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프 9회차
루프 8회차, 20시 34분.
은지는 벽에 기대선 채 유진을 따라다녔다. 정확히는 따라다니는 척했다. 시선은 유진을 향했지만, 집중력은 그의 움직임의 패턴을 추적하는 데 모여 있었다.
지난 몇 루프에서 놓친 것들이 있다. 타임백을 쓸 때마다 기억이 파편화되면서, 중요한 세부사항들이 거르어진다. 손가락을 잃는 것만큼이나 그 손가락이 들었던 기억들도 함께 증발한다. 하지만 지금 루프에서는 다르다. 은지는 손가락 여섯 개만 남은 상태로 깨어났다. 타임백 4회를 이미 사용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루프 8회차다.
루프 8회차는 새로웠다. 아니, 새로운 게 아니라 명확했다.
유진이 처음으로 은지의 앞에 나타난 것이 20시 08분이었다. 은지가 이상민이 또 다른 승객을 위협하는 것을 말리려고 할 때였다. 유진은 그 순간 정확히 그곳에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다음은 20시 19분. 최수진이 응급문 패널을 건드리려 할 때. 유진이 나타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은지는 그때 유진의 눈빛을 봤다. 공포가 아니라 다른 뭔가. 마치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막으려는 것처럼.
20시 31분. 도연이 어딘가로 가려고 할 때. 유진은 또 거기 있었다.
은지의 손가락들이 차갑게 떨렸다. 손가락이 없는 손가락이 떤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떨렸다. 신체 감각이 정신을 따라가지 못했다.
"넌 뭐야?"
은지의 목소리가 차량을 가로질렀다. 낮고 딱딱한 음성이었다. 주변 승객들이 고개를 돌렸다. 유진도.
"뭐가 뭐라고?"
"넌 왜 계속 나타나? 루프 7회차에서 도연이 말했어. 날 봤다고. 그런데 넌 어디 있었어? 난 너를 본 적이 없는데, 넌 내 행동을 다 알고 있어."
유진이 한 걸음 다가왔다. 차량의 조명이 그의 얼굴을 비스듬히 비췄다. 그림자가 그의 눈 밑에 깊은 홈을 파 놓았다.
"루프 7회차?"
"맞아. 그전에도. 계속 나타나. 마치 날 감시하듯이."
유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었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동정에 가까웠다.
"너는 루프 1회차에서 뭘 했어?"
은지가 대답하려다 멈췄다. 루프 1회차. 기억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첫 번째 루프에서 자신이 했던 일이 뭐였지? 타임백을 몇 번 썼지? 누가 사라졌지?
"기억이 안 나."
"그래. 넌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날 추적하려고 해. 내가 뭔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유진이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은지는 그 손을 보고 숨을 멈췄다.
유진의 손가락이 없었다. 손목 아래로는 투명한 공기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물에 잠긴 손처럼, 형태가 있지만 실질이 없는 것처럼. 손가락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손등의 피부가 끝에서부터 투명해지고 있었고, 그 경계선은 천천히 손목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은지가 한 발 뒤로 물렀다. 유진은 손을 내리지 않았다. 그냥 들어올린 채로 유지했다.
"난 너처럼 능력이 없어. 하지만 난 이미 많은 루프를 봤어."
은지의 목이 아팠다. 말을 하려 해도 성대가 경직되어 있었다. 유진의 손가락이 없다. 타임백의 대가. 은지도 알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마다 한 번의 타임백.
"넌 루프 1에서 몇 번을 썼어?"
"...알 수 없어."
은지는 차량 한쪽 벽으로 걸어갔다. 벽에는 손톱자국들이 새겨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긁어놓은 것처럼 보였던 자국들이었지만, 지금은 달라 보였다. 각각의 자국이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은지는 손톱자국들을 따라 이동했다.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손목이 벽에 닿았을 때 차갑고 거친 질감이 신경을 타고 올라왔다.
