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발칸의 거성

발칸의 거성에 도착했을 때 콘스탄티노스는 이미 자신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석조 복도의 희미한 횃불 아래, 레온 말레이노스는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서 있었다. 창문 너머 발칸 산맥의 능선이 석양에 물들어 있고, 그 앞에 귀족은 손을 등 뒤에 맞춘 채 기다리고 있었다.

"공작 각하를 환영합니다."

레온의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거기에는 질문이 없었다. 선언만 있었다. 콘스탄티노스는 인사를 건넸고, 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제련소 건설이 언제쯤 시작될 예정입니까?"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협상이 아니었다. 심문이었다.

"두 달 내에 기초 공사를 완료해야 합니다. 황제 폐하의 명령입니다."

"카파도키아 경계에 말입니까?"

"예."

"그렇다면 발칸 테마의 자치 영토를 침범하지 않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어깨를 이완했다. 그러면 이것은 단순한 담론이었다. 레온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강철이 생산되면, 그것이 어디로 흐를지는 제어할 수 없습니다."

"제국 전체의 방위를 위한 것입니다."

"제국 전체, 또는 황제의 중앙집권화?"

침묵. 콘스탄티노스는 이 질문 앞에서 어떤 거짓도 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기술을 정치화하는 방식을. 기술 자체는 중립이지만, 그것을 손에 쥔 권력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차이가 있습니까?"

레온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냉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슬픈 웃음이었다.

"공작 각하는 기술자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이 의미 없어 보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모든 차이가 있습니다."

레온이 창문에서 돌아섰다. 그의 얼굴이 횃불 빛에 들어왔다. 주름진 이마, 날카로운 눈, 입 주변의 긴장. 그는 60을 넘긴 귀족이었고, 발칸 5개 가문의 연합을 대표하고 있었다.

"발칸 테마는 300년 동안 자신의 영토를 스스로 지켜왔습니다. 아랍의 침략도 견디었고, 불가리아와의 전쟁도 치러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독립성을 얻었습니다. 경제적 자율성, 군사적 자주성, 행정적 독립성. 그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그것이 제국을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그는 이 질문의 본질을 알고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서 읽었던 비잔티움의 몰락은 정확히 이것이었다. 중앙집권의 실패. 지방 귀족들의 독립성이 제국의 통합을 파괴했다. 그리고 11세기 말의 만지케르트 전투도, 그 이후의 셀주크 침입도, 모두 이 분산된 권력 구조 때문에 일어났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레온이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의 그림자가 콘스탄티노스 위로 길어졌다.

"강철, 수력, 효율성. 이 모든 것이 제국을 강하게 만들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황제의 손에만 집중되면, 발칸은 죽습니다. 자치권을 잃은 지방은 변경이 됩니다. 변경은 방어를 포기합니다. 방어를 포기한 제국은 붕괴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의 기술을 우리에게도 나누십시오. 발칸의 자유로운 귀족들이 자신의 영토에서 강철을 만들고, 수력 방아를 돌리게 하십시오. 그러면 제국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중앙집권이 아닌 분산된 강함으로."

콘스탄티노스는 이 제안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위험한지 알았다. 만약 자신이 기술을 귀족들에게 나눈다면, 황제는 자신을 배신자로 볼 것이다. 기술의 독점성이 사라지면 황제의 권력도 상대화된다. 반대로 거부한다면, 발칸 귀족 5개 가문이 적이 된다.

"당신은 저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공작 각하. 당신은 누구의 기술자인가? 황제의 도구인가, 아니면 제국의 건축자인가?"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둘은 이미 양립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레온이 방 안의 탁자 위에 놓인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것은 지도였다. 카파도키아와 발칸 경계, 그리고 그 사이의 교역로들. 빨간 점들이 여러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우리의 제련소가 들어설 장소들입니다. 카파도키아 경계에 있는 당신의 제련소가 아닌, 우리의 제련소. 우리는 이미 기술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당신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저를 초대했습니까?"

"당신의 선택을 묻기 위해서입니다."

레온의 눈이 콘스탄티노스를 똑바로 관통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공작 각하. 나는 그것을 안다. 당신은 제국을 구하고 싶어 합니다. 이슬람의 침략을 막고, 기독교 문명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의 기술도 나쁜 손에 잡히면 나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아십니까?"

