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서 깨어났을 때, 이준호의 뇌는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신경이 타는 듯한 통증이 후두부에서 시작해 양쪽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마비된 손가락들이 침대보를 더듬었다. 밤 3시 47분. 병실의 형광등이 무섭게 밝았다.
일어나려 했다. 세상이 회전했다. 천장이 벽이 되고, 벽이 바닥이 되는 느낌. 눈을 감았다 떴다. 여전했다. 손을 뻗어 호출 버튼을 누르려 했는데, 손가락이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세 번 누른 끝에 간호사가 들어왔다.
"의사선생님? 어떻게—"
"신경과. 김 교수. 지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호는 침대 위에서 몸을 굴렸다. 위장이 뒤틀렸다. 간호사가 구토 용기를 들고 왔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비워진 위장 속에서는 순수한 고통만 울었다.
15분 후, 응급 뇌 촬영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모니터 앞에서 오래 침묵했다. 흑백의 뇌 영상 위에 표시된 밝은 점들. 회귀 흔적. 신경 손상의 궤적. 그것이 점점 많아졌다.
"이준호 의사."
김 교수가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다.
"뇌척수액 역류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신경 손상 범위가 전 뇌에 걸쳐 있고,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 경계 부위에 미세한 출혈이 보입니다."
"얼마나 남았나."
이준호의 목소리는 남의 것처럼 들렸다. 감정이 없었다. 단지 정보를 요청하는 음성일 뿐.
"추가 회귀 시, 임계점을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계점이란."
"뇌사 상태.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신경계 손상."
이준호는 모니터를 봤다. 자신의 뇌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뇌는 너무 낡아 보였다. 60세 노인의 뇌 같았다. 그것이 자신의 뇌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몇 초가 걸렸다.
"통증은?"
"신경 손상으로 인한 통증입니다. 진통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신경을 보호하는 수초(myelin sheath)가 손상되면서 신경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전달되고 있거든요."
"그럼 내가 죽는 건가."
"회귀를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추가 회귀는..."
김 교수가 말을 멈췄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준호는 침대로 돌아갔다. 몸이 무거웠다. 육체의 무게가 아니라, 현실의 무게였다. 한 번의 회귀 기회. 그것이 전부였다.
오전 7시, 이수진이 들어왔다.
"당신은 충분히 했습니다."
이수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이준호는 그 말 속의 거짓을 들었다.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아직도 죽을 환자가 있다."
이수진이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당신 혼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준호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손이 떨렸다. 더 심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김민준 환자를 살렸다. 박준성의 소송을 막았다. 최명훈이 자살하기 전에 그를 찾을 수 있었다.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들을 했습니다."
이수진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내 마지막 회귀 기회가 남았다."
이수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 마세요."
"어디에 써야 할까."
이수진이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이준호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살아있는 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
오전 9시 30분, 한지은 변호사가 들어왔다.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법정 판결이 났습니다."
그녀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피로해 보였다. 2주간의 재판 과정이 그녀의 얼굴을 깎아내렸다.
"박영준 원장은 의료사고 은폐 혐의로 징역 7년. 박준성 의사는 증거인멸 혐의로 징역 3년. 최명훈 과장은... 최명훈 과장은 증언 직후 자진 사직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혐의는 전부 무죄입니다."
이준호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죄.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되돌릴 수 있는가. 그것이 최명훈을 살릴 수 있는가. 그것이 수술실에 남겨진 죽은 환자들을 되살릴 수 있는가.
오후 2시, 김태호 검사가 들어왔다.
"의료사고 은폐 혐의의 법적 책임은 명확히 되었습니다. 병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사건은 끝났습니다."
끝났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끝났다고.
그러나 이준호의 뇌 속에서는 아직도 모든 것이 진행 중이었다.
오후 4시 47분, 이준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봤다. 서울대병원의 전경이 보였다. 흉부외과 건물, 응급실, 수술실이 있는 신관. 그 모든 건물들이 그대로 서 있었다. 변한 게 무엇인가.
원장은 투옥되었다. 박준성은 몸을 낮췄다. 최명훈은... 최명훈은 어디 있는가.
이준호는 기억 속에서 7월의 로비 벤치를 찾았다. 최명훈이 수면제 병을 들고 있던 모습. 자신이 그를 찾아갔던 순간. 그리고 그 이후.
