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검기(劍氣)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죽음의 전주곡이었다.

한설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밤거리의 돌담을 돌아서는 순간 그것이 날아왔다. 검신(劍身)이 아닌 기운의 일격. 마치 투명한 칼날이 등 뒤에서 목을 겨누는 듯한 예리함이 피부를 찢었다. 한설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돌담이 갈라졌다. 그의 방금 서 있던 자리였다.

"누구냐?"

한설의 손이 검자루를 움켜잡았다. 검술 대회의 우승자로서 갖춘 예의는 이미 벗겨져 있었다. 밤의 어둠 속에서 남자의 형체가 드러났다. 검은 옷을 입은 자.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렸고, 눈만 빛나고 있었다. 암살자다.

"강호 검술 대회 우승자 한설."

암살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건조했다. 질문이 아닌 확인이었다.

"누가 보냈는가?"

한설이 다시 물었다. 검을 뽑지는 않았다. 아직이었다. 대회에서 본 상대들의 검법들이 한설의 근육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이 암살자의 기운은 다양했다. 여러 검객의 기법이 섞여 있었다.

암살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움직였다.

검기가 하늘을 그었다. 한 줄이 아닌 여러 줄이 동시에 날아왔다. 암살자의 기운이 갈라져 네 방향에서 한설을 압박했다. 한설이 검을 뽑았다. 은빛이 밤을 가로질렀다. 두 검이 만났을 때, 돌담 너머로 기와가 산산조각 났다.

한설은 밀렸다.

상대의 검술은 정교했다. 검술 대회에서 마주친 그 어떤 상대보다 깊이 있었다. 마치 수십 년의 세월을 검에 담아낸 듯한 노련함. 한설의 검이 상대의 기운을 막았지만, 그 틈새로 또 다른 기운이 침투했다. 흔해 빠진 기술이 아니었다. 기연(奇緣)이었다.

한설의 몸이 날아갔다. 벽에 부딪혔다. 숨이 끊어질 뻔했다. 입에서 피가 올라왔다.

"왜..."

한설이 중얼거렸다. 대회에서 이렇게까지 밀린 적이 없었다. 그의 검술은 평범했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운이었다. 상대들이 모두 실수를 했고, 자신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암살자는 달랐다. 실수를 하지 않았다.

한설이 몸을 날려 거리를 벌렸다. 암살자의 다음 기운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 순간, 한설은 상대의 패턴을 읽었다. 네 방향의 기운은 실은 중심을 향하는 것이었다. 암살자는 자신을 포위한 뒤 중심부에서 일격을 날리려 했다.

한설의 검이 움직였다. 상대의 기운 흐름을 거슬러 올라갔다. 검이 만나는 지점에서 불꽃이 튀었다. 암살자가 순간 밀렸다. 짧지만 명확한 밀림. 그것이 한설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기연을 다루는군."

한설이 말했다. 상대의 움직임이 순간 끊겼다. 자신의 기술을 읽혔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암살자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검을 들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가 한설의 가슴을 겨누었다. 그 끝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혈기(血氣). 한설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저것은 죽음의 기운이었다.

한설이 검을 들어 막으려 했다. 너무 늦었다.

붉은 기운이 한설의 가슴을 뚫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감각이었다. 한설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심장이 멎기 직전의 그 순간. 죽음의 기로(奇路)가 열렸다.

그 안에서 한설은 본 것이 있었다.

암살자의 모든 것이 보였다. 아니, 보인 것이 아니라 흡수되고 있었다. 한설의 몸 속으로 암살자의 무공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검은 구멍이 모든 빛을 삼키듯이. 한설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뼈가 울음을 터뜨렸다. 뇌척수가 타올랐다.

극한의 고통이었다.

동시에 희열이었다.

암살자의 모든 기술이 한설의 근육에 새겨지고 있었다. 수십 년을 수련한 기검(氣劍) 술법이 한설의 팔에 흘러 들어왔다. 혈기를 다루는 방법이 한설의 가슴에 박혔다. 암살자가 익혀온 모든 검법, 모든 내공의 운행법이 한설의 몸을 점유했다.

그것은 기술의 전수가 아니었다. 기억의 침투였다.

수십 개의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동시에 한설의 의식을 잠식했다. 그 기억들 속에서 한설은 죽음을 맞이하는 다른 누군가였다. 수십 번, 수백 번의 죽음. 누가 나인가? 한설은 자신의 이름을 잊었다.

극한의 공포가 한설의 정신을 집어삼켰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공포. 자신이 사라지는 공포. 자신의 정체성이 천천히 잠식되는 공포.

"천명봉에서... 나온 자..."

암살자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숨. 마지막 말.

그 순간, 검은 밤 위에 붉은 빛이 피어올랐다.

암살자의 몸이 빛났다. 아니, 소멸하고 있었다. 살갗부터 시작된 붕괴가 뼈로 전파되었다. 근육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내장기관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머리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눈이 흔들렸다. 그것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검은 옷만 남았다. 그것도 바람에 날렸다.

한설의 눈이 떠졌다.

