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새로운 길, 그리고 열린 결말

의식이 돌아오는 과정은 물처럼 흐릿했다. 먼저 소리가 들렸다. 심전도 기계의 규칙적인 비프음. 누군가의 발걸음. 창밖의 서울 도시음. 그 다음 감각이 돌아왔다. 얼굴의 산소마스크. 팔에 꽂힌 수액줄의 미세한 따끔거림. 침대 시트의 질감. 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무거웠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얹어둔 것처럼.

"의식 회복 신호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료진의 정중한 톤. 이준호는 눈을 천천히 떴다. 천장의 형광등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초점이 맞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났다. 혹은 몇 분이었을 수도 있다.

"이준호 선생님, 듣고 있으세요?"

여성의 목소리였다. 익숙했다. 이수진이었다.

"네."

목이 갈라서 나온 소리는 쉰 개구리 울음 같았다. 이준호는 천천히 눈을 완전히 떴다. 병실의 천장이 선명해졌다. 백색 천장. 천장 모서리의 곰팡이 얼룩. 형광등. 이 모든 것이 2014년 서울대병원의 것이었다.

"어디... 어디죠?"

"병실입니다. 당신은 수술실에서 쓰러진 지 사흘째입니다."

사흘.

이준호는 그 숫자를 반복해 씹었다. 사흘 전의 기억이 흐릿했다. 수술실. 최명훈. 심장 판막. 그 다음이.

"최명훈은?"

"살았습니다. 당신이 수술한 환자들이 모두 살았습니다."

이수진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이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이수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얼굴은 피곤했고 안심한 표정이었다. 눈 밑에 검은 자국이 있었다. 아마 자신이 쓰러진 사흘 동안 이수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되셨죠?"

이준호가 물었다.

"뇌척수액 역류는 멈췄습니다."

의료진의 일원인 듯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는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60대 초반의 남성 의사가 서 있었다. 신경과 전문의로 보였다. 그 의사는 차트를 들고 있었고, 이준호를 바라보는 눈빛은 진지했다.

"하지만 당신의 뇌 신경세포에는 회귀 흔적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의사는 천천히 다가왔다. 이준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신경이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무거웠다.

"추가 회귀 시도는 불가능합니다. 뇌사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신경계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었다. 정확히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몇 초가 지나서야 깨달았다. 회귀 능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죽음 직전의 2014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마지막 회귀는 성공했습니다. 최명훈 환자를 살렸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신의 뇌 손상이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의사는 차트를 들어 보였다. MRI 촬영본이었다. 뇌의 횡단면 이미지에 여러 개의 하얀 점들이 흩어져 있었다. 회귀 흔적이라고 부르는 신경세포 손상이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해하십니까?"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뇌는 아직도 그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의사가 나갔다. 이수진만 남았다. 그녀는 여전히 이준호의 손을 잡고 있었다. 따뜻한 손. 떨리고 있는 손.

이준호는 천장을 바라봤다. 그 위에 떠 있는 형광등. 무한히 반복되는 그 불빛. 10년을 살면서 본 수천 번의 그 불빛. 그런데 이제는 그 불빛 아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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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을 나가는 데 이틀이 더 걸렸다. 신경 손상으로 인한 팔과 다리의 회복이 필요했다. 물리치료사가 매일 왔다. 이준호는 천천히 팔을 움직이는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둘째 날 손가락이 떨렸다. 셋째 날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신경이 천천히 다시 연결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신경이 깨어나면서 따끔거리는 통증.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저항감. 이준호는 그 고통을 견디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회귀 능력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실패를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환자를 잃으면 그것이 끝이라는 뜻이었다. 회귀 없이 마주해야 할 현실.

이준호가 병실을 나간 것은 오후 2시였다. 복도는 밝았다. 햇빛이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병원의 냄새. 소독약과 음식의 혼합된 냄새. 이 냄새를 이준호는 10년을 살면서 맡았다. 2014년에도, 2024년에도.

"이준호 선생님."

최명훈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붕대를 감고 있었다. 수술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불안정했다.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최명훈이 말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죽었을 것입니다."

이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명훈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죄책감과 감사가 섞여 있었다.

"저는... 저도 변하고 싶습니다."

최명훈이 계속했다. 그 목소리는 작았고, 간절했다. 마치 고백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원장의 압박, 실적의 강요. 그 속에서 나는 의사가 아니라 관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을 배신했을 때, 나는 의사가 아니라 조직의 일원이 되려고 했습니다."

이준호는 최명훈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1화에서 만난 최명훈의 눈과는 다른 눈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변화인지, 아니면 상황에 대한 임시적 반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신도 그 구조의 피해자였군요."