그 이후가 없었다. 회귀 능력이 그를 다시 데려가기 전에, 최명훈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병원을 바꾼 건가."
이준호의 독백이 방 안에 울렸다.
"아니면 단지 몇 명의 개인을 벌한 건가."
뇌에 극심한 통증이 쏟아졌다. 시야가 흔들렸다. 왼쪽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청각이 왜곡되었다. 마치 물속에 잠긴 것처럼 모든 소리가 둔탁해졌다.
이준호는 침대에서 비틀거렸다. 손이 뭔가를 집으려 했다. 침대보. 공기. 아무것도. 통증은 머리 전체를 점거했다. 마치 누군가 뇌를 짜내는 것 같았다. 신경 손상의 진행. 회귀 능력의 마지막 경고.
이준호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간호사의 만류를 뿌리쳤다.
"환자입니다. 누우세요."
"안 된다."
이준호는 병원 복도로 나갔다. 입원복 차림이었다. 발이 흔들렸다. 왼쪽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경 손상. 그것이 이제 육체의 일부였다.
복도를 걸었다. 4층. 신관. 응급실로 향하는 길.
그 순간, 방송이 울렸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 이송 중. 심장 판막 파열 합병증. 응급실 1번. 긴급 수술 필요."
이준호는 멈췄다.
심장 판막 파열.
그 환자는 누구인가. 이준호는 회귀 초기의 기억을 뒤졌다. 3화. 심장 판막 수술 중 뇌졸중으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 그 환자의 이름은 김윤호였다. 나이 58세. 직업 회계사. 가족 아내, 딸 둘.
그 환자가 살아있다면, 이 시간에 이송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회귀 초기에 만났던 환자라면, 지금은 5년이 지났다. 이미 식물인간 상태가 된 지 5년이었다.
그렇다면 이 환자는 누구인가.
방송이 다시 울렸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 나이 47세, 남성, 직업 외과의사."
이준호의 호흡이 멈췄다.
외과의사. 47세.
그것은 박준성이었다.
아니다. 박준성은 투옥되었다. 판결이 났었다. 징역 3년.
그렇다면 누구인가.
이준호는 복도에서 멈췄다. 극심한 두통이 다시 몰려왔다. 왼쪽 눈이 떨렸다. 안진 현상. 신경 손상의 신호. 신체 감각이 역전되었다. 손가락이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 반복되었다.
응급실 쪽에서 환자가 실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응급차 사이렌. 의료진의 외침. 그리고 침대 위의 한 남자.
그 남자의 얼굴이 이준호에게 보였다.
최명훈 과장이었다.
"심장 판막 파열과 급성 심근경색 합병증. 응급 수술 필요. 지금 당장."
의료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준호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10년 뒤에서 들었던 자신의 목소리처럼.
이준호의 손이 떨렸다. 이번엔 신경 손상 때문이 아니었다.
최명훈을 살릴 수 있다. 자신이 흉부외과의다. 심장 판막 수술은 전문 분야다. 마지막 회귀 기회를 써서, 10년을 다시 살면서 최명훈이 이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체 상태가 문제였다.
손이 떨렸다. 왼쪽 다리가 마비 상태에 가까워졌다. 뇌척수액 역류로 인한 신경 손상. 이 상태에서 메스를 잡으면, 환자를 죽일 것이다.
이준호는 응급실 입구에서 멈췄다. 복도가 흔들렸다. 천장이 회전했다. 극심한 두통이 뇌를 짜내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
한 번의 회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응급실 안에서 최명훈의 심장 모니터가 울렸다. 심실세동. 죽음의 신호.
응급실 내 모니터 음성이 울렸다. 비프음이 규칙을 잃었다.
"심실세동. 제세동 준비."
의료진이 움직였다. 패들을 들었다. 최명훈의 가슴에 올렸다. 전류가 흘렀다. 몸이 뛰었다.
이준호는 입구에 서 있었다. 입원복이 흔들렸다. 왼쪽 눈이 떨렸다. 신체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맥박 확인."
"없습니다. 다시."
제세동이 반복됐다. 최명훈의 몸이 뛰었다 가라앉았다. 그의 입술은 푸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죽음의 신체 언어.
