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모독의 낙인
새벽 종이 울렸다.
콘스탄티노스는 대성당의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석조 벽면에 부딪힌 종소리가 울음통처럼 울리고, 그 음파가 몸 전체를 관통했다. 심문이 끝난 지 얼마 만인가. 손가락이 차갑다. 아니, 손가락만이 아니라 팔 전체, 척추 전체가 얼어 있었다.
대주교 니콜라우스는 여전히 제단 위에 앉아 있었다. 하얀 예복의 주름이 촛불에 흔들리고, 그의 얼굴은 그림자와 빛 사이에서 읽을 수 없었다.
"신의 창조물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것이 신을 경외하는 길이 아닌가요?"
콘스탄티노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현대의 엔지니어로서의 논리를 집어들었다. 효율성, 합리성, 개선 가능성. 21세기의 언어였다. 하지만 이 대성당의 돌벽 앞에서 그 언어는 외국어처럼 울렸다.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신은 불변입니다."
대주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정적이었다.
"신이 창조한 질서를 인간이 개선한다는 것은 신의 완벽함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개선이란, 결국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는 신이 준 이성을 사용하라고 배웠습니다."
"이성은 신의 뜻을 깨닫기 위한 것입니다. 신의 뜻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주교는 더 깊은 교리로 답했다. 신의 완벽함, 인간의 한계, 영원한 질서. 콘스탄티노스의 반박마다 그의 주장은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
"당신은 지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지혜는 없습니다."
대주교의 말이 콘스탄티노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것은 단순한 반박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단이었다.
미래를 아는 것이 지혜일까? 기술을 만드는 것이 신을 경외하는 일일까? 그의 주장은 이성과 신의 뜻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신은 이성을 주었지만, 그 이성을 신의 뜻을 거스르는 데 쓰면 안 된다는 논리. 그렇다면 이성의 한계는 어디인가? 신이 정한 것인가, 아니면 교회가 정한 것인가?
콘스탄티노스의 목이 메었다.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대주교의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는 당신의 기술이 신성모독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제국의 황제께서 당신을 보호하고 계신다면, 우리가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대주교가 한 박자 쉬었다.
"신은 오래 기다립니다. 그것이 신의 특권입니다."
협박이었다. 종교적 언어로 포장한, 노골적인 협박. 콘스탄티노스의 목이 더욱 건조해졌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신의 뜻, 교회의 뜻, 그리고 자신의 뜻. 그것들이 모두 다르다는 깨달음. 그렇다면 자신이 따라야 할 것은 무엇인가? 대주교의 신은 변하지 않는 신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는 변할 수 있다. 기술로, 선택으로, 행동으로.
"심문은 여기서 종료합니다. 황제께 돌아가십시오."
콘스탄티노스는 절을 했다. 이번에는 무너지는 절이 아니었다. 기계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선택하는 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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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으로 돌아가는 길은 길었다.
밤거리의 콘스탄티노플은 조용했다. 횃불이 거리를 밝혔고, 시정관의 순찰병들이 그림자 속을 지나갔다. 콘스탄티노스는 호위대 없이 혼자 걸었다.
발길이 끝나고 궁전 입구의 골목에서, 소피우스 메타크산드로스가 나타났다. 은색 머리가 횃불에 반짝였다. 그의 옆에는 두 명의 근위병이 서 있었다.
"심문은 잘 끝났는가?"
소피우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아래에는 철이 있었다.
"대주교께서 충분히 설득하셨나 보네."
콘스탄티노스는 멈췄다. 소피우스와의 거리는 10걸음 정도였다.
"당신의 기술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소피우스가 천천히 말했다. "파괴입니다. 질서의 파괴. 제국은 질서 위에 서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신의 질서를 지켰고, 그 안에서 제국을 지켰습니다."
"그 질서가 제국을 지킬 수 있습니까?"
콘스탄티노스가 처음으로 대항했다.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95년 뒤를 생각해보십시오. 1071년, 만지케르트에서 동쪽의 위협이 얼마나 커질지."
소피우스의 눈이 좁혀졌다.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충분히 압니다."
"그렇다면 더욱 위험합니다."
소피우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의 손이 허리의 칼자루에 닿았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현대의 눈으로. 이것은 위협이었다.
"지방의 귀족들도 당신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기술이 기존의 질서를 흔들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동부 테마의 귀족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고, 소아시아의 토지 귀족들도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제폐하께서도—" 소피우스가 미소를 지었다. "완전히 당신 편은 아니실 겁니다."
"뭔가를 원하는 겝니까?"
"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선택입니다."
소피우스가 더 가까워졌다. 이제 5걸음 거리였다. 충분히 칼을 뽑을 수 있는 거리였다. 콘스탄티노스의 몸이 경직되었다.
"당신은 누구의 편입니까? 황제입니까, 아니면 제국입니까?"
"그 둘이 다른가요?"