첫 번째 그룹. 손톱자국이 깊고 격렬했다. 마치 누군가 절망적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려던 흔적처럼. 자국들이 형성하는 패턴은 숫자 같았다.
'1'
두 번째 그룹. 첫 번째보다는 얕지만, 여전히 깊었다. 손톱이 벽을 파고드는 힘에는 여전히 절박함이 있었다.
'2'
은지가 계속 따라갔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일곱 번째 그룹의 자국들은 거의 긁혀 있지 않았다. 손톱이 벽에 닿기만 한 것처럼 희미했다. 마치 누군가가 숫자를 새기려다 포기한 것처럼. 또는 손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간신히 남겨놓은 자국처럼.
은지는 손톱자국 옆에 있는 다른 그룹들을 살폈다. 숫자가 아닌 다른 것들. 글자일 수도, 그림일 수도 있는 것들. 그것들은 모두 절망의 언어였다. 무언가를 기록하려다 실패한 흔적들.
일곱. 정확히 일곱 명의 선행자.
은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걸렸던 것은 다음 생각이었다.
그들은 모두 타임백 능력자였을까?
은지가 몸을 돌렸을 때, 박준호가 자신 앞에 있었다. 준호는 은지를 보고 한 걸음 물러섰다. 은지의 손을 본 것 같았다. 손가락이 없는 손.
"아, 미안해. 난 그냥..."
준호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은지는 준호를 자세히 봤다. 그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었다.
"밖에 내 아내가..."
박준호의 중얼거림이 차량을 채웠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밖에 내 아내가..."
은지는 박준호의 눈을 마주봤다. 그 눈빛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동공이 흐려지고, 초점이 떨어지고, 의식이 멀어져 가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은지의 목소리가 차량에 울렸다.
박준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그의 손가락들이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였다.
"여긴 지하철이고..."
박준호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공기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처럼 들렸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밖과 단절된 지하철이야."
은지는 박준호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손목이 닿을 뿐이었다. 손가락이 없어서 붙잡을 수 없었다. 손목이 그의 팔을 미끄러졌다.
"준호!"
은지의 비명이 차량을 울렸다.
박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마지막 남은 의식이 저항하고 있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밖에... 내 아내가..."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공기가 아니라 공허를 통과하고 있었다.
은지는 박준호를 붙잡으려 다시 시도했다. 손목으로, 팔로, 몸 전체로.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투명해지고 있었다. 손가락 없는 손이 그를 관통했다.
"아니야! 아니야!"
은지의 목소리가 차량을 흔들었다. 절망의 비명이었다.
박준호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그의 몸이 벤치에서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처럼. 아니,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박준호는 사라져 있었다. 벤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가 없었던 것처럼.
은지는 차량 한쪽 끝을 봤다. 문이 열리고 있었다. 응급문이. 아니, 그게 응급문이 맞나?
문 너머로는 하얀 공간이 보였다. 병실처럼 보이는 공간. 형광등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은지의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뛰었다.
문 옆에 누군가 서 있었다. 간호사복을 입은 인물. 그 얼굴이...
은지의 얼굴과 똑같았다. 아니, 거의 똑같았다. 다만 그 얼굴이 투명했다. 반투명한 유령처럼.
"안녕."
그 인물이 입을 열었다. 은지의 목소리였다. 정확히는 은지의 목소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목소리였다. 마치 녹음기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처럼.
"넌 뭐야?"
은지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난 넌데. 정확히는 넌 날 선택했어."
"뭐라고?"
은지는 투명한 인물의 손을 보려 했다. 손가락이 있는가? 없는가? 하지만 투명한 손은 은지의 시선을 피했다. 손가락 없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루프 9회차에서. 넌 날 선택지로 남겨둘 거야."
은지의 피부가 얼어붙었다. 손가락 없는 손이 떨렸다. 손목을 넘어 팔 전체로 진동이 전파되고 있었다.