콘스탄티노스의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이 떨렸고, 얼굴의 혈색이 빠져나갔다. 목이 칼칼했다. 그는 왜인지 모르지만 이 말이 자신의 모든 신념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기술 자체는 선하지 않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도구는 그것을 쥔 손의 의도를 따른다. 황제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강철은 이미 이슬람 전사의 시체 위에 서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죽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당신의 기술은 제국 전체에 퍼질 것입니다. 황제의 도구가 아닌, 모든 사람의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황제는 저를 죽일 것입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그것은 추측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그럴 겁니다."

레온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에게 죽음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당신에게 선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이미 당신 주변에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세 권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황제는 당신을 도구로 생각하고, 교회는 당신을 이단으로 낙인찍고 있으며, 우리 귀족들은 당신을 중앙집권의 위협으로 봅니다. 세 권력 모두가 당신을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면, 나머지 두 쪽이 당신을 압살할 것입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처음으로 이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죽음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기술을 발명한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세 권력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황제는 당신이 필요하고, 우리도 당신이 필요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살 수 있습니다."

"기술을 팔면서."

"기술을 나누면서."

레온이 정정했다.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입은 말을 할 수 없었고, 그의 몸은 이 방을 떠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발칸 귀족들은 제련소 건설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되면 황제는 자신을 무능한 도구로 버릴 것이라는 것을.

"선택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사흘입니다."

레온이 말했다. 콘스탄티노스의 눈이 위로 향했다. 사흘. 그 말이 가슴에 못이 박히듯 박혔다.

"사흘 뒤에 우리는 카파도키아 제련소에 손을 댈 것입니다. 당신이 우리편에 있다면, 함께할 것입니다. 당신이 황제편에 있다면, 우리는 당신을 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레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가락이 지도의 제련소 지점들을 하나씩 가리켰다.

"이곳들입니다. 우리의 제련소 위치. 당신의 강철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슬픈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빼앗는 데 쓰인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하십니까?"

콘스탄티노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돌아섰다. 거성의 복도를 빠져나왔다. 석양은 완전히 지고 있었고, 하늘은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레온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콘스탄티노스. 하지만 좋은 사람의 기술도 나쁜 손에 잡히면 나쁜 무기가 됩니다."

콘스탄티노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멈추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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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

콘스탄티노플로 돌아오는 길은 길었다. 4일간의 여행.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을 몰았다. 호위 기사들은 콘스탄티노스의 침묵을 존중했고, 그는 그들의 침묵을 감사했다. 말이 필요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무언가 깨어졌다는 것을.

첫 밤, 콘스탄티노스는 야영지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막의 캔버스 벽 너머로 보이는 별들을 세었다. 별의 개수는 변하지 않았지만, 별을 보는 자의 마음은 변했다. 95년 뒤의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의 절망감이, 이제 현재의 정치적 현실로 압축되었다. 시간은 길었지만, 남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자신의 기술을 위해 남은 시간은 사흘뿐이었다.

둘째 날, 콘스탄티노스는 제련소의 현장 감독 마르쿠스에게 몰래 메모를 보냈다. 손글씨로, 불태워질 것을 전제하고. 내용은 간단했다. 모든 기록을 숨기라는 것. 제련 공정, 원재료, 온도. 만약 귀족들이 제련소를 파괴한다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재와 돌뿐이어야 한다. 지식은 남아야 했다. 지식만이 복구될 수 있으니까.

그 메모는 마르쿠스의 손에 도달했다. 현장 감독은 그것을 읽고, 불태웠고,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제련소 내부의 작업자들은 몰래 기록을 옮기기 시작했다. 벽장 뒤로, 지하실로, 그들만이 아는 곳으로. 귀족들의 스파이가 제련소에 잠입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이미 그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거짓 기록만 보여주었다.

셋째 날, 콘스탄티노스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다시 생각했다. 976년 비잔티움. 황제의 친동생. 현대 기술 지식. 목표는 명확했다. 만지케르트 전투를 막는 것. 95년을 버티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이슬람의 확대를 저지하는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무엇을 놓쳤는가?

정치라는 것이 기술과 다르다는 사실을. 기술은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진다. 변수는 제어 가능하고,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는 그렇지 않다. 정치는 인간의 욕망을 연료로 삼고, 그 욕망은 제어 불가능하다. 황제의 욕망, 귀족의 욕망, 교회의 욕망. 그리고 자신의 욕망.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가?

제국을 구하는 것?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아니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계를 만드는 것? 그 과정에서 몇 명이 죽을 것인가? 몇 개의 거성이 불탈 것인가? 몇 명의 아이가 고아가 될 것인가?