이준호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용서가 아니라 깨달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구한 이 환자들도 무죄인가?"

이준호는 그 질문을 던졌다. 최명훈의 얼굴이 굳었다. 답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의료 시스템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었다.

"모두가 그 구조의 피해자입니다."

이준호가 계속했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이유가 가해자의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선택했습니다. 조직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나를 배신했습니다. 그것은 구조의 피해자이기 이전에,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최명훈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쳤다. 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준호의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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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로비로 내려가는 길에 이준호는 김태호 검사를 만났다. 그 검사는 한지은 변호사와 함께 있었다. 둘 다 공식적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방금 법정에서 나온 것처럼.

"판결이 났습니다."

한지은이 말했다.

"박영준 원장은 의료법 위반 및 뇌물 혐의로 징역 5년. 박준성은 의료사고 은폐 혐의로 징역 3년. 모두 실형입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이 주는 감정은 복잡했다.

"당신은?"

김태호가 물었다.

"무죄입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었다. 무죄. 그 단어는 이상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이준호는 자신이 죄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의료사고로 인해. 그 환자의 죽음으로 인해. 하지만 법정은 그를 무죄라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내가 구한 이 환자들도 무죄인가?"

이준호가 물었다. 그 질문은 단순한 반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법 체계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었다. 누가 죄인이고, 누가 무죄인가. 그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용기가 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한지은이 말했다.

"당신이 없었다면, 이 시스템은 계속 작동했을 것입니다."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완벽하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변했습니다."

김태호가 끼어들었다. 그 검사는 차트를 펼쳤다. 그 차트에는 의료 기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모두 의료윤리위원회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투명성을 확보하기로 결정한 기관들이었다.

"당신의 사건 이후로, 한국의 대형 병원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태호가 말했다.

"완벽한 변화는 아니지만,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가 되고 있습니다."

이준호는 그 차트를 봤다. 변화. 하지만 그것이 충분한가. 그것이 자신이 잃은 10년의 대가인가. 그것이 구하지 못한 수많은 환자들의 대가인가. 이준호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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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반. 이준호는 병원 로비에 있었다.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이준호는 의료윤리위원회의 자문 의사로 일을 시작했다. 수술은 아직 불가능했다. 신경 손상이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그때 응급 신호가 울렸다.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이준호는 본능적으로 응급실을 향해 걸었다. 다른 의사들도 달려왔다.

"심장 판막 파열. 나이 45세 남성. 혈압 80/50, 심박수 140."

응급실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불가능한 케이스였다. 심장 판막 파열. 이준호가 최명훈을 살린 바로 그 수술이었다. 생존율 15%. 수술 난이도 최상.

이준호는 멈춰섰다. 그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경 손상 때문이 아니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회귀 없이 이 수술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환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의 손가락이 경련처럼 수축했다. 혈관이 팽팽해지면서 맥박이 목까지 타고 올라왔다. 호흡이 얕아졌다. 시야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회귀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닥쳐 있었다.

"나는 회귀할 수 없다."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나는 더 이상 회귀할 수 없다."

이수진이 옆에 나타났다. 그녀는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회귀 없이도 당신은 의사입니다."

이수진이 말했다.

이준호는 그 말을 들었다. 의사. 회귀 능력이 없는 의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10년을 살면서 배운 모든 경험. 그리고 회귀 없이 마주해야 할 현실. 그 둘 사이의 긴장.

"내가 실패하면?"

이준호가 물었다.

"그러면 환자는 죽습니다."

이수진이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이 시도하지 않으면, 환자는 확실히 죽습니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15% 확률. 그것은 0%보다 낫다.

최명훈이 복도에서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이미 회복 중이었다. 그의 얼굴은 결연했다.

"수술을 할 겁니까?"

최명훈이 물었다.

이준호는 최명훈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자신을 믿음이 있었다. 자신이 최명훈을 살렸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이 다음 환자도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은 아니었다.

"네."

이준호가 대답했다.

"회귀 없이?"

"회귀 없이."

이준호는 수술실로 향했다. 이수진이 따라왔다. 최명훈도 뒤를 따랐다. 의료진들이 준비를 시작했다.

수술실의 불이 켜졌다. 기계들이 울렸다. 환자가 옮겨졌다. 이준호는 수술복을 입었다. 손은 여전히 떨렸다. 신경 손상의 후유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은 다른 의미를 가졌다. 회귀 없이 마주하는 현실 앞에서의 떨림이었다.

손을 씻었다. 물이 손가락 사이를 흘러내렸다. 이준호는 그 물을 느꼈다. 차갑고 투명한 물. 신경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 손가락이 움직인다는 증거.