"난 루프 10회차에서 깨어날 거야. 그리고 넌 여기 남을 거야."
투명한 은지가 손을 내렸다. 그 웃음은 절망의 웃음이었다.
은지는 투명한 인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발 물러섰다. 벽에 등이 닿을 때까지. 손톱자국들이 그녀의 등을 지탱했다.
"아직도 모르니? 우린 계속 선택해. 누구를 살릴지. 누구를 버릴지. 그 선택이 누군가를 이 루프로 보내고, 또 누군가는 다음 루프로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누군가는 투명해진다."
투명한 은지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은지는 몸을 날려 벽을 타고 옆으로 굴렀다. 투명한 손이 자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감각이 피부를 훑고 지나갔다. 닿는 순간 그 부분의 피부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냉기가 신경을 타고 팔 전체로 퍼져나갔다.
은지는 일어나 차량 반대쪽으로 달렸다. 투명한 은지가 따라왔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느렸다. 마치 물속을 걷는 것처럼. 발걸음마다 공기가 저항하는 것처럼.
"루프 10회차에서 봐. 거긴 이미 넌 거기 있을 거야."
투명한 은지가 손을 내밀었다. 은지는 벤치를 넘어뛰었다. 투명한 손이 벤치를 관통했다. 그 손이 닿은 자리에서 벤치의 표면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은지의 숨이 가빠졌다. 차량 끝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투명한 은지를 정면으로 마주봤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넌 뭐야?"
은지가 다시 물었다. 이번엔 공포가 아니라 분노가 섞여 있었다.
투명한 은지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 몸이 더욱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둠이 밀려들었다가 빛이 돌아왔다.
루프 9회차, 20시 02분.
은지는 벤치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이 여섯 개 남아 있었다. 양손에 각각 세 개씩. 루프 9회차. 20시 02분.
은지는 손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손가락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하지만 그 동작조차 이상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서 따끔거림이 흐르지 않았다. 마비된 것처럼.
은지는 벽을 봤다. 손톱자국들이 여전히 거기 있었다. 루프 1부터 루프 8까지.
'루프 8회차. 난 누구야?'
그 글씨는 자신이 쓴 것이 맞다. 손톱자국의 깊이, 각도,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기억이 없다. 루프 8회차에서 벽에 글을 썼던 기억이 없다.
"깨어났네."
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는 천천히 일어나앉았다. 유진이 자신 위에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뭔가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눈빛처럼.
은지는 유진의 손을 봤다. 열 개의 손가락이 모두 있었다. 아직은.
"루프 8회차에서 뭐가 일어났어?"
은지가 물었다.
"뭐?"
"난 벽에 글을 썼어. 하지만 기억이 없어. 그리고 투명한... 누군가를 봤어. 내 얼굴을 한."
유진이 한 발 물러섰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넌 루프 8회차의 기억이 남아 있어?"
"일부만. 흐릿한데, 분명히 뭔가 있었어. 그리고 루프 9에서 깨어났을 때 손가락이 여섯 개 남아 있었어. 타임백을 4회 썼다는 뜻이지."
은지가 일어섰다. 벽을 향해 걸어갔다. 손톱자국들을 다시 세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며.
"루프 1부터 7까지는 왜 다 있어?"
"그들이 썼어. 타임백 능력을 가진 그들이."
"그들?"
"너처럼. 타임백으로 선택을 했던 그들."
유진이 벽에 손을 댔다. 손톱자국들 위에. 그의 손가락은 열 개가 모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사라졌어. 루프 8회차에서."
은지의 피부가 저렸다.
"루프 1의 능력자는 누구를 선택했고, 루프 2의 능력자는 또 누구를 선택했고, 루프 3의 능력자는... 계속 선택했어. 그 과정에서 대체 효과가 작동했고, 누군가는 다음 루프로 옮겨갔고, 누군가는 투명해졌어. 그리고 마침내 타임백이 소진된 거야."
