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의 선택
응급실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이준호는 환자 이름을 확인했다.
최명훈.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의료 기록을 떨어뜨렸다. 심장 판막 파열. 대동맥 역류. 생존 확률 40% 미만.
극심한 두통이 후두부를 내려찍었다. 뇌척수액이 역류하는 감각. 이준호는 기록을 내려놨다.
"수술실 준비하세요."
간호사가 돌아봤다. 입원복 차림의 남자가 지시를 내렸다.
"당신은 환자입니다."
"저는 흉부외과의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에는 무게가 있었다. 10년을 산 자의 절박함. 8번의 회귀를 견딘 자의 결연함. 간호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응급실 복도. 이준호는 벽에 기대 섰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뇌 촬영 결과가 떠올랐다. '추가 회귀 시 뇌사 상태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신경계 손상 발생 가능성 80% 이상.'
의사는 단호했었다. '더 이상 회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준호의 뇌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명확한 신호. 회귀 능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신호. 마지막 기회가 눈앞에 있다는 신호.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시각 23시 52분. 이수진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모든 증거가 수사 기관에 전달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일만 하세요.'
당신의 일. 의사의 일. 한 명의 환자를 앞에 두고 최선을 다하는 일.
이준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회귀하지 않겠다."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뇌척수액이 역류했다. 메스가 손에서 흔들렸다. 이준호는 무릎을 구부렸다. 벽을 짚었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준호!"
이수진이 달려왔다. 그녀는 이준호의 팔을 잡았다.
"수술실로 가야 해."
"알았어."
이준호는 일어섰다. 이번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너는?"
"나도 들어간다. 마취과는 박 전문의가 대기 중이야."
이수진은 이준호의 얼굴을 봤다. 그의 눈은 흐렸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수술실 복도의 스윙 도어가 열렸다.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취 의사, 간호사, 수술 보조원들. 모두 낯선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입원복 차림의 이 남자가 누구인지. 천재 흉부외과의 이준호라는 것을.
"최명훈 환자의 상태 설명해주세요."
이준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손떨림은 여전했지만, 음성에는 의사의 권위가 있었다.
"심장 판막 파열 진행 중입니다. 대동맥 역류량 심각. 응급 수술 필요합니다. 생존 확률은..."
"알았습니다."
이준호는 수술복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단추를 끼울 수 없었다. 옆에 선 이수진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단추를 끼웠다. 말없이.
"당신 손 상태가..."
"알아."
이준호는 수술 모자를 썼다. 마스크를 댔다. 장갑을 끼웠다. 손이 계속 떨렸다. 하지만 그는 움직였다. 최명훈이 누워있는 수술대 옆으로.
환자의 흉부가 노출되어 있었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했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파형이 마치 산맥처럼 들쭉날쭉했다. 이준호는 환자의 얼굴을 봤다.
최명훈이었다.
지금 그는 죽어가는 환자일 뿐이었다.
"스스로를 제어하세요."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준호의 떨리는 손을 보고 있었다.
"할 수 있습니까?"
이준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메스를 집었다. 손이 떨렸다. 메스가 공중에서 흔들렸다.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1초. 2초. 3초. 손이 멈췄다. 떨림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합니다."
메스가 흉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정확한 각도. 정확한 깊이. 손이 떨렸지만, 메스의 궤적은 흔들리지 않았다.
10년 전, 이준호는 같은 수술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회귀 능력이 있었다. 실패하면 다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이 그를 거칠게 만들었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있었고, 판단이 급했고, 때론 환자의 신체를 무시했다.
지금은 달랐다. 이번이 유일하다는 생각. 회귀할 수 없다는 절박함. 그것이 그의 손을 섬세하게 만들었다. 메스의 각 움직임이 의미를 가졌다. 전체 수술의 전략이 손끝에 담겼다.
"지혈기 준비."
"준비됐습니다."
"심박동 모니터 확인."
"수축기 70, 이완기 40. 심박수 불규칙합니다."
이준호는 심장을 노출시켰다. 그것은 마치 생명 그 자체였다. 불규칙하게 뛰고 있는, 죽음으로 향하는 생명. 이준호는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박준성을 살렸을 때의 그 감정. 박영준의 손에 있던 그 환자들. 모두 이런 심장이었다. 모두 죽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를 살릴 수는 없다.
이 깨달음은 이준호를 비극하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그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심장 앞에서, 이 환자 앞에서,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
그런데 최명훈을 살려야 한다는 명령과 그를 살릴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충돌했다. 배신자를 구하는 의사.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 의료의 의무와 인간으로서의 분노 사이에서, 이준호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뇌척수액이 역류했다. 메스가 손에서 흔들렸다. 회귀 신호였다. 지금 회귀하면 다시 할 수 있다. 최명훈을 살리지 않는 선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의 의무는 무엇인가. 환자 앞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준호!"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모니터 너머에서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의료진 중 유일하게 그의 상황을 아는 사람. 수술실의 모니터 위로 그녀의 눈이 보였다.
"계속해."
단순한 지시가 아니었다. 신뢰였다. 그 신뢰가 이준호의 손을 움직이게 했다.