이준호는 한 발 안으로 들어섰다. 간호사가 고개를 들었다. 입원복 차림의 환자. 걷는 것도 어려워 보이는 상태. 그것이 이준호였다.
"환자세요?"
"심장내과 의사를 부르지 않았나."
이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가늘었다. 떨렸다.
"심장내과 의사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흉부외과 의사가 필요합니다. 응급 수술 준비 중입니다."
응급실 간호사가 대답했다.
"흉부외과는."
"지금 수술실이 부족합니다. 3번 수술실을 준비 중입니다."
이준호는 최명훈의 얼굴을 봤다. 창백했다. 입술이 푸른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눈이 반쯤 떠 있었다. 그 눈 속에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10년을 다시 살면서 이를 막을 수 있다.
회귀 능력을 사용하면, 다시 2014년으로 돌아간다. 2014년부터 최명훈이 이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의 죄책감을 이해하고, 자살을 막고, 그가 진정한 의료윤리를 찾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도피다.
이준호는 회귀 초기의 기억을 더듬었다. 2014년 7월의 로비 벤치. 최명훈이 수면제 병을 들고 있던 모습. 자신이 그를 찾아갔을 때의 표정.
최명훈은 시스템의 피해자였다. 원장의 압박 속에서 의료사고를 은폐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그의 것이었고, 그 선택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자살 시도. 약물 중독. 그리고 이제, 심장 질환.
그는 구원받을 수 있다.
그 확신이 이준호의 뇌를 점거했다.
그러나 신체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뇌척수액 역류로 인한 신경 손상이 누적되었다. 추가 회귀 시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 의사의 경고가 떠올랐다.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제 이준호는 알았다. 이번 회귀가 마지막이다. 이번 회귀를 사용하면, 10년을 다시 살면서 자신의 뇌는 완전히 손상된다. 2024년에 도착했을 때, 혹은 그 이전에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준호는 응급실을 나갔다.
복도로 나왔다.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걸었다. 손이 떨렸다. 뇌가 울었다.
4층 중앙 통로. 창문이 있었다. 서울대병원의 야경이 보였다. 밤 11시 47분. 서울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이수진이 나타났다. 신경과 의사 복장이었다. 언제 온 것인지 이준호는 알 수 없었다.
"응급실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신이 나갔다고."
이수진이 다가왔다.
"최명훈 과장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준호가 답했다.
"심장 판막 파열. 급성 심근경색. 응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네."
이수진이 가까워졌다. 이준호의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이 상태로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수진이 멈췄다. 그녀의 눈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회귀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이준호가 말했다.
"네."
이수진의 호흡이 멈췄다.
"당신에게 남은 회귀 기회는."
"한 번입니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그것을 사용하면 당신은."
"죽습니다."
이준호가 끝까지 말했다.
극심한 두통이 다시 몰려왔다. 이준호는 창문에 손을 짚었다. 손이 떨렸다. 시야가 왜곡되었다. 왼쪽과 오른쪽의 상이 겹쳤다.
"최명훈 과장을 살리려고 합니까."
이수진이 물었다.
"그가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그는 시스템의 피해자이지만, 그것이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지 못합니다. 원장의 압박 속에서 의료사고를 은폐했던 그 순간, 그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선택이 그를 먹어 삼켰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아직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환자들은 어떻습니까."
이수진이 물었다.
"당신이 회귀하는 동안 죽을 환자들은."
"알 수 없습니다."
이준호가 답했다.
"10년을 살면서 내가 만난 환자들이 모두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환자는 내 능력으로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회귀 능력은 무한한 기회가 아닙니다. 제한된 자산이고, 그 자산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결국 내 선택입니다."
"당신의 죽음도."
이수진이 말했다.
"그 선택의 결과입니까."
이준호는 창밖을 봤다. 서울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그 속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네."
그가 답했다.
이수진이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신경 손상. 회귀 흔적의 누적. 뇌척수액 역류.
이수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그 사이에 있었다.
"김민준 환자를 살렸을 때, 그의 가족은 다시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준호가 먼저 말했다.
"박준성의 소송을 막았을 때, 그의 피해자들은 법적 정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명훈이 자살하기 전에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것들이 작은 것인가요?"
이준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을 살렸습니다. 그것이 의사의 선택입니다."
이수진의 손이 떨렸다.
"당신이 죽으면, 누가 증거를 남기겠습니까. 누가 법정에서 증언하겠습니까."