"매우 다릅니다. 황제는 죽습니다. 하지만 제국은 영원합니다. 당신이 선택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영원한지입니다."
콘스탄티노스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소피우스의 칼이 손잡이에서 벗겨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콘스탄티노스의 선택이 명확해졌다.
"저는 제국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아닙니다."
"무슨 뜻입니까?"
"제국이 영원하려면, 질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변화를 만드는 것이 제 기술입니다. 95년 뒤 만지케르트의 패배를 막기 위해, 셀주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것이 제국을 위한 변화입니다."
소피우스의 손이 칼자루에서 떨어졌다. 그의 얼굴에 혼란이 흘렀다. 이것은 그가 기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콘스탄티노스가 단순히 순종하거나 도망치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술이 제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위협이자 동시에 필요성이었다.
"당신은 위험한 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위험입니다."
소피우스가 그의 곁을 지나갔다. 어깨가 스쳤다. 그의 목에서는 향료의 냄새가 났다. 권력의 냄새였다. 콘스탄티노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뒷모습으로 그를 바라봤다. 소피우스의 손은 여전히 칼자루 근처에 있었다.
"황제께 인사를 드리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다음 발명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보십시오."
발걸음이 멀어졌다. 근위병들도 따라갔다. 골목의 어둠이 그들을 삼켰다.
콘스탄티노스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슴이 고르지 않게 움직였다. 이것이 10세기였다. 21세기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계. 기술도, 효율성도 권력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하지만 그는 방금 자신의 선택을 명확히 했다. 제국을 위한 변화. 그것이 그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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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만난 것은 한 시간 뒤였다.
바실리우스 2세는 서고에 앉아 있었다. 촛불 아래에서 문서를 읽고 있었다. 콘스탄티노스가 들어왔을 때 그는 시선을 들지 않았다.
"대주교는 어떻게 말했는가?"
"신성모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
황제가 이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차갑고 명료했다. 형의 눈이 아니라 통치자의 눈이었다.
"당신은 이것을 예상하지 못했나?"
"예상했습니다."
"그런데도 했다. 왜?"
"제국이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눈빛이 변했다. 놀라움이 스쳤다.
"기술은 권력입니다." 황제가 문서를 내려놨다. "그리고 권력은 도구입니다. 나는 당신의 기술을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것이 권력자의 권리입니다."
"형제여, 저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다릅니다."
"무엇을 묻는가?"
"그 기술이 제국을 지킬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황제는 침묵했다. 오랜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황제는 자신의 동생을 재평가하고 있었다.
"형제가 아닙니다. 황제입니다." 황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황제는 당신의 기술을 모두 사용할 것입니다. 강철, 기계, 모든 것. 하지만 당신은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황제의 일입니다."
"그 기술로 사람이 죽을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것이 무기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무기는 제국을 지킵니다."
황제는 다시 문서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콘스탄티노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형제여,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불쾌함이 얼굴에 드러났다.
"동쪽의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십니까?"
"셀주크는 멀리 있습니다. 우리의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95년 뒤면 그들이 여기 있을 것입니다."
황제의 얼굴이 굳었다.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발명해야 합니다. 형제여, 저는 그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황제는 콘스탄티노스를 오래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는 의심도, 두려움도, 그리고 필요성도 함께 있었다.
"가십시오. 그리고 계속하십시오."
콘스탄티노스는 절을 했다. 이번에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황제가 말한 대로라면, 기술은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도구는 이미 역사를 바꾸고 있지 않을까? 자신의 강철이, 자신의 설계가 이미 제국의 미래를 다르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95년 뒤의 미래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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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프세타스를 만난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군부의 막사는 항상 소음으로 가득 했다. 병사들의 함성, 칼의 부딪히는 소리, 말의 울음. 미카엘은 검술 연습장에서 젊은 병사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형식에 집착하지 마라. 목표는 생사다. 빠르고, 정확하고, 냉정하게."
그는 콘스탄티노스를 보고 검을 내려놨다.
"밤새 잠을 못 주무셨나 보네."
"미카엘 장군."
"따라오시죠."
그들은 막사의 뒤쪽, 무기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의 벽은 칼과 창으로 가득 했다. 그중 일부는 콘스탄티노스의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강철. 현대 기술의 강철. 10세기의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 날카로운 것들.
"당신의 강철을 가지고 우리는 이전에 없던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미카엘이 한 자루를 들었다.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기존의 것의 세 배입니다. 이 칼로 쳐지면 기존의 방어구는 무너집니다. 보병의 효율성이 극대화됩니다. 기존의 전술이 모두 바뀔 것입니다."
콘스탄티노스는 말하지 않았다.
"이 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까요?"
미카엘이 돌아섰다. 그의 눈은 진지했다.
"당신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당신이 만든 칼로 죽은 모든 사람의 죽음을 떠안을 수 있습니까?"