콘스탄티노스는 자신을 묻지 않았다. 대신 말을 더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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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이 보였을 때, 안나 달라센나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궁전의 정문 밖, 황혼이 무너지는 광장에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세 명의 근위병이 그녀 뒤에 서 있었다. 공식적인 영접이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에서 내렸을 때, 안나가 한 걸음 나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안나?"

"황제 폐하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공포의 떨림이 아니었다. 더 깊은 것이었다. 동정심의 떨림.

"지금입니까?"

"예. 즉시."

콘스탄티노스는 안나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 무언가가 전달되어야 했다. 무언가 중요한 것. 하지만 근위병들이 있었다. 말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입니까?"

안나는 잠시 침묵했다. 광장의 종이 저녁 기도 시간을 알렸다. 먼 곳에서 또 다른 종이 응답했다. 콘스탄티노플의 모든 교회가 저녁을 알리고 있었다.

"발칸 귀족들이 반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나가 말했다. 근위병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제련소 건설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려고 합니다. 사흘 뒤에."

콘스탄티노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사흘. 그 시간 제약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리고?"

"소피우스 메타크산드로스와 대주교 니콜라우스가 비공식으로 그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이단 심문 기록이 귀족들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황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안나가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콘스탄티노스는 이해했다.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다면, 황제가 왜 자신을 만나려 하는지도 이해했다.

"황제께서는 무엇을 말씀하셨습니까?"

"아직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안나가 광장의 돌 위에 서 있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콘스탄티노스, 당신은 이미..."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근위병들이 더 가까이 섰다.

"이미 무엇입니까?"

"이미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황제는 영웅을 필요로 할 때만 영웅을 지키고, 영웅이 불편해지는 순간 제거합니다."

콘스탄티노스의 손이 주먹으로 말았다. 손가락의 끝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저는 당신을 도울 수 없습니다."

안나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리고 당신도 알아야 합니다."

안나가 말을 이었다. 근위병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당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그 선택은 당신만의 것이 아닙니다. 제련소는 이미 강철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강철은 누군가의 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칼은 누군가를 죽일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은 이미 그 죽음의 무게를 나누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의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근위병들의 눈이 그를 향했다.

안나가 계속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차라리 단호했다.

"마르쿠스가 손을 거들 것입니다. 미카엘이 칼을 들 것입니다. 그리고 발칸의 귀족들이 죽을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선택입니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콘스탄티노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움직였다. 황제궁전으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갔다. 근위병들이 그 뒤를 따랐다. 안나는 따라오지 않았다. 그녀는 광장에 남아, 저녁의 종소리를 들었다.

복도는 길었다. 벽면의 횃불들이 콘스탄티노스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그림자는 그 앞으로 계속 뻗어 있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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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의 방

황제의 방은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실리우스 2세는 창가에 서 있었다. 콘스탄티노플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리의 횃불들이 작은 별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 제련소로 향하는 길도 보일 수 있을까?

황제가 돌아섰다.

"형님."

콘스탄티노스가 절을 했다.

"일어나거라."

황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고요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발칸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귀족들의 저항, 형님."

"그것뿐인가?"

콘스탄티노스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열려 했지만, 황제가 손을 들었다.

"당신이 그들과 무엇을 나누었는지 나는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알아야 한다. 당신은 여전히 나의 형제인가? 아니면 이제 나의 적인가?"

황제의 눈이 콘스탄티노스를 관통했다. 콘스탄티노스는 입을 열었다.

"형님, 저는 제국을 위해..."

"답하지 말고 들어라."

황제가 손을 들었다.

"나는 너에게 기술을 주었다. 그것으로 제국을 강하게 만들라고 했다. 하지만 너는 기술을 만들지 않았다. 너는 분열을 만들었다. 귀족들은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는 너를 이단으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나? 나는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져야 한다."

황제는 창가로 돌아섰다. 그의 손가락이 지도 위의 한 점을 가리켰다. 그곳은 카파도키아였다.

"사흘이 남았다고 들었다. 귀족들이 제련소를 공격하기까지. 나는 너에게 기회를 준다. 사흘 동안, 너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황제가 돌아서며 콘스탄티노스를 직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오직 결정만 있었다.

"아니면?"

말을 끝내지 않았지만, 그 뜻은 명확했다. 아니면 너는 죽어야 한다.

"형님, 저는 제련소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족들과의 전쟁을..."

"전쟁이 아니라 반란 진압이다. 차이를 알아두거라."

황제가 말했다.