"그럼... 루프 1의 사람들은?"
"다른 차원으로. 다른 24시간의 루프로. 아니면 어딘가로."
유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제스처는 거의 무심해 보였다. 마치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근데 그들 중 누군가는 여기 남았어. 그게 나야."
"뭐?"
은지가 유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서 뭔가 흘러가고 있었다. 광기인지 절망인지 알 수 없는 감정.
"난 루프 2회차의 능력자였어. 그리고 루프 1로 돌아가기 위해 타임백을 역행했어. 마지막 타임백으로."
유진이 손을 들어올렸다. 투명해지고 있는 손.
"하지만 완전하지 않았어. 기억도 부서졌고, 능력도 남지 않았어. 대신 얻은 게 있었어. 이 루프의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그리고..."
유진이 은지에게 한 발 다가섰다. 은지는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다음 능력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게 나의 역할이 됐어."
"그럼... 넌 이제?"
"이제 난 루프의 관찰자야. 넌 루프 9회차의 능력자고, 다음엔 누군가가 루프 10회차에서 깨어날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은 넌 선택지가 될 거야. 대체 효과로."
은지가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여섯 개. 그리고 손목 아래로 펼쳐질 투명함의 예감.
"그럼 난?"
은지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넌 루프 9회차의 능력자야. 그리고 마지막 타임백 4회를 남겨두고 있어. 루프 10에서 깨어날 능력자를 선택할 수 있어. 아니면 그 능력자를 대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유진이 말을 멈췄다.
"아니면?"
은지가 유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아니면 루프 1로 돌아갈 수도 있어. 타임백을 역행해서. 그리고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유진이 말했다.
은지의 심장이 멎었다. 그 제안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제안 자체가 공포였다.
"그건 가능해?"
"모르지. 아무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유진이 벽에 기대었다. 손톱자국들 위에. 마치 그 자국들이 자신의 기록이라는 듯이.
"루프 8회차에서 루프 7의 능력자가 마지막 타임백을 썼어. 그 사람이 모든 걸 끝내려고 했어. 함께 사라지자고 다른 사람들한테 외쳤어. 하지만 그 타임백이 역행하면서 여러 루프가 겹쳤어. 그리고 넌 그 겹침 속에서 깨어난 거야. 기억이 파편화된 채로."
은지는 유진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렸다. 마치 물 아래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지금 몇 시야?"
은지가 물었다.
"20시 05분."
"24시간 주기가 맞다면, 누가 사라져야 해?"
유진이 은지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뭔가 반짝였다.
"넌 누가 사라질지 알고 싶어?"
"알고 싶어. 그리고 그걸 막을 수 있는지도."
은지가 차량을 둘러봤다. 박준호는 한구석에서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밖에... 내 아내가... 밖에...' 그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었다. 최수진은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도연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상민은 자신의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루프 8회차에서 박준호가 사라졌어. 그리고 루프 9에서도 그럴 거야."
유진이 말했다.
"왜?"
"대체 효과 때문이야. 루프 8회차에서 루프 7의 능력자가 모든 걸 끝내려고 했을 때, 그 영향이 루프 9에까지 미쳤어. 박준호는 이미 루프 8에서 사라지는 과정이었어. 그리고 그 과정이 루프 9에서도 계속될 거야."
은지는 박준호를 봤다. 그의 눈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막을 수 있어?"
"타임백을 쓰면 돼. 루프 8회차로 돌아가서, 루프 7의 능력자가 마지막 타임백을 쓰는 것을 막으면 돼."
"그럼 루프 8회차로 돌아갈 때, 투명한 내 모습을 다시 봤을 거야. 그리고 그때 내가 도망쳤어. 투명한 내가 날 잡으려고 했을 때."
은지가 말했다.