"당신입니다."
이준호가 대답했다.
"당신은 이미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2024년의 신경과 의사였습니다. 당신은 내 회귀 능력을 의료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당신은 병원의 적폐를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법정에서 증언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이야기 없이는."
"필요 없습니다."
이준호가 끊었다.
"내 이야기는 회귀 능력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현상. 법정에서는 그것을 증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증언은 다릅니다. 당신은 의료 전문가입니다. 당신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증언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수진이 이준호를 봤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김태호 검사는."
"이미 의료사고 은폐의 법적 책임을 입증했습니다. 한지은 변호사는 법적 정의를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박준성은 자진 사직을 신청했습니다. 최명훈 과장은...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입니다."
극심한 두통이 다시 몰려왔다. 이준호는 창문에 이마를 대었다. 유리가 차갑고 단단했다. 신체 감각이 역전되었다. 차가움이 뜨거움으로 느껴졌다. 뇌가 자신의 신호를 더 이상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응급실 쪽에서 방송이 울렸다.
"3번 수술실 준비 완료. 흉부외과 의사 필요."
이준호의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휴대폰이 있었다. 그 안에는 2024년부터 2014년까지의 모든 기록이 들어 있었다. 의료사고. 은폐. 배신.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당신은 이것을 가져야 합니다."
이준호가 휴대폰을 꺼냈다. 이수진에게 건넸다.
"이것이 모든 증거입니다."
"이준호."
이수진이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당신은."
"네. 나는 회귀를 선택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명훈 과장을 살리겠습니다."
이수진의 손이 떨렸다.
"당신이 죽으면, 나는."
"당신은 증인이 됩니다. 법정에서 내 죽음에 대해 증언합니다. 내가 왜 회귀를 선택했는지, 무엇을 위해 죽음을 택했는지. 그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
이준호가 휴대폰을 이수진의 손에 쥐어줬다.
"나머지는 당신이 합니다."
이수진은 휴대폰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이준호는 응급실 쪽으로 향했다.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손이 떨렸다. 뇌가 울었다.
극심한 두통.
회귀 능력의 마지막 신호.
응급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준호는 한 번 멈췄다.
최명훈의 심장 모니터가 울리고 있었다. 여전히 심실세동. 죽음의 신호.
"심폐소생술 계속. 약물 투여."
의료진이 외쳤다.
이준호는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는 흉부외과의입니다."
그가 말했다.
"이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겠습니다."
의료진이 고개를 들었다. 입원복 차림의 환자.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는 사람. 그들은 혼란했다.
"당신은."
"이준호입니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이 환자의 수술을 담당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단호했다.
의료진이 움직였다. 최명훈을 수술 침대로 옮겼다.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면서 3번 수술실로 향했다.
이준호도 따라갔다.
복도를 지나갈 때,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이것이 마지막인가.
이준호는 그 생각을 밀어냈다.
수술실 입구에 도착했다.
"준비하세요."
이준호가 외쳤다.
"심장 판막 파열. 급성 심근경색. 응급 수술을 시작합니다."
손이 떨렸다.
뇌가 울었다.
이준호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극심한 두통이 폭발했다.
뇌척수액 역류.
신경 손상의 누적.
회귀 흔적의 임계점.
이준호의 시야가 흔들렸다.
천장이 회전했다.
청각이 왜곡되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이준호는 한 가지만 생각했다.
메스를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극심한 두통이 뇌를 짜내고 있었다.
그 순간, 수술실의 모니터가 울렸다.
최명훈의 심장 모니터.
비프음이 규칙을 되찾기 시작했다.
심실세동이 정상 리듬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료진이 모니터를 봤다.
"맥박이... 돌아왔습니다."
"혈압?"
"80 over 50. 상승 중입니다."
최명훈의 몸이 움직였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눈이 떨렸다. 살아있는 신체의 신호.
그 순간.
이준호의 의식이 멀어졌다.
극심한 두통.
시야의 왜곡.
뇌파가 급격히 변했다.
세상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귀에서 울음이 들렸다.
비프음. 비프음. 비프음.
그것은 심장 모니터의 음성이었다.
아니다.
뇌파 측정기의 음성이었다.
이준호의 의식이 멀어졌다.
마지막 회귀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인 것을,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