"판막 상태 확인."
이준호가 조직을 젖혀냈다. 대동맥 판막이 노출되었다. 그것은 거의 파괴되어 있었다.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 교체가 필요했다. 하지만 단순한 교체가 아니었다. 혈관의 손상까지 고려해야 했다. 한 번의 실수가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상황.
10년 전, 이준호는 이 상황에서 회귀했었다. 3번을 회귀했었다. 결국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비효율적이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첫 번째 시도가 마지막이었다.
"인공 판막 준비."
"준비됐습니다."
이준호의 손이 움직였다. 꿰매기. 고정. 각 움직임이 계산되어 있었다. 손이 떨렸지만, 손가락의 감각은 예리했다. 촉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얼마나 팽팽하게 묶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조여야 하는지. 10년의 경험이 손끝으로 흘러내렸다.
30분이 지났다. 40분. 50분.
이준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마스크 아래에서 숨이 가빠졌다. 뇌척수액이 역류하는 감각이 계속되었다. 후두부의 통증. 시야의 흐림.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심박동 정상화되지 않습니다."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준호는 판막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혈관 연결.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심장 자체가 손상되어 있을 수 있다. 오래 정상 심박동을 잃었던 심장이.
이준호는 조직을 다시 젖혀냈다. 심장 근육. 그것을 살펴봤다. 미세한 손상들. 반복적인 심실세동의 흔적. 심장이 너무 오래 비정상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심장 자체에 손상이 있습니다. 약물 지원해주세요."
"약물 투여 중입니다. 반응 없습니다."
이준호는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뇌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 시야가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회귀 신호였다. 이 순간, 회귀하면 다시 할 수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뒷전이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최명훈을 살릴 수 있다면.
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 회귀는 도망이다. 지금의 선택을 외면하는 것이다. 배신자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의사로서의 의무와 인간으로서의 분노 사이에서 회피하는 것이다. 나는 도망치고 싶지 않다. 10년을 다시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그건 선택 앞에서 눈을 감지 않는 거다.
회귀하지 않겠다. 이 순간을 살겠다.
"심장 자극 준비하세요."
이준호의 목소리가 명령했다. 손이 심장을 직접 자극했다. 전기 자극. 물리적 자극. 심장을 깨우려는 시도.
모니터의 파형이 움직였다.
"심박동 회복 중입니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수축기 90, 이완기 55.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파형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산맥 같던 불규칙한 파형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정상 심박동의 곡선으로.
이준호는 손을 멈췄다. 봉합을 시작했다. 혈관. 심장 주변 조직. 마지막으로 흉부. 각 움직임이 의식적이었다. 손이 떨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모니터 확인."
"심박수 72. 안정적입니다."
이준호는 마지막 봉합을 완료했다. 메스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극심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뇌가 무거웠다. 하지만 모니터는 정상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최명훈의 심장은 다시 뛰고 있었다.
"수술 완료했습니다."
이준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스크 아래에서 숨이 가쁜 것을 숨겼다. 간호사들이 수술 기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준호는 수술대에서 물러났다.
수술실을 나갔다. 이수진이 따라왔다. 복도의 형광등이 밝았다. 이준호는 벽에 기대 섰다. 손이 주머니에 들어갔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시각 01시 18분.
새로운 메시지가 있었다. 검사청에서 온 메시지였다. '박영준 원장과 박준성 의사 구속 영장 발부. 내일 법정 출석 예정.'
"준호."
이수진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 회귀는?"
"사용하지 않았다."
"왜?"
이준호는 눈을 떴다. 수술실의 모니터가 여전히 보였다. 정상 수치를 나타내는 파형. 최명훈의 심장.
"배신자를 살리는 것도 의사의 일이라고 생각했어. 최명훈이 누구든, 지금 그는 환자였어. 그리고 환자 앞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의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의료의 윤리야."
이수진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회귀를 거부한 이유는 다른 거야. 회귀는 도망이었어. 이 선택을 외면하는 것이었어. 배신자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의사로서의 의무와 인간으로서의 분노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는 것이었어.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10년을 다시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도망치지 않는 거야."
이수진이 그의 손을 잡았다.
"법정에서는?"
"증언할 거야. 모든 것을."
그 순간, 극심한 두통이 뇌를 관통했다. 번개가 내려치는 것처럼. 이준호의 몸이 흔들렸다. 이수진이 그를 잡았다.
"준호!"
시야가 흐릿해졌다. 복도가 회전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누군가 의료진 부르세요!"
이수진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달려왔다.
하지만 이준호의 의식은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10년간 살아온 시간이 한순간에 응축되는 느낌. 2014년의 기억과 2024년의 기억이 겹쳤다. 법정의 판사. 병원의 수술실. 환자의 심장. 동료의 배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수진의 목소리.
"버텨, 준호. 버텨."
하지만 이것은 회귀가 아니었다. 회귀 신호는 이미 거부했다. 이것은 뇌 손상의 임계점. 마지막 회귀를 거부한 대가. 뇌척수액 역류로 인한 신경계 손상의 시작.
내일 법정에 설 수 있을까.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