"그래. 넌 도망쳤어. 그리고 그 도망침이 루프 8회차의 기억을 남겼어. 파편화된 형태로."
유진이 은지에게 다가섰다. 은지는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유진의 눈을 마주봤다.
"그럼 내 선택은?"
"루프 10회차에서 깨어날 능력자를 선택하거나, 루프를 끝내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진행하거나."
유진이 말했다.
"박준호가 사라지도록 놔두고?"
"그래."
"그리고 루프 10회차에서 누군가가 깨어나고, 그 사람이 날 선택지로 만들 때까지?"
"그래."
은지는 박준호를 다시 봤다. 그의 눈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은지는 손가락을 펼쳤다. 여섯 개의 손가락. 그중 하나를 구부렸다.
손가락이 사라졌다.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루프 8회차, 20시 34분.
은지는 벽에 기대선 채 유진을 따라다녔다. 정확히는 따라다니는 척했다. 시선은 유진을 향했지만, 집중력은 그의 움직임의 패턴을 추적하는 데 모여 있었다.
루프 9회차에서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투명한 은지의 모습. 유진의 고백. 그리고 박준호의 사라져가는 눈. 손가락 없는 손으로 그를 붙잡지 못한 절망.
모든 게 명확했다.
은지는 벽의 손톱자국들을 봤다. 루프 1부터 루프 7까지. 그리고 자신이 쓴 '루프 8회차. 난 누구야?'
이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넌 뭐야?"
은지가 유진에게 물었다. 이번엔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섞여 있었다.
유진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예상한 것처럼 보이는 표정이 있었다.
"뭐가 뭐라고?"
"넌 루프 2회차의 능력자였어. 그리고 넌 루프를 역행했어. 루프 1로 돌아가기 위해."
유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었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동정에 가까웠다.
"그래. 넌 이미 알고 있구나."
"그리고 넌 박준호를 지키려고 해. 루프 5회차, 루프 6회차, 루프 7회차에서 자살하려고 할 때. 왜?"
"왜냐하면..."
유진이 말을 멈췄다. 차량 내 다른 승객들이 조용해졌다.
"루프 1회차에서 박준호가 처음 능력자였으니까."
은지가 대신 말했다.
"그리고 넌 그 사실을 알고 있어. 루프를 역행했으니까. 그래서 넌 그를 지키려고 해. 하지만 대체 효과 때문에 그를 완전히 구할 수 없어. 루프 8회차에서 그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유진의 눈이 흔들렸다.
"그래."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루프 7의 능력자가 마지막 타임백을 쓸 거야. 그리고 그 타임백이 루프 8회차를 만들 거야. 루프 8회차는 루프 1부터 루프 7까지가 겹친 공간이 될 거야. 그리고 그 속에서 모든 능력자들이 동시에 나타날 거야. 투명해진 채로."
은지는 유진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렸다. 마치 물 아래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루프 8회차에서 박준호는 사라질 거야.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루프 9회차야. 그리고 루프 10회차."
유진이 은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넌 루프 9회차에서 깨어날 거야. 기억이 파편화된 채로. 그리고 루프 10회차에서 누군가가 깨어날 거야. 투명한 은지의 모습으로. 그리고 그 사람이 넌 선택지로 만들 거야."
"그럼 넌 왜 날 도와줘?"
은지가 물었다.
"도와주는 거 아니야. 난 그냥 관찰하고 있을 뿐이야."
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넌 루프 5회차, 루프 6회차, 루프 7회차에서 날 도왔어. 아니면 적어도 누군가를 도왔어. 왜?"
은지가 유진의 손을 봤다. 투명해지고 있는 손. 손가락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손.
"루프 1에서 박준호가 처음 능력자였어. 그리고 루프 2에서 난 능력자가 됐어. 그 사이에 뭔가 일어났어. 뭔가 선택이 일어났어."