밤하늘이 보였다. 별이 보였다. 자신의 손이 보였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가슴에 구멍이 났다. 옷이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상처도 없었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모든 것이 일어났다. 한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한설이 일어섰다. 몸이 무거웠다. 아니, 몸이 아니라 의식이었다. 뇌 속에 누적된 기억들이 중첩되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도 있고, 암살자의 기억도 있었다. 둘이 섞여 있었다.

한설은 숙소로 향했다. 몇 발자국이면 닿을 거리였다.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뇌척수가 울음을 터뜨렸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한설은 걸었다.

숙소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거울이 있었다. 방의 한구석에 놓인 낡은 거울. 한설이 그것 앞에 섰다.

거울 속의 한설을 보았다.

눈이 달랐다.

아까까지의 한설의 눈이 아니었다. 그 안에 다른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쌓인 눈. 암살자의 눈.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눈이었다.

한설은 깨달았다.

자신은 더 이상 평범한 검객이 아니라는 것을.

그 순간이었다.

똑. 똑. 똑.

숙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 번의 신호. 암호 같은 리듬.

"한설 형사."

정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파의 사람이었다.

"이 비천한 제자들이 감히 찾아왔습니다. 혹시 형사께서 우리 문파를 받아주시겠습니까?"

한설의 손이 멈췄다.

정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강호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설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강호의 중심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한설은 문을 열었다.

숙소의 입구에는 세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모두 하얀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백운파의 제자들이었다. 맨 앞선 자는 중년의 검객으로, 이마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그는 정파의 특유한 존경의 제스처—한 팔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깊숙이 숙이는 인사를 했다.

"저희는 백운파의 사자로 왔습니다. 형사께서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신 검술은 강호에서 보지 못한 경지의 것이었습니다."

거짓이었다. 한설은 알았다. 자신의 검술은 평범 그 자체였다. 상대들이 모두 자신보다 한 수 아래였고,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왜 백운파가 자신을 찾아왔는가?

암살자의 기억이 흘러나왔다. 그 기억 속에서 백운파는 단순한 정파가 아니었다. 정파 내부의 이중성. 표면으로는 정의의 기치를 내세우지만, 내면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세력. 그리고 연설은 그 중심에 있는 자였다.

한설의 눈이 가늘어졌다.

"파주께서 형사를 찾으셨다고 했는데, 정확히 무엇을 원하시는가?"

백운파 제자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 평범한 우승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감지한 것이었다.

"형사께서 이번 대회 후 혹시 특이한 일을 겪으셨습니까?"

제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의심이 흘렀다.

"암살자가 나타났을 것이다."

한설의 직설적인 말에 세 제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응 자체가 이미 충분한 대답이었다. 정파는 한설을 보호하는 척하지만, 누군가는 그를 없애려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가 정파 내부에 있다는 것.

한설은 문을 더 열었다. 제자들이 숙소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들어오시오."

제자들이 들어오면서 한설은 한 발 옆으로 비켜났다. 그들이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볼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찢어진 옷. 바닥에 남겨진 흔적은 없었다. 방은 깨끗했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형사님, 이곳에서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중년 검객이 조심스레 물었다.

"다만 손님이 있었을 뿐이다."

한설의 대답은 짧았다. 제자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한설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파주께서 형사를 뵙기를 원하십니다. 가능하신 시간이..."

"내일 정오에 뵙겠다."

한설이 끝냈다. 제자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그의 태도는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더 이상의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제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물러섰다.

숙소의 문이 닫혔다.

한설은 제자들이 남긴 흔적을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것은 암살동맹의 표식이 새겨진 유품이었다. 문장 옆에는 한 줄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천명은 도구가 아니다.'

한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글귀의 의미가 명확해졌다. 누군가는 자신을 천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도구로 여기려 하고 있었다. 암살자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죽었다.

창밖에서 새로운 빛이 들어왔다. 해가 떠올랐다. 첫 광선이 한설의 얼굴을 비추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여전히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 한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평범한 검객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누군가의 도구가 되지 않겠다는 것을.

자신은 천명을 거스르는 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순간, 다시 고통이 밀려왔다. 신체의 고통이 아니라 정신의 고통. 마치 내장기관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한설을 무릎 꿇게 했다. 입에서 피가 흘렀다.

이번엔 흘렀다.

한설의 입에서 나온 피는 검은색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피가 아니었다. 암살자의 피였다. 혹은 더 정확하게는, 자신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무언가의 피였다. 한설은 그것을 깨달았다. 기연의 흡수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갉아먹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무언가 다른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한설은 손가락으로 입가의 검은 피를 닦았다.

거울 속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그 순간,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여러 마리의 말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강호 수도의 밤거리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긴급을 알리는 신호였다.

한설은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거리 아래에는 백운파의 기병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혹은 누군가를 지키려는 것처럼.

한설은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정오의 약속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 사이에 무엇이 일어날지, 한설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강호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한설은 검을 들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대였다. 암살자의 기억 속에서 흘러나온, 오직 검만이 알 수 있는 기대.

영약산맥. 그곳이 한설의 다음 목표였다. 그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암살자의 기억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설은 창문을 통해 밤거리로 뛰어내렸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