메스가 이준호의 손에 들렸다. 손은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 속에는 어떤 결연함이 있었다. 10년을 살면서 배운 모든 것을 이 순간에 쏟아부을 것이라는 결연함.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기계들의 소리가 들렸다. 심전도 기계의 규칙적인 비프음. 호흡기의 음. 그리고 이준호의 목소리. 명령과 지시.

"혈압?"

"100/65입니다."

"심박수?"

"95."

이준호의 손이 움직였다. 떨렸지만, 정확했다. 신경 손상이 있어도, 의료인의 본능은 남아 있었다. 10년을 살면서 그가 배운 모든 것이 손에 남아 있었다.

메스가 피부를 가르고 들어갔다. 혈관이 드러났다. 이준호는 그것을 봤다. 붉은 혈관. 생명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을 지켜야 할 책임.

"출혈 관리."

이준호가 명령했다.

"네, 선생님."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이미 이준호의 리듬을 알고 있었다. 10년의 경험이 이 순간에 집중되었다.

가슴을 열었다. 심장이 드러났다. 파열된 판막. 혈액이 역류하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봤다. 죽음의 신호. 하지만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신호였다.

"판막 교체 준비."

이준호가 말했다.

손이 움직였다.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메스가 움직였다. 바늘이 움직였다. 실이 움직였다. 모든 움직임이 정확했다. 회귀 없이, 오직 현재의 순간에만 집중했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수술실 안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몇 시간이 몇 분처럼, 몇 분이 몇 시간처럼.

"심박동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장이 높아졌다.

"혈압?"

"80/50입니다."

"심박수?"

"60."

환자가 죽어가고 있었다. 이준호의 손은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빨라지면서도 정확성을 잃지 않았다. 이것이 10년의 경험이었다. 위기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것.

"판막 고정."

이준호가 명령했다.

바늘이 움직였다. 실이 조여졌다. 판막이 제자리에 돌아왔다.

"심박동 재개를 시도하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손이 심장을 터치했다. 가볍게, 하지만 결연하게. 생명을 불러오는 터치.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심전도 기계만이 울고 있었다. 규칙적인 비프음. 그리고 그 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심박동이 돌아왔습니다."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혈압?"

"100/65입니다."

"심박수?"

"95."

정상이었다. 환자가 살았다. 회귀 없이.

이준호는 한 발 물러섰다. 메스를 내려놨다. 손은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신경 손상의 후유증이면서 동시에 다른 것이었다. 생명을 구한 후의 그 떨림. 그리고 그 생명이 정말로 살았는지 확실할 수 없는 불안감.

수술실의 불이 밝았다. 기계들은 계속 울렸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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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을 나온 이준호는 복도에 서 있었다. 의료진들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있었다. 모니터링이 계속될 것이다. 다음 24시간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환자는 살아 있었다.

그의 무릎이 갑자기 꺾였다. 벽에 기대어야 했다. 손가락이 벽에 파고들었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불안감의 눈물이었다. 환자가 정말로 살 것인가. 다음 순간 심장이 멈추지는 않을까. 그 불확실성 속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이수진이 이준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이준호의 옆에 서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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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중환자실의 모니터는 여전히 규칙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환자는 살아 있었다.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생명 신호는 안정적이었다.

이준호는 중환자실 밖에 서 있었다. 창을 통해 환자의 침대가 보였다. 모니터가 규칙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생명의 신호.

신경 손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손가락이 때때로 저렸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신경이 천천히 다시 연결되고 있었다.

그는 병원 밖의 서울 거리를 바라봤다. 차들이 움직였다. 사람들이 걸었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삶 속에는 죽음과 생명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10년을 살면서 배운 진실.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는 진실. 하지만 눈앞의 한 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진실.

회귀 능력은 끝났다. 하지만 의료인으로서의 책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책임 속에서 이준호는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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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이준호는 병원의 옥상에 있었다.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천 개의 불빛. 그 불빛 아래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중 일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이준호의 손이 여전히 떨렸다. 신경 손상의 후유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은 다른 의미를 가졌다. 회귀 없는 삶 속에서의 떨림. 불확실성 속에서의 떨림.

하지만 그 떨림 속에는 어떤 강함도 있었다. 10년을 살면서 배운 강함.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강함.

이수진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이준호의 옆에 서 있었다.

"환자가 깨어났어요."

이수진이 말했다.

"네."

이준호가 대답했다.

"그 다음은?"

"모르겠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환자가 완전히 회복할 수도 있고,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이수진이 물었다.

"네."

이준호가 대답했다.

"이제 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회귀 능력 없이도."

이수진은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따뜻했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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