은지가 말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루프 1의 모든 사람들을 루프 2로 옮겼어. 박준호를 제외하고. 박준호는 루프 1에 남겨졌어. 아니, 다른 곳으로 보내졌어. 그리고 루프 2에서 박준호는 다시 나타났어. 하지만 그건 루프 1의 박준호가 아니라 누군가의 루프 속 박준호였어."
유진의 눈이 흔들렸다.
"그래. 정확해."
"그래서 넌 박준호를 지키려고 해. 루프 2에서 루프 1로 돌아가기 위해 타임백을 역행했을 때, 넌 그 사실을 알게 됐어.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지키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완전히 구할 수 없어. 왜냐하면 대체 효과가 이미 작동했으니까."
은지가 말했다.
"그래."
유진이 겨우 입을 열었다.
은지는 벽의 손톱자국들을 다시 봤다. 루프 1부터 루프 7까지. 그리고 자신이 쓴 '루프 8회차. 난 누구야?'
"그럼 루프 8회차에서 루프 7의 능력자가 마지막 타임백을 쓸 때, 난 뭘 해야 해?"
은지가 물었다.
"뭘 하고 싶어?"
유진이 물었다.
"박준호를 막고 싶어. 사라지는 것을."
"그럼 타임백을 쓰면 돼."
"그럼 루프 9회차로 돌아갈 때, 투명한 내 모습을 다시 봐야 해. 그리고 그때 난 도망쳐야 해. 그래야 루프 9회차의 기억이 남아 있을 거야."
은지가 말했다.
"그래."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지는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다섯 개. 그 중 하나를 다시 구부렸다.
손가락이 또 사라졌다.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루프 9회차, 20시 02분.
은지는 벤치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이 다섯 개 남아 있었다. 양손에 각각 두 개씩, 그리고 한 손에 하나씩.
루프 8회차의 기억이 명확했다. 유진과의 대화. 박준호를 지키려는 결심. 그리고 타임백을 다시 쓴 것.
은지는 일어나앉았다. 차량을 둘러봤다. 박준호는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밖에... 내 아내가... 밖에...' 하지만 그의 눈이 이전보다 더 선명해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지우는 과정을 멈춘 것처럼.
"깨어났네."
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는 유진을 봤다.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열 개 있었다. 아직은.
"루프 8회차에서 뭐가 일어났어?"
유진이 물었다.
"난 타임백을 썼어. 루프 7회차로 돌아가서, 루프 7의 능력자가 마지막 타임백을 쓰는 것을 막으려고."
은지가 말했다.
"그리고?"
"그리고 난 실패했어. 루프 7의 능력자는 이미 타임백을 썼어. 그리고 루프 8회차가 만들어졌어."
은지가 말했다.
"그럼 루프 8회차에서 뭘 했어?"
유진이 물었다.
"루프 7의 능력자들을 만났어. 투명해진 채로. 그리고 그들이 날 설명해줬어. 루프의 구조를. 그리고 대체 효과를. 그리고..."
은지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리고 난 도망쳤어. 투명한 내 모습에게서. 그래서 이 기억이 남아 있어."
은지가 말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루프 8회차에서 도망쳤어. 그리고 그 도망침이 루프 9회차의 기억을 만들었어. 파편화된 형태로."
"그럼 루프 8회차에서 박준호는 사라졌어?"
은지가 물었다.
"그래."
유진이 말했다.
은지는 박준호를 봤다. 그의 눈이 이제 초점을 잃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다시 그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막을 수 없어?"
은지가 물었다.
"막을 수 없어. 대체 효과는 이미 작동했으니까. 루프 8회차에서 루프 7의 능력자가 마지막 타임백을 썼을 때, 모든 루프가 겹쳤어. 그리고 그 겹침 속에서 대체 효과가 작동했어. 박준호는 루프 1에서 루프 2로 옮겨갔어. 하지만 루프 2에서 그는 다시 루프 1로 돌아가야 했어. 왜냐하면 루프 2는 이미 루프 3으로 옮겨갔으니까."
