼. 72시간 안에 뭘 할 수 있을까? 지하 7층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악의 결정체를 찾을 수 있을까? 파괴할 수 있을까?"

모르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준호는 듣지 않았다. 대신 모르드의 눈을 봤다. 그 눈 안에 있는 것을.

확신. 그리고 그 아래 숨겨진 무언가.

"넌 왜 날 막지 않아?"

모르드가 웃음을 멈췄다.

"지금 당장 날 막을 수 있잖아. 근데 왜 말만 해?"

"너는 어차피 실패할 테니까."

"그럼 왜 지금 여기 있어? 왜 이 말을 하고 있어?"

모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진정한 의도가 흐릿하게 드러났다. 막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밀어붙이려는 것인지. 모르드 자신도 그것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준호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모르드도 준호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아니면 더 정확히는, 준호가 지하에 내려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준호는 옥상에서 내려왔다. 기숙사 복도를 지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신뢰도 1%로는 직접 물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연결하면 된다.

에스텔. 칼리아. 레온.

그리고 자신.

모두가 저주 속에 있었다. 모두가 구조의 피해자였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그 구조를 만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준호는 도서관 서고 깊숙이 들어갔다. 손전등을 켜며 책장을 더듬었다. 먼지가 손가락을 태웠다. 이곳은 오래되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피한 곳이었다.

에스텔이 언급했던 오래된 기록. 칼리아가 본 역사 속 기억들. 그것들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72시간. 그 안에 찾아야 할 것이 있었다.

누가 지하를 만들었는가.

누가 악의 결정체를 봉인했는가.

그리고 왜 모르드는 그것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준호는 한 권의 낡은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가 벗겨진 책. 제목은 읽을 수 없었지만, 첫 장을 펼쳤을 때 글귀가 보였다.

'아카데미 설립 초기, 지하 7층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그 순간, 시계가 울렸다.

70시간 59분.

카운트다운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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