"그리고 너는 미카엘 프세타스 장군과 함께 할 것이다."

콘스탄티노스의 눈이 위로 향했다. 미카엘 프세타스. 그 이름은 역사에 기록된 명장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지금, 그는 누구인가?

"나는 그에게 이미 명령을 내렸다. 그는 너를 지킬 것이다. 아니면 너를 죽일 것이다. 이 둘 중 하나."

황제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는 나의 도구다. 그리고 너도 나의 도구다. 도구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도구는 주인의 손에서만 움직인다."

콘스탄티노스의 입술이 말을 만들려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가 너를 보낸 이유를 알고 싶은가?"

황제가 다시 한 발 가까이 왔다.

"당신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너의 기술은 뛰어나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제국을 지킬 수 없다. 너는 정치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의 핵심은 이것이다."

황제가 콘스탄티노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따뜻했지만, 그 무게는 무거웠다.

"누가 죽고 누가 살아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권력이다. 너는 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그 순간, 콘스탄티노스는 황제의 진정한 의도를 깨달았다. 황제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그 증거는 창가 옆 탁자 위에 있었다. 봉인된 편지 세 장. 그 위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피우스 메타크산드로스. 대주교 니콜라우스. 그리고 레온 말레이노스.

죽음의 명단이었다.

"이미 내려진 명령이 있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그렇다."

황제가 대답했다.

"그들을 죽이는 것이 내 명령이 아니라면, 그들이 너를 죽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제국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너는 이해하는가?"

콘스탄티노스는 이해했다. 황제는 자신에게 선택을 주지 않았다. 선택의 환상만 주었다. 이미 결정된 죽음 앞에서, 자신은 단지 그 죽음을 집행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저는..."

"너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나의 명령이다."

황제가 말했다. 그의 손이 콘스탄티노스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돌아가거라. 그리고 사흘 안에 나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거라. 아니면 너는 더 이상 내 형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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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련소로

콘스탄티노스가 황제의 방을 나왔을 때, 복도의 횃불들은 이전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아니, 어두워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이 어두워진 것이었다.

카파도키아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미카엘 프세타스 장군이 500명의 군인들을 이끌고 그의 옆에 있었다. 장군은 50을 넘긴 남자였다. 얼굴은 전투의 흔적으로 얽혀 있었고, 눈은 차갑고 명확했다. 그는 콘스탄티노스를 보며 한 번도 미소 짓지 않았다.

"공작님,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까?"

미카엘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모르겠습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 것입니다."

미카엘이 말했다.

"아니면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는 것. 그 차이를 아십니까?"

콘스탄티노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 했다.

"이기는 것은 기술입니다. 하지만 지게 하는 것은 의지입니다. 당신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들의 의지가 더 강하면 우리는 진다는 뜻입니다."

제련소에 도착했을 때, 밤은 이미 깊어 있었다. 용광로의 불빛이 밤하늘을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강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르쿠스가 제련소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로 물들어 있었고, 손에는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그는 콘스탄티노스를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필요 없었다. 모든 기록은 이미 숨겨졌다. 제련소는 준비되었다. 그리고 용광로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미카엘이 콘스탄티노스에게 물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지키는 것입니까?"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용광로의 불빛을 바라봤다. 그 불빛 속에서 강철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철은 누군가의 칼이 될 것이었다. 누군가를 죽일 칼. 그것이 자신의 기술의 최종 형태였다.

"우리는 미래를 지키는 것입니다."

콘스탄티노스가 마침내 말했다.

"미래?"

미카엘이 되물었다.

"95년 뒤의 미래. 제국이 무너지지 않는 미래."

콘스탄티노스가 용광로 쪽으로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금 여기서 죽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르쿠스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콘스탄티노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기술자의 냉정함이 아니라, 정치인의 절망감이 있었다.

제련소의 깊숙한 곳에서, 용광로의 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 속에서 강철이 흘러내렸다. 붉은 색의 강철. 그것은 아름다웠고, 그것은 끔찍했다.

발칸의 거성에서, 레온 말레이노스는 자신의 장군들에게 최종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사흘 뒤, 제련소를 향해 행진할 것. 그리고 콘스탄티노플의 궁전에서는, 황제 바실리우스 2세가 지도를 펼쳐 놓고 있었다. 그 위에는 세 개의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각각 황제, 귀족, 그리고 콘스탄티노스를 의미했다.

세 십자가는 교점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교점은 카파도키아의 제련소였다.

사흘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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