유진이 설명했다.
"그럼 박준호는 지금 어디에 있어?"
은지가 물었다.
"루프 1에 있어. 아니, 더 정확히는 루프 1의 바깥에 있어. 루프 1의 바깥에 있는 다른 루프에."
유진이 말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누군가의 선택지가 되고 있어. 루프 1의 능력자가 선택할 때까지."
은지는 박준호를 다시 봤다. 그의 눈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의 입술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밖에... 내 아내가... 밖에...'
은지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 다섯 개. 그 중 하나를 다시 구부렸다.
손가락이 또 사라졌다.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루프 8회차, 20시 34분.
은지는 벽에 기대선 채 유진을 따라다녔다. 정확히는 따라다니는 척했다. 시선은 유진을 향했지만, 집중력은 그의 움직임의 패턴을 추적하는 데 모여 있었다.
루프 9회차에서의 기억이 명확했다. 박준호의 사라져가는 눈. 유진의 설명. 그리고 대체 효과의 작동.
은지는 벽의 손톱자국들을 봤다. 루프 1부터 루프 7까지. 그리고 자신이 쓴 '루프 8회차. 난 누구야?'
이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선택이었다.
은지는 유진을 바라봤다. 그의 손가락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넌 루프 1의 능력자가 누구인지 알아?"
은지가 물었다.
유진의 눈이 흔들렸다.
"알아."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건 나야."
은지의 심장이 멎었다.
"뭐라고?"
"루프 1의 능력자는 나야. 그리고 루프 2의 능력자도 나야. 그리고 루프 3의 능력자도... 모두 나야."
유진이 말했다.
"불가능해. 한 사람이 두 개의 루프에서 동시에 능력자가 될 수 없어."
은지가 말했다.
"그래. 불가능해. 그래서 난 타임백을 역행했어. 루프 1로 돌아가기 위해. 하지만 완전하지 않았어. 기억도 부서졌고, 능력도 남지 않았어. 대신 얻은 게 있었어."
유진이 손을 들어올렸다. 투명한 손. 손가락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손.
"이 루프의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그리고 다음 능력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럼 루프 1에서 박준호가 능력자였던 건?"
은지가 물었다.
"그래. 그리고 루프 1에서 박준호는 누군가를 선택했어. 그 선택이 루프 2를 만들었어. 그리고 루프 2에서 난 능력자가 됐어."
유진이 말했다.
"그럼 루프 1의 박준호는?"
"루프 1의 바깥으로 갔어. 루프 1의 바깥에 있는 다른 루프로. 그리고 거기서 그는 누군가의 선택지가 되고 있어. 루프 1의 능력자가 선택할 때까지."
유진이 말했다.
"그럼 루프 1의 능력자는 누구야?"
은지가 물었다.
유진의 눈이 은지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깊은 바다 같았다.
"그건 넌 이미 알고 있어."
그가 말했다.
"넌 루프 1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타임백을 썼어. 그리고 그 타임백으로 누군가를 선택했어. 그 선택이 루프 2를 만들었어. 그리고 루프 2에서 난 능력자가 됐어."
은지의 피부가 저렸다.
"그럼 난..."
"그래. 넌 루프 1의 능력자야. 그리고 넌 모든 루프의 시작이야."
유진이 말했다.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둠이 밀려들었다가 빛이 돌아왔다. 은지는 벤치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이 네 개 남아 있었다. 양손에 각각 두 개씩.
루프 9회차. 20시 02분.
은지는 손을 펼쳤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손가락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하지만 그 동작조차 이상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에서 따끔거림이 흐르지 않았다. 마비된 것처럼.
은지는 차량을 둘러봤다. 박준호는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밖에... 내 아내가... 밖에...' 하지만 그의 눈이 이제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깨어났네."
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는 유진을 봤다. 그의 손가락이 여전히 열 개 있었다. 아직은.
"루프 1에서 난 누구를 선택했어?"
은지가 물었다.
유진이 한 발 물러섰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넌 기억해?"
"아니. 하지만 그게 중요해. 루프 1에서 난 누구를 선택했는지."
은지가 일어나앉았다.
"루프 1에서 넌 박준호를 선택했어."
유진이 말했다.
"그리고?"
"그리고 박준호는 루프 1의 바깥으로 갔어. 루프 1의 바깥에 있는 다른 루프로. 그리고 거기서 그는 누군가의 선택지가 되고 있어."
유진이 말했다.
"그럼 박준호는 지금 어디에 있어?"
은지가 물었다.
"루프 1의 바깥에 있어. 그리고 거기서 그는 계속 기다리고 있어.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할 때까지."
유진이 말했다.
은지는 박준호를 봤다. 그의 눈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지우고 있는 것처럼.
"그럼 난?"
은지가 물었다.
"넌 루프 9회차의 능력자야. 그리고 마지막 타임백 4회를 남겨두고 있어. 루프 10에서 깨어날 능력자를 선택할 수 있어. 아니면 그 능력자를 대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유진이 말을 멈췄다.
"아니면?"
"아니면 루프 1로 돌아갈 수도 있어. 타임백을 역행해서. 그리고 박준호를 다시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를 선택할 수도 있어."
유진이 말했다.
은지는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네 개. 그리고 손목 아래로 펼쳐질 투명함의 예감.
"루프 1로 돌아가면, 기억이 어떻게 돼?"
은지가 물었다.
"다시 파편화돼. 루프 1에서 깨어날 때처럼."
유진이 말했다.
"그럼 난 또 다시 타임백을 쓸 거야. 그리고 또 다시 누군가를 선택할 거야. 그리고 또 다시 루프가 만들어질 거야."
은지가 말했다.
"그래."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건 끝나지 않아. 계속 반복될 거야."
은지가 말했다.
"그래. 계속 반복될 거야. 누군가가 다른 선택을 할 때까지."
유진이 말했다.
은지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 네 개. 그 중 하나를 다시 구부렸다.
손가락이 또 사라졌다.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둠이 밀려들었다.
루프 10회차. 20시 02분.
은지는 벤치에 누워 있었다. 손가락이 세 개 남아 있었다. 양손에 각각 한 개씩, 그리고 한 손에 하나씩.
은지는 천천히 일어나앉았다. 차량을 둘러봤다. 박준호는 더 이상 중얼거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벤치에 누워 있었고, 그의 눈은 감겨 있었다.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깨어났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는 고개를 들었다. 간호사복을 입은 인물이 서 있었다. 그 얼굴이 자신의 얼굴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투명하지 않은 얼굴.
"넌 누구야?"
은지가 물었다.
"난 루프 10회차의 능력자야. 그리고 넌 내 선택지야."
그 인물이 말했다.
은지는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세 개. 그리고 손목 아래로 펼쳐질 투명함의 예감.
"그럼 난 이제 사라져야 해?"
은지가 물었다.
"그래. 또는 다른 루프로 옮겨가야 해. 루프 1의 바깥에 있는 다른 루프로. 거기서 넌 누군가의 선택지가 될 거야."
루프 10의 능력자가 말했다.
은지는 일어섰다. 차량을 한 바퀴 둘러봤다. 벽의 손톱자국들. 루프 1부터 루프 9까지. 그리고 이제 자신이 쓸 '루프 10회차'.
은지는 손톱으로 벽을 긁었다. 손가락 세 개로. 깊고 절박하게.
'루프 10회차. 난 누구였을까?'
손톱자국이 벽에 새겨졌다. 절망의 언어로.
차량의 조명이 깜박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둠이 밀려들었다.
루프 11회차. 20시 02분.
누군가 벤치에서 눈을 떴다.