콘스탄티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죽어가는 병사들, 함락된 도시의 민간인들, 그 모든 죽음 뒤에 남겨진 슬픔들. 당신은 그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까?"
미카엘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그려냈다. 콘스탄티노스는 그 상황들을 상상해야 했다. 자신의 강철이 만들어낼 그 모든 죽음들을.
"수천 명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수만 명이."
콘스탄티노스의 목이 헛헛했다. 그는 숫자를 계산해보려 했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움직였다.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그 이후 셀주크의 침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그 모든 죽음을 막기 위해, 혹은 줄이기 위해 자신의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기술 자체가 죽음을 만들 것이었다.
그리고 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비잔티움의 병사가 자신의 강철로 만든 칼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 아니, 그것이 자신의 강철이 아니라 적군의 손에 들린 칼이었다면? 자신의 기술이 모방되어 제국의 적들 손에 전해진다면?
"할 수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발명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는 당신의 손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미카엘이 강철 칼을 벽에 걸었다.
"제국이 살아남으려면 이런 무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비극이 아니라면, 무엇이 비극입니까?"
미카엘이 창고를 나갔다. 콘스탄티노스는 남겨졌다. 벽면의 칼들 사이에서. 자신의 손이 만든 강철. 자신의 설계가 살인의 도구가 된 현실. 하지만 동시에 제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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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을 때, 안나 달라센나가 찾아왔다.
궁전의 정원이었다. 달빛이 분수의 물을 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안나는 한 송이의 장미를 들고 있었다. 시들어가는 장미였다.
"심문은 어땠습니까?"
"예상한 대로입니다."
"그것이 위로가 될까요?"
콘스탄티노스는 그녀를 바라봤다. 안나의 얼굴은 달빛 속에서 슬픔으로 가득 했다.
"형은 당신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더 정확히는, 보호하지 않을 겁니다. 교회와의 갈등이 커질수록 형은 당신을 희생시킬 수 있습니다. 지방의 귀족들이 연대하고 있고, 교회의 압력이 커지면 형도 선택을 강요받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하실 건가요?"
"계속해야 합니다."
"왜요?"
콘스탄티노스는 한참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그는 자신의 선택을 정리하고 있었다.
"제국이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나가 시든 장미를 그에게 건넸다.
"이 장미는 아침이면 떨어질 겁니다. 그것이 자연의 질서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기술로 그것을 보존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더 슬픈 일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질겠습니다."
안나는 그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형이 당신을 버릴 때가 올 겁니다. 교회가 압력을 높이고 지방 귀족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때. 그때 형은 당신을 희생시킬 것입니다. 그것이 황제의 선택입니다."
"언제입니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곧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교회가 움직일 겁니다. 당신의 발명품들을 파괴하려고. 당신의 서고를 불태우려고. 그들은 신성모독의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할 겁니다."
콘스탄티노스는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상징이 아니라 경고였다. 구체적인 위협. 구체적인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실 건가요?"
"네."
안나는 정원을 떠났다. 시든 장미만이 그의 손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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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뒤, 콘스탄티노스는 궁전의 서고에 있었다.
촛불 아래에서 그는 역사서들을 펼쳤다.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 그 기록을 읽으면서 그의 손이 떨렸다.
황제의 패배. 제국 군대의 괴멸. 그리고 그 이후. 소아시아의 상실. 셀주크 튀르크의 침입. 제국의 서서한 붕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강철로? 수력 기술로? 현대의 지식으로?
95년. 그것이 남은 시간이다. 95년 안에 제국을 구해야 한다. 기술로, 권력으로, 무엇으로든.
하지만 지금 그의 기술은 황제의 손에 있었다. 그의 발명은 교회의 이단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갈라지고 있었다.
촛불이 타들어갔다. 밤은 새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궁전 밖에서 종이 울렸다. 아침 종이 아니라 비상 종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누군가 달려들어 왔다. 콘스탄티노스는 책들을 흩어뜨린 채 일어섰다.
근위병이 문을 열었다.
"황제폐하께서 부르십니다. 긴급입니다."
"뭔가 일어났습니까?"
"동쪽 국경입니다. 셀주크의 정찰대가 아나톨리아 테마로 침입했습니다."
콘스탄티노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것은 예상과 달랐다. 역사는 이미 기억하고 있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1071년 만지케르트. 그것이 정해진 미래였다.
"규모가 이상합니다."
근위병의 다음 말이 그의 불안감을 확인했다.
"정찰대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병력입니다. 마치 본격적인 침략인 것처럼."
콘스탄티노스는 책장 위의 역사서를 다시 바라봤다. 그 안에 적힌 기록들은 이제 현재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르게. 예상과 다르게. 더 빨랐다.
자신의 기술이 역사를 변경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변경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이 구원일까, 아니면 더 큰 재앙의 시작일까?
콘스탄티노스는 서고를 나갔다. 비상 